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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Keys to Decoding the Korean Wave #30 K-Fashion Rock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30 백의민족에서 글로벌 패셔니스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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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부산 동래시장 장날 풍경. Photo: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절도 있고 민활한 걸음걸이를 보면 조선 사람들은 중국인들처럼 동작이 유연하고 활달해 보이며 일본인들에 비해 체구가 크고 건장하다. 그들은 또한 일본인들에 비해 더욱 활기가 넘치며 도전적인 태도를 보인다...옷의 색깔은 남자나 여자나 다 흰색이다."

-에른스트 야코프 오페르트(Ernst Jakob Oppert, 1832-1903), 금단의 나라, 조선기행(Ein Verschlossenes Land, Reisen nach Korea, 1880)

 

"천천히 그리고 육중하게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고 있다."

-빌레타르 드 라게리(Raul-Charles Villetard de Laguérie, 1853-1913), 한국, 독립국, 러시아, 일본: 사진으로부터의 삽화 50점 게재(La Coree, Independante, Russe, Ou Japonaise: Ouvrage Contenant Cinquante Illustrations D'apres Des Photographies, 1923)-

 

구한말 한국에 다녀갔던 독일인 항해사 에른스트 야코프 오페르트와 프랑스인 라울-샤를르 빌레타르 드 라게리는 여행기에서 조선인들이 흰옷을 입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어떻게 백의민족(白衣民族)은 1세기만에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의 메카로 부상했을까? 

 

우리 민족이 흰옷을 즐겨 입은 유래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흰색이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불멸의 색으로 천지를 숭배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에 뿌리를 두었다는 설이다. 제사 때 흰옷을 입고 흰떡, 흰밥, 흰술을 쓰는 관습도 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구려 무용총 벽화 속의 의상, 조선시대 화려한 궁중 복식과 기녀들의 패션, 그리고 세계 누리꾼들의 화제가 된 선비들의 모자(갓), 그리고 색동 저고리 등 역사 속에서 한민족의 탁월한 패션감각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처럼 순결하고, 소박하며, 높고 깨끗한 이상을 추구했던 백의민족은 이제 글로벌 패셔니스타가 되었다. 

 

 

#K-Pop 스타들 럭셔리 브랜드 대사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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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스톤 2021년 6월호 표지에 루이뷔통을 입고 촬영한 BTS/ 맨해튼 5애브뉴 티파니 본점 건물 빌보드를 장식한 로제(블랙 핑크) Photo: Twitter

 

백의민족의 후손들, K-Pop 스타들이 빌보드와 유튜브 뿐만 아니라 패션 차트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한류 스타들을 글로벌 모델이나 앰버서더(Ambassador)로 선정하는 중이다. 패션 메종(maison)마다 속속 한인 스타들이 입주하며 브랜드의 얼굴이 되고 있다. 

 

2016년 루이뷔통(Louis Vuitton)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Host)'에 출연했던 배두나를 글로벌 모델로 발탁했다. 카트린느 드뇌브, 샬롯 갱스부르, 제니퍼 코넬리 등이 루이뷔통 글로벌 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BTS) 7인조는 2021년 루이뷔통의 글로벌 브랜드 대사로 선정됐다. 이어 BTS의 지민은 2023년 1월 디오르(Dior)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됐다.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4인조(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K-팝의 인기를 타고,  '보그(Vogue)' '엘르(Alle)' '알루어(Allure)' 하퍼즈 바자(Harper's BAZAAR)' '마리 클레르(Marie Claire)' 'W' 등 패션잡지의 화보에 등장하는가 하면, 명품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됐다. 지수(JISOO)는 디오르(Dior)의 글로벌 앰버서더, 제니(JENNIE)는 샤넬(CHANEL)과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글로벌 앰버서더, 로제(ROSÉ)는 생로랑(Saint Laurent)과 보석 브랜드 티파니(Tiffany & Co,)의 글로벌 앰버서더, 리사(LISA)는 셀린(CELINE), 보석 브랜드 불가리(BVLGARI), 화장품 브랜드 맥(M.A.C.)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이제 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팝스타 마돈나(Madonna), 셰어(Cher)와 아델(Adele)처럼 성 없이 이름만으로도 인지되는 수퍼스타덤에 올라있다. 또한,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도 지방시(Givenchy)의 브랜드 앰버서더가 됐다. 

 

블랙핑크는 2022년 6월 음악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의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아시안 걸그룹으로 기록됐다.  아시안 그룹으로는 지난해 6월호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두번째다. 그리고, 롤링스톤 잡지 역사상 여성그룹 표지로는 1997년 스파이스 걸즈(SPice Girls), 2001년 비욘세가 활동했던 트리오 '데스티니즈 차일드(Destiny's Child)'에 이어 세번째다. 

 

블랙핑크의 4인조(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K-팝의 인기를 타고, 패션잡지 '보그(Vogue)' '엘르(Alle)' '알루어(Allure)' 하퍼즈 바자(Harper's BAZAAR)' '마리 클레르(Marie Claire)' 'W' 등 패션잡지의 화보에 등장하는가 하면, 명품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됐다. 지수(JISOO)디오르(Dior)카르티에(Cartier)의 글로벌 앰버서더, 제니(JENNIE)는 샤넬(CHANEL)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등의 글로벌 앰버서더, 로제(ROSÉ)생로랑(Saint Laurent)과 보석 브랜드 티파니(Tiffany & Co,)의 글로벌 앰버서더, 리사(LISA)셀린느(CELINE), 보석 브랜드 불가리(BVLGARI),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 맥(M.A.C.)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이제 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팝스타 마돈나(Madonna), 셰어(Cher)와 아델(Adele)처럼 성 없이 이름만으로도 인지되는 수퍼스타덤에 올라있다. 또한,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도 지방시(Givenchy)의 브랜드 앰버서더가 됐다. 

 

2021년 배우 송혜교펜디(Fendi)의 앰버서더로 선정됐으며, 배우 손예진발렌티노(Valentino)의 글로벌 모델로 발탁됐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가 된 이정재는 보이그룹 엑소(EXO) 멤버 카이(KAI, 본명 김종인)에 이어 구찌(Gucci)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임명됐다. 또한, 탈북자 강새벽 역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패션모델 정호연은 루이 뷔통(Louis Vuitton)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됐으며, 소셜미디어 팔로워수가 40만명에서 2022년 8월 현재 2천3백만명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스타 BTS와 블랙핑크 멤버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얼굴이 된 것은 이전까지 백인 중심이었던 미의 기준이 아시안 페이스를 포괄하는 변화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들이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그들의 팬층이 두터운 북미 지역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K-스타들은 인스태그램 팔로워 수도 수천만명대다. 이들의 인기가  패션 시장으로 이어지면서 한류(K-Wave)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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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지드래곤과 샤넬 디자이너 고 칼 라거펠트(1933-2019)

 

K-Pop스타들이 패션계의 스타가 된 것은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4인조 보이 밴드 빅뱅(BIGBANG)의 리더인 패셔니스타 지드래곤(G-Dragon·지디/ 권지용)은 이미 2010년부터 글로벌 패셔니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지드래곤은 샤넬 VIP파티에서 샤넬의 트위트 재킷과 청바지에 쥬얼리의 쇼킹한 매치로 화제가 됐다. 샤넬의 2015/16 시즌부터 매년 오트 쿠튀르에 기네스 팰트로, 모니카 벨루치, 다이앤 크루거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게스트로 초대되며 패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드래곤은 2016년부터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을 론칭, 한정판 의상을 판매하기 시작횄다. 2019 영국의 패션 전문지 BoF(Business of Fashion)는 지드래곤을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패션계 인물 500인'에 선정했다.

 

 

수천만명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한 한류 스타들은 패션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데이타 분석회사 리슨퍼스트(ListenFirst)에 따르면, 2021년까지 럭셔리 패션 게시물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인플루언서는 BTS, 블랙핑크 멤버들, 엑소(EXO)의 메인 댄서 카이(Kai, 김종인) 등 K-Pop 스타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과 함께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멤버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배우 안야 테일러-조이(Anya Taylor-Joy), 가수 듀아 리파(Dua Lipa), 배우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 그래미상을 석권한 가수 빌리 아이리쉬(Billie Eilish) 등이다. 

 

2022년 9월 현재 BTS의 인스태그램 팔로워는 6천790만명이며, 멤버별로는  V(4천8백만명), 정국(4천4백만), 지민(4천만), 제이홉(3천8백만), 진(3천8백만), 슈가(3천7백만), RM(3천6백만명) 순이다. 한편, 블랙핑크는 인스태그램 팔로워가 4천970만명이며, 리사(8천2백만명), 제니(7천만명), 지수(6천4백만명), 로제(6천3백만명) 순이다. 

 

 

지드래곤은 샤넬 컬렉션 디지털쇼가 시작되기 전 인스태그램 포스트가 4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100만 달러 이상의 MIV를 창출하며, 파리 패션위크의 네번째 유명인사로 랭크됐다. 티파니가 로제를 홍보대사로 발표한 날 트위터에서 '티파니'는 전날 대비 506% 증가한 6만개 이상에서 언급됐다. 올해 가장 많은 반응을 얻었던 구찌(Gucci) 포스트는 카이의 틱톡(TikTok) 댄스 비디오였다. 바야흐로 소셜미디어/인플루엔서/ K-Pop 스타들이 패션 시장도 장악하게된 것이다. 모든 길은 K-Pop으로 통하게 됐다. 

 

 

#FACON/ KCON: K-드라마, K-Pop과 K-패션의 시너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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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CON New York에서 걸 그룹 에버 글로우(Everglow). 

 

2000년대 들어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K-드라마와 K-Pop이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정부는 패션 콘텐츠와 융합한 행사에 박차를 가했다. 이름하여 FACON(fashion + concert)이다. 

 

2009년 11월 K-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자 상하이에서 'Feel KOREA, K-POP Night & K-Fashion Show'를 열었다.  장나라, 2AM, 2PM, U키스, 4미닛, 휘성, f(x)이 출연했고, 드라마 속 의상에서 한국적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의상으로 패션쇼를 믹스앤매치했다. 2012년 2월 도쿄 국립 요요기체육관에서 'ISS(Korean International Style Show)'에서 소녀시대, 카라, 씨스타 등 K-Pop 가수들과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의상, 패션 브랜드 스파이시 칼라가 참가했다. 그해 9월 상하이 8만인체육관에선 'Pop Music in China with Super K-Collection'이 열려 MissA, 인피니트, F(x), Exo-M가 출연하는 콘서트에 패션 브랜드 온앤온, 코인코즈, 컬쳐콜, 버커루, 두타, EXR의 컬렉션을 소개했다.  

 

싸이(Psy)의 '강남 스타일'이 지구촌을 뒤흔들던 2012년 10월엔 일본 오키나와 셀룰러 스태디움에서 'Pop Collection in Okinawa'를 열고, 아이돌 스타  A에프터스쿨, 틴탑, 티아라, 레드애플, 시크릿, 초신성, ZEA, 아이유, 엠블랙, 씨스타, 보이프랜드, 이승기, 2NE1, 카라의 라인업에 패션 브랜드 레드오핀, 토모나리, 설탕공장, 큐니걸스, 톰앤레빗, 슈엔 등의 컬렉션을 소개했다. 

 

이후 FACON은 K-Pop 콘서트 + 패션 + 뷰티 + 식품 + 자동차 + IT를 비빔밥처럼 결합한 복합 한류 페스티벌로 통합된 케이콘(KCON)으로 LA, 뉴욕, 도쿄, 방콕, 아부다비에서 열려왔다. https://www.kconusa.com  

 

 

#K-패션 뉴욕-런던-밀라노-파리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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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패션위크 2016 S/S 손정완 런웨이. Photo: Sanghoon Park 

 

제 2차 세계대전은 미술 뿐만 아니라 패션의 중심도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뉴욕패션위크는 유럽의 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날 무렵인 1945년 시작됐다. 도발적인 런던 컬렉션, 우아한 밀라노 컬렉션, 예술적인 파리 컬렉션과는 달리 '엘리트 뉴요커'로 상징되는 도회풍 실용 패션이 주류를 이룬다. 

 

세계의 패션위크는 매년 2월과 9월 뉴욕에서 시작해 런던과 밀라노를 거쳐 파리에서 끝난다. 소위 '빅 4(Big Four)'의 4개 도시가 세계의 유행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 

 

4대 도시 중 제일 먼저 열리는 뉴욕패션위크(New York fashion Week)는 2월 초엔 가을/겨울(F/W) 컬렉션과 9월 초엔 봄/여름(S/S) 컬렉션으로 다음 시즌의 유행 패션을 예고한다. NYFW엔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도나 카란, 마크 제이콥스, 톰 브라운, 캐롤리나 헤레라, 베라 왕, 토리 버치 등 미국인 디자이너들의 기성복 패션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한국은 2009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한인 디자이너들을 뉴욕패션위크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컨셉코리아(Concept Korea)'를 통해 소개해왔다. 이상봉(Lie Sange Bong), 손정완(Son Jung Wan), 김홍범(CRES. E DIM), 최복호(CHOIBOKO), 계한희(Kye), 앤디앤뎁(Andy&Debb), 준지(JUUN.J),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 데무 박춘무(Demoo Parkchoonmoo), 르이(LEYII),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레주렉션(Resurrection), 도호(DOHO), 롤리앳(Roliat), 스티브J&요니P(SJYP), DBYD,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그리디어스(Greedlious), 라이(LIE), 분더캄머(Wnderkammer), 얼킨(Ul:kin), 칼이석태(KAAL E. SUKTAE),  자렛(Jarret) 등의 컬렉션이 소개됐다.  

 

런던패션위크(London Fashion Week)는 버버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빅토리아 베컴, 던힐 등 250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한다. 최유돈(Eudon Choi)씨는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Royal College of Art )에서 수학한 후 올세인츠(All Saints)의 수석디자이너를 거쳤으며, 2010년부터 참가해왔다.  

 

한편, 이가연(Gayeon Lee)씨는 2013년 런던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 졸업 작품을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새 앨범 '아트팝(Artpop)' 홍보 때 입어 화제가 된 인물이다. 홍익대 섬유미술패션 디자인과 출신인 이가연씨도 2017년부터 런던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 리한나가 입었던 푸시버튼(pushBUTTON)의 박승근씨는 2019년부터 런던 컬렉션에 참가하며 '패션계의 피터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윤춘호씨는 'YCH'로 2019 런던 컬렉션에 데뷔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7년부터 런던패션위크 기간 '패션 코리아(Fashion Korea)' 쇼룸을 설치, 이가연, 이지원(J. Won), 이인주(Moon Lee Artwear), 송유진(SYZ by S=YZ), 홍혜원(HelenaAndKristie), 차선영(P by Panache) 등을 소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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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패션 디자이너 패트리샤 필드 기획으로 제이콥 재비츠 센터에서 열린 K-Fashion Project. 

 

한편, 이탈리아의 밀라노패션위크(Settimana della moda)는 프라다, 아르마니, 돌체&가바나, 에트로, 펜디, 페라가모, 구찌, 미쏘니, 베르사체, 질 샌더 등 럭셔리 브랜드와 신인 디자이너들을 망라한다. 

 

서울시는 2014년 글로벌 패션브랜드 육성사업의 일환인 'Seoul's 10 Soul'을 통해 강동준씨의 남성복 브랜드 '디그낙(D.GNAK)'을 진출시켰다. 서울시는 2017년 이탈리아 패션협회장과 패션위크 참가 디자이너의 교류를 추진한 바 있다.

 

파리패션위크(Semaine de la mode de Paris)는 기성복(프레타 포르테, prêt-à-porter)에 하이 패션(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로 나뉘어진다. 샤넬, 디오르, 루이뷔통, 이브생로랑, 지방시,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파코 라방 등 럭셔리 브랜드가 트렌드를 선보인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K-패션 프리미엄 디자이너 글로벌 유통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파리 패션위크에 한인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무대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그 첫해엔 계한희(카이), 고태용(비욘드클로젯), 문진희(문제이), 조은애(티백), 최범석(제너럴 아이디어)이 참가했다. 2019년엔 'K Collection in Paris'를 테마로 서병문(비뮈에트/BMUET(TE)), 정재선(제이청/J. CHUNG), 신혜영(분더캄머/WNDERKAMMER)의 컬렉션이 데뷔했다.  

 

2019년 9월 파리패션위크에는 파리 스튜디오 베르소(Studio Berçot) 출신 김인태씨가 자신의 본관을 딴 브랜드 '김해김(KIMHĒKIM)으로 오프닝 무대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준지(JUUN.J)는 올 2월 파리패션위크 채널을 통해 디지털로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동대문: 변방에서 '패션의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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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경 Photo: Visit Seoul

 

뉴욕엔 '패션 센터' 가먼트 디스트릭트(Garment District)가 있고, 서울엔 동대문 시장이 있다. 한국 패션의 오늘은 동대문 시장에서 싹이 텄다고 봐야할 것이다. 도소매 상가, 원단상가, 봉제공장 등이 밀집된 동대문 시장은 디자인에서 제작, 판매가 한 구역에서 이루어지는 '세계 최대의 패션 클러스터'로 불리운다. 신제품 디자인에서 판매까지 2일 내에 가능한 쾌속 단지다. 의류 도매시장과 복합 쇼핑몰을 갖춘 동대문 시장은 3만여개의 점포가 운영된다. 시장 종사자가 약 15만명, 하루 매출액 약 500억원,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약 800만명에 달한다.  

 

2002년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2014년 고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 설계로 오픈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Dongdaemun Design Plaza)는 뉴욕타임스의 '2015년 꼭 가봐야할 명소 52'에 추천되며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쇼핑몰계의 스타' 김소희씨는 동대문 시장에서 출발한 신데렐라다. 2005년 22세 때 동대문 의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트렌디한 감각으로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Stylenanda)'에서 판매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스타일난다는 메이크업 브랜드 '3CE'과 함께 2018년 글로벌 기업 로레알(L'Oréal)에 6천억원에 매각됐다. 동대문 토종의 패션업체가 랑콤, 조지오 아르마니, 입생로랑, 킬즈, 바디숍 등을 보유한 로레알의 러브콜을 받으며 신화를 만들었다. 

 

 

#패스트 패션: 포에버21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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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 400대 부자 랭킹 222위로 포브스지 표지에 오른 포에버 21의 장도원, 장진숙씨 부부.

 

패션쇼에서 매장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1회용'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한동안 젊은 세대의 글로벌 패션을 주도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5애브뉴의 고급 브랜드 부티크들을 밀어내고 스웨덴의 H&B,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스페인의 자라(Zara), 영국의 톱숍(Topshop), 그리고 미국 브랜드 포에버 21(Forever 21)이 각축전을 벌였다. 

 

LA의 장도원, 장진숙 부부가 1984년 창업한 포에버 21은 자그마한 옷가게 'Fashion21'으로 시작, 2015년 세계 47개국에 700개 이상의 체인을 두며 연 4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패스트 패션계의 자이언트였다. 2016년 포브스지 '미국 400대 부자'에 랭크되기도 했다. 

다. 

 

'미국판 동대문 신화'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었던 '포에버 21'은 2019년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렀다. 한민족의 '빨리빨리' 정신을 계승했지만, 저작권 위반으로 구찌, 다이앤 폰 퍼스턴버그, 그웬 스테파니, 안나 수이, 아리아나 그란데 등 50여건의 소송과 노동법 위반 소송으로 오명을 갖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포에버 21의 기업 규모가 커졌지만, 전형적인 가족기업으로 운영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왜 K-패션인가? 유행민감, 세련미, 개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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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의 세계 무대 진출은 하이 패션에 국한하지 않는다. 

 

2014년 론칭한 '아더 에러(ADER error)'는 스트릿 패션의 컬트 브랜드가 됐다. 패션 디자이너+그래픽 디자이너+ 머천다이저 +파티시에(제과사) 등이 모여 만든 익명의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미술계의 뱅크시(Banksy)처럼 창작자의 얼굴이 신비주의에 가려져 있다. '미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아더'와 시행착오를 통한 성장을 뜻하는 에러를 조합한 이 브랜드는 유니섹스 모드의 오버사이즈와 미니멀리즘의 캐주얼 의류로 글로벌 무대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8년엔 프랑스의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와 협업한 아더 에러의 철칙은 FINE(Fun, Intimately, New, Easy)이라고.

 

오늘의 K-패션에 대한 외국의 반응은 어떨까? TV 시리즈 '섹스 앤더 시티(Sex and the City)'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의 의상 디자이너 패트리샤 필드(Patricia Field)는 2013년 맨해튼 제이콥 재비츠센터에서 한국 패션을 뉴욕 바이어와 언론에 소개하는 'THE K-FASHION PROJECT'를 맡은 바 있다. 필드는 "한국 패션이 현재 동아시아에서 가장 세련되고, 트렌디하다"고 평했다. 

 

한편, 중국에선 아예 K-패션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패션업체 한두이서(韩都衣舍)'도 있다. 전지현, 박신혜, 지창욱 등 한국 스타들을 모델로 캐스팅해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인들이 컬러와 디자인을 어울리게 맞춰입는 패션 센스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전략이다. 중국인들이 K-패션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지 K-드라마를 통해 한류 스타들이 입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연스럽고, 세련되며,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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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패션 브랜드 오프닝 세레모니(Oepning Ceremony)가 2017년 태극기 모티프로 디자인한 코리아 바시티 재킷(Korea Varsity Jacket).

 

김희선 한양여자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연구논문 '한류 K-패션 활성화를 위한 전략 분석 연구'(2017)에서 K-패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현대적 감성의 트렌디한 디자인, 세련된 디자인, 최신 트렌드를 디자이너의 창의성으로 재해석한 개성있는 디자인, 일반인도 일상에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이며 대중적인 디자인,

둘째, 기능성이 뛰어나고 트렌디한 소재,

셋째, 우수한 봉제기술,

넷째, 기획, 생산, 판매의 신속한 연결에 의한 상품의 빠른 회전률,

다섯 째,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등의 특성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세계의 국기를 보아도 태극기처럼 구도, 컬러, 상징성 및 철학까지 다 함축된 국기가 있던가? 만국기 속에서 빛나는 태극기는 한민족 디자인 감각을 대표하는 우리 나라의 상징물이다. 눈썰미와 빨리빨리 속도전에 강한 한국인들이 유행패션의 리더로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코리안 기모노(Corée Kimono)'에서 '한푸(汉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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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회고록 '파리로 간 한복쟁이'(디자인하우스, 2008)/ 2012년 12월 뉴욕의 한국미술 애호가 모임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회장 Robert Turley)가 맨해튼 이영희한국문화뮤지엄의 소장품을 감상했다. Photo: Korean Art Society

 

 

한복 디자이너 고 이영희(1936-2018)씨는 한복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였다. 그에겐 패션 한복을 루이뷔통처럼 유명한 브랜드를 만드는 꿈이 있었다. 그가 1993년 파리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 고급 기성복) 쇼에 디자이너 이신우(오리지날 리)씨와 처음 참가했다. 2005년 뉴욕중앙일보에서 일하던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영희씨는 당시 한국에선 "이영희가 프레타포르테에 민속복(한복)을 들고 나가냐"며 비난이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바람의 옷-한복'을 주제로 컬렉션을 발표한 다음날 프랑스 언론이 '황색의 도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어느 프랑스 패션지는 한복을 'Corée Kimono(한국 기모노)'라 표기해 경악했다고 한다. 

 

이영희씨는 그후 13년간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했다. 그는 2000년 카네기홀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면서 뉴욕의 문을 두드렸고, 4년 후엔 맨해튼 한인타운에 이영희한국문화박물관(Lee Young Hee Museum of Korean Culture)을 오픈해 10년간 한복 뿐만 아니라 무용, 성악, 문학 토론회 등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했다. 

 

한국문화박물관은 2014년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이영희씨는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한복과 조각보 등 300여점이 파리의 동양미술뮤지엄 기메(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Guimet)에 기부됐으며, 기메뮤지엄에서 특별전 '이영희의 꿈-바람과 꿈의 옷감(L’étoffe des rêves de Lee Young-hee)'이 열렸다. 

 

K-드라마와 K-팝 스타들은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해왔다. 원조 한류 '대장금(大長今/ Jewel in the Palace , 2003-04)'에서 넷플릭스 스릴러 '킹덤(Kingdom, 2019)'까지 사극 K-드라마, 그리고 걸그룹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 'How You Like That(2020)' 속의 모던 한복, 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가 궁궐에서 촬영한 판소리풍 '대취타(Daechwita, 2020)까지 K-Pop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로 한복은 쿨한 패션이 됐다. 

 

그러자, 중국이 한복을 중국의 문화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은 2001년부터 동북 변경지역(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자국의 것으로 통합하려는 '역사왜곡 시도' 프로젝트 '동북공정(東北工程,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을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는 2008년 한복을 중국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전통의상으로 정의하고, '국가 비물질문화유산(무형문화재'로 등록했다. 중국의 검색엔진이자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선 한복을 조선족 세종대왕 초상화와 한인 배우 김태희와 이완의 한복차림 사진을 올렸다. 또한, "한복(韩服)은 '한푸'(汉服)에서 기원했다"고 기록했다. 2020년 11월 중국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의 한국판 서비스에 올라간 한복 테마를 두고 중국인 사용자들이 "한복은 명나라의 한푸"라고 주장하며 한국인 사용자들과 대립했다. 결국 샤이닝니키는 한복 아이템을 삭제하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1년 10월 21 뉴저지 북부의 테너플라이시에서는 미 최초의 한복의 날(Korean Hanbok Day) 기념식을 열었다. 테너플라이는 그해 4월 미 동부의 청소년단체 재미차세대협의회(AAYC)의 청원을 받아들여 '한복의 날'을 공식 선포한 바 있다. 이날 필 머피(Phil Murphy) 뉴저지주지사의 부인 태미 머피(Tammy Snyder Murphy)는 한복 차림으로 기념식에서 축사를 했다. 이 행사엔 많은 한인들이 한복차림으로 참가했다.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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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5.14 23:08
    지드래곤(지디)이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와 찍은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라거펠드가 지디의 패숀을 어깨에서부터 아래로 만지면서 감탄하는 포즈가 압권입니다. 우리 민족은 옛부터 오방색을 가지고 옷, 이불, 방석, 보자기 등에 사용했습니다. 특히 오방색의 아름다움을 여인들의 옷에 응용을 해서 조화를 만들었습니다. 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라든가 흰 저고리에 남색 치마, 색동 저고리등등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색입니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세계 패숀의 메카로 부상되고 있음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