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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 허병렬: 여름에 자라는 학부모
은총의 교실 (108) Summer Time
여름에 자라는 학부모

Paul Cézanne (1839-1906), Norman Farm, Summer (Hattenville), 1882
“너희는 좋겠다. 성적표가 없어서...” 어린이가 오리가족 사진을 들여다보며 하는 말이다. 아빠오리가 앞장서고, 아기오리들이 한 줄로 뒤따르고, 맨 뒤에 엄마오리가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것을 보고 있던 어린이에게 느닷없이 성적표가 생각난 것이다.
여름방학이 가까이 오고 있음은 걱정거리가 닥쳐옴을 말한다. “너, 성적표야, 바람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버려라.”성적표는 자녀를 꾸짖는 꼬투리가 된다. 자녀의 성적이 나쁘면 말할 것도 없고, 좋더라도 욕심이 생겨서 불만을 말하게 된다. “넌 부끄럽지 않니? 이런 성적으로 어떻게 좋은 학교에 갈 수 있겠어? 네 친구 아무개는 잘 했을 텐데...” 듣고 있으면 끝없이 이어지는 엄마 아빠의 불평이 듣기 싫다. 수많은 칭찬과 격려의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친구들과의 비교는 더욱 참기 힘들다.
긴 여름방학이 부모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어디에 맡기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하나, 무엇을 가르치나, 누구와 만나게 하나, 가족의 특별한 행사는 어떻게 계획하나, 시간과 경비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등을 생각해야 하는 여름방학이 너무 길다. 부모의 복잡한 사정을 이해하기에 자녀들은 너무 어리다.
여름방학이 가까이 올수록 자녀들의 마음은 부풀어오고, 학부모들의 고뇌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매년 있는 방학, 불평하거나 무리할 것이 없다. 자녀들도 틀림없는 가족의 한 사람이니까 가정 사정에 알맞는 즐거운 여름방학 계획을 세운다. 즉, 가족애를 느끼고, 가족이 협력하는 기간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나는 여름 나무’라고 부르짖게 한다. 나무의 여름은 성장기의 절정을 이룬다. 자녀들의 몸과 마음도 여름에 부쩍부쩍 자란다. 이 시기에 가족의 일을 돕고, 배우고 싶은 것은 배우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실컷 놀거나 자고, 돌아다니면서 자라는 것이다. 틀에 박힌 학교 생활을 떠나서, 색다른 체험으로 마음껏 여름을 즐기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우리 자녀에게 첫째로 길러주고 싶은 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자율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자녀는 자기 스스로 자라야 하는 독립적인 생명체이다. 부모나 교사 그밖에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단독의 존재이다. 그래서 자녀 자신이 살아나가는 역량을 기를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서툴더라도 차츰차츰 자율적으로 내 생활을 이어나가는 힘이 길러지는 것을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해, 이렇게 해, 이 길을 가, 이 책을 읽어, 이렇게 써, 이 친구하고 놀아... 등의 지시를 바꾼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이지?, 어떻게 쓰고 싶어?, 누구하고 놀까?... 등으로 바꾼다. 이런 방법으로 질문하면서 자녀를 키우려면 시간이 걸린다. 실패할 수도 있다. 자녀의 움직임이 더디고 성과에 만족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귀한 성장 과정이다. 누구나 이렇게 삶의 방법을 배웠다.
드디어 자녀들이 간섭하는 부모에게 외친다. “I like to be myself.” 이렇게 되면 강한 삶의 방법을 익히고 본 궤도에 오른 자녀의 강한 모습을 보게 된다. 자녀들에게 집중적으로 삶의 방법을 습관화시키기 좋은 때가 여름방학이다.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일조차 결정을 못하고 부모의 얼굴만 쳐다보는 자녀라면 곤란하다. “내 생각대로 하겠어요. 내 일이니까”라고 말하는 자녀를 키우고 싶다. 어차피 혼자 살아야 할 테니까.
여름은 만물이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는 계절이다. 우리 자녀들도 ‘나는 여름 나무’라고 외친다. 길고 지루할 것 같은 여름방학을 잘 활용하면 자녀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성적표를 참고 자료로 하면서 부모의 가정교육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우리도 너희를 따라 ‘여름에 자라는 학부모’가 되겠다고. <2011>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선생님 언제 결혼하세요? 하고 질문을 하면,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 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대답하곤 하셨던 다정한 모습도 떠오릅니다.
2세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시기에 여념이 없으셨던 선생님, 얘네들을 위해 초초로 한글판 교과서를 만들어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학교에 초석을 세워 주셨습니다. 그때가 1970년대 였으니까 반세기가 넘었네요.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백세를 바라 보시는 선생님께 만수무강을 빕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