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FF63 (6) 시인의 영혼을 잠식하는 것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
NYFF63 (9/26–10/13)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
시인의 영혼을 잠식하는 것들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 <English version>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by Hong Sangsoo #NYFF63
홍상수 감독만큼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감독이 또 있을까? 영화감독, 소설가, 교수, 시인, 화가… 그의 33번째 작품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의 주인공은 시인이다. 시집 베스트셀러는 드물고,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인들은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2025 뉴욕영화제에 초청된 켄트 존스 감독, 윌렘 데포 주연의 '뒤늦은 명성(Late Fame)'에서도 1970년대에 시집을 출간했던 뉴요커가 우체국 직원으로 살아가다, 문학살롱의 청년에 의해 재발견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자연이…'는 서른다섯 살 시인 동화(하성국 분)의 하루를 따라간다. 세 해째 사귀는 연인 준희(강소이 분)를 서울 근교의 부모 집에 데려다주던 길, 그는 예상치 못하게 그 집 식구들과 하루를 보내게 된다. 벤 스틸러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Meet the Parents'(2000)의 상황이 코미디였다면, 홍상수의 버전은 훨씬 잔잔하고 씁쓸하다. 동화는 주말마다 결혼식 비디오를 찍으며 생계를 잇고, 중고로 산 1996년식 기아 프라이드를 '자부심'을 갖고 몰고 다닌다. 이상주의자인 그는 애인 가족과의 ‘면접 같은’ 만남 속에서 자신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자각한다. 영화는 제목 없는 8개의 챕터로 펼쳐진다.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by Hong Sangsoo #NYFF63
안경을 쓰지 않아도 더 편하다고 말하는 동화는, 세상을 흐릿하게 바라보며 안분지족하는 무명 시인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덜 무겁다'고 생각한다. 애인을 화나게 만들 정도로 자주 "모른다"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만, 그는 그저 느끼고 감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의 아버지는 성공한 변호사다. 그러나 준희 가족과 마주하며 외면해왔던 현실이 그를 압박한다.
식사는 커피에서 비빔밥과 제육볶음, 그리고 집 마당에서 키운 닭 한으로 조리한 닭백숙과 막걸리, 그리고 와인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백년 손님' 사위가 방문하면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 주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준희 부모의 서두른 환대는 또 다른 심판의 장이 되고, 시인의 이상은 물질적인 성공의 척도 아래 무너진다.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by Hong Sangsoo #NYFF63
저녁식사는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준희의 가족들은 끊임없이 동화를 물질의 잣대로 평가한다. 아버지는 그의 낡은 차와 ‘위선적인 콧수염’을 비웃고, 어머니(조윤희 분)는 동화가 재능이 없다고 단정한다. 언니(박미소 분)는 "아버지가 뒤에 있잖아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의 독립심을 상처낸다. 성공한 변호사인 아버지는 그를 '실패한 삶을 사는 사위감'으로 치부하고, 집의 개들마저 그에게 짖어댄다.
술에 취한 동화는 분노를 터뜨리고, 달을 보러 뒷산에 올랐다가 넘어져 상처를 입는다. 새벽에 집을 나서 중고차로 돌아가는 길, 차마저 고장이 나버린다. 그는 멈춰 선 차 안에서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며 중얼거린다. "이제 차는 좀 팔아야겠다."

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 by Hong Sangsoo #NYFF63
영화 속 동화는 시골의 자연에 매혹된다. 준희 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의 풍광, 마당의 닭들, 일몰과 달빛, 남한강변 신륵사의 은행나무와 사리탑까지-그는 모든 것을 시처럼 호흡한다. 제목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마치 그가 자연과 대화하는 듯한 순간을 포착한다. 그 모습은 윤동주의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떠올리게 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또한 동화가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는 과정은 윤동주의 '자화상'과 겹쳐진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홍상수는 이번에도 ‘원맨 밴드’처럼 제작, 연출, 각본, 촬영, 편집, 음악까지 모두 직접 맡았다. 배우 김민희가 제작실장을, 서지훈이 동시녹음을 맡았고, 단 다섯 명의 배우가 일주일간 촬영했다. 제작비는 10만 달러 미만. 철저한 작가주의 영화로 완성된 작품이다. 108분.
NYFF63 상영일정
Wed, Oct 1 8:45 PM
Wed, Oct 8 2:30 PM
Thu, Oct 9 6:30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5/films/what-does-that-nature
*홍상수 영화는 왜 나를 슬프게 하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소설가의 영화(The Novelist's Film) ★★★★☆
*The Novelist's Film review <English version>
*NYFF61: 홍상수 감독의 변(Artist Statement) '물 안에서(In Water)' ★★★★☆
*NYFF61: Hong Sangsoo's Artist Statement 'In Water' ★★★★☆
*'필름코멘트' 선정 2022 베스트 영화 20: 홍상수(7, 9위), 박찬욱(12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