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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6회 수상 오드라 맥도날드의 '집시(Gypsy)' 8월 17일까지 

토니 3개 수상 '선셋 불러바드(Sunset Boulevard)' 7월 20일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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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극장가 44스트릿에서 마주보고 있는 두 극장, 머제스틱 시어터(Majestic Theater)엔 리바이벌 뮤지컬 '집시(Gypsy)', 건너편 세인트 제임스 시어터(St. James Theater)에선 리바이벌 뮤지컬 '선셋 불러바드(Sunset Boulevard)'의 간판이 마주보고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선셋 불러바드'의 노마 데스몬드와 '집시'의 마마 로즈는 강인한 의지과 열정에 사로잡힌 여성들이다. 노마는 무성영화시대의 영광이라는 과거에 매달리고, 로즈는 과대망상적인 꿈으로 아이들을 미래로 밀어붙인다.  

 

 

니콜 셔징거의 '선셋 불러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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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e Scherzinger as ‘Norma Desmond’ and Hannah Yun Chamberlain as ‘Young Norma’ with Tom Francis (seated) as Joe Gillis in “Sunset Boulevard” on Broadway, 2024.  Photo by Marc Brenner

 

주연 니콜 셔징거(Nocole Scherzinger)에게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선셋 불레바드'는 지난 2월 보았다. 왕년 무성영화 스타였던 노마 데스몬드의 광끼를 그린 빌리 와일더 감독, 글로리아 스완슨 주연의 동명 영화(1950)를 바탕으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로 1993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이번 브로드웨이 리바이벌은 웨스트엔드에서 찬사를 받은 후 지난해 9월 개막했다. 

 

하와이 출신 니콜 셔징거는 한국에서 수입된 뮤지컬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렌 크리스(Darren Criss)와 함께 필리핀계 배우로 영광을 누렸다. 1991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의 리아 살롱가(Lea Salonga)가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후 롤 모델이 되었음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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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3일 세인트제임스시어터에서 열린 '선셋 불러바드' 커튼 홀에서 니콜 셔징거가 무대로 나오며 관객의 갈채를 받고 있다. 

 

'선셋 불러바드'에서 셔징거의 가창력은 훌륭했지만, 무대 위 스크린으로 실험영화적인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은 프로덕션 디자인에 소홀히하고, 제작비 절감을 노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할리우드 여배우의 스토리라 의도적인 무대장치일수도 있겠다. 시나리오 작가 조 역의 톰 프란시스(Tom Francis)가 라이브로 백스테이지에서 44스트릿으로 나가 '선셋 불러바드'를 부르다가 무대로 돌아오는 장면은 다이나믹했지만 스크린은 연극의 친밀감을 앗아갔다. 어쨋거나 '선셋 불러바드'는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 여우주연, 조명상을 수상했다. 그리나, 7월 20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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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0일 '선셋 불러바드' 마지막 공연 후 극장 앞의 관객들. 

 

 

오드라 맥도날드의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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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Woods and Audra McDonald in the 2024 revival Gypsy. Photo by Julieta Cervantes

 

우연히도 7월 20일 건너편 머제스틱시어터의 뮤지컬 '집시'를 보러갔다. 스트리퍼 집시 로즈 리(Gypsy Rose Lee)의 회고록 'Gypsy: A Memoir'(1957)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대공황시대 두딸을 스타로 키우려는 매니저 엄마 로즈의 광끼를 그렸다. '퍼니 걸(Funny Girl)'의 줄 스타인(Jule Styne)이 작곡하고, 가사는 스티븐 손하임(Stephen Sondheim)이 썼다. 2024 브로드웨이 리바이벌의 연출은 토니상 2회(미국의 천사들, Bring in 'da Noise/Bring in 'da Funk) 수상 경력의 조지 C. 올프(George C. Wolfe)가 맡으면서 로즈 가족을 흑인 버전으로 각색했다. 

 

안젤라 랜스베리, 패티 루폰, 버나뎃 피터스 등 베테랑 배우들이 거쳐간 '집시'의 로즈는 여배우들에게 꿈의 캐릭터다. 흥미롭게도 로즈와 노마 역으로 찬사를 받았던 패티 루폰은 오드라 맥도날드와 글렌 클로즈를 비하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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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머제스틱시어터에서 열린 리바이벌 뮤지컬 '집시'의 커튼콜.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마마 로즈 역의 오드라 맥도날드는 특히 엔딩에서 부르는 "Rose's Turn"은 풍부한 성량의 가창력으로 사로잡았지만, 극중 내내 격앙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분노한 여인의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로즈의 내면에 가득한 열망과 고뇌와 갈등이라는 감정을 정교하게 표현하는데는 아쉬움이 남는 연기였다. 

 

토니상을 무려 6회(카루셀, 마스터 클래스, 래그타임, 태양 아래 건포도, 포기와 베스, Lady Day at Emerson's Bar and Grill)나 거머쥔 오드라 맥도날드(Audra McDonald)가 마마 로즈로 출연해 올해도 토니상 후보에 올랐지만, 트로피는 베테랑을 외면하고 신예 셔징거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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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psy' (1962) directed by Mervyn LeRoy 

 

마침 케이블 TV TCM에서 로잘린드 러셀과 나탈리 우드가 주연한 머빈 르로이 감독(애수, Waterloo Bridge)의 '집시'를 볼 수 있었다. 마마 로즈 역의 로잘린드 러셀은 교활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고, 유머러스하다. 그녀는 사랑, 두려움, 자존심이 뒤섞인 감정에 뿌리를 두어 연민을 이끌어낸다. 

 

연극은 롱숏의 라이브 예술이며, 영화는 클로즈업의 녹화된 예술이다. 연극의 묘미는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의 연기력에 있으며, 영화의 묘미는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배우의 미세한 연기가 매력이다. 클로즈업은 마마 로즈와 루이즈, 준의 열망과 고뇌를 정교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장면전환이 자유로운 영화판 '집시'에선 로즈 가족의 도로 여행 장면과 인디언 보호구역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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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estic Theater, Broadway

 

조지 C. 울프와 오드라 맥도날드의 '집시'는 1962년 영화판에 비교적 충실했지만, 흑인 버전으로 캐스팅함으로써 극적인 신빙성을 앗아갔다. 디즈니가 흑인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인어 공주(Little Mermaid)'는 판타지로 감안할 수 있어도, 대공황 시대 백인 중심의 보드빌과 벌레스크 세계에 들어간 로즈 가족은 사실성이 떨어진다. 이 시대 최고 브로드웨이 배우 오드라 맥도날드의 연기에 관객은 기립박수 갈채를 보냈지만, '집시'는 예정보다 빠른 8월 17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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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estic Theater, Broadway

 

사실 '집시'는 2008년 건너편 세인트 제임스 시어터에서 패니 루폰(Patti LuPone)과 로라 베난티(Laura Benanti) 주연으로 리바이벌됐을 때 본 적이 있다. 한편, 머제스틱시어터는 2023년 4월 35년간 롱런해온(13,981회 공연)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가 폐막된 후 보수 공사를 거쳤으며, 2024년 11월 '집시'로 재개관했다.  

 

 

*NYT: 런던에서 찬사받고, 브로드웨이에서 뺨맞는 뮤지컬들

https://www.nyculturebeat.com/?mid=Stage2&document_srl=414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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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5.07.28 10:10
    '선셋 불러바드'하면 주인공인 노마 데스몬드역을 연기했던 글로리아 스완슨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녀가 무성영화시대 때 최고의 여배우였다는 것보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부친인 조셉 케네디의 연인으로 더 알려졌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출연한 '선셋 불러바드'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인생의 허망함을 잘 나타낸 영화라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명화는 살아있네요.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을 했다니 감회가 깊습니다.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