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수수께끼
미국 6위 인기 관광지 '뉴욕의 대중앙역'
그랜드 센트럴의 수수께끼 다섯가지
하루 평균 통근자가 75만명에 달하는 그랜드센트럴의 메인 콩코스. 연 216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뉴욕의 홈리스 철학자 페리(로빈 윌리엄스 분)는 짝사랑하는 여인 리디아(아만다 플러머 분)을 쫓아 기차역으로 왔다. 수녀님들을 비롯 인파로 분주한 기차역 홀엔 왈츠가 흐르고, 사람들은 짝짝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걷고 있는 리디아와 그녀를 응시하는 페리의 안타까운 모습이 오래 여운에 남는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피셔 킹(The Fisher King, 1991)’에서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그랜드센트럴역(Grand Central Terminal)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월스트릿 브로커로 잘 나가다가 심야의 DJ가 된 제프 브리지스와 로빈 윌리엄스가 센트럴파크 쉽메도에서 벌거벗고 아우성치는 것도 기억할만하다.
‘나인 하프 위크’의 스타일리스트 애드리안 라인이 메거폰을 잡은 ‘언페이스풀(Unfaithful, 2002)’에선 업스테이트 뉴욕에 사는 코니(다이안 레인 분)가 미남에 착실한 남편 에드(리처드 기어 분)를 등지고, 소호의 로프트에 사는 야생마같은 청년 올리비에 마티네즈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위해 기차를 달려온다. 그 종착역이 바로 그랜드센트럴이다.
보자르 양식의 특징인 조각 장식이 건물 톱을 장식하고 있다. 할러데이엔 붉은 빛으로 뉴욕의 밤을 장식한다.
그랜드센트럴은 여행지 '트래블+레저' 조사에서 미국 내 제 6위의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연 2160만명의 관광객을 끌고 있는 이 역은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워싱턴 DC 유니온스퀘어역, 라스베거스, 나이애가라 폭포에 이어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장소다.
세계 최대 규모인 총 67개의 트랙에서 업스테이트와 맨해튼를 오가는 통근객이 평일 75만명에 달한다. 7트레인을 비롯한 4.5.6 그리고 타임스스퀘어 셔틀(S)까지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뉴욕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그랜드센트럴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자유의 여신상•브루클린 브릿지•클라이슬러 빌딩 등과 더불어 뉴욕시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오팔 시계탑
그랜드센트럴이 탄생한 것은 1913년. 당시 4300만달러가 투입, 10년만에 완성된 이 건물은 뉴욕공립도서관 건물과 같은 보자르(Beaux-Arts) 스타일로 지어졌다. 보자르는 대조과 아치, 그리고 조각 장식 디테일이 특색이다. 275ftx120ftx125ft로 지어진 중앙홀(main concourse) 바닥은 테네시산, 대리석 벽은 이탈리아산 보티치노 대리석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랑데부 장소인 중앙 시계탑(사진 위) 역시 대리석과 청동으로 장식된 정보센터 위에 자리하고 있다.
조각 장식 디테일이 아름다운 보자르 양식의 프론트. SP
그랜드센트럴은 44개의 플랫폼 67개의 트랙을 갖추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역 중의 하나로 위용을 자랑한다. 노령화하던 이 역은 1998년 2억 달러의 비용으로 '주름살 제거 수술'을 끝냈고 식당과 마켓이 대거 들어서면서 도시인들의 쉼터이자 쇼핑센터로 변신했다.
그랜드센트럴의 비밀 다섯가지
1998년 12년의 주름살 제거 공사 후 모습을 드러낸 천장. 그러나 별자리가 거꾸로 그려져 있다. Photo: Arnoldius
▶천장 벽화: 바티칸뮤지엄 시스틴성당 천장엔 미켈란젤로의 걸작 ‘최후의 심판’이 있고, 그랜드센트럴 중앙홀의 천장엔 성화(星畵, 별 그림)가 있다. 그러나, 별자리에 밝은 이가 보면 이 벽화는 거꾸로다. 왜 그랬을까? 폴 헬류라는 이름의 화가가 실수한 것일까? 진짜 이유는 헬류는 천구 바깥에서 본 하늘을 담은 중세의 한 자료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속삭이는 갤러리(Whispering Gallery): 오이스터 바 앞의 아치 벽 코너에서 한사람씩 대각선으로 서서 속삭여보라. 마치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리가 크게 들릴 것이다. 청혼에도 인기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비밀 통로: 지하엔 기차 트랙, 증기파이프 터널, 저장고가 얽힌 비밀의 네트워크가 있다. 지하 깊은 곳엔 비밀 입구가 있으며, 그곳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직행한다는 것. 물론 VIP만이 이 길로 갈 수 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기자들을 피해 이 통로를 이용했다고 한다.
▶캠벨즈 아파트먼트(The Campbell’s Apartment): 기차역에 아파트가? 아니다. 술집이다. 높은 천정에 마호가니 벽, 20-30년대 풍의 인테리어가 마치 저택의 거실 같은데? 맞다. 크레딧클리어링하우스의 회장이었던 존 W. 캠벨의 사무실로 지어졌다. 1923년 캠벨은 100만달러를 들여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궁전을 본따서 개조했고, 19세기 이탈리아 가구를 들여놓았다. 바닥에 깔렸던 페르시아 카펫은 당시 30만달러(현 350만달러 가치)에 사온 것. 여기에 피아노와 파이프 오르간까지 설치해 리셉션홀로 만들어 프라이빗 콘서트도 열곤 했다. 그러나 1957년 캠벨 사망 후 카펫과 가구는 사라져버렸고, 1999년 150만달러를 들여 파이어플레이스를 라운지로 변신했다. 이곳의 인기 음료는 ‘포비든 펀치’ 등 이색 빈티지 칵테일이다. 15 Vanderbilt Ave. 212-953-0409.
▶키씽 룸(Kissing Room): 스타벅스 건너편의 그랜드 콩코스에 있는 ‘빌트모어 룸’은 1930년대 기차여행의 황금기에 별명이 ‘키씽 룸’이었다. 빌트모어룸은 서해안에서 동부로 오는 20세기센추리 Ltd. 운행 기차의 종착역. 당시 유명인사들과 정치인들은 이 방에서 키스와 포옹으로 작별하고 상봉했다고. 당시 위엔 빌트모어호텔(현 뱅크오브아메리카)이 있었다.
그랜드센트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식당 '오이스터 바'엔 통근객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SP
@Stop4Eat=한꺼번에 450여명이 식사할 수 있는 대형 식당 그랜드센트럴 오이스터바(Oyster Bar, 212-490-6650)에선 뉴욕에서 가장 신선한 생굴과 조개를 즐길 수 있다. 매일 바뀌는 메뉴가 종이 한장에 빼곡히 적혀있다. 바에서는 블루포인트에서 리틀넥까지 미국 각지에서 온 굴과 조개 리스트가 있다. 크림을 듬뿍 넣어 즉석으로 만들어주는 콤비네이션 팬로스트 수프는 랍스터•새우•조개•굴이 들어간 모듬 수프로 둘이 나누어 먹어도 배부르다.
일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레스토랑은 구스타비노의 아치형 타일인데, 시끌벅적하다. 9월 말엔 생굴 따기와 먹기대회 축제 ‘오이스터 프렌지(Oyster Frenzy)’가 열린다. 점심 때는 Take Out 샌드위치를 판다.
오이스터바의 생굴과 생조개. 굴은 샤블리(와인)와 잘 어울린다. SP
마이클 조단 스테이크하우스도 자리해 있으며, 지하 푸드 코트엔 마그놀리아카페, 투부츠 피자, 주니어 치즈 케이크 등이 있다. 여행객들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Stop4Buy=역 내엔 업스테이트의 통근자들을 위한 조그만 ‘마켓’이 있다. 뉴욕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치즈숍인 머레이(Murry’s)에서 각종 치즈를 시식하고, 구입할 수 있다. 와인 안주용으로 견과류도 있다. 프랑스의 케이브 에이지 그뤼에르나 까멍베르, 스위스 산 에먼탈러 등. 212-922-1540.
메트로노스 트레인 통근객들이 즐겨찾는 그랜드센트럴 마켓. SP
*철도 도시락(에키벤)을 맛보세요: 그랜드센트럴 일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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