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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허병렬: 집으로 돌아가는 수퍼우먼들
은총의 교실 (34) 물질보다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수퍼우먼들
우리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장수·건강·가족·사랑·친구… 등은 기본이다. 명예·지위·풍부한 경제력·좋은 직장·존경받는 일·이름을 남기는 일들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때에 명예와 경제력을 함께 차지하고 싶다든지 지위와 경제력·존경받는 일을 동시에 차지하고 싶어한다면 곤란한 일이 되고 만다.
이름을 남기는 일이나 명예를 얻고자 하는 일이나 존경을 받게 되는 일은 본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성질이 아니다. 주위에 있는 타인들이 인정하는 결과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일하면서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미국의 지성적인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그들은 전문직과 경영직에 종사하던 신세대 여성들이고,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행동이 ‘50년대의 고전적인 모성 관념을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며 이들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나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란 직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경영 능력·분야별 기능·새로운 도전·합리적인 사고·일의 추진력 등이다. 또한 주부로서의 자녀교육·가정 관리·남편과의 관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뜻할 것이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들은 드디어 해결 방법을 찾았다. 자신이 어느 때 어디에 있는 것이 가장 좋겠다며 하는 일에 시차를 두기로 한 것이다. 자녀들과 지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성장을 돕는 동안에 직장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고 자기 자신을 재충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몇몇 가정을 소개한 타임 시사주간지에 실린 기사는 다양하며 제각기 특색이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이 공통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각 가정의 사진이다. 어린 자녀들과 이를 돌보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표정들이 평화롭고 안정감이 있다. 자녀들이 아직 어려서 ‘웰컴 홈, 마미’란 사인을 써서 붙이지는 않았지만 자녀들의 표정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하면 두 지게를 졌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간 주부들은 그동안 어깨에 두 지게를 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게 하나를 내려서 차고에 세워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때가 오면 차고에 두었던 지게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에게서 자라 성인이 된 아들이 어머니한테 말하였다고 들었다.
“엄마는 내가 같이 있고 싶을 때는 직장에 나가시다가 어른이 된 지금에야 내 옆에 계시네요”
이 말에는 어렸을 때 엄마를 그리던 아들의 원망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엄마는 마음이 아팠다고 하였다. 요즈음도 자녀가 어린데도 직장에서 일하는 많은 어머니를 볼 수 있다. 현명한 미국 어머니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자녀들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어린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투자보다 시간의 투자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