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모딜리아니, 브랑쿠시를 매혹한 키클라데스 조각 메트뮤지엄 오다
미니멀리즘과 추상미술의 뿌리...5천년 전 에게해 키클라데스 열도의 미술
키클라데스 미술: 그리스에서 온 레오나드 N. 스턴 컬렉션
메트로폴리탄뮤지엄 갤러리 #150-#151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11년 8월 아테네와 산토리니를 여행 중 키클라데스 미술관(Museum of Cycladic Art)에서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눈도 입도 없이 코 하나에 긴 목, 그리고 팔을 앞으로 감싸안은 여성을 묘사한 미니멀리스트 조각상. 이 키클라데스 입상들은 피카소(Pablo Picasso),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그리고 브랑쿠시(Constantin Brâncuși)까지 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아테네 키클라데스 미술관(Museum of Cycladic Art in Athens). 2011년 8월.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메트로폴리탄뮤지엄 1층 고대 그리스 유물 갤러리에 161개의 키클라데스(Cyclades, 사이클라디스) 입상들이 방문했다. 1월 25일부터 갤러리 #150, #152, #171에 전시 중인 '키클라데스 미술: 그리스에서 대여한 레오나드 N. 스턴 소장품(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은 후기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초기 (기원전 3200-2000년)에 제작된 대리석 조각을 소개하고 있다.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키클라데스 유물은은 메트뮤지엄, 그리스 문화부, 그리고 키클라데스 미술관과의 협정으로 25년간 전시하게 된다. 레오나드 N. 스턴 컬렉션은 향후 10년간 메트뮤지엄에 전시된 후 일부는 그리스로 반환되며, 이어 그리스 미술관 컬렉션에서 대여한 키클라데스 미술품이 메트에 소개될 예정이다.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키클라데스 미술에 대하여 궁금한 것들
#키클라데스는 어디에?
그리스 남동쪽 에게해에 자리한 22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를 지칭한다. '키클라데스'는 그리스의 신화에서 델로스 섬의 주변(around)에 자리해 붙여진 이름이다. 주요섬으로 산토리니를 비롯, 낙소스, 델로스, 미코노스(무라카미 하루키가 살며 소설을 썼던 섬), 밀로스(1820년 루브르 박물관의 비너스 조각이 발견된 섬), 세리포스섬, 케로스, 시키노스, 시프노스, 아나피, 아모르고스, 파로스 등이 있다. (산토리니와 파로스는 필자가 2011년 8월 가본 섬이다.) 고대 키클라데스 열도는 금, 은, 구리, 흑요석 및 대리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번영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키클라딕 문화는 기원전 2000년경 갑자기 종료됐으며, 모든 주거지가 버려졌다.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키클라데스 여인상
기원전 3200-2300년 청동기 초기에 대리석이나 점토로 제작된 여인상은 단순함, 우아함, 그리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요약된다. 세부를 과감히 생략한 추상성은 신석기 시대의 유산처럼 보인다. 눈, 입, 귀, 머리카락 없이 뾰족한 코에 긴 목, 볼록한 가슴에 두 팔을 감싸고 있는 모습의 조각(가슴으로 보아 여성)은 그 소박한 미니멀리즘의 전형이다.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남성 조각: 하프 연주자
특히 주목을 끄는 남성상 '하프 연주자'는 이전의 여성상보다 좀더 사실적으로 접근한 조각이다. 입과 귀, 우람한 팔과 손가락이 보다 진화한 모습이다. 부조형의 여성상과 달리 360도 묘사한 환조형 조각이다.
Chronology chart depicting the evolution of Cycladic figure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키클라데스 조각의 기능
크기는 몇 인치에서 몇 피트까지 다양하며, 종종 제물이나 묘지 표지로 사용됐다. 간간이 전사와 뮤지션을 묘사한 남성상이 있지만, 대부분은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한 여자의 모습이다. 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이 조각상이 어머니와 여신, 다산, 풍요나 부활을 기원하는 형상, 저승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길잡이, 보호자, 신성한 간호사, 혹은 숭배자로도 해석해왔다.
아테네 키클라데스 미술관Museum of Cycladic Art in Athens. 2011년 8월.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근대 미술에 영향
키클라데스 미술 학자 팻 게츠-프레지오시(Pat Getz-Preziosi)가 출간한 '초기 키클라데스 조각 (Early Cycladic Sculpture, 1994)'에선 19세기 키글라데스 열도 여행자들이 '신기하게 생긴' 대리석 인형을 기념품으로 사서 유럽에 돌아갔을 때 경멸적인 의미의 '원시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0세기 초 유럽의 관습을 깨고자했던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은 이 조각에서 영감을 받게된다. 게츠 프레지오시는 "반짝이는 백색 대리석, 고통을 깎아서 만든 정교함, 그리고 그 본질적인 형태의 고요한 힘과 그들을 둘러싼 미스테리"라고 근대 미술가들이 매료된 이유를 찾았다.
Pableo Picasso, Woman with the blue dress, Vallauris, 1947–1948, Madrid, Fundacion Almine y Bernard Ruiz – Picasso para el Arte. © Succession Picasso 2019 (from left)/ Marble female figure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내 미술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미술 작품이 항상 현재에 존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전혀 고려되어서는 안된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의 미술, 다른 시대의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은 과거의 미술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생생할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
Amedeo Modigliani, Head of a Woman, 1910/11. Courtesy of the National Gallery of Art (from left)/ Marble female figure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피카소, 모딜리아니, 브랑쿠시와 키클라데스 조각
고대 문명의 기원, 에게해에서 발굴된 대리석 조각상의 고도로 양식화한 형태와 균형미는 피카소, 모딜리아니, 브랑쿠시를 매혹시켰다. 브란쿠시의 '잠자는 뮤즈 1(Sleeping Muse 1, 1910-11)', 모딜리아니의 '여성 두상(Head of a Woman, 1910–11)'에선 키클라데스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아테네의 키클라데스미술관은 2019년 '신성한 대화(Divine Dialogues)' 시리즈 전시의 일환으로 '피카소와 고대미술(Picasso and Antiquity)'을 열었다. 이 전시에선 피카소가 키클라데스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도자기와 그림 135점이 소개됐다.
Constantin Brâncuși, Sleeping Muse I, 1909-1910,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left)/ Marble female figur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키클라데스 조각 암시장
아이러니하게도 키클라데스 조각이 유행되면서 1960년대 위조 작품과 불법 거래를 촉발시키게 된다. 게츠-프레지오시는 현재 서양의 뮤지엄에 소장된 키클라데스 미술품 중 상당수는 출처나 설명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레오나드 N. 스턴 컬렉션
뉴욕 출신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레오나드 N. 스턴(Leonard Norman Stern, 85)은 애완동물 공급에서 시작한 부동산 기업 하르츠그룹(Hartz Group) 회장으로 재산을 쌓았다. 2023년 9월 현재 순자산 81억 달러이며, 자신의 모교인 뉴욕대 경영대학원에 이름이 붙여졌다. 스턴은 어릴 적 메트뮤지엄을 방문하면서 고대 미술에 관심을 가졌으며, 1974년 그리스의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키클라데스 조각을 접했다고 한다. 1980년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키클라데스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아테네 키클라데스 미술관(Museum of Cycladic Art in Athens). 2011년 8월.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이번 메트뮤지엄에 전시된 스턴 컬렉션은 캅살라(Kapsala), 스페도스(Spedos), 도카티스마타(Dokathismata), 찰란드리아니(Chalandriani) 및 쿠마사(Koumasa), 플라스티라스(Plastiras), 하이브리드(Hybrid), 루로스(Louros), 프레카노니칼(Precanonical) 및 카노니칼(Canonical)로 구성됐다. 초기 스페도스(Early Spedos) 변형의 희귀한 '2중 인물(Double Figure)'도 선보인다. 대리석 조각 외에도 화석화된 해면을 조각한 머리와 뱀 모양의 팔짱을 끼고 있는 임신한 여인상도 있다. 비커, 그릇, 칼라가 있는 항아리(칸딜라), 다리가 달린 컵 등 대리석 그릇, 테라코타 '프라이팬', 은팔찌, 구리합금 끌 등도 소개된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January 25, 2024-on going
https://www.metmuseum.org
*모딜리아니 가면을 벗다(Modigliani Unmasked)@쥬이시 뮤지엄(9/15-2/4, 2017)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3638088
*브랑쿠시 갤러리@필라델피아뮤지엄, 2016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3513271
*그리스 뮤지엄 하이라이트, 2011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3274530
*프린스턴대학 미술관 그리스 도기 베를린 화가 특별전, 2017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585040&mid=Art2
*그리스 도기와 두 남자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075&mid=Art2
*고대 그리스인들의 희로애락@오나시스문화센터, 2017
https://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3574493
'Cycladic Art:
The Leonard N. Stern Collection on Loan from the Hellenic Republic'
January 25, 2024-on going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https://www.met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