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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한국문학에 바치는 나의 헌사"

염상섭(전화)에서 정이현(삼풍백화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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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등단, 오십여 년 한결같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온 거장 황석영이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소설문학 작품들 가운데 직접 가려 뽑은 빼어난 단편 101편과 그가 전하는 우리 문학 이야기. 작가 황석영이 온몸으로 겪어낸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과거의 작품들은 그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부활했고, 오늘의 작품들은 그 깊이가 달라졌다.

 

긴 시간 현역작가로 활동해온 그이기에, 그리고 당대와 언제나 함께 호흡해온 그이기에 가능한 '황석영의 한국문학 읽기'. 특유의 입담과 깊이 있는 통찰, 과거와 오늘의 작품을 새로 읽는 데 있어 반성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우리 문학에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독자들까지도 작품 곁으로 성큼 이끌어준다.

 

기존의 국문학사나 세간의 평가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현재 독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된 작품들에는 유명한 작가의 지명도 높은 단편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힌 작가의 숨은 단편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각 권의 말미에는 시대와 작품을 아우르는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해설이 덧붙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1 - 식민지의 어둠 

누구에게나 일생에 절창은 하나씩 있다 _004

1. 염상섭, 「전화」 _013  식민지 부르주아를 바라보는 우울한 시선 _044

2. 이기영, 「쥐불鼠火」 _049  가진 것이 조금 남아 있는 농투성이들 _122

3. 현진건, 「운수 좋은 날」 _127  손아귀에 힘을 주어 현재를 움켜쥐리라 _143

4. 채만식, 「치숙痴叔」 _149  현실과 외관의 차이에 그대는 웃는다, 그리고 운다 _175

5. 김유정, 「금 따는 콩밭」 _181  집 팔고 땅 팔아서 모조리 바쳤건만 _200

6. 이태준, 「달밤」 _207  미친년과 바보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_220

7. 박태원, 「골목 안」 _231  이 땅에서 사는 작가의 운명 _298

8. 강경애, 「소금」 _313  두만강 푸른 물에 _367

9. 이상, 「날개」 _377  미열微熱과 반항 _408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2 - 해방과 전쟁

10. 지하련, 「도정―소시민」 _013

11. 임화, 「네거리의 순이」 외 3편 _040  적기赤旗는 노을에 나부낀다 _057

12. 안회남, 「불」 _073  새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어라 _092

13. 계용묵, 「별을 헨다」 _097  정처를 잃고 헤매다 _113

14. 황순원, 「모든 영광은」 _117  상흔傷痕의 인상 _151

15. 김동리, 「역마驛馬」 _161  불연기연不然其然은 둘이 아니다 _188

16. 장용학, 「요한 시집」 _199  눈에 말뚝을 박고 있나 _241

17. 손창섭, 「비 오는 날」 _249  어둠 속을 지켜보는 눈 _267

18. 이범선, 「오발탄」 _275  도대체 어디로 가잔 말이냐? _315

19. 선우휘, 「단독강화單獨講和」 _323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3 - 폐허의 잡초처럼

20. 박경리, 「불신시대」 _013  나를 지켜준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_045

21. 오영수, 「명암明暗」 _055  사람 사이의 정에 대하여 _082

22. 송병수, 「쑈리 킴」 _089  이름조차 달라진 아이들 _112

23. 하근찬, 「수난 이대」 _117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_133

24. 천승세, 「포대령砲大領」 _139  좋아, 본관은 전사다! _164

25. 박태순, 「무너진 극장」 _171  혁명은 의연히 진행중이다 _192

26. 최인훈, 「웃음소리」 _201  환상을 몸통으로, 현실을 그림자로 _218

27. 이제하, 「유자약전劉子略傳」 _227  일그러진 세상의 예술가 _269

28. 서정인, 「강」 _279  물처럼 흘러가는 쓸쓸한 인생 _300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4 - 폭력의 근대화

29. 황석영, 「몰개월의 새」 _013  어느 세상의 끝에 대하여 _032

30. 이문구, 「해벽海壁」 _039  남의 하늘에 묻어 살며 _127

31. 이병주, 「겨울밤―어느 황제의 회상」 _143  조국은 없다, 산하가 있을 뿐이다 _195

32. 이청준, 「눈길」 _209  자기 구제로서의 글쓰기 _241

33.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_249  쫓겨난 사람들 _300

34. 김원일, 「어둠의 혼」 _309  짙은 보라색 하늘 _336

35. 송영, 「중앙선 기차」 _345  인상적인 장면의 포착 _386

36. 한승원, 「목선木船」 _397  내 살과 뼈를 키워준 바다 _419

37. 송기숙, 「당제堂祭」 _425  낙천적 활기와 비장한 결의 _487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5 - 생존의 상처

38. 박완서, 「조그만 체험기」_013  간장 종지만큼 작은 자유 _040

39. 이동하, 「모래」_047  일자리가 없어졌다! _069

40. 현기영, 「도령마루의 까마귀」_073  죽은 자들을 잠들게 하라 _111

41. 조정래, 「동맥」_119  악착같이 살아남을 거야 _150

42. 조선작, 「성벽」_155  청계천 다리 밑에 개떡 같은 집을 짓고 _182

43. 조해일, 「뿔」_193  역행逆行의 아름다움 _214

44. 문순태, 「말하는 돌」_221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_250

45. 김주영, 「도둑견습」_257  해체된 집과 가족 _284

46. 서영은, 「사막을 건너는 법」_291  모든 무의미의 저 너머에 _314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6 - 억압과 욕망

47. 최인호, 「타인의 방」 _013  저는 이 집의 주인입니다 _030

48. 박범신, 「토끼와 잠수함」 _035  제발 창문 좀 열자! _058

49. 이외수, 「고수」 _065  불온한 열외 _087

50. 송기원, 「다시 월문리에서」 _093  상처의 아름다움 _121

51. 김성동, 「잔월殘月」 _133  외로움 너머 저편의 그리움 _158

52. 윤후명, 「원숭이는 없다」 _169  탈출할 수 없는 일상 _200

53. 이문열, 「하구河口」 _209  나를 길러준 사라진 것들 _273

54. 이창동, 「소지燒紙」 _283  제의祭儀의 알레고리 _316

55. 김원우, 「소인국小人國」 _323  이빨이라도 아프다가 죽든가 _356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7 - 변혁과 미완의 출발

56. 홍희담, 「깃발」 _013  떠난 자와 남은 자 _079

57. 이인성, 「길, 한 이십 년 ─ 1974년 봄, 또는 1973년 겨울」 _097  어느 환승구역의 주체 _148

58. 최윤, 「아버지 감시」 _155  역사가 아닌 아비, 망령이 아닌 사람 _191

59. 강석경, 「저무는 강」 _199  꿈일 거야, 꿈이다 _251

60. 양귀자,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_257  몸으로 때우는 사람들 _293

61. 정찬, 「슬픔의 노래」 _299  내 안에 아우슈비츠가 있다 _350

62. 최인석, 「인형 만들기」 _355  갇힌 자들의 꿈 _411

63. 정도상, 「발자국 소리」 _415  사는 것은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_446

64. 방현석, 「새벽 출정」 _455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 _523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8 - 나와 너

65. 신경숙, 「감자 먹는 사람들」 _013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측은지심 _062

66. 김인숙, 「빈집」 _067  사람들은 섬처럼 떨어져 있다 _087

67. 공지영, 「인간에 대한 예의」 _093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는 것들 _134

68. 구효서, 「명두明斗」 _137  죽음을 기억하라! _160

69. 공선옥, 「타관 사람」 _165  누구나 타관에 산다 _192

70. 윤대녕, 「지나가는 자의 초상」 _197  허망한 만남과 헤어짐 _257

71. 이혜경, 「그 집 앞」 _261  다시 한번 살아내리라 _306

72. 한창훈, 「올 라인 네코」 _311  사랑을 누가 말려 _336

73. 김소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_341  당신들이 어떻게 되든 우리 책임이 아냐 _366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9 - 위태로운 일상

74. 성석제, 「조동관 약전略傳」 _013  울다가 다시 웃다가 _041

75. 은희경, 「타인에게 말 걸기」 _051  나는 모르는 너의 사랑 _082

76. 전경린,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_087  내 속에 마녀가 산다 _118

77. 한강, 「내 여자의 열매」 _123  다들 어디로 달려가는 걸까 _150

78. 하성란, 「곰팡이꽃」 _155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_179

79. 전성태, 「존재의 숲」 _185  어디선가 배회하는 이야기의 헛것 _208

80. 김경욱, 「장국영이 죽었다고?」 _213  복제된 코드 속의 유령들 _236

81. 배수아, 「시취屍臭」 _243  사그라지는 사랑의 냄새 _266

82. 천운영, 「바늘」 _271  내 몸에 가득한 힘을 _294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 10 - 너에게로 가는 길

83. 김훈, 「화장火葬」 _013  나 돌아가고 싶은 곳 _054

84. 박민규, 「갑을고시원 체류기」 _063  나는 너희를 유폐시킨다 _092

85. 윤성희,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_101  찌질이들의 공동체 _121

86. 편혜영, 「저녁의 구애」 _127  어둠 속의 길 위에서 _148

87. 정이현, 「삼풍백화점」 _155  작고 불완전한 열쇠 _181

88. 천명관, 「숟가락아, 구부러져라」 _189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 한두 가지야? _218

89. 이기호, 「수인囚人」 _225  소설가는 곡괭이다 _258

90. 김중혁, 「엇박자 D」 _265  음치들의 합창 _291

91. 박형서, 「자정의 픽션」 _299  하나이면서 전체인 이야기 _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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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엮은이) 

1943년 중국 만주의 장춘(長春)에서 태어남.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962년 소설 『입석부근』으로 신인문학상 수상. 그후 『객지』, 『무기의 그늘』, 『삼포 가는 길』,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등 소설을 비롯, 어른을 위한 동화 『모랫말 아이들』,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의 삼국지』 등 발표.

 

 

출판사 문학동네의 책소개

 

염상섭부터 김애란까지,

거장 황석영과 함께 걷는 한국문학 100년의 숲

 

1962년 등단, 오십여 년 한결같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온 거장 황석영이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소설문학 작품들 가운데 직접 가려 뽑은 빼어난 단편 101편과 그가 전하는 우리 문학 이야기. 작가 황석영이 온몸으로 겪어낸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과거의 작품들은 그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부활했고, 오늘의 작품들은 그 깊이가 달라졌다. 긴 시간 현역작가로 활동해온 그이기에, 그리고 당대와 언제나 함께 호흡해온 그이기에 가능한 ‘황석영의 한국문학 읽기’! 특유의 입담과 깊이 있는 통찰, 과거와 오늘의 작품을 새로 읽는 데 있어 반성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우리 문학에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독자들까지도 작품 곁으로 성큼 이끌어준다.

 

기존의 국문학사나 세간의 평가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현재 독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된 작품들에는 유명한 작가의 지명도 높은 단편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힌 작가의 숨은 단편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각 권의 말미에는 시대와 작품을 아우르는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해설이 덧붙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우리 시대의 한국문학에 바치는 나의 헌사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나라와 사회의 운명이 평탄치 않아서 서구문학에 견주어 우리 문학의 수준을 감히 타매하는 이도 있고 일본과 중국 문학에 빗대어 비하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선집을 통해서 ‘고통받은 고통의 치유자, 또는 수난당한 수난의 해결자’인 문학의 이름으로 곡절 많은 이 땅의 삶을 담아낸 한국문학의 품격과 위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이 작품과 작가들을 보라.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 인생을 문학에 바쳤다. 나는 특히 작고한 선배들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의 갖가지 영욕의 생활을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적어나가던 그 숨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으며, 동시에 우리 근현대문학의 강인한 힘을 새삼 확인했다. 그들은 동구 밖의 돌담이나 정자나무처럼 풍상 속에서 무너지고 꺾이기도 하면서 늘 우리 곁에 있었다. _‘펴내며’ 중에서

 

나는 이 명쾌한 해설 앞에서 새삼 황석영 선생의 문학적 깊이에 압도당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문학 그 자체로 구성해온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실 진술의 진경이라고 할 만하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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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권 해설에서

 

_그는 만만치 않은 그간의 한국 근대문학 연구사의 두께를 소설가의 직관과 감성으로 단번에 뚫고 나올 줄 알았으며, 난삽한 관념적 용어로 설명되는 당대의 문학사적 맥락을 당신의 경험담에 기초한 구체적인 상황 제시로 산뜻하게 풀어낼 줄 알았다. 이를테면, ‘식민지 근대’를 ‘도둑이 집안에 들어올 때 걸쳐놓은 사다리’로 비유하는 대목이나 채만식의 「치숙痴叔」에 나타나는 풍자를 ‘봉산탈춤의 양반과장에 나오는 말뚝이 대목’과 겹쳐 읽어내는 모습, 이상이 경영했다가 말아먹은 다방 ‘제비’나 ‘낙랑파라’ 등 사실상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이나 변명이 면제된 모더니스트들의 ‘자발적 왕따의 소외 공간’을 토마스 만의 ‘맨 뒷자리 의자’로 이해하는 장면 등은 오십여 년에 이르는 작가적 연륜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_그가 공들여 묘사하고 있는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식민지 시대 작가들의 미처 제대로 발굴되지 못한 말년의 삶에 대한 복원은 이 시리즈의 첫 권이 거둔 가외의 소득이라고 할 만하다. 선생과도 여러 차례 주고받은 이야기이지만, 식민지 시대 작가들의 삶과 운명을 생각하면 어느 누군들 숙연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난과 요절, 식민지 현실의 정치적 억압과 구속, 전통에 대한 뿌리 깊은 애증…… 특히 ‘방북’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확인하게 된 월북 문인들의 말년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치는 대목이 적지 않다. (…) 한국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대목들을 쉽사리 잊기 어려울 것이다. 선생의 입을 통함으로써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작품이 되었다는 생각도 없지 않다. 놀라운 서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_신수정 해설, 「어느 아이러니스트의 소설 읽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1 식민지의 어둠

 

_‘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의 두번째 권 『해방과 전쟁』 편은 선생의 균형 잡힌 시선과 문학적 형식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으로 가득차 있다. 21세기에 다시 쓰는 ‘해방과 전쟁’의 소설사는 황석영의 필터를 통과함으로써 이데올로기로의 왜곡된 편향을 멈추고 이제까지 지나치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구부려졌던 각도를 재조정하게 된다. 그것은 폭압적인 이념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해나온 자만이 견지할 수 있는 성숙한 시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대담한 자기 완결성, 다가올 시간에 대한 장대한 구상력 등이 바탕이 될 때에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선생은 그 일을 해냈다. 이 기획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와 동행하는 자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_신수정 해설, 「남북 ‘합토제’로서의 소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2 해방과 전쟁

 

_‘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세번째 권은 주로 1930년을 전후하여 1942년에 이르는 시기에 태어난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이들 작가들의 문학적 이력으로부터 소위 ‘문학적 가계’라고 할 만한 ‘문학 족보’를 꾸릴 수 있게 되었다. 1930년 즈음 탄생한 이 시기 작가들은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서기 전 청소년기에 해방과 전쟁이라는 우리 민족 공통의 엄청난 사건에 노출된 세대이다. 그들의 자전적인 이력은 많은 경우 이 민족사의 재난과 무관하지 않다. 아마도 이 재난의 트라우마는 이들을 작가라는 운명으로 이끈 절대적인 계기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들에게서 발견되는 개인사의 우여곡절들은 그것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작가의 운명이라고 하는 것, 작가가 된다는 것,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어떤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_신수정 해설, 「잔인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3 폐허의 잡초처럼

 

_나는 1970년대 한국소설을 소개하면서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어느 시대가 그러하지 않으랴마는,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들은 늘 우리를 전율케 한다. 이 시기 작가들은 오늘날 지금 이곳의 삶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상징적 좌표들이다. 이문구, 이청준, 김원일의 유년은 온통 ‘좌익 아버지’로 인한 가족의 몰락과 해체의 경험으로 얼룩져 있으며, 황석영, 이문구, 송기숙 등의 삶은 유신독재체제의 정치적 억압과 감금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좌에서 우로 급격하게 자신의 이념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이병주의 사상적 행로는 또 어떤가. 주로 식민지 말기에 태어나 유년기에 해방과 전쟁을 겪고 청년기에 이르러 유신독재체제의 억압을 경험하며 이에 저항하다가 정치적 좌절을 경험한 이 세대의 삶은 오늘의 우리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들로 빛난다.

 

_황석영 선생은 자신이 포함된 이 시기 작품들을 개관하며 “옛 벗들의 삶과 작품을 객관적으로 대하려고 애쓰면서도 추억을 자꾸 곱씹게 되는 것은 나도 늙어간다는 것이리라”(140쪽)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 소회가 실감나는 것은 이 시기 소설가들과 선생이 맺고 있는 허다한 인연 탓이 크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선생과 삶의 한 갈피를 함께하며 한국문학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선생의 회고는 그 자체 인생의 진면목에 대한 깨우침이자 한국문학사의 이면에 해당되며 당대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대한 술회에 가깝다. 한없는 설렘과 가슴 저린 연민이 그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당연하다고 할 만하다.

_신수정 해설, 「현대식 교량을 꿈꾸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4 폭력의 근대화

 

_1970년대의 두번째 권은 박완서에서 시작해 오정희로 마무리된다. 우리 소설사는 197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탁월한 여성 소설가들을 배출하기 시작한다. (…) 1970년대에 이르면 ‘여성소설’의 맹아에 가까운 어떤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 소개된 박완서, 서영은, 오정희 등을 필두로 이전 시대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작가들, 예컨대 손소희, 임옥인, 한무숙, 한말숙, 강신재, 정연희 등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문단은 여성 작가들을 제외하고 그 구체적 양상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 우리의 여성 소설가는, 그 면면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문단의 구색용에서 벗어나 한국소설을 거론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될 문단의 중심축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되고 있기도 하다. 황석영 선생과 내가 1970년대의 두번째 권을 여성 작가와 함께 시작하고 마무리하기로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움직임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_신수정 해설, 「오래된 이태리 영화와 같은」,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5 생존의 상처

 

_이번에 묶인 작가들은 1954년생인 이창동, 임철우 등을 제외하면, 대개 해방이 되던 1945년부터 남북한 단독정부체제가 수립된 1948년 즈음 출생한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해방둥이. 그들은 식민지의 남루한 기억에서 자유롭다. 이 말은 그들이 식민지의 경험과 무관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식민지 시대의 잔재는 현재의 그들을 구속하는 기원으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무엇보다도 사회주의자 아버지의 월북과 그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경험한 몇몇 작가들, 즉 김성동, 김원우, 이문열 등은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의 이념에 대한 자신들 나름의 자의식을 자기 문학의 근저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윗세대 작가들, 예컨대 이문구(1941), 김원일(1942) 등과 비교하면 이 자의식의 양상이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김원우가 회고하는 있는 것처럼, 이 ‘해방둥이’ 작가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6·25를 겪고 그들의 아비와 작별하게 되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아버지와의 유대 경험 자체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아버지란 어머니의 회고에 의한 왜곡된 기억의 재구성일 뿐이다. 이 경우, 남편의 이념적 선택이 초래한 일상의 고통을 감당해야 했던 아내들에게 남편과 관련된 어떤 것, 즉 일상을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열정에 대한 미화를 기대하기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해방둥이’들의 소설이 윗세대 형들의 작품과 달리 이념에 냉소적인 것은 이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자유 대신 어머니의 일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 일화를 통해 1945년 해방이 한국 작가들의 심리적인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해방 전에 태어난 작가들과 해방 후 출생한 작가들 사이에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하는 것 같다.

_신수정 해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6 억압과 욕망

 

_1980년대 소설 두번째 권은 1950년 이후 출생한 작가들로 시작한다. 우리는 이미 앞 권에서 1980년대 소설의 첫번째 주자로 1945년 해방 이후 태어난 작가들의 소설을 자세하게 살펴본 바 있다. 최인호(1945), 박범신(1946), 이외수(1946), 윤후명(1946), 김원우(1947), 송기원(1947), 김성동(1947), 이문열(1948) 등이 바로 그 주역들이다. 예외라면 1954년 동갑내기 작가인 이창동, 임철우 정도랄까. 그 결과 우리는 ‘아비’가 부재한 상황에서 태어나 ‘억척어멈’의 모성 아래 유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해방둥이’ 작가들의 내면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이십대에 ‘5월 광주’를 경험한 세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이창동과 임철우의 소설을 통해 이 세대의 경험의 일단을 맛보기는 했으나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좋다. 이제 그때 미처 못다 한 이야기들을 시작할 차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리즈는 이창동, 임철우를 잇는 1950년대생 작가들의 속살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_신수정 해설, 「‘광주’에서 다시 ‘광주’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7 변혁과 미완의 출발

 

_황석영 선생에게 있어 1990년대는 소위 ‘잃어버린 십 년’이라고 할 만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선생은 1989년 방북 이후 독일과 미국 등지를 떠돌며 망명자의 신분으로 일상을 영위한 바 있으며 1993년 귀국한 뒤에도 1998년 석방되기까지 다시 오 년여의 시간을 감옥의 독방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보내기도 했다. (…) 그에게 1990년대 소설들은 동일한 시간대를 공유하는 ‘동시간대’의 산물이 아니라 뒤늦게 따라 읽은 ‘지나간 시간’의 기록에 가깝다. 이번 시리즈가 기왕의 것과 달리 작가의 삶을 회고하고 선생과의 인연을 되돌아보기보다 주로 작품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선생은 이번 기획을 통해 ‘빠진 이’처럼 흑백의 기억으로 남아 있던 자신의 1990년대에 총천연색의 파란만장한 추억을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역시 그의 추억을 통해 오늘 우리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태반을 확인하는 행운을 누렸다.

_신수정 해설, 「찬미와 묵시를 넘어」,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8 나와 너

 

_이번 권은 1990년대 소설 두번째 편이다. 우리는 이번 권을 기획하면서 1990년대 소설의 층위가 오늘날 우리 문학의 핵심에 해당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앞 권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이번에 살펴볼 작가들까지, 1990년대 초중반을 전후하여 등단한 작가들은 오늘날 우리 문단의 중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소설세계를 개관하는 것은 지금 이곳의 문학의 총체를 확인하는 작업과 다를 바 없다.

 

_1990년대는 우리 문학이 과도한 정치적 상상력으로부터 벗어나 문학의 독자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활발하게 펼쳐 보이기 시작한 시기다. 민족이나 역사처럼 문학을 둘러싼 외부 영역으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오기보다 그 자신의 내적 준거나 장르적 관습에 대한 회의나 갱신을 통해 작품의 새로운 동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전면화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_신수정 해설, 「우리 소설이 ‘허깨비’를 만날 때」,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_09 위태로운 일상

 

_마침내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기획이 마지막 권에 이르렀다. 이번 권에서 우리는 지금 이곳의 소설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김훈에서부터 김애란에 이르기까지 이번 권의 작가들은 세대의 층위를 아우르며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애초 백 편으로 기획되었던 작품의 수가 백한 편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백 편에 이어지는 나머지 한 편의 소설을 통하여 우리 소설의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석영 선생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이곳의 삶이 지속되는 한, 소설은 끝나지 않고,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_나뭇가지나 전깃줄에 앉아 있는 가을 들판의 철새들은 보다 큰 무리의 철새들이 날아들면 일단 하늘로 일제히 떠올라 새로운 무리와 더불어 허공을 빙빙 돌다가 어느 순간 다시 맞춤한 간격으로 내려앉기 시작한다고 한다. 선생은 말한다. 지금 우리의 세계는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을 맴돌고 있는 때라고. 그리고 우리의 작업이 ‘새들이 다시 내려앉는 것’에 관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이미 그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근대 백 년의 소설들을 따라 읽고 마침내 후배 소설가의 통찰력에 절대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 선생의 행위는 새로 날아든 새들과 허공으로 함께 날아오르는 날갯짓에 다름 아니다. 이제 ‘맞춤한 간격’만 잡으면 된다. 그럴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신수정 해설, 「지금은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을 맴돌 때」,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_10 너에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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