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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ubon Terrace Historic District Stories <2> Hispanic Society of America 

 

프란시스코 고야의 걸작 '알바공작 부인' 

호아킨 소로야의 14패널 연작 '스페인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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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o Goya, The Black Duchess, 1797, 194cm×130 cm, 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맨해튼 워싱턴하이츠(Washington Heights)는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남으로 155스트릿, 북으로 뉴저지로 이어지는 조지워싱턴 브리지 인근 182스트릿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168스트릿의 뉴욕-프리스비테리안병원(NewYork-Presbyterian) 단지가 중심부에 있는 워싱턴하이츠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이민자들이 몰려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2020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워싱턴하이츠 주민의 2/3가 히스패닉계다. 45%가 도미니카공화국계, 6%가 멕시코계, 5%가 푸에르토리코계였다. 히트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의 린 마누엘 미란다(Lin-Manuel-Miranda)가 무명시절 작곡한 뮤지컬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의 배경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란다는 푸에르토리코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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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istoric image of Audubon Terrace (*date unknown), Photo: Hispanic Society Museum & Library

 

워싱턴하이츠 남단 155스트릿에는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위용이 마치 유럽의 고도시에 와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브로드웨이와 리버사이드드라이브의 한 블럭을 차지하는 단지 '오두본 테라스 역사지구(Audubon Terrace Historic District)'로 불리운다. 20세기 초 건축된 보자르와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건물 8채로 이루어진 오두본 테라스는 1979년 뉴욕시 랜드마크, 1980년엔 미 국가사적지로 등재됐다. 건너편엔 트리니티교회 묘지(Trinity Church Cemetery), 지하철 (1)의 스탑이 2 블럭 북쪽 157스트릿이다.  

 

오두본 테라스는 1904년 남태평양철도(Southern Pacific Railroad) 가문의 상속자이자 학자인 아처 밀턴 헌팅턴(Archer Milton Huntington, 1870-1955)이 사촌인 건축가 찰스 P. 헌팅턴에게 의뢰해 지어졌다. 이름은 조류학자이자 화가로 이 지역에 부지를 소유했던 존 제임스 오두본(John James Audubon)에서 따왔다.

 

필자의 뉴욕이 생활 30년이 가까이 되어가지만, 오두본 테라스에 가본 것은 단 세번이다. 최근 오랜만에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 뮤지엄 & 라이브러리에 가보았다. 오두본 테라스의 웅장한 건축미, 아처 헌팅턴의 열정, 그리고 프란시스코 고야의 걸작 회화 '알바 공작 부인' (1797)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Audubon Terrace Historic District Stories <2> Hispanic Society of America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 뮤지엄 &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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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한때 뉴욕타임스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오두본테라스 역사지구(Audubon Terrace Historic District)를 '뉴욕 문화계의 북극권(the Arctic Circle of New York's cultural globe)'으로 불렀다. 오리지널 8개의 문화예술기관 중 미문예아카데미와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 뮤지엄 &라이브러리 (Hispanic Society of America, Museum & Library)는 종종 오해받는 미술관이다.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문화를 탐구하는 곳이 아니라 옛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두 나라의 이전 식민지(남미, 필리핀 등)의 예술과 문화를 소개한다. 한때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아처 M. 헌팅턴 미술관(Archer M. Huntington Museum of Art)으로 변경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설립된 엘 무세오 델 바리오(El Museo del Barrio, 1230 5th Ave.@105th St,)는 푸에르토리코와 남미 미술을 소개하는 미술관이다. https://www.elmuseo.org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는 선사시대부터 디에고 벨라스케즈, 프란시스코 데 고야, 엘 그레코, 후세페 데 리베라,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호아킨 소로야 등 회화 7천점을 비롯 조각, 가구, 금속세공, 도자기와 직물 등 1만8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컬렉션에는 '돈키호테' 초판본을 비롯, 18세기 이전에 인쇄된 희귀 도서 1만5천권 등 25만권의 도서, 문서 20만점, 사진 17만5천장, 판화 1만5천장 등이 있다. 총 소장품 수는 75만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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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in Court of the Hispanic Society, around 1910. Photo: Hispanic Society Museum & Library

 

그러나,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는 외진 위치에 지역 커뮤니티와도 동떨어진 테마로 인해 무료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수가 연간 수천명에 지나지 않았다. 2015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 관장(1977-2008) 출신 필립 드 몬테벨로(Philippe de Montebello)를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그리고, 비어있는 보자르 양식의 미인디언원주민뮤지엄을 개보수해 규모를 약 2배로 늘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뮤지엄 문을 닫고, 셀도프 아키텍츠(*노이에갤러리, 프릭컬렉션 보수)의 주도로 약 2천만 달러를 투여한 공사를 진행했다. 2023년 5월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는 약 7년만에 재개관했다. 

 

뮤지엄이 문을 닫은 동안 주요 작품 약 200점은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을 시작으로 순회 전시되어 런던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마지막으로 전시되었다. 보수공사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루브르와 텍사스 킴벨미술관의 큐레이터로 벨라스케즈와 엘 그레코 전문가인 기욤 키엔츠(Guillaume Kientz)를 관장으로 임명했다. 키엔츠는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관람객 유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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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ús Rafael Soto (1923–2005), Penetrable, 1990. Steel, aluminum, and plastic hoses, 508 x 508 x 508 cm. Colección Patricia Phelps de Cisneros. Installation at the Hispanic Society Museum & Library, New York City

 

뮤지엄 건물 앞엔 베네수엘라 출신 키네틱 아티스트 헤수스 라파엘 소토(Jesús Rafael Soto) 작 'Penetrable'(1990)이 설치되어 있다. 메인 갤러리인 스페인 르네상스 양식의 테라코타 아케이드엔 고야, 벨라스케즈, 엘 그레코, 존 싱거 사전트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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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 & Splendor: El Greco, Velázquez, and the Hispanic Baroque, Blanton Museum of Ar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가 소장한 벨라스케즈, 엘 그레코 등 57점은 보수 공사를 기해 플로리다주 보카라튼미술관(Boca Raton Museum of Art, 11/7, 2024-3/30, 2025) 밀워키미술관(Milwaukee Art Museum, 5/2-7/27, 2025)를 거쳐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블랜튼미술관(Blanton Museum of Art, 8/24-2/1, 2026)에서 순회 전시를 마친다.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 뮤지엄&라이브러리의 입장은 무료다.

https://hispanicsociety.org 

  

 

#프란시스코 고야의 '알바 공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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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o Goya, The Black Duchess, 1797, 194cm×130 cm, 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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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o Goya, The White Duchess, 1795, 192cm×128cm, Collection of the Duke of Alba, Madrid 

 

루브르박물관에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존 싱거 사전트의 '마담 X', 노이에갤러리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바우어'가 있다면,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의 스타는 고야의 '알바공작부인'이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 외진 히스패닉소사이어티에 숨어있는 '알바공작 부인(Portrait of the Duchess of Alba, 1797)'을 뉴욕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품 톱 5에 꼽기도 한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1746-1828)가 그린 '알바공작 부인'은 제 13대 알바공작 부인 마리아 카예타나 데 실바(María del Pilar Teresa Cayetana de Silva Álvarez de Toledo y Silva Bazán, 1762–1802)의 초상화다. '검은 공작부인(The Black Duchess)'으로도 불리우는 이유는 2년 전 고야가 그린 'The White Duchess'(1795)와 짝을 이루는 초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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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o Goya, The Black Duchess (detail), 1797, 194cm×130 cm, 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당시 51세였던 고야와 과부가 된 35세의 공작부인 사이엔 로맨스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작부인은 남편을 애도하는 검은 상복 드레스를 입고 두개의 반지를 끼고 있다. 하나는 'Alba', 다른 하나는 'Goya'가 새겨진 반지다. 또한 그녀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가르키는 바닥엔 '오로지 고야(solo Goya)'가 새겨져 있다. 'solo Goya'는 원래 숨겨져 있었지만, 그림이 복원되며 드러났다. 

 

공작부인은 1796년 남편 호세가 39세로 사망하자 안달루시아의 한 저택으로 들어가 애도기간을 보냈다. 고야는 공작부인을 따라가 함께 머무는 동안 수많은 초상화와 스케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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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o Goya, The Black Duchess (detail), 1797, 194cm×130 cm, 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검은 공작부인'은 1802년 공작부인이 사망했을 당시 고야가 소유하고 있었다. 훗날 고야의 아들 하비에르가 팔았고, 여러 소유주를 거쳐서 1906년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아처 밀턴 헌팅턴이 구입해 협회에 기증했다. 반면, '하얀 공작부인'은 마드리드 릴리아 궁전(Liria Palace) 안 알바 하우스(House of Alba)에 소장되어 있다. 

 

 

#호아킨 소로야 작 '스페인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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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quín Sorolla, Vision of Spain, 1913–19, 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2023년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의 재개관으로 화제가 된 것은 소로야 룸의 신설이었다. 1926년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화가 호아킨 소로야(Joaquín Sorolla, 1863-1923)의 기념비적인 14점 연작화 '스페인의 비전(The Visions of Spain/ The Provinces of Spain, 1913-1919)' 전용 갤러리다. 

 

1909년 미히스패닉소사이어티의 설립자 아처 헌팅턴은 소로야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밤 11시까지 열며 무려 16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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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909 exhibit of Joaquín Sorolla. Photo: Hispanic Society Museum & Library

 

이에 헌팅턴은 1911년 파리에서 소로야를 만나 스페인 유화 연작을 의뢰했다. 원래 헌팅턴은 스페인의 역사를 강조했지만, 소로야는 이베리아 반도 지역의 삶을 선호해서 관습, 전통을 묘사하며 '스페인의 지방들'로 타이틀을 붙였다. 그는 1913년부터 나바라, 아라곤, 카탈로니아, 발렌시아, 엘체, 세비야,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갈리시아, 기푸스코아, 카스티야, 레온, 아야몬테 등을 방문해 그 지역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삶을 포착했다. 1919년 7월 마침내 14개의 패널이 완성됐다. 높이 12-14 피트 높이에 총 길이가 227피트(69미터)에 달하는 웅장한 연작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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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quín Sorolla, Vision of Spain, 1913–19, Hispanic Society of America, New York

 

'스페인의 비전'은 Castilla. La fiesta del pan (1913)/ Sevilla. Holy Week Penitents (1914)/ Aragón. La jota (1914)/ Navarra. El concejo del Roncal (1914)/ Guipúzcoa. Los bolos (1914)/ Andalucía. El encierro (1914)/ Sevilla. The Dance (1915)/ Sevilla. The Bullfighters (1915)/ Galicia. La romería (1915)/ Cataluña. El pescado (1915)/ Valencia. Las grupas (1916)/ Extremadura. El mercado (1917)/ Elche. El palmeral (1918-1919)/ Ayamonte. La pesca del atún (1919)으로 구성됐다. 

 

미히스패닉협회는 1926년 소로야 룸(Sorolla Room)은 마련해 '스페인의 비전'을 상설 전시했다. 2008년 리모델링을 위해 폐쇄되었고, 2010년에 다시 문을 열었다. 

 

2013년 6월 스페인국립무용단은 마드리드 마타데로문화센터에서 '스페인의 비전'의 개별 그림에 등장하는 의상, 관습, 춤을 바탕으로 한 안무 '소로야(Sorolla)'를 세계 초연했다. 총 250벌의 의상이 포함된 이 무용은 2015년 바르셀로나 리세우극장(Teatre del Liceu)과 2017년 마드리드의 왕립극장(Teatro Real)에서도 공연됐다. 

 

 

Hispanic Society of America Museum & Library

Audubon Terrace

3718 Broadway @155th St.

https://hispanicsociety.org 

 

*워싱턴하이츠 오두본 테라스 이야기 <1> 철도갑부 상속자의 사랑과 야망

*뉴욕 남미식당 (2) 도미니카 공화국: 말레콘(Malecon)과 통닭 구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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