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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너구리 '셰익스피어 인더 파크-12 야' 극장에 출몰

퍼블릭시어터, 마스코트 '델라코트 라쿤' 봉제 인형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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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센트럴파크 델라코트시어터에서 열린 '셰익스피어 인더 파크'의 '12야(Twelfth Night) 공연 피날레.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너구리'하면, 얼큰한 국물과 오동통한 면발로 인기를 얻어온 농심의 우동라면을 연상시킨다. 한국에서도 전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 너구리(raccoon, 라쿤)는 둔해 보이는 외모로 미련한 동물로 인식되고, 능청스러운 사람에 비유되기도 한다. 너구리를 처음 본 것은 수년 전 저녁 무렵 센트럴파크 남단을 걷던 중이었다. 몸집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팬다처럼 큰 두눈을 가진 너구리는 우리가 다가가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먹거리나 달라는 표정이었다. 너구리는 자신이 만든 굴 속에서 낮잠을 자다 밤에 나오는 야행성 동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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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센트럴파크에 재개관한 델라코트 시어터 울타리에서 서성거리는 너구리.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8월 중순의 선선한 저녁밤 센트럴파크에 퍼블릭시어터의 'Shakespeare in the Park' 공연인 '12 야(Twelfth Night)'을 보러갔다가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너구리를 보았다. 공연 시작 전 너구리 한마리가 8천5백만 달러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델라코트 시어터(Delacorte Theater) 울타리를 유유자적 거니는 모습이었다. 은밀하고 민첩하며, 묘하게도 침착한 너구리였다. 관객들은 셀폰으로 '12야'의 카메오로 등장한 너구리를 포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가면을 쓴듯 코믹한 얼굴에 독실한 털로 장난끼 넘치는 너구리는 셰익스피어 무대에서 즉흥 연기를 펼치는 코미디일까?

 

공연 후 모처럼 친구와 밤의 센트럴파크를 거닐었다. 한밤중에도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 57스트릿의 고층빌딩 불빛에 빛나는 호숫가에서 담소를 나누는 이들로 센트럴파크는 평화로웠다. 그런데, 소란스러운 소리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대여섯마리의 너구리 가족이 쓰레기통 옆에서 바쁘게 식사 중이었다. 사진을 찍으려 가까이 가니 털복숭이 가족들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공원을 걷다가 어느덧 72스트릿 존 레논이 살던 다코타 빌딩 쪽으로 향하는 길에 주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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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굴 속에서 잠을 자다가 해가 질 무렵 먹이를 찾아 나서는 야행성 동물 너구리들. 한 여인이 고양이 사료를 주고 있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한 여인이 쇼핑 카트 옆에서 누군가에 먹이를 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여인은 타겟 쇼핑 백 속에서 부지런히 사료를 꺼내 너구리 가족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무섭지 않아요! 저애가 엄마지요. 나머지는 아이들이구요."  너구리들은 그녀가 던져주는 고양이 사료로 배를 채우는 중이었다. 그 여인의 정성에 감동했다. 이때 어느 중년 여성이 지나가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너구리 여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는 건 공원에서 금지하고 있어요!" 

 

너구리는 기회주의적인 잡식성 동물이자 대식가로 알려졌다. 곤충, 과일, 식물에서 사람이 남긴 음식물 찌꺼기, 심지어는 독이 든 먹이까지 무엇이든 잘 먹는다. 멍청한 외모지만, 사실은 똑똑해서 물에 음식을 씻으며, 쓰레기통의 봉지를 능숙하게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구리들에게 붙여진 별명도 '쓰레기 팬다(trash pandas)' '밤의 산적들(bandits of the night)', '램블의 광대들(clowns of the Ramble)'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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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코트시어터 백스테이지에 출몰한 너구리들  Photo: Public Theater

 

그들은 셰익스피어 극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코믹한 모습이지만 보는 이들을 때로 불안하게 만든다. 능숙하게 쓰레기통을 열고 뷔페를 즐기며, 셰익스피어가 공연되는 극장에 태연하게 카메오로 나타난다. 개를 산책시키는 주인들은 너구리와 마추치는 것을 기피한다. 너구리들은 호기심이 많고, 익숙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뻔뻔한 캐릭터다. 너구리들은 때문에 극장 관객이나 피크닉 간식을 따라 출몰한다. 

 

너구리들은 '셰익스피어 인더 파크' 무대에 출몰해 배우들을 경악시킨 전력이 있다. 2006년 '맥베스(Macbeth)' 공연 중 리브 슈라이버(Liev Schreiber)가 놀랐으며, 2009년 '12 야' 공연 중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와 오드라 맥도날드(Audra McDonald)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퍼블릭 시어터는 이러한 너구리의 명성을 재치있게 받아들였다. 델라코트 시어터 재개장을 기념해 후원자들에게 '델라코트 라쿤(Delacorte Raccoon)'이라는 이름의 봉제인형 마스코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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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센트럴파크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잡식성 청소 동물로 활동하고, 해충 개체 수를 조절하며, 먹이를 먹으면서 씨앗을 퍼뜨리고, 사체와 음식물 쓰레기를 섭취하여 '자연 청소부' 역할을 한다.  먹이가 많은 곳을 떼지어 공략하며, 해질 무렵엔 가족 무리가 흩어진다. 2008년 센트럴파크의 너구리는 약 200-300여 마리로 추산됐다. 그러나, 2010년, 2018-19년 사이에 발생한 디스템퍼(canine distemper, 홍역) 발병으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엔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템퍼가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먹이를 줄 때 너구리 무리 사이로 빠르게 퍼진다고 한다. 먹이를 주는 것은 너구리들에게 의존성을 키우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며, 질병 확산을 가속화한다며 공원 측에선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을 요청해왔다. 평범한 뉴요커들에겐 삭막한 도시에서 밤의 팬다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충동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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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acorte Raccoon by Public Theater/ Nongshim Neoguri Spicy Seafood Multi Ramen

 

센트럴파크에서 너구리를 구경하려면, 해질녘에서 밤 사이 (여름엔 오후 7시-11시, 겨울엔 더 이른 시간) 델라코트 시어터와 터틀 폰드(Turtle Pond), 램블(Ram­ble)의 호숫가 근처, 할렘 미어 인근 노스우드(North Woods)의 덤불, 웨스트 100번가 더 풀(The Pool)의 숲 가장자리가 좋다. 너구리 가족은 보통 어미와 새끼가 함께 이동한다. 민첩하게 나무나 울타리로 기어오른다. 플래시를 비추면 어둠 속에서 눈이 반짝 반사되며 녹색으로 빛난다고 한다. 너무 가까이 가면 할퀴거나 물 수도 있다. 

https://www.nycgovparks.org/learn/wildlife-in-new-york-city/racc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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