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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an Ray: When Objects Dream

만 레이의 뮤즈, 연인, 제자, 조수, 그리고 공동 창안자들

 

September 14, 2025 - February 1, 2026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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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만 레이(Man Ray, 1890–1976)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 '만 레이: 사물이 꿈꾸는 순간(Man Ray: When Objects Dream, 9/14-2/1, 2026)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메트뮤지엄을 비롯, 세계 50여개 미술관에서 온 약 60점의 레이오그래프와 100여 점의 회화, 오브제, 판화, 드로잉, 영화, 사진 등을 선보인다. 

 

만 레이는 사진을 예술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린 혁신가였다. 그는 기록의 도구였던 사진을 회화, 조각과 동등한 순수예술로 만든 선구자로 초현실주의, 다다의 정신을 적용해 사진이 상상력, 무의식, 그리고 우연성을 표현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카메라 없이 사진을 찍는 레이요그래프(Rayograph: 감광 인화지에 직접 물체를 놓고 빛에 노출시켜 만드는 이미지)을 발명해 사진을 추상예술로 승격시켰다. 시인 트리스탄 차라(Tristan Tzara)는 레이요그래프를 "사물이 꿈꾸는 순간(when objects dream)"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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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그리고, 조수였던 리 밀러(Lee Miller)와 발견한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이미지에 과다 노출되었을 때 밝고, 어두운 톤이 반전되며 윤곽선이 은빛으로 빛나는 기술)로 이후 패션사진과 인물사진의 미학을 바꾸는데 기여했다. 

 

그런가하면, 만 레이는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장 콕토,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동시대 파리 예술가들의 정신을 드러내는 촬영법으로 '문화적 초상화(cultural portraiture)'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사진 뿐만 아니라 회화, 오브제, 영화 등 장르를 넘어선 그 시대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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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만 레이의 예술세계와 삶에서 세 여인과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인이자 뮤즈였던 키키 드 몽파르나스(Kiki de Montparnasse), 제자이자 조수였던 사진작가 베레니스 애보트(Berenice Abbott), 그리고 연인이자 뮤즈이며 협력자였던 리 밀러(Lee Miller)다. 

 

메트뮤지엄에서는 11월 16일 만 레이와 세 여성의 관계를 탐구하는 특강 'Man Ray in Collaboration'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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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in Collaboration,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이 전시 큐레이터 스티븐 C. 핀슨(Stephen C. Pinson)의 사회로 세 여성의 전문가들이 발표했다. '키키 만 레이: 1920년대 파리에서 예술, 사랑과 라이벌(Kiki Man Ray: Art, Love, and Rivalry in 1920s Paris, 1922)'의 저자 마크 브로드(Mark Braude), '베레니스 애보트: 사진 속 한 인생(Berenice Abbott: A Life in Photography, 2018)'의 저자 줄리아 반 하프튼(Julia Van Haaften, 전뉴욕공립도서관 사진부 큐레이터), 그리고 메트뮤지엄 인턴 출신으로 런던 테이트 브리튼 뮤지엄의 큐레이터 힐러리 플로이(Hailary Floe)가 리 밀러 이야기를 소개했다. 

 

 

#키키 드 몽파르나스 Kiki de Montparna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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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in Collaboration,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프랑스 와인산지 부르고뉴에서 태어난 키키 드 몽파르나스(1901-1953)의 본명은 알리스 프랭(Alice Prin). 화가들의 집성촌 몽파르나스에서 피카소, 모딜리아니, 하임 수틴, 프란시스 피카비아, 알렉산더 칼더, 모이즈 키슬링 그리고 시인 장 콕토, 소설가 헤밍웨이 등과 어울리면서 모델, 나이트클럽 가수, 배우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키키(Kiki)'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으며, 28세엔 '몽파르나스의 여왕(Queen of Montparnasse)'으로 불리우게 된다.

 

키키는 만 레이의 연인이자 뮤즈이며, 초현실주의적 감수성을 열어주었다. 키키는 파리 몽파르나스 문화의 자유, 에로스와 즉흥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만 레이는 키키를 통해 사물과 몸을 오브제로 다루는 태도를 확립하게 된다. 만 레이는 키키를 통해 에로티시즘과 유머가 섞인 초현실주의적 조형 감각을 시도했고, 레이요그램을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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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키키의 등 뒤를 바이올린으로 변형한 '앵그르의 바이올린(Le violon d'Ingres, 1924)'은 고전주의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1780-1867)에 대한 만 레이의 오마쥬다. 키키가 아프리카 탈과 함께 있는 '흑과 백(Noire et blanche, 1926)'은 형태, 컬러, 구도, 유럽과 아프리카(식민주종국)를 대조한 작품이다. 만 레이는 또한 키키를 모델로 신체를 조각처럼 바라본 누드 작품을 제작했으며, 실험영화 '이성으로의 회귀(Retour à la Raiso, 1923n)'와 '불가사리(L'Étoile de mer, 1928)'에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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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만 레이와 키키는 보헤미안 커플로 예술과 사생활이 얽힌 관계였다. 1929년 미국에서 온 모델 겸 사진작가 리 밀러가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는 깨지게 된다. 이에 키키는 배우가 되기위해 할리우드로 갔다가 실패하 파리로 돌아갔다. 대신 몽파르나스 화가들과 어울리며 틈틈히 그린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1930년 몽파르나스에 클럽을 인수해 운영했다.

 

키키는 1953년 아파트 앞에서 술과 약물중독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라이프(LIFE) 잡지는 그녀의 사망기사를 3페이지에 걸쳐 대서특필했다. 2022년 만 레이 작 '앵그르의 바이올린'이 1천240만 달러에 판매되며 사진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아티스트와 뮤즈 <1> 만 레이와 몽파르나스의 키키 

 

 

#베레니스 애보트 Berenice Abb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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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in Collaboration,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뉴욕의 건물 사진작가로 명성을 날리게될 베레니스 애보트(Berenice Abbott, 1898-1991)은 만 레이의 제자이자 동료 예술가로 협업한 관계였다. 

 

애보트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조각과 회화를 공부한 후 1921년 파리로 갔다. 안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에게 조각을 배우다가 1923년 사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암실조수를 찾던 만 레이를 위해 일하게 된다. 애보트는 암실 기술, 인물사진 촬영법과 조명에 대해 배우면서 사진술에 매료됐다. 

 

만 레이는 애보트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허용했고, 1926년 애보트는 레이를 떠나면서 사진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다만, 만 레이의 작품이 초현실주의적 실험사진이었던 것과 달리 애보트는 스트레이트 사진이라는 상반된 방향으로 갔다. 애보트는 장 콕토, 제임스 조이스 등 예술과 문학계 인물들을 포착했으며, 1928년 브뤼셀, 독일 등지의 모더니스트 사진전에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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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애보트는 만 레이 소개로 외젠 앗제(Eugène Atget, 1857-1927)를 만났다. 앗제는 파리의 거리 풍경, 건물, 서민들의 생활 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였다. 애보트는 1927년 앗제가 사망한 후 그의 작품을 구입해 이듬해 파리의 독립사진가 프르미에 살롱에 전시했으며, 이후 앗제 연구서 'Atget, photographe de Paris'(1930)과 'The World of Atget'(1964)를 저술했다. 

 

애보트가 만 레이의 조수로 일하던 시기(1923-1926)는 키키 드 몽파르나스가 레이의 조수였던 시기(1921-1929)과 약 2년(1923-1926) 겹친다. 그렇다면, 애보트와 키키가 만났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키키는 만 레이의 스튜디오에서 자주 포즈를 취했고, 애보트는 암실 작업, 조명 설치, 현상을 도왔다. 그러므로, 레이가 키키를 촬영할 때 애보트가 보조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만 레이의 공식 작품의 크레딧은 'Man Ray'로 처리됐다. 때문에 공식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애보트는 만 레이로부터 사진 기술을 배웠지만, 소재나 예술관은 앗제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베레니스 애보트는 뉴욕의 근대적 도시성을 기록하는 위대한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되었고, 뉴욕의 뉴스쿨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가르쳤다. 

 

 

#리 밀러 Lee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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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리 밀러(Lee Miller, 1907-1977)는 업스테이트 뉴욕 포킵시에서 태어나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사진술을 배웠다. 연극에 관심을 가졌던 밀러는 18살 때 파리로 가서 연극 조명, 의상, 디자인을 1년간 배우고 돌아왔다. 바싸대 재학 시절엔 연극활동을 했고, 이후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드로잉과 회화를 공부했다. 맨해튼을 걷다가 '보그'지의 커버걸이 됐고, 패션모델 활동을 했다. 

 

1929년 사진작가가 되기위해 파리로 간 밀러는 나이트클럽에서 만 레이를 만났다. 당시 유명인사였던 그에게 "내 이름은 리 밀러, 당신의 새 학생입니다"라며 대화를 시작해 그의 견습생이자 연인이자 공동 창작자가 됐다. 이에 따라 레이는 키키와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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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in Collaboration,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만 레이와 리 밀러는 어느날 암실에서 일하던 중 쥐가 발을 지나치자 실수로 조명을 키면서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과도한 노출로 현상 후 명암이 반전되는 현상) 기법을 발견하게 된다. 솔라리제이션은 초현실주의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였다. 밀러와 레이는 공동 작업의 명의를 두고 논쟁을 벌였으며, 싸움 끝에 레이는 밀러의 사진에서 목을 면도날로 긋기에 이른다. 오늘날 학계에선 레이와 밀러를 솔라리제이션의 공동 창안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격렬하고, 창조적이었지만, 만 레이의 집착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달았다. 리 밀러는 1932년 뉴욕으로 돌아갔고, 만 레이는 상실감에 빠졌다. 이즈음 만 레이는 오브제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한편, 밀러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종군 사진기자로 나치 독일의 런던 폭격 장면, 소방 마스크를 쓴 시민들, 군대 트럭에 모인 매춘부 등을 담았으며,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 홀로코스트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진흙 투성이의 옷과 장화를 벗고 히틀러의 욕조에 들어간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다. 전쟁 후엔 음주벽과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1977년 암으로 사망했다. 2024년 엘렌 쿠라스 감독,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전기영화 'Lee'가 제작됐다. 

 

*메트뮤지엄 초기 여성 사진작가전 The New Woman Behind the Camera (3) 리 밀러 Lee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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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Ray: When Objects Drea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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