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헤비급 '피자 전쟁': 그리말디 Vs. 줄리아나
그리말디 Vs. 줄리아나
브루클린 '헤비급 피자리아' 결투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두 피자리아의 치열한 전투. 왼쪽 피자집이 오리지널 그리말디, 현 줄리아나. 하얀색이 NEW 그리말디.
옛 그리말디 자리를 보수 중인 팻치 그리말디의 '줄리아나'. 트레이드마크 '그리말디'를 빼앗겨 어머니 이름을 땄다.
<Update>
그리말디 Vs. 줄리아나. 브루클린브리지 아래 헤비급 피자 매치가 12월 14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옛 그리말디 자리(19 Old Fulton St.)를 차지한 팻치 그리말디가 새 피자리아 ‘줄리아나(Juliana’s)의 영업을 14일 개시한다. 올 봄 오픈 예정이었던 줄리아나는 이제야 문을 열게 됐다. 이리하여 이름을 빼앗긴 팻치 그리말디(81)와 명당을 빼앗긴 그리말리 피자리아(1 Front St.) 주인 프랑코 치올리(71)의 피자 전쟁이 펼쳐지게 됐다.(2012. 12.13)
그리말디 Vs. 줄리아나
브루클린 '헤비급 피자리아' 결투 카운트다운
뉴욕 톱 피자리아로 꼽혀온 그리말디에 오리지널 주인이 '줄리아나'를 연다. 사진은 옛 그리말디. SP
코너의 르네상스 팔라조 빌딩에 새로 문을 연 그리말디. 125석으로 넓어졌지만, 여전히 대기 줄은 길다.
브루클린 다리 아래 피자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욕 톱 피자리아로 꼽혀오면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그리말디(Grimald’s, 19 Fulton St.)’가 지난해 12월 이전했다. 상습적으로 렌트를 밀려온 ‘악덕 세입자’ 그리말디를 건물주가 쫓아낸 것이다. 그렇다고 멀리 간 건 아니다. 오리지널 초라한 단층 건물에서 공터 옆의 더 이탈리안 팔라조 빌딩(1 Front St.)으로 업그레이드했다. 1-2시간 내내 문 밖에서 기다렸던 피자 애호가들에겐 굿 뉴스일 것이다. 기다리는 줄이 짧아졌으니, 그런데 이사 갔어도 같은 맛이 날까?
더 큰 뉴스는 그리말디 옛 자리에 새 피자리아가 들어선다는 점이다. 오리지날 그리말디의 주인이자, 맨해튼의 톱 피자리아였던 팻치(Patsy’s)의 주인 패치 그리말디가 컴백하는 것이다. 새 피자집의 이름은 ‘줄리아나(Juliana’s). 그리말디 건물주는 피자 라이벌을 불러들이며 그리말디 피자 주인에게 복수한 셈이고, 어제의 그리말디 피자 과거의 영화를 찾기위해 돌아오는 것. 두 피자집 간의 치열해질 전쟁 뒤엔 이름과 석탄불 오븐이라는 양보하지 못할 아젠다가 숨어있다.
그리말디의 페퍼와 모짜렐라 치즈 토핑 피자(테이크 아웃).
뉴욕 피자의 족보를 찾아서
그리말디와 줄리아나의 대결을 이해하려면, 뉴욕 피자의 원조로 올라가야 한다. 뉴욕 피자리아의 시조는 누구인가?
뉴욕 최초의 피자리아는 롬바르디(Lombardi’s)라는 것이 정설이다. 1905년 맨해튼 리틀이태리의 롬바르디는 뉴욕시 최초로 피자리아로 라이센스를 받았다. 주인 제나로 롬바르디(Gennaro Lombardi)는 청과상을 운영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배운 레서피를 사용해 만든 피자를 팔았다.
롬바르디에서 반죽하고, 석탄불 오븐에서 피자를 구워냈던 종업원 안토니오 토토노 페로(Antonio Totonno Pero)는 1924년 독립한다. 그는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로 가서 피자리아 토토노(Totonno’s)를 열었고, 토토노는 현재 뉴욕시의 톱 10 피자집 중 하나로 손꼽힌다.
또한, 롬바르디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파스콸레 ‘팻치’ 란세리(Pasquale ‘Patsy’ Lancieri)도 1993년 아내 카르멜라와 맨해튼 이스트할렘에 자신의 이름을 딴 팻치 피자리아(Patsy’s Pizzeria)를 시작한다. 그리고, 뉴욕에서 최초로 슬라이스(slice)를 팔았다. 1944년 친척 중 하나가 미드타운에 이탈리아 식당 ‘팻치 레스토랑(Patsy’s Restaurant)’을 개업했다. 그러나 피자를 팔지는 않았다. 두 팻치를 유난히 좋아한 것은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였다.
1941년 10살짜리 소년 팻치 그리말디는 삼촌 란시에리의 ‘팻치’에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웨이터로 일하기 시작한다. 1990년 그리말디는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석탄오븐에 구워내는 피자집을 열었다. 이듬해 이모 카르멜라는 ‘팻치’와 상표권을 I.O.B. 리얼티에 팔았다. I.O.B.는 맨해튼에 4곳의 팻치 체인을 열면서, 그리말디가 소유한 ‘팻치 피자리아’를 트레이드마크 침해로 고소한다. 이에 따라 1996년 그리말디는 팻치를 버리고 그리말디로 피자집 이름을 바꾸게 된다.
그리말디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사진으로 도배된 벽에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시나트라의 노래도 트레이드 마크였다.
1998년 그리말디는 피자집과 이름을 프랭크 치올리에게 팔았다. 식도락가들의 성경으로 불리우는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 서베이’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그리말디를 뉴욕 최고의 피자리아로 선정한다. 그러면서 그리말디의 인기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반면, 그리말디를 팔아치운 팻치의 속은 석탄처럼 타고 있었다.
단층짜리 허름한 건물에서 석탄오븐에 구워낸 맛있는 피자 뒤는 그다지 조용하지 않았다. 치올리는 건물주 도로시 왁스만과 렌트 분쟁을 벌여온 것. 건물주는 치올리가 렌트를 5만7500달러 밀려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치올리는 6000달러뿐이라고 대응했다. 이에 왁스만 일가는 그리말디를 고소했으며, 판사는 2011년 11월 렌트 계약이 종료되는대로 건물에서 나갈 것을 판결했다.
코너로 이주한 그리말디는 공간이 더 넓어졌다. 하지만, 예전의 북적대는 분위기가 더 정취가 느껴졌던 것 같다.
2011년 11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치올리는 옆의 근사한 백색 건물로 이사할 것을 공표한다. 1869년 윌리엄 먼델이 캐스트아이언을 사용 르네상스 궁정 양식으로 지은 이 건물은 원래 은행(롱아일랜드 세이프티 디포짓 컴퍼니)이었다. 왁스만의 아들은 재빠르게 팻치 그리말디에게 전화했다. “옛 자리로 돌아오겠어요?” 98년 그리말디를 치올리에게 넘긴 후 후회의 눈물을 흘려온 팻치의 대답은 물론 “Yes!”였다. 자신이 설치했던 석탄 오븐도 되찾았다. 새 이름은 팻치도 그리말디도 아니다. 성도 이름도 잃어버린 것. 이에 팻치는 작고한 어머니의 이름을 딴 줄리아나로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말디가 이주한 1 Fulton St.의 이태리 팔라조 스타일 건물.
금지된 석탄불 벽돌 오븐
이름은 정리됐으니, 이제 문제의 피자 오븐이다. 그리말디만의 피자 맛을 내온 1등 공신은 ‘석탄불 벽돌 오븐’이다. 가스불이나 나무 오븐에서 구워나오는 피자와 달리 석탄불 오븐을 통과한 피자는 얇고, 군데군데 가스가 차 있어 바삭바삭하며, 고소한 맛을 낸다. 석탄오븐은 그야말로 노다지 금광인 셈이다. 그리말디의 석탄 오븐에선 매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100파운드의 석탄에 불을 지펴 1200도까지 올리며 피자를 구워냈다.
그러나, 뉴욕에선 공해 우려가 있는 석탄오븐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오랫동안 금지해왔다. 시 주택국은 그리말디가 새 건물에 무허가 석탄불 벽돌오븐을 설치한 것을 알고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다. 치올리는 건축가 로버트 스카라노를 비난했고, 스카라노는 뉴욕시가 추천한 가스+석탄 오븐 대신 직접 석탄오븐을 설치했다며 박차고 나갔다. 치올리는 뉴욕시와 분쟁 끝에 마침내 석탄오븐을 설치하는데 성공했고, 지난해 12월 새 장소에서 그리말디 피자리아의 제 2막을 시작했다.
그리말디 피자리아 맨해튼 점(656 6th Ave.&19th St.)은 교회 건물 안에 자리해 있다.
그리말디 맨해튼점의 빅 피자. 절반은 마거리타, 절반은 소시지와 페퍼로니 톱핑. 오리지널의 맛 그대로다.
팔라조 건물 안 그리말디에선 여름이면 정원에서 125명까지 앉아 별을 보면서 피자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자를 기다리며 잠시 생각해보자. 왜 치올리가 키친엔 히스패닉을, 웨이터로는 폴란드계 직원을 쓰고 있는지? 또 다른 이탈리안이 레시피를 배워 나갈까 우려해서는 아닐까?
그리말디와 줄리아나의 추악한 피자전쟁으로 덕을 보는 것은 피자광들일 것이다. 그리말디의 독점 시대는 막을 내리고, 두 집이 맛과 서비스로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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