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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 시대의 배드 로맨스 Encores! Mack & Mabel

한인 배우 레이몬드 J. 리, 자넷 노 출연


Feb 19-23, 2020 @New York City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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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res! Mack & Mabel


뉴욕시티센터(New York City Center)의 앙코르!(Encores!) 시리즈는 솜사탕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식상한 관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예전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졌지만, 리바이벌되지 않는 '저주받은 걸작들'을 간소한 세트로 단기간 공연한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도박하기에는 상업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빈티지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가 선호하는 뮤지컬은 디즈니 만화 원작, 영화 원작, 주크박스 등이다. '북 오브 몰몬'과 '해밀턴'은 안전지대 밖에서 탄생한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지난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뉴욕시티센터에서 열린 앙코르 '맥 & 메이블(Mack & Mabel)'은 낯설은 빈티지 뮤지컬이었지만, 브로드웨이에 공식 리바이벌되어야할 작품으로 보였다. 한인 배우 레이몬드 J 리(Raymond J. Lee, 이장욱)와 싱어송라이터 자넷 노(Janet Noh)가 출연해 더욱 반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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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 메이블'은 무성영화 시대 감독과 배우의 이야기다. 맥 세네트(Mack Sennett, 1880-1960)는 무명의 찰리 채플린, 해롤드 로이드, 글로리아 스완슨, 빙 크로스비, W.C. 필즈, 그리고 운명의 여인 메이블 노만드(Mabel Normand, 1892-1930)를 키운 감독이었다. '맥과 메이블'은 이 맥 세네트와 메이블 노만드의 러브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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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bel Normand, Sennett, and Charles Chaplin in The Fatal Mallet (1914)


맥 세네트 감독은 1938년 브루클린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전성기였던 무성영화 시대를 회고한다. 1911년 촬영장에 샌드위치 배달왔다가 돈을 내지 않는 배우 로티에게 악다구니를 쓰는 델리 직원 메이블을 배우로 스카웃한다. 메이블은 얼굴에 크림파이를 던지는 액션으로 인기가 올라간다. 이들은 어느새 사랑에 빠지지만, 맥은 코미디 영화에 빠진 일중독자였고, 메이블은 드라마를 선호하는 로맨티스트였다. 메이블은 할리우드 감독 윌리엄스 데스몬드 테일러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수락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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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a Socha and Douglas Sills in Encores! Mack & Mabel


무성영화에서 토키(유성영화)로 전환하는 시대의 해프닝을 담은 걸작 뮤지컬 '비는 노래를 타고(Singing in the Rain)'는 픽션이지만, '맥 앤 메이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러브 스토리다. 감독과 배우, 코미디와 드라마, 뉴욕과 할리우드... '맥과 메이블'의 관계는 이성과 감성, 남과 여 이상의 갈등을 내포하는듯 하다.


최근 리바이벌됐던 뮤지컬 '헬로 달리!(Hello, Dolly!)'와 '새장 속의 광대들(La Cage aux Folles)'의 작곡가 제리 허만(Jerry Herman)은 "Time Heals Everything"이나 멜란콜리한 "I Won’t Send Roses"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조쉬 로즈(Josh Rhodes)가 연출과 안무를 담당한 '맥 앤 메이블'은 무성영화에 대한 노스탈쟈와 러브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리바이벌했다. 해리슨 포드와 스티브 마틴을 연상시키는 더글라스 실즈(Douglas Sills)가 맥 세네트 역으로 열연하며,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의 알렉산드라 소챠(Alexandra Socha)가 메이블 노만드 역으로 가창력을 발휘한다. 무대 뒤에서 롭 버만(Rob Berman)이 지휘하는 28인조 오케스트라가 생동감있는 음악으로 드라마를 받쳐준다. 


하지만, '맥과 메이블'은 2막의 스토리가 지지부진한 것이 취약점이다. 채플린 이야기가 빠진 것도 아쉽다. 노만드의 캐릭터를 강조할 수 있는 의상이었다면 더욱 연기가 빛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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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res! Mack & Mabel


레이몬드 J. 리는 촬영기사로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며, 자넷 노는 앙상블로 피아노까지 친다. 레이몬드 J. 리는 노스웨스턴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후 브로드웨이에 입성, 뮤지컬 '맘마 미아!(Mamma Mia!'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 등에 출연했으며, 이 뮤지컬 출연진의 백스테이지 모습을 담은 뮤직 비디오 'Wah Makes You Beautiful'을 연출하기도 했다.  http://www.raymondjlee.com

 예일대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자넷 노는 월스트릿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하다가 뉴욕대에서 뮤지컬을 공부한 후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http://www.janetnoh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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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res! Mack & Mabel


오리지널 '맥 앤 메이블'은 1975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 대본, 남녀주연, 세트디자인, 의상디자인, 안무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흑인 캐스트의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 뮤지컬 '위즈(The Wiz: The Super Soul Musical "Wonderful Wizard of Oz)'가 8개 부문을 석권했다. 대중은 수상작만 기억하기 마련이다. '맥과 메이블'은 결국 8주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브로드웨이에선 잊혀졌지만,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1995년 초연된 후 2006년 리바이벌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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