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맛: 말레이시아 식당 논야(Nyonya) 블루크랩 (Blue Crab)의 황홀경
간장게장 만큼이나 중독적인 논야의 블루 크랩
갖은 양념 삼발(sambal, 새우젓) 소스의 감칠맛

논야 하우스 스페셜 블루 크랩. Nyonya, NYC
한여름에 입맛을 살려줄 수 있는 뉴욕 식당하면 떠오르는 곳은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그레이트뉴욕누들타운(Great N.Y. Noodletown), 헬스키친의 퓨어타이쿡하우스(Pure Thai Cookhouse), 그리고 리틀이태리의 논야(Nyonya)다. 중식당 그레이트뉴욕누들타운은 바삭 고소한 소프트셸 크랩과 솔트 베이크드 슈림프, 타이식당 퓨어타이쿡하우스는 새콤 매콤한 파라야 샐러드와 라차부리 국수, 그리고 말레이시아 식당 논야에선 로티 차나이와 새우탕면이 먹고싶어진다.

Nyonya, NYC
우리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식료품 숍 디 팔로(Di Palo's) 건너편에 자리한 논야는 25년 쯤 전에 친구와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처럼 아직도 가격이 착한 편이다. 종종 오키드를 샀던 이웃 센터스트릿의 동성화원의 중국인 여주인도 차이나타운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으로 추천했던 논야는 사실 차이나-말레이시아 퓨전 식당이다. 논야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 사는 중국계 여성이나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논야의 로티 차나이. Nyonya, NYC
논야에 가면 인도의 빵 '난'을 얇게 튀긴듯한 로티 차나이(Roti Canai)를 먼저 시키는데, 치킨카레 소스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다. 꼬치구이 사테(Satay)는 소고기나 닭고기를 섞어 주문하는데, 치킨은 부드럽지만, 비프는 가끔 질기다. 삼발 소스로 국물 맛을 낸 새우탕면(Prawn Mee)은 에그누들, 돼지고기, 새우, 숙주가 들어갔는데, 국물의 감칠 맛이 중독적이다. 오래 전 새콤매콤한 레몬그라스 소스에 튀긴 생선(Deep Fried Fish in Thai Sauce)도 즐겼지만, 싱싱한 생선을 골라 요리를 주문할 수 있는 아스토리아 씨푸드(Astoria Seafood)를 알게된 후엔 다른 식당의 생선 요리에 흥미를 잃었다.

논야의 새우탕면. Nyonya, NYC
오랜만에 논야에서 저녁 약속을 했다. 몸이 찌뿌둥해 그 동네에 가는 김에 박스터 스트릿에서 침을 맞고, 부황도 뜨고, 헤스터 스트릿에서 발맛사지도 받았다. 오랫동안 몸에 쌓인 독소가 좀 풀려나간듯 했다.
이젠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할 시간. 이번엔 논야에서 로티 차나이와 국수요리 호키엔 미(Hokkien Mee)을 시켰다. 로티 차나이는 여전히 바삭고소했지만, 돼지고기와 새우를 넣어 볶은 호키엔 미는 여느 중국집의 국수와 유사했다. 메인 디쉬로 친구는 치킨 카레 라이스(Kari Ayam), 나는 과감하게 논야 하우스 스페셜 블루크랩 (Nyonya House Special Blue Crabs)을 주문했다.
예전에 논야에서 블루크랩을 시켰는데, 딱딱한 게의 살을 발라 먹는데 애를 먹었고, 손이 엉망이 되었다. 게살의 맛보다는 새콤매콤 소스는 맛으로 기억에 남았다. 다시 손에 양념을 묻히면서 먹어야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한여름의 블루크랩에 끌렸다.

논야의 블루 크랩 메뉴.
논야는 세가지 블루크랩 요리를 제공한다. 14. Nyonya House Special Blue Crabs (건새우와 하우스 스페셜 소스로 조리한 크랩), 15. Crabs in Special Aromatic Flavor (레몬그라스, 건새우, 달걀, 양파, 고추 소스로 조리한 크랩), 16. Chilli Blue Crabs (달콤매콤한 소스에 조리한 후 파, 붉은 고추, 달걀, 생강을 얹은 크랩), 가격은 $26.95로 동일하다.

Fatty Crab의 칠리 크랩, 2013
2013년 그리니치빌리지의 말레이시아 레스토랑 패티 크랩(Fatty Crab)에서 먹었던 칠리 크랩(辣椒螃蟹, 당시 $53)의 황홀한 맛을 기억해냈다. 커다란 던저니스 크랩(워싱턴주)을 코코넛, 토마토와 향신료를 넣어 조리한 칠리 크랩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리였다. 한번 더 가서 즐겼지만, 패티 크랩은 곧 문을 닫고 말았다.
칠리 크랩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인기있는 요리로 신선한 머드 크랩을 고추, 토마토, 마늘, 생강, 샬롯, 발효 된장(타우쿠)과 새우젓(벨라찬) 등의 소스로 조리한다. 칠리 크랩(말레이어로 케탐 베를라다, Ketam berlada)는 2009년 말레이시아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CNN은 2013년 칠리 크랩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 중 35위에 선정했다.

치킨 커리, 호키엔 미, 논야 하우스 스페셜 블루 크랩, 코코넛 라이스, 소비뇽 블랑 한잔.
논야의 하우스 스페셜 블루크랩은 스펠셜 소스로 조리한 4개의 크랩의 몸통과 껍질까지 알로 가득 차 있었다. 크랩을 많이 먹어봤지만, 이런 횡재는 드문 경우였다. 새콤, 달콤, 매콤하고 감칠맛이 풍부한 소스만으로도 밥 2공기는 너끈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양은 거의 3인분에 달한다. 혼자 먹고 절반 이상 남아 다음날 점심 때 다시 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이 블루크랩 소스는 고추장과 갖은 양념의 나라를 자부하는 한국인으로서 호기심과 부러움을 일으켰다. 서버에게 물었더니 '하우스 스페셜 소스'라고 했다. 아무래도 새우가 들어간 만큼 기본은 인도네시아의 삼발(sambal) 소스인듯 했다. 잘개 부순 새우나 크릴을 소금에 절여 몇주간 발효시킨 새우 페이스트(terasi/ belacan)에 고추, 마늘, 생강, 샬롯, 파, 야자설탕, 라임즙 등으로 만든 소스다. 인도네시아엔 삼발 소스가 무려 약 212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새우탕면의 국물 맛도 바로 삼발 소스가 내는 깊은 맛이다. 논야의 하우스 스페셜 블루크랩은 누들타운의 소프트셸크랩과 함께 여름철 뉴욕에서 꼭 먹어야할 음식이 되었다.

블루 크랩을 먹고 있는 두 여인. Nyonya, NYC
그런데,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칠 무렵 저 창가 쪽 테이블에서 두 백인 여성들이 크랩을 먹고 있었다. 찐 랍스터와는 달리 양념이 듬뿍 칠해진 논야의 크랩을 손으로 먹기 시작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진정한 식도락가들같았다.
논야는 와인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카버네 소비뇽, 멀로, 피노 누아, 말벡 등 레드 와인과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지오, 리슬링 등 화이트 와인이 글래스당 9달러, 병에 35달러다. 여름에는 꼭 거쳐가야할 식당, 논야. 올 여름이 가기 전 다시 블루크랩을 먹으러 가야겠다.

Katsushika Hokusai, Crabs, ca. 1808-1809

Vincent van Gogh, Two Crabs, 1889
크랩을 좋아하다 보니 빈센트 반 고흐의 크랩 그림도 눈에 띈다. 반 고흐는 1889년 1월 병원에서 퇴원한 후 두점의 게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1888년 9월 동생 테오가 보내준 잡지 '일본 예술(Le Japon Artistique)'에서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 葛飾北斎)의 게 판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 고흐가 크랩 직접 보고 그렸거나, 먹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녹색 배경에 보색의 진홍색 게가 대조적인 반 고흐의 '두마리의 게(Two Crabs)'는 런던 내셔널갤러리, '뒤집어진 게(Crab on its Back)'는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말레이시아 주요 음식 Masakan Malaysia
말레이시아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무슬림 등 다양한 민족이 어우려져 다채롭고, 풍미가 가득한 요리 문화를 자부하고 있다. 코코넛, 카레, 매콤, 새콤한 소스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나시 레막 Nasi Lemak: 말레이시아의 국민 요리. 코코넛 밀크와 바나나 잎으로 지은 밥에 삼발(고추장), 튀긴 멸치, 땅콩, 삶은 계란을 곁들여 먹는 요리. 우리의 멸치볶음 백반에 땅콩과 계란을 곁들인 것 같아 친근하다.
-나시고렝 Nasi Goreng: 고기, 채소, 계란을 넣은 볶음밥
-미고렝 Mee Goreng: 말레이시아 볶음면. 고기, 채소 등을 넣는다.
-사테 Satay: 꼬치 구이,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을 사용하며 땅콩 소스에 찍어 먹는다.
-락사 Laksa: 코코넛 베이스에 향신료가 듬뿍 들어가 매콤한 국수. *아삼 락사 Assam Laksa (새콤매콤한 생선 육수)
-로티 차나이 Roti Canai: 인도식 버터(Ghee)와 기름으로 철판에 구운 빵. 카레에 찍어 먹는다. 아침식사와 야식으로 인기 있다. 로티 텔루르(계란 포함)와 로티 티슈(얇고 바삭한)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차 콰이 테오 Char Koay Teow: 해산물 중국식 소시지, 숙주나물을 넣고 볶은 납작한 쌀국수.
-호키엔 미 Hokkien Mee: 굵은 노란색 국수를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와 함께 볶은 국수.
-하카 미 Hakka mee: 다진 고기 소스를 올린 국수.
-비프 렌당 Beef Rendang: 코코넛 밀크와 향신료에 졸인 소고기 요리. 인도네시아도 유명하다.
-하이난 치킨 라이스 Hainanese chicken rice: 중국 하이난(海南省)에서 유래한 요리. 찜 닭과 닭국물로 지은 밥을 함께 낸다.
-아이얌 고렝 Ayam goreng: 향신료에 재운 프라이드 치킨
-나시 칸다르 (Nasi Kandar): 다양한 반찬과 카레를 밥과 함께 먹는 인도 무슬림 음식.
-클레이팟 치킨 라이스 Claypot Chicken Rice: 뚝배기에 밥, 닭고기, 채소 등을 넣어 익힌 요리.
-아이스 카창 Ais kacang: 야자씨, 팥, 옥수수, 젤리, 구운 땅콩, 연유 또는 코코넛 밀크를 붉은 장미 시럽과 함께 얼음 위에 뿌려내는 팥빙수.
Nyonya
199 Grand St New York City
(212) 334-3669
*싸고 맛있는 집 <6> 퓨어 타이 쿡하우스(PURE Thai Cookhouse)
*NYCB '2012 음식 톱 5': 칠리 크랩, 펌킨 리조토, 브란지노, 마파두부, 포토푀
*인도, 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욕 동남아 레스토랑 톱 10, 2013
*돌아온 물렁게...뉴욕 누들타운 소프트셸 크랩의 황홀한 맛
*컬빗키친 레시피 (11) Live! 포슈 랍스터+던저니스 크랩 삶아 먹기
*리틀이태리 디 팔로(Di Palo's)에서 사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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