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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수잔 최 2019 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

"글 쓰고, 가르치며 먹고 사는 것은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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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미도서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수잔 최.

 

한국계 소설가 수잔 최(Susan Choi, 50)가 2019 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했다. 

수잔 최는 신작 '신뢰 연습(Trust Exercise)'으로 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1980년대 공연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학생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았다. 소설은 기억의 부정확함과 진실의 애매함 사이의 긴장관계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MeToo 시대에 동의, 강요, 모호함의 주제를 건드리는 소설이다. 

 

비평가들은 수잔 최의 내러티브와 형식에서 혁신적인 실험성에 찬사를 보냈다. 미 도서상 심사위원들은 "포스트모던 테크닉의 지성적인 엄격함으로 시의적절하며, 매혹적이고, 결말은 불안한 스토리와 혼합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수잔 최는 2004년 '아메리칸 우먼(American Woman)'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최씨는 20일 맨해튼 월스트릿 치프리아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0대엔 헬스푸드 스토어 캐셔로, 30대에도 소설 한편 썼지만, 책을 쓰며 먹고 살지는 몰랐다. 오늘 우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쓰기로 먹고사는 것이 놀라운 특권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1950년 창설된 미 도서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소설/넌픽션/시/번역문학/청소년 문학의 5개 부문에 시상하며, 상금은 1만달러. 

 

제 70회 미도서상 수상자

Fiction: Susan Choi's Trust Exercise

Nonfiction: Sarah M. Broom's The Yellow House

Poetry: Arthur Sze's Sight Lines

Translated literature: Baron Wenckheim's Homecoming, by László Krasznahorkai and translator Ottilie Mulzet

Young people's literature: Martin W. Sandler's 1919: The Year That Changed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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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최는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한인 아버지 최창 인디애나대 수학과 교수와 러시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친할아버지가 문학평론가 최재서. 아홉살 때 부모가 이혼하자 어머니를 따라 휴스턴으로 이주해 성장했다. 예일대학교 영문과 졸업 후 코넬대학원에서 미술사로 석사를 받은 최씨는 카페테리아 직원, 경비원, 화가의  모델 등을 거쳐 '뉴요커' 잡지에서 사실 검증원으로 일했다. 

 

1998년 아버지의 삶을 토대로 첫 소설 '외국인 학생(The Foreign Student)'을 발표했다. 한국전쟁을 피해 미 남부로 이주한 한인 유학생이 미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로 아시안아메리칸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 언론 재벌 허스트의 딸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두번째 소설 '미국 여성(American Woman)'으로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08년 세번째 소설 ‘용의자(A Person of Interest)’,  2013년엔 ‘My Education’을 출간했다.

 

 

susanchoi3.jpg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시상식에서 수잔 최

 

최씨는 2003년 뉴욕타임스의 식당비평가 피트 웰스와 결혼, 두 아들과 함께 브루클린에서 살았다. 최근 피트 웰스와는 결별했다. 2012년엔 양념 전문가 라이오 에브 서카즈에 관한 에세이 “The Spice Wizardry of Lior Lev Sercarz”로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저널리즘/프로필 부문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첫 동화책 'Camp Tiger'도 출간했다. 현재 예일대에서 문예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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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최 인터뷰  Susan Choi Interview

"아버지의 삶이 내 소설의 영감"

세 번째 소설 '용의자(Person of Interest)' 펴낸  수잔 최

 

<뉴욕중앙일보 2008.2.19>

susanchoi34.jpg Photo: Sigrid Estrada
 

한국계 소설가 수잔 최(Susan Choi)가 최근 세 번째 소설 '용의자(A Person of Interest)'을 발표해 출판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소설은 우편폭탄으로 인기 컴퓨터과학 교수가 살해된 후 용의자로 아시아계 수학교수가 지목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수잔 최의 부친은 인디애나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최창씨.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최재서(1908~1964)의 아들이다. 격세유전(隔世遺傳)이라고나 할까? 일제 치하 문단의 거목으로 친일논쟁에 휩싸였던 최재서씨의 손녀가 미국에서 소설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왜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나.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이끌렸다. 실화는 내 상상력보다 더 복잡하고도 매력적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내가 원하는대로 상황을 바꾸는 장점이 있다. 나는 기자가 아니라 소설가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유롭다."

 

-'용의자'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은.

"매우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소설이라는 점을 이해하셨다. 어떤 부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렸지만 결국 중요한 부분은 아버지의 과거가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일 따름이다."

 

- '용의자'의 이 박사는 아버지와 얼마나 유사한가.

"수학교수라는 점 아시아계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책상, 자동차, 옷 같은 사소한 부분을 아버지한테서 따왔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이 교수에게 일어난 일들을 겪은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정체성 혼란을 겪었나.

"자라면서 학교에서 흑인•히스패닉•유대인을 많이 봤어도 아시아계 학생은 별로 보지 못했다. 부모님이 내가 누구이며 나의 개성을 즐기는 법에 자신감을 매우 잘 심어주셔서 정체성 위기가 전혀 없었다." 

 

-할아버지 최재서(*'문학과 지성' 창간인)에 대해 아는 것은.

"영어로 번역된 몇 개의 글을 읽어봤다. 학자로서 할아버지가 남긴 긍정적인 유산과 할아버지를 둘러싼 친일논쟁 모두가 흥미롭다. 할아버지의 삶은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렸을 때 함께 미시간주 맥키낵 아일랜드에 여행 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아주 멋진 여행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 가봤나.

"어렸을 때 처음 간 후 1999년에 다시 방문했다. 서울의 도시적인 활력과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사랑한다. 어디를 가든 음식을 즐겼다. 난 비빔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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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서(1908-1964)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경성제국대 영문과 졸업 후 런던대학교에서 유학했다. 귀국 후 보성전문학교, 경성법학전문학교 교수로 지내며 1938년 '문학과 지성'을 발간했다. 연세대학교, 한양대 교수, 동국대학교 대학원장을 지냈다. 

 

창 최 Chang Choi

 

1968년 미시간대에서 수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디애나대학교(사우스벤드)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숙희 기자 Sukie Park/ The Korea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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