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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허병렬: 동화(童話)의 나라-세 마을 사람들
은총의 교실 (99) 동화의 나라
세 마을 사람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나라의 임금님, 고스기 사나에 글/다치모토 미치코 그림/혜원 역, 제제의숲, 2022
어느 곳에 모양이 세모난 산이 있어 사람들은 세모산이라고 불렀다. 세모산 기슭에는 마을의 울타리를 세모로 만든 세모 마을이 있었다. 세모 마을 사람들은 꼭 피라밋 같은 모양의 집을 짓고 살았으며 드나드는 문이나 창문 모양까지 세모나게 만들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세모로 된 헝겊 조각으로 옷을 지어 입었다. 또 식사 때가 되면 세모난 샌드위치나 피자를 세모난 그릇에 담아서 먹었다. 이렇게 온통 세모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오직 세모 모양만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세모 마을에서 남쪽으로 10년 동안 걸어가면 큰 동그라미처럼 생긴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가운데에는 둥그런 모양의 큰 바위 하나가 우뚝 자리잡고 있었다.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은 꼭 공처럼 생긴 집을 짓고 살았으며, 드나드는 문이나 창문 모양까지 동그랗게 만들었다.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은 동그란 헝겊 조각을 이어서 옷을 지어 입었다. 또 식사 때가 되면 동그랗게 생긴 빈대떡이나 팬케익을 동그란 그릇에 담아서 먹었다. 이렇게 온통 동그라미 속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오직 동그라미 모양만 있는 줄 알고 있었다.
동그라미 마을에서 서쪽으로 10년 동안 걸어가면 네모나게 생긴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한 끝에는 네모난 호수가 있었다. 네모 마을 사람들은 꼭 상자처럼 생긴 집을 짓고 살았으며, 드나드는 문이나 창문 모양까지 네모나게 만들었다. 네모 마을 사람들은 네모난 형겊 조각을 이어서 옷을 지어 입었다. 또 식사 때가 되면 네모난 떡이나 두부를 네모난 그릇에 담아서 먹었다. 이렇게 온통 네모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오직 네모 모양만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세모 마을, 동그라미 마을, 네모 마을에는 낮 12시 정오에 똑같이 굉장한 회오리 바람이 불어서 각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모조리 공중에 날게 만들었다. 회오리 바람은 그 많은 사람들을 공중에서 빙빙 돌게 하더니 지금까지 그들이 상상도 못하던 다른 마을에 내려놓았다. 동그라미 마을에 닿은 네모 마을 사람들은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세모 마을에 닿은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은 모든 것이 낯설어서 어리둥절하였다. 네모 마을에 닿은 세모 마을 사람들은 모든 것이 서툴러서 불평을 하였다. 며칠 후에 또다시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 낯선 마을에서 불안하게 지내던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줄 알고 좋아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오리 바람이 사람들을 공중에서 모두 뒤섞어 버렸다. 그 때까지 끼리끼리 모여서 살던 사람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섞이게 되었다. 그들이 공중에서 땅으로 내려왔을 때는 어느 틈에 세 가지 다른 마을들이 하나의 커다란 도시가 되어 있었다. 이 큰 도시에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이 잘 어울려 재미있는 무늬를 이루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틈에서 자기 자신을 더욱 뚜렷이 알게 되어 기뻐하면서 서로 어우러져서 살게 되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나라의 임금님, 고스기 사나에 글/다치모토 미치코 그림/혜원 역, 제제의숲, 2022
이 동화는 첫번 째 질문을 한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들은 어디로 갔느냐고. 그들은 서로 뒤섞였을 뿐, 거기에 그대로 있다고 하는 답을 듣자, 두번 째 질문을 한다. 그들의 모습이 바뀌었느냐고. 지금까지는 그대로인데…. 세번 째 질문은 그들이 살게 된 새 나라 이름은 무엇이냐고.
‘사랑의 나라’ ‘파란 나라’ ‘미래의 나라’ 중에서 정해질 것 같다는 대답이 들린다. 네번 째 질문은 그들에게 전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내 자신이 더 잘 보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커졌고, 세상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근대사의 특징 중 하나는 활발한 거주국의 이동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주민이 어느 특정 지역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큰 이동으로 지구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따라 물물교환은 물론이고, 문화 교류가 눈부시게 속도를 낸다. 그러면서 서로 서로 배운다. 이번에는 독자가 동화에게 묻는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는 제각기 특징있는 문화를 이전처럼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느냐고. “글쎄?”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