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릭컬렉션에 모인 '베르메르의 러브레터 (Vermeer’s Love Letters)'
Vermeer’s Love Letters
June 18, 2025 to August 31, 2025
The Frick Collection, NYC

Vermeer’s Love Letters, June 18, 2025 to August 31, 2025, The Frick Collection, NYC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 1632-1675)는 2세기 뒤에 활동한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만큼이나 미술전의 블록버스터다. 두 화가 모두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며, 사후에서야 재발견됐다. 37세로 요절한 반 고흐는 약 900여점의 회화가 전해지며, 드로잉까지 합치면 2천여점이 넘는다. 한편, 베르메르는 37점(공인 작품은 34점) 내외의 회화가 남아있으며, 드로잉은 한점도 없다.
베르메르는 빛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묘사했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은밀한 장면을 포착했다. 희소성과 함께 그 회화 속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은 베르메르를 보다 극적인 화가로 만들었다. 베르메르와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소설(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1999), 영화 (피터 웨버 감독,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2003)', 오페라(루이스 안드리센 작곡, 피터 그리너웨이 연출 '베르메르에게 편지 쓰기', 1997) 등이 나왔다.

Vermeer’s Love Letters, June 18, 2025 to August 31, 2025, The Frick Collection, NYC
베르메르의 그림에 종종 등장하는 '편지'는 그 비밀성으로 인해 더욱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필자는 2004년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의 브루스미술관(Bruce Museum)에서 열린 '러브 레터: 베르메르 시대의 네덜란드 장르 회화 (Love Letters: Dutch Genre Paintings in the Age of Vermeer)'를 주제로 한 특별전에 보러간 적이 있었다. 편지가 담긴 회화가 베르메르 시대 풍속화의 한 장르로 소개한 전시로 38점이 전시됐다. 더블린의 아일랜드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Ireland)에 이은 순회전으로 이 미술관이 소장한 '하녀와 편지를 쓰는 여인 (Woman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한점만이 베르메르 회화였던 것 같다.

로버트 푸치(Robert Fucci) 큐레이터가 6월 18일 언론 프리뷰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맨해튼의 프릭컬렉션(The Frick Collection)은 베르메르의 회화 3점,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엔 5점이 있다. 그리고,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에 3점이 소장되어 있다. 프릭컬렉션이 2억2천만 달러에 달하는 개조공사 후에 여는 특별전 '베르메르의 러브레터(Vermeer’s Love Letters, 6.18-8/31)'는 베르메르와 편지를 주제로 한 회화 딱 세점을 모은 전시다. 프릭컬렉션이 소장한 '여주인과 하녀(Mistress and Maid)', 아일랜드국립미술관 소장 '하녀와 편지를 쓰는 여인', 그리고 암스테르담 라이크스뮤지엄이 소장한 '러브레터(Love Letter)'다.
1675년 베르메르는 43세로 사망한 후 부인 카타리나 볼네스(Catharina Bolnes)는 11명의 자녀를 키우며 파산에 이르렀다. 그녀는 빵값을 갚으려고 '러브레터'와 '하녀와 편지를 쓰는 여인'을 언젠가 되찾는다는 조건으로 제빵사에게 주었다. 그러나, 도로 찾아오지 못했다.

프릭컬렉션 전시에는 빠진 베르메르의 편지가 있는 회화 3점. A Lady Writing a Letter,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Woman Reading a Letter, Rijksmuseum, Amsterdam/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
사실상 베르메르는 편지가 담긴 회화를 총 6점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DC 내셔널갤러리의 '편지를 쓰는 여인(A Lady Writing a Letter)', 암스테르담 라이크스뮤지엄의 '편지를 읽는 여인(Woman Reading a Letter)', 그리고 독일 드레스덴 고전회화미술관(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이 소장한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Young Woman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는 오지 못했다. 그러므로 프릭컬렉션의 이번 특별전 '베르메르의 러브레터'는 아쉽게도 단 3점이 모인 절반의 전시다. 그러나, 프릭에는 '웃는 소녀와 장교(Officer with a Laughing Girl)'와 '음악에 방해받은 소녀(Girl Interrupted at Her Music)'가 걸려있다.

Gabriel Metsu (1629-1667), The Letter Writer Surprised, c.1658–60/ HALS, Dirck Hals (1591-1656), Woman Tearing a Letter, 1631
그러면, 왜 베르메르 시대 화가들은 편지를 소재로 즐겨 그렸을까?
17세기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문맹률이 높은 나라였으며, 출판의 중심지이자 편지 쓰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편지 쓰는 것은 개인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점에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면서 유행이 됐다. 편지 교환의 기술과 예절에 대한 지침서까지 출판되었다. 하인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용주들은 메시지를 은밀하게 전달해야할 때 하인에게 배달을 맡겼다.
1650년대부터 편지 쓰기는 점점 더 인기를 끌기 시작해 베르메르를 비롯, 헤라르트 테르 보르흐(Gerard ter Borch), 가브리엘 메츠(Gabriel Metsu), 피터르 데 호흐(Pieter de Hooch), 얀 스텐(Jan Steen) 코이링 반 브레켈렌캄(Quirijn Brekelenkam) 등 당대 화가들도 편지를 쓰고, 받아쓰고, 받고, 보내고, 읽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렸다.

Jan Steen (1626-1679), Bathsheba, late 1660s/ Nicolas Knüpfer (1609-1660), Sophonisba, a Carthaginian noblewoman, 1635
관람객이 편지의 내용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도 화가들은 그림 속에서 힌트를 주었을 것이다. 디르크 할스(Dirck Hals)는 풍랑이 이는 바다와 배의 풍경화를 넣어 편지 찢는 여인의 표정뿐만 아니라 속 마음을 암시했다. 상사병에 걸린 처녀를 방문하는 의사의 모습에서 편지를 소품으로 사용했다. 니콜라스 크뉘페르(Nicolas Knüpfer)가 카르타고 장군의 딸을 그린 '소포니스바의 죽음'이나 얀 스텐의 '다윗의 편지를 받은 밧세바' 등 역사와 신화 속에서 소재를 찾기도 했다. 베르메르는 '그림 속의 그림'으로 인물의 심경을 상징하기도 했다. https://www.frick.org
프릭컬렉션 '베르메르의 러브레터' 전시작 3점
# 러브레터, 라이크스뮤지엄, 암스테르담

Johannes Vermeer (1632–1675), The Love Letter, ca. 1669–70, Oil on canvas, 17 5/16 × 15 3/16 in. (44 × 38.5 cm), Rijksmuseum, Amsterdam
세점 중 가장 작은 그림으로 베르메르 그림 4점을 소장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라이크스뮤지엄에서 대여해왔다. 커튼에 쳐진 실내가 마치 하녀와 여주인을 훔쳐보듯이 묘사했다. 노란색 드레스 차림에 진주 목걸이와 귀고리 차림의 여주인이 시턴(Cittern, 루트의 일종)를 들고 앉아 하녀가 건내준 편지를 받고 있는 순간이다. 하녀는 옅은 미소를 짓고, 벽에 걸린 바다와 나무가 있는 풍경을 담았다. 그림 속 편지가 러브레터로 보이는 이유는 시턴은 당시 육체적 사랑의 상징으로 사용됐던 악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빗자루는 가정일, 옆의 (벗겨진) 슬리퍼는 섹스를 상징한다. 아래의 폭풍우 치는 바다는 격정적인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 그림은 1971년 9월 브뤼셀미술관(Centre for Fine Arts, Brussels)에서 대여 전시 중 도난당했다. 범인인 21세의 청년은 미술관 전기실에 숨었다가 그림을 액자째 훔쳐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가 액자가 창문을 통과하지 못하자 칼로 캔버스를 잘라 숨겨 자신이 일하는 호텔방에 숨겼다고 한다. 범행 동기는 1971년 방글라데시 대학살로 벵골 난민들에게 2억 프랑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림은 미술관으로 돌아갔고, 복구에 1년 가까이 걸렸다. 청년은 벌금형과 2년형을 받았다가 6개월만 살고 석방됐다.
# 하녀와 편지를 쓰는 여인, 아일랜드국립미술관, 더블린

Johannes Vermeer (1632–1675), Woman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ca. 1670–72, Oil on canvas, 28 × 23 13/16 in. (71.1 × 60.5 cm), National Gallery of Ireland, Dublin
녹색 커튼이 걷혀진 방에서 진주 귀고리를 단 여주인은 편지 쓰기에 몰두해 있고, 하녀는 창 밖을 보고 있다. 바닥엔 붉은 도장과 종이(편지 쓰기 안내서로 추정)가 널려 있다. 편지 쓰는 여인의 커다란 진주 귀고리와 복장이 유부녀임을 암시한다.
벽에 그린 그림은 '모세의 발견'이다. 구약성경 탈출기 2장에 나오는 이야기로 파라오의 명령으로 태어나자마자 죽을 운명에 처한 모세가 누이의 기지로 강물에 흘려보내졌다가 때마침 강가에 목욕하러 나온 파라오의 딸에게 발견되어 생존하는 이야기이다. 마치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자상을 연상시킨다. 하녀가 망을 보는 것인지, 편지 심부름을 가려고 초조하게 기다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주인의 불륜의 공모자로 추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회화도 1974년 영국 상속녀 로즈 더그데일이 이끄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들이 알프레드 베이트경의 저택에서 고야(1점), 갠스버러(2점), 루벤스(3점)과 함께 훔쳐갔다. 도둑단은 드라이버로 액자에서 그림을 잘라냈다. 그러나, 8일 후 한 오두막에서 회수됐다. 1986년엔 더블린갱스터가 이끄는 갱단에 의해 다시 도난당했다. 이들은 2천만 파운드(아일랜드)를 요구했다가 경찰의 함정수사 작전으로 앤트워프 공항에서 회수됐다. 그후 이 그림은 더블린의 국립미술관에 기증됐다.
# 여주인과 하녀, 프릭컬렉션, 뉴욕

Johannes Vermeer (1632–1675), Mistress and Maid, ca. 1664–67, Oil on canvas, 35 1/2 × 31 in. (90.2 × 78.7 cm), The Frick Collection, New York
하녀가 커다란 진주 귀고리와 목걸이에 우아한 모피 테두리가 달린 노란색 드레스 차림의 여주인에게 편지를 건네고 있다. 편지를 쓰다가만듯한 여주인은 턱에 손을 댄 채 편지를 응시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표정은 옆 모습이라 더 미스테리하다. 누구의 편지일까, 무슨 내용일까? 이 그림에는 힌트를 주는 그림조차 없어 불길한 예감에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둡고 텅 빈 배경에 단순한 커튼이 드리워져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들에 비해 미완성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적외선 반사법, 거시 X선 형광분석 및 미세 샘플 분석을 사용한 연구팀의 조사 결과 '여주인과 하녀'는 배경에 네명의 인물이 스케치된 그림으로 시작했으나 단순한 배경이 두 여성의 관계에 더 집중시킬 것이라고 판단해 덧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시 X선 형광분석에 따르면, 배경의 갈색 커튼은 구리 계열 안료의 변질로 녹색에서 갈색을 변색된 것으로 확인됐다.

Officer with a Laughing Girl, c. 1657, Oil on canvas, 50.5 × 46 cm, Frick Collection, New York

Girl Interrupted at Her Music, 1660–61, Oil on canvas, 39.4 × 44.5 cm, Frick Collection, New York
*'베르메르의 연애편지(Vermeer's Love Letters)'@프릭컬렉션(6/18-9/8)
*Vermeer and the Masters of Genre Painting: Inspiration and Rivalry @내셔널갤러리(DC, 10/22-1/21, 2018)




컬빗에 감사하는 마음을 '우유 따르는 여인'(tray와 마그네틱)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