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마스크 모자이크 조각 '희망(Hope)'의 김혜경(Helen Draves) 작가 #worksinpublic
팬데믹의 어둠 떨치고, 비상의 날개짓으로
김혜경 작가 '희망(Hope)' 리버사이드파크사우스 전시
김혜경(Helen Draves), Hope, 2022, Stainless steel, resin, disposable masks, steel sheet, June 2023-May 2024, Riverside Park South.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코로나19 팬데믹은 수년간 우리의 삶 전체와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우리는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질병 및 죽음과 직면해야 했으며, 의료 시스템은 무너졌다. 가족, 친구와 지인, 그리고 수많은 이들을 잃었고, 우리는 불확실성의 나날을 보냈다. 일터는 봉쇄됐고, 실직자가 급증했다. 학교도 문을 닫아 아이들의 교육도 중단됐다. 재택근무와 원격 학습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이 어두운 터널 속에서 우리는 건강, 일, 가족과 죽음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과 벌여온 고단한 투쟁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김혜경(Helen Draves) 작가의 조각이 맨해튼 리버사이드파크 사우스(Riverside Park South, 60th St.)에 설치되어 있다. '희망'은 뉴요커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브라질, 러시아, 터키 등까지 세계 각지에서 작가에게 보내온 메시지 100개를 모자이크해서 팬데믹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는 파랑새 23마리로 마스크에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김혜경(Helen Draves), Hope, 2022, Stainless steel, resin, disposable masks, steel sheet, June 2023-May 2024, Riverside Park South.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공공 조각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공간의 경관을 개선하는 기능에서 나아가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하고,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강화하며,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런면에서 김혜경 작가의 '희망'은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1918-2018)의 공허한 조각 '희망(Hope)'보다 파워풀하다.
1968년 춘천에서 태어난 김혜경 작가는 이화여대 조소과 졸업 후 1993년 미국으로 이주, 프랫인스티튜트에서 Fine Arts로 석사학위 (MFA) 를 받았다. 2014년부터 뉴욕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세라믹 조각, 금속조각을 수학 중이다. 현재 롱아일랜드 벨로즈빌리지에서 살며 작업한다. 김혜경 작가의 부친 김정희(91)옹은 춘천교육대학교 미술과 교수로 정년 퇴임한 후 미국으로 이주, 현재 한미현대예술협회 (KACAL) 고문으로 활동하며 작업하고 있다.
김혜경 작가와의 질의 응답 An Interview with artist Helen Draves
'Hope' 옆에서 김혜경(Helen Draves) 작가. Photo: Helen Draves
-'희망'은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김혜경: 뉴욕아트스튜던트리그(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가 2010년 뉴욕시 공원국(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과의 협력 하에 설립된 공공조각 프로그램인 공공미술(Works in Public)에 2019년 응모해 2명의 조각가(김혜경 & 수잔 마코비츠 메레디스)에 선정됐다.
-공원 설치작의 컨셉트는 장소, 관람객, 전시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갤러리 전시와 다르다. 어떻게 작업에 임했나.
김혜경: 공원 설치 조각은 처음 도전해 보는 작업이었다. 그전에 흙을 소재로 주로 해왔던 세라믹 조각은 그 재료부터 새로운 야외에서 보존이 가능한 강한 재료로 바꿔야 했다. 가장 팬데믹이 심할때 작품 구상을 하게 되어서 그당시 감정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우리의 삶속에서 이러한 엄청난 전례에 없었던 기나긴 팬데믹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역사 속에 어떤 작은 기록같은 것을 관객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남기고 싶었다.
-'희망'의 영감은 어디서 왔나.
김혜경: 2019년 선정된 후 팬데믹이 시작되고 Art Student League도 셧다운되어서 이 프로그램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1년 9월 리그가 다시 오픈하고, 같은 달에 아들이 Covid19에 걸려 폐렴으로 전이 되서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했었다. 아들을 간호하면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할 때 어린 시절 종이학 천 마리를 접어서 아픈 친구에게 보내 줬던 기억이 나서 기도하며 마음속으로 종이학도 접었다. 아들이 회복되고 나는 다시 리그로 복귀해서 작업하는데 이 팬데믹을 종식시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은 세라믹 새들을 만들어 설치 작업을 했다. 그리고 나서 11월쯤 리그에서 Works in Public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이 세라믹 새 설치로 팬더믹을 종식시키고 싶어 하는 염원을 담은 작품을 공원 조각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Hope'의 드로잉(위)과 작업 과정. http://helendraves.com/index.php/work-in-public-2023
-'희망'에 사용된 마스크와 메시지는 어떤 방식으로 수집했나.
김혜경: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집했다. 내가 속한 아트스튜던트리그의 미국인 작가들, 한미예술협회, 이화여대 녹미회, 라디오코리아 청취자 등의 한인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의 팔로워들이 메시지들을 보내 주었다. 팬데믹 동안에도 이 팬데믹을 이겨내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고 그 염원이 하나로 모여서 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는.
김혜경: 팬데믹으로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께 쓴 편지글이 있었다. 친구한테 쓴 편지도 받았다.
김혜경(Helen Draves), Hope (detail), 2022, Stainless steel, resin, disposable masks, steel sheet, June 2023-May 2024, Riverside Park South.
-'희망'의 재료는 어떻게 선택했나.
김혜경: 일단 야외에서 영구 설치할 작품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소재 선택이었다. 전체 뼈대는 철조로, 특히 오래 지나도 녹이 안나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정하였다. 팬더믹의 상징이 되어버린 마스크에 실크스크린으로 세계 각처에서 보내온 메세지를 프린트한 후 영구성을 위해 투명 수지로 캐스팅했다.
-어디서 작업했으며, 얼마나 걸렸나.
김혜경: 뉴저지 유니온시티의 Fabricating Studio에서 1년 반 남짓 작업했다.
-위임 작가의 제작비는.
김혜경: 우리의 프로그램까지는 1만 5천달러. 다음 기부터는 2만 달러다.
Helen Draves, Transcendence of Time, Ceramic, LED Light, Sand, 60x20x20 in., 2022/ Reeling it in, Ceramic, Metal, Water pump, 50x12x24 in., 2022./ Time's Ego Epilogue, Terra cotta, 10x15x18 in., My ego is taking the last piece of life time puzzle to complete the clock of my time.
-팬데믹이 작가 자신의 작업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나.
김혜경: '희망'은 심미적 아름다움을 나타낸 작품이라기 보다 너무나 힘든 암흑기 같았던 시기에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었고, 이 작품으로 내 작업 스타일이 변한 것은 아니다. 나의 스타일은 계속 아름답고 재미있고 엉뚱한 예측할수 없는 스타일이고 정해진 루틴이 없이 자유로운 영혼에 작품 아이디어를 맡기는 편이다.
-내년 5월 19일까지 전시 후 '희망'은 어디로 가나.
김혜경: 맨해튼 리버사이드 파크에서 1년 전시후에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해변에 자리잡고있는 조각 공원 Sculpture Trail Garden으로 이전해 영구설치된다.
김혜경(Helen Draves), Hope, 2022, Stainless steel, resin, disposable masks, steel sheet, June 2023-May 2024, 2024, Riverside Park South.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희망'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
김혜경: 아트스튜던트 리그의 소유다.
-'희망'이 뉴요커 등 관람객들에게 어떤 작품이 되기를 희망하나.
김혜경: 아직도 끝나지 않은 팬데믹을 보내며 특히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곳이므로 많은 뉴요커들이 남다르게 대하는것을 느낄수 있다. 어두움과 고통의 상징이었던 마스크들이 자유와 희망의 상징인 파랑새로 변화되며 푸른 창공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의 예술작품이 치유를 촉진하고, 어둡고 힘든 시간에도 희망의 불씨를 불태운다는것을 함께 느낄수 있기를, 이 작품에 쏟은 영감을 함께 공유하기를 바래본다.
Susan Markowitz Meredith, Life Dance, 2022, painted steel, plexiglass, concrete, June 2023-May 2024, Riverside Park South.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Works in Public
2010년 뉴욕아트스튜던트리그와 뉴욕시공원국의 협력으로 설립된 공공조각 프로그램으로 리버사이드파크사우스와 리버사이드파크(@145th St.)에서 1년간 설치 전시된다. 이후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의 Sculpture Trail Garden으로 이동, 영구전시된다. 현재까지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각가는 46명이다. 2022년부터 프로그램은 조각가이자 리그의 강사인 이학술 (Haksul Lee)씨와 나추키 나카우치(Natsuki Takauji)씨가 주도하고 있다. https://www.artstudentsleague.org/works-in-public
Helen Draves, Hope, 2022
June 2023-May 2024
Riverside Park South (Entrance 59th St.)
희망이 있기에 내일이 있습니다.
펜데믹 마스크가 희망을 만들어 줌을 감사합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계속 발휘해주시기를 응원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