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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

'마이 걸' 전설의 소울 그룹 '템프테이션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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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Photo: Matthew Murphy


지금 브로드웨이는 주크박스 뮤지컬 전성시대다. 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흐르는 주크박스(jukebox) 기계처럼 귀에 친숙한 노래들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뮤지컬들이 이어지고 있다. 1999년 아바의 곡으로 중무장한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 미아'(Mamma Mia!)는 브로드웨이에서 15년간 5천773회 공연으로 롱런하는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뮤지컬 제작자들은 블록버스터 '맘마 미아!'같은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이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된 60년대 팝 그룹 포시즌즈(Four Seasons)의 이야기 '저지 보이스(Jersey Boys)'와  '록 오브 에이지(Rock of Ages)' 오프 브로드웨이로 내려갔다. 그동안 브로드웨이 무대에는 재니스 조플린 뮤지컬 '러브, 재니스( Love, Janis)'를 비롯, 존 레논 뮤지컬 '레논(Lennon)', 비치 보이스의 '굿 바이브레이션(Good Vibrations)',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을 그린 '올 슈크 업(All Shook Up Elvis Presley)', 모타운(Motown, The Musical)', '캐롤 킹의 뷰티풀(Beautiful, Carol King Musical)', '셰어 쇼(The Cher Show)', 도나 섬머 뮤지컬 '섬머(Summer)' 등이 흥망성쇠를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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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Photo: Matthew Murphy


한편, 프레디 머큐리와 퀸(Qeen)의 뮤지컬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는 200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지만, 브로드웨이 입성에는 실패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흥행하기 전의 일이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선 '템프테이션 뮤지컬(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과 '티나 터너 뮤지컬(Tina: The Musical)'이 공연 중이다.  


'해밀턴(Hamilton)'이나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처럼 오리지널한 뮤지컬의 성공은 도박이다. 한편,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뮤지컬처럼 쥬크박스 뮤지컬은 대본과 음악에서 친숙성으로 어느 정도 흥행의 기본을 기대한다. 하지만, 작품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폐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00temp3.jpg The Temptations


*Temptations - "My Gir"l & "Get Ready"


지금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보이 밴드,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했지만, 1960-70년대 한국에선 '블루벨스'와 '봉봉'이 남성 4중창단의 쌍벽을 이루며 활동했다. 템프테이션스 뮤지컬 '에인 투 프라우드(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The Temptation)'는 당대 미국 최고의 흑인 소울 그룹이었다. 날씬한 흑인 남성 5인조는 호소력 짙은 노래에 멋진 의상, 독특한 춤으로 매료시키며, "My Girl" "Papa Was a Rollin Stone" "Just My Imagination" "Since I Lost My Baby" "The Way You Do the Things You Do" "Ain't Too Proud to Beg" 등 히트곡을 무수히 남겼다. 


2013년 흑인 음악의 본산이었던 디트로이트 모타운(Motown) 레코드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모타운, 뮤지컬(Motown, The Musical)'이 제작된 바 있다. 모타운의 대부이자 다이애나 로스의 남편이었던 베리 고디(Berry Gordy)와 수프림스, 스모키 로빈슨, 마빈 게이,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까지 모타운 스타들의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브로드웨이 임페리얼 시어터(Imerial Theater)에서 공연 중인 '템프테이션스 뮤지컬(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은 모타운의 전설 중의 하나인 그룹 템프테이션에 관한 이야기다. 모타운이 스케치만으로 그쳤던 '템프테이션스'를 클로즈업한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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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Photo: Matthew Murphy


뮤지컬 '모타운'처럼, 뮤지컬 '에인 투 프라우드'도 주인공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모타운은 레코드사 대표 베리 고디의 자서전이었고, '템프테이션'은 밴드의 창단자이자 최후의 생존자 오티스 윌리엄스(Otis Williams)의 1988년 회고록 'Ain't Too Proud to Beg: The Troubled Lives and Enduring Soul of the Temptations'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여기서 우리는 70년대 전설의 록 밴드 '더 밴드(The Band)'의 다큐멘터리 '한때는 형제들: 로비 로버트슨과 더 밴드(Once Were Brothers: Robbie Robertson and The Band, 2019)'를 상기해볼 때 필요가 있다. 밴드 리더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나 다큐멘터리 모두 객관성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승리한 자가 독식하듯이, 리더의 시각으로 밴드의 이야기를 공식화하는 위험성이다. 


1998년 오티스 윌리엄스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TV 미니시리즈 'The Temptations'가 제작된 바 있다. 에미상 5개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Allan Arkuch)을 수상했다. 하지만, 오티스 윌리엄스의 전처, 템프테이션스 멤버 멜빈 프랭클린의 모친, 데이빗 러핀의 가족 등이 윌리엄스, 모타운과 NBC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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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Photo: Matthew Murphy


록밴드의 흥망성쇠는 돈, 명예, 약물, 섹스, 그리고 저작권 문제 등 온갖 유혹들(temptations)이 연루된 복잡한 이슈다. '템프테이션'의 주인공 오티스 윌리엄스는 그룹 템프테이션의 리더이자 최후의 생존자이며, 그룹 이름 '템프테이션'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파워맨이다. 이 뮤지컬이 오티스 윌리엄스의 시각으로 해설하는 전설의 그룹 템프테이션스의 주관적인 이야기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1960년 창단된 5인조 그룹 '템프테이션'은 지금까지 무려 24명의 멤버 교체를 겪었다. 이는 누군가 계속 문제를 일으켰고(돈,마약, 알코올, 음악성, 에고/자존심 등...), 누군가 계속 해고와 고용을 지속했다는 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티스 윌리엄스. 하지만, 음악성에서 오티스 윌리엄스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전성기 때의 주요 멤버 '클래식 5(Classic 5)는 데이빗 러핀(David Ruffin), 멜빈 프랭클린(Melvin Franklin),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 에디 켄드릭스(Eddie Kendricks), 그리고 오티스 윌리엄스(Otis Williams)였다. 템프테이션스의 히트곡들을 부른 리드 보컬은 데이빗 러핀이었다. 실제로 '주인공' 오티스 윌리엄스는 주로 다른 멤버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코러스처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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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하지만, 오티스 윌리엄스가 나레이터다. 그러므로, 우리는 윌리엄스의 증언만을 믿게 된다. 그의 회고에서 누락된 인물 중의 하나가 '템프테이션스'의 독특한 안무를 담당했던 촐리 앳킨스(Cholly Atkins)다. 사실 촐리 앳킨스는 모타운 레코드사가 가수들이 직접 안무를 했다고 홍보하는 바람에 음악사에서 실종된 인물이다. 또한, 이 뮤지컬의 유일한 비흑인 캐릭터인 유대인 매니저 셸리 버거조차 단역처럼 미미하다. 역사상 위대한 그룹에는 위대한 매니저가 존재했으며, 아티스트와 매니저는 돈과 파워 게임에서 대부분 갈등관계에 있었다. 


그런데, '템프테이션스'는 안무가와 매니저의 역할을 배제하거나, 축소하며 밴드 멤버들의 개인문제로 교체된 것으로 포장한다. 게다가 모타운의 파워맨 베리 고디와의 관계도 유연하다. 또한, 오티스 윌리엄스의 역혼녀였던 인기 가수 패티 라벨(Patti LaBelle) 이야기도 생략했다. 때문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치밀한 해부는 결여됐다.


대신 데이빗 러핀이 모타운의 여가수 태미 터렐(Tammy Terrell)과 열애에 빠졌다가 폭행까지 연루되고, 그녀가 뇌종양으로 24세에 요절한 비극, 오티스 윌리엄스의 아들이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일이 극을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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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Photo: Matthew Murphy


그럼에도 불구하고, 6070 시대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템프테이션'의 노래를 들으면 어깨를 덩실덩실, 발을 구르며, 손뼉을 치며, 흥얼거리게 된다. 템프테이션의 멤버들은 레코드판(LP)같은 회전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선사한다. 특히 'My Girl' 'Ain't Too Proud to Beg' 등의 리드 보컬이었던 데이빗 러핀의 색소폰같은 목소리는 전성기 템프테이션의 에센스였다. 그의 천부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4년만에 그룹에서 제명된 비운의 인물이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로 데이빗 러핀 역을 맡았던 에프레임 사이키스(Ephraim Sykes)는 아쉽게도 이번 공연에서 볼 수 없었다. '해밀턴'에도 출연했던 사이키스는 노래, 연기, 안무에 카리스마까지 겸비해 빛을 발하는 것으로 찬사를 받았다. 사이키스는  내년 닐 사이먼 시어터에서 초연될 또 한편의 주크 박스 뮤지컬, 마이클 잭슨 스토리 'MJ: The Musical'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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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Photo: Matthew Murphy


이 뮤지컬엔 템프테이션스의 노래 외에도 "Shout"(Isley Brothers)와 "If You Don’t Know Me by Now"(Harold Melvin & the Blue Notes), Gloria (Leon René), What Becomes of the Brokenhearted(Jimmy Ruffin) 등 친숙한 노래들이 장면에 맞게 삽입됐다.


'에인 투 프라우드'가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데는 2년이 걸렸다. 201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초연된 후, 워싱턴 D.C., LA, 토론토를 거쳐 2019년 3월 21일 브로드웨이 임페리얼 시어터에서 개막됐다. '저지 보이스'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도나섬머 뮤지컬 '섬머'(Summer)로 흥행에서 재난을 맞이한 쥬크박스 뮤지컬 베테랑 연출가 데스 맥너프(Des McAnuff)와 안무가 세르지오 트루질로(Sergio Trujillo)가 다시 손을 잡았다. '저지 보이스'는 2005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되어 2017년 1월까지 총 3억1919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거두었다. 대본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희곡작가 도미니크 모리쏘(Dominique Morisseau)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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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Imperial Theatre


뮤지컬 '에인 투 프라우드'는 2019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남우주연(3), 대본, 연출, 안무, 무대디자인, 의상, 조명, 사운드디자인, 오케스트레이션 등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안무상 하나만 수상하는데 그쳤다. 이 작품은  스케치식으로 스타들의 부침을 보여준 뮤지컬 '모타운'의 결함을 한 그룹에 촛점을 맞춤으로써 보완하며, 훨씬 만족감을 준다. 다이애나 로스와 수프림스가 등장하는 것도 눈요기거리다. 그리고, 오티스 윌리엄스보다 데이빗 러핀이라는 전설적인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가 보이지 않았는데, 막이 내린 후 뮤지션들이 무대 커튼 뒤에서 튀어나와 춤추며 연주했다. 뒤풀이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케니 세이무어(Kenny Seymour)가 무대를 장악하는 것도 훈훈한 볼거리다. 티켓: $49-$119. Imperial Theater(249 West  45th St.)

https://www.ainttooproudmusic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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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Too Proud: The Life and Times of The Temptations



000.jpg '모타운, 뮤지컬(Motown, The Musical)' 롱런 히트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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