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진영미의 뉴욕에서 미 땅끝마을 키웨스트까지 로드 트립
from NYC to Key West
자동차로 뉴욕에서 키웨스트까지 3천마일 로드트립
코로나 팬데믹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싶어서 큰 맘 먹고 플로리다 최남단 키 웨스트(Key West)에 다녀 왔습니다.
비행기가 아니고 자동차로 왕복 3,000마일을..
지금 저와 남편이 이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영영 이런 모험적인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가지 걱정이 있었지요. 우리 둘 중에 누구라도 아프면 어떻게 하나? 이 근심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람사는 동네에 병원 없을까요?
결론은 그래 가자!
새벽에 떠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했습니다. 출근 시간의 교통혼잡을 피할수 있으니까요.
운전대는 남편의 몫이었습니다.
저는 조수석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헤쳐서 남편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도 사진을 찍습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고속도로와 거리의 풍경들을 포착했습니다.
우리의 짧은 인생, 매 순간, 찰나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거지요.
제가 오래 전 셰난도 밸리(Shenandoah Valley, VA)를 다녀 오긴 했는데 별 기억이 없다 말하자, 운전수께서는 셰난도 밸리를 한바퀴 도는 코스로 조수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날씨 운이 따라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사진찍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 자체를 즐겨보자하고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에서는 하루종일 가을비가 우리랑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마음은 항상 나를 설레게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지요 .
비오는 날씨 와중에도 약간의 틈 사이로 해가 비춰주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어
우연한 여행자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더군요. 자연은 위대합니다.
마이애미(Miami)로 가는 I-95 도로는 넓고, 제한속도가 70-75마일이라 제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20분 쯤 후 장대비가 쏟아지더군요. 앞이 캄캄했습니다. 옆으로 빠져 나갈 수도 없고...
무작정 앞에 가는 차에서 나오는 불빛을 등대의 불빛 삼아 따라 갔습니다. 저 차를 놓치면 안돼! 하면서요.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 2시간 운전을 하고 나니 피로가 쏟아졌습니다. 여행의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지요.
키 웨스트(Key West)의 해변과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물의 색은 페인트 가게에서 보는 연푸른색 차트에서 보는 네 다섯가지 색을 보는 것 같고.
발에 느껴지는 모래는 어린아이의 팔을 만지면 느껴지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실크 같고,
이런 느낌을 말로 전달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네요.
한 마디로 말한다면, "키웨스트 참 잘왔다"입니다.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 집을 방문해서 6손이 Snow White의 고양이 후손들도 만나보았습니다. 명문가 고양이들은 집 주인이 되어 여기저기서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침대에서 낮잠에 빠진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헤밍웨이의 두번째 부인 폴린이 좋아 했다는 부엌과 목욕탕 바닥의 타일 그리고 프랑스에서 가지고온 산호색 샹들리에가 정말 예뻤습니다.
수영장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1937년경 키웨스트에서 가장 크게 지어진 수영장의 비용이 당시 2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헤밍웨이의 전 재산을 수영장 만드는데 사용한 폴린에게 마지막 동전 1페니까지도 가져 가는것이 어떠냐며 주었다는 1센트 동전이 수영장 들어가는 바닥에 잘 보이게 묻어 놓았습니다.
헤밍웨이가 아내에게 가계부을 맡겨 두었더니 몽땅 써버려서 이 수영장 공사로 미국인 아내들의 집안 재정권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그후로 많은 부부가 각자가 재정 담당을 하게 된것은 아닌지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봅니다.
헤밍웨이는 누군가를 무척 기다렸는지 아니면, 사람을 좋아했는가 봅니다. 누가 오는지를 알고자 화장실과 목욕탕 배치를 정문을 향해서 해 놓았답니다. 들어오는 사람에게 손인사를 하려고요. https://www.hemingwayhome.com
키웨스트에서 세인트 페테스버그(St. Petersburg)의 살바도르 달리 뮤지엄(The Dali Museum)으로 갔습니다.
알재단에서 뮤지엄 투어 시간에 달리 이곳에 뮤지움이 조새미 선생님의 말씀에 '흘러내리는 시계'가 생각나는 이상한 천재를 만나러 갔습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개인 미술관에 들어가니 마침 큐레이터가 그림의 배경과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13살때 달리가 그린 고향 스페인 피게레스 바닷가 그림을 비롯하여 그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형의 이름을 그의 아버지는 죽은 아이가 환생했다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했던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 이모랑 재혼한 아버지, 아버지 그늘에서 죽은 형의 망령에서 벗어나고자 , 혼신의 힘을 다한 달리. 달리가 59세에 그린 "Portrait of My Dead Brother"를 보면 보는 저도 슬퍼졌습니다.
Salvador Dali, Portrait of My Dead Brother, 1963
형을 추모한 이 그림은 멀리서 보면 점처럼 보입니다. 그점 속에 왼쪽 머리에는 까마귀를 그려서 본인 속의 살아 있는 형을 떠나버렸고 ,죽었다고 말하고 싶었고 오른쪽 귀를 그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달리의 마음이 고흐의 심정이 나타났고 아래에는 밀레의 만종에서는 죽은 아이를 위해 이별하는 마음... 달리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형을 떠나보내는 마음 속의 의식을 여러 형태의 예술가들의 표현을 빌려서 표현했다고 합니다. 달리는 1989년 84세로 장수했습니다.
달리의 불안증, 편집증, 과대망상증,성적판타지는 달리의 삶과 작품에 녹아 있었습니다. 달리를 보면 얼마나 부모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인지 다시 한번 알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슬픈 천재 달리를 보면서 나는 어떤 부모였을까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리고 지금은....
https://thedali.org
여행은 이처럼 저 자신에게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2021년 10월에 도전해 본 로드트립은 즐거웠습니다.
진영미 Youngmi Jin/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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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멋지고 뜻깊은 여행이었네요
덕분에 한국에서 나도 함께 여행한 기분이 ^^
특히 헤밍웨이의 저택 재미있게 봤어요~ -
먼 여행길이라 처음엔 두려움을 안고 출발하면서
기후 조건으로 고생도 따랏겟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현지 모습과 소설가 헤잉웨이 저택 방문과 화가 달리 미술관 방문해서 멋진 사진과 상세한 설명으로
바로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면서 행복해 보이는 작가의 모습 또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넹ㅎㅎ
부부함께 먼 여행길에 도전하는 멋진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ㅎㅎ
지금처럼 새로운 설레임으로 늘 행복하소서 -
여행기는 이렇게 쓰는것이군요
재밋는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
진영미씨의 뉴욕에서 키웨스트까지의 여행기를 잘 읽었습니다. 3000마일이나 되는 긴 거리를 나르듯이 하신 진영미 작가의 결심과 실천이 부럽습니다. 젊을 때 장거리 여행을 플로리다 게인스빌(농대로 유명함)을 시동생이 초대해서 갔었고, 시카고에 시누이가 계셔서 갔었습니다. 기름값을 절약하기위해서 폭스 wagon fast back을 사서 타고 다녔습니다. 애 둘을 태우고 남편이 운전하고 갔는데 고생이 심해서 불평불만으로 갔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그때의 그 고생스럽던 추억도 짧은 인생에 아름다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진 작가의 남편과의 여행기가 내 추억에 아름다움을 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웨스트에 가서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둘러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간결한 문장을 답습하고 싶습니다.
-Elaine-
와!!! 드디어 했네
멋진사진은 물론이고 셈세한 글도 멋지게
해 내었네 정말 잘했어
그런데 더멋진건 먼길을 달려갔다는것
더 이상 똑같은 시간은 오지않을테니 ..
조금에 고생은 있었겠지만
행복해하는 마음이 느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