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맛 (5) 인도네시아 식당 자바(JAVA)의 밥상 '라이스타펠(Rijsttafel)'
14가지 반찬과 밥, 그리고 차와 디저트
자바(Java)의 인도네시아 정식 '라이스타펠(Rijsttafel)'
CNN 세계 최고 음식 1위 렌당(소고기 조림), 2위 나시 고렝(볶음밥)
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Chenin Blanc
2017년 CNN이 페이스북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고의 음식 50가지를 선정했다. 김치, 비빔밥(40위), 갈비(41위), 불고기(23위), 김치(12위)가 올랐고, 놀랍게도 1위(렌당: 소고기 조림)와 2위(나시 고랭-볶음밥), 14위(사테-꼬치구이)는 인도네시아 음식이었다.
인도네시아(Indonesia)는 1만75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으며, 2017년 현재 인구가 2억6400만여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섯살 때부터 2년 반 동안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어 학교를 다니다가 하와이로 이주하게 된다. 뮤지컬 '라이온킹(Lion King)'의 연출가 줄리 테이머(Julie Taymor)는 20대 초반 인도네시아의 전기도 수도물도, 전화도 없는 시골에서 살면서 전통 가면극을 배웠고, 연극을 연출했다. 그런가하면, 불교신자인 배우 리처드 기어는 인도네시아의 비공식 관광 대사다.
2016년 Bali & Beyond 거리 축제에서 꼬치구이(사테) 벤더.
인도네시아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법하다. 20여년 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여행했던 나의 친구는 인도네시아엔 다시 가겠다고 한다. 인구 대국이지만, 뉴욕에서 인도네시아 식당은 많지 않다. 한식당의 수에 비하면 미미하다.
처음 인도네시아 식당에 가본 것은 15년 전쯤 맨해튼 '식당의 유엔'으로 불리우는 9애브뉴의 발리 누사 인다(Bali Nusa Indah)였다. 우리의 한정식과 닮은 꼴로 밤에 여러 반찬이 나오는 인도네시아 음식 라이스타펠(Rijsttafel)이 신기했다. 사실 인도네시아를 지배했던 네덜란드에서 더욱 인기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어로 '쌀 식탁(rice table)'이라는 의미인 라이스타펠은 밥과 함께 7-40가지의 반찬이 제공된다. 작은 요리(small plate)와 타파스(tapas)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즈음 라이스타펠은 뉴요커들이 재발견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발리 누사 인다는 문을 닫고 말았다.
2012 브루클린브리지파크의 가믈란 콘서트
그리고, 퀸즈의 신문사에 다닐 적에 엘름허스트 주택가의 식당 우피 자야(Upi Jaya, 76-04 Woodside Ave. Elmhurst, NY)에서 CNN의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에 오른 렌당(Rendang)을 맛있게 먹었다. 렌당은 우리의 매콤한 갈비찜과 장조림을 연상시키는데, 간장과 설탕 대신 코코넛 밀크, 레몬그래스, 마늘, 튜머릭, 생강, 고추, 갈랑갈(galangal)을 넣고 오랫동안 조리한 슬로우 푸드다.
2016년 여름엔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 거리에서 문화와 음식 축제 'Bali & Beyond'가 열렸다. 오래 전 대사관 카페가 맛있기로 유명했는데, 문을 닫아 아쉽다.
브루클린 자바(JAVA)의 라이스타펠(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추운 겨울 밤 따뜻한 나라 음식을 먹고 싶어 yelp에서 인도네시아 식당을 찾아 보다가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의 자바(Java)를 발견했다. 와인 한병을 들고 지하철 A와 F를 탄 후 7 블럭을 걸어서 7애브뉴의 자바로 갔다.
7애브뉴와 16애브뉴 코너의 명당에 자리한 자바는 자그마했고, 인테리어는 소박했다. 인도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가면, 조각, 풍경사진들이 걸려있고, 음악은 없었다. 차분한 가믈란(Gamelan) 음악이라도 나직하게 흘러나오면 좋으련만, 1시간 후에 나오기 시작했다. 나무 식탁 위에 아름다운 패턴의 인도네시아 전통 직물 바틱(batik) 천이 테이블보로 깔리면 더 분위기가 있을 것 같았다. 웨이터는 청년 한명으로 토요일 밤에는 무리였지만, 성의있게 서비스해서 기분이 좋았다.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와인은 하우스 와인 레드와 화이트 두 종류 뿐이라 가져간 와인을 오픈해도 되냐고 물으니, 주인에에 문의한다며 키친에 들어갔다 온 후 12달러라고 말해주었다. 맨해튼 차이나타운 식당은 코키지가 주로 공짜이며, 고급 식당은 55달러하는 곳도 있는데, 저렴한 편이다. 주인장이 키친을 지키는 것을 보니 음식도 맛있을 것 같았다.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우리는 2인용으로 라이스타펠을 주문했다. 15가지 라이스타펠은 $49, 17종은 $59인데, 17종으로 시켰다. 가져간 와인 Domaine des Baumard Savennières Trie Spéciale 2000은 루아르 밸리(Loire Valley)의 셰닌 블랑(Chenin Blanc)으로 약간의 신맛에 달달하지 않지만, 꽃향기가 풍부하고, 상큼해서 드라이한 리슬링같으면서도 꿀맛의 여운은 마치 소테른같았다. 열대음식과 잘 어우러질 것으로 기대됐다.
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라이스 타펠 17종엔 밥과 차도 포함되어 있었다. 순서는 치킨 수프가 제공된 후 야채 요리 3종이 나왔고. 이어 두 종류의 꼬치구이(사테)가 등장했다. 그리고 웨이터는 철판 미니 테이블과 휴대용 가스불을 가져와 치킨, 소고기, 양고기, 대구와 새우 등 육류와 생선요리를 가지런히 올려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어 자스민 티와 디저트가 피날레가 됐다.
#1 소토 아얌(soto ayam, 치킨 수프): 두부, 토마토, 당면이 들어간 닭고기 수프. 카레와 향신료로 닭고기의 기름끼를 제거해서인지 담백하고, 향긋했다.
#2 아카(acar, 야채 피클): 오이, 당근, 깍지콩, 양파에 강황(tumeric) 식초에 절였다. 중국식당에서 식전에 주는 피클과 특별히 다른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3 가도가도(gado gado, 따뜻한 샐러드): 각종 야채를 쪄서 땅콩 드레싱을 뿌렸다. 낯설은 샐러드인데, 땅콩 소스가 입맛을 돋군다.
#4 바콴(bakwan, 튀김): 새우와 야채, 옥수수로 만든 튀김.
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5 사테 아얌(sate ayam, 닭 꼬치구이): 주사위만한 닭을 구워서 땅콩/간장 소스에 버무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석탄불에 굽는 사테가 거리 음식, 야시장 음식으로 인기라고.
#6 사테 발리(sate bali, 소고기 꼬치구이): 소고기 사테는 약간 질겼다.
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7 사유 투미스(sayur tumis, 야채볶음): 두부와 각종 야채를 달착지근한 간장에 볶은 것. 우리의 잡채요리에 당면만 빠진 격인데, 감미롭다.
#8 카레 아얌(kare ayam, 치킨 카레): 닭과 감자에 카레, 코코넛 밀크로 조리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식당의 로티 카나이(roti canai)에 소스로 따로 나오는 치킨 카레와 유사한 맛이다.
#9 삼발 고렝 우당(sambal goreng udang, 새우 튀김): 새우를 튀긴 후 두부와 함께 향신료와 코코넛 소스에 조린 것.
#10 렌당(rendang, 소고기 조림): 소고기를 매콤하게 양념해서 향신료와 코코넛 밀크에 오랫동안 조린 요리. 쇠고기가 부드럽고, 매콤하며, 깊은 맛을 냈다. 장조림과 갈비찜에 매운맛과 향신료의 맛이 가미된듯. CNN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뽑힌 요리다.
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11 캄빙 고렝(kambing goreng): 양고기를 튀겨서 간장, 버섯, 토마토를 넣고, 매콤한 소스로 졸였다.
#12 이칸 쿠닝(ikan kuning): 대구에 두부, 토마토, 피망과 함께 코코넛 소스에 조리한 것.
#13 운당 투미스(undang tumis): 새우, 버섯, 토마토, 고추에 간장 소스로 매콤하게 조린 것.
#14 이칸 붐부 발리(ikan bumbu bali, 대구 매운 조림): 대구를 발리 스타일 고추 소스를 뿌려 조린 음식.
유사한 재료와 다른 양념 요리인데, 굳이 17가지 라이스타펠을 주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처음이라 여러가지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다음에는 라이스타펠 대신 입맛에 맞는 단일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좋을듯.
셰닌 블랑 와인은 애피타이저와는 잘 어울렸으나, 렌당과 치킨 카레와는 그다지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 18년 묵은 화이트 와인 자체의 맛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15 자스민 라이스(jasmine rice, 자스민 쌀밥): 쌀알이 길고, 약간 향미가 있는 자스민쌀은 보통 쌀보다 섬유소, 비타민 B, 미네럴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맛도 좋다.
Rijsttafel, Java Indonesia Restaurant, NYC
#16 소스로 스위트 자스민 티(Sosro Sweet Jasmine Tea): 자스민 차의 브랜드가 소스로. 중국 식당의 자스민 차처럼 향이 강하지 않아 디저트에 잘 어우러졌다.
#17 코코넛 밀크 푸딩(Coconut Milk Pudding): 스페인이나 브라질의 디저트 플랜(flan)과 유사하나 녹색인 이유는 열대의 판당 이파리를 쓰기 때문. 따라서 인공 색소가 첨가된 것이 아니다. 향긋하지만, 달지 않아 좋다.
자바엔 또 하나의 디저트 바나나 튀김 '피상 고렝(Pisang goreng)'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인기있다는데, 휩드 크림이나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는다고. 다음에 시도해야겠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중 하나가 애저구이(suckling pig)인데, 자바에는 없었다. 이슬람 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금기하는데,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다양성으로 지역별로 제약하는 음식들이 있는 것 같다. 자바는 이슬람교도가 많이 살며, 발리섬은 불교신자가 많은 섬으로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가 종종 여행하는 곳이다.
Java Indonesian Restaurant
455 7th Ave. Brooklyn, NY(bet. 6th Ave. & 16th St.)
(718) 832-4583
https://java-indonesian-restaurant.business.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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