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래: 소설의 멋, 와인의 맛
"글쓰기는 정말 희열과 자유로움을 준다. 아무도 내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으며, 인도하지도 않는다.
우리 인생은 복잡하고, 여러 상황과 타협해야 하지만, 책과 글쓰기는 내가 도피할 수 있는 곳이다.”
Chang-rae Lee Photo: David Burnett
프린스턴 대학교의 이창래 교수(48)가 다섯번째 장편 소설 '온 서치 어 풀 씨(On Such a Full Sea)'를 최근 출간했다.
미래사회 오염된 무정부 도시를 배경으로 수조 다이버인 16세 소녀 팬(Fan)이 모험을 다룬 이 소설은 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이창래 교수는 2월 6일 오후 6시 30분 소설가 수잔 최와 대화의 시간을 연다. http://www.koreasociety.org
Native Speaker (Riverhead, 1995) '영원한 이방인'으로 번역 출간
A Gesture Life (Riverhead, 1999) '제스쳐 라이프'로 번역 출간
Aloft (Riverhead, 2004) '가족'으로 번역 출간
The Surrendered (Riverhead, 2010) '생존자'로 번역 출간
On Such a Full Sea (Riverhead, 2014)
한국전 소재 소설 ‘항복자들’ 출간한 이창래 교수
전쟁 악몽 시달리는 3명의 주인공 시점으로 묘사
네번째 장편 ‘항복자들(The Surrendered, 리버헤드북스)’을 출간한 소설가 이창래(45·사진)씨가 9일 뉴욕을 시작, 대도시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미국인들에겐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6.25 발발 60주년을 즈음해 출간되어 더욱 주목을 끈다.
'항복자들’은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국전쟁 때 여동생을 잃고, 기차에 다리가 잘린 남동생을 버리고 피난한 11세 소녀 준, 한국전 당시 전쟁포로들의 고문과 학대 현장을 지켜본 미군병사이자 준의 남편 헥터, 그리고 만주에서 부모가 일본군들에 의해 고문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 한국으로 피신한 목사의 아내 실비의 이야기를 그렸다.
골동품상을 운영하는 준은 전쟁의 악몽에서 도피하기 위해 일중독에 빠지고, 헥터는 알코올, 실비는 약물을 선택한다. 한인 여주인공 이름이 준 한(June Han)인 것도 예사롭지는 않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달이 6월(June)이며, 전쟁으로 인한 고초는 한민족의 한(恨)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었을 법하다.
뉴욕타임스는 “잔혹하고 가슴아픈 전쟁 이야기에서 극심한 폭력과 사람들의 생에 남긴 거대한 상흔을 참혹하고 영화적인 즉각성으로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월간지 ‘O’ 3월호에서 주목할만한 도서 7권에 선정했다.
그의 첫 홍보 투어는 9일 맨해튼 링컨트라이앵글의 반즈앤노블에서 열렸다. ‘항복자들’의 첫 챕터 7페이지를 읽은 후 이씨는 독자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전쟁은 내가 상상했던 측면에서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엄마와 누나가 즐겨 본 TV 시리즈 ‘MASH’ 가 있었지만, 나는 다른 시각으로 6.25를 조명하고 싶었다.”
한국전 이야기는 이창래씨가 오랫동안 쓰고 싶은 소재였다. 10여년 전 ‘제스처 라이프’ 를 끝내기 전부터 구상한 이씨가 ‘항복자들’을 완성하는데는 5년 이상이 걸렸다. 소설 쓰기 전에 미국에 생존한 GI, 구호단체 직원 등을 만났고, 중앙일보의 한국전 사진자료를 입수해 조사했다.
전작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제스처 라이프’‘어로프트’가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것과 달리 ‘항복자들’은 준, 헥터, 실비라는 3인의 시점으로 묘사된다.
이씨는 “전쟁의 체험은 매우 주관적이며 내적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세 가지 다른 시점으로 전쟁과 폭력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이씨는 ‘항복자들’이 역사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소설은 이처럼 거대한 시련 속에서 주인공들이 인간으로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는가,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가,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전쟁 자체보다 인간의 조건에 더 관심이 있다. 모든 이야기는 허구지만 인물에게 커넥션이 깊다.”
세살 때 이민온 이씨는 글을 쓸 때 이민자라는 의식을 하게 된다.
“소수계 이민자로서 늘 불안한 느낌이 있었으며, 스스로가 약간 빗겨난 세계에 사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는 이씨는 아시안이 다수계인 하와이에서 1년간 살았던 체험을 무척 즐겼다고 밝혔다.
"하와이는 아시안이 다수고, 백인이 소수다. 골프장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도 아시안이었다. 따라서 백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있었을 것이다. 하와이에서 느낀 것이 다른 곳에서 백인들이 대부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나는 더 이상 소수계가 아니었기에 아무런 긴장감도 없었다.”
이씨는 자신이 하와이에서 태어났더라면, 자라면서 소설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소설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쓰기는 정말 희열과 자유로움을 준다.
아무도 내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으며, 인도하지도 않는다.
우리 인생은 복잡하고, 여러 상황과 타협해야 하지만, 책과 글쓰기는 내가 도피할 수 있는 곳이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다음 기사는 뉴욕중앙일보 2009년 2월 2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와이너리 방문기 기고…뉴질랜드 여행 다녀온 소설가 이창래 교수
소설가 이창래(43·사진)씨가 미 여행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2월호에 뉴질랜드 여행기를 발표했다.
이씨의 에세이 ‘왔노라, 보았노라, 와인(Veni, Vidi, Vino)’은 그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로 부인, 두 딸과 함께 2주간 뉴질랜드의 와이너리를 탐방한 기록이다.
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한 그는 와인과 골프를 즐겼다.
뉴질랜드에는 50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이씨가 방문한 와이너리는 와이헤케 아일랜드, 호크스 베이, 마틴보로우와 센트럴오타고 등 4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바닷가에서 계곡, 강변까지 지형이 돌변하는데 포도의 장기간 숙성에 알맞는 해양성 기후와 여름철 밤낮의 기온 차이를 갖추고 있다.
이중 센트럴오타고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피노누아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이씨는 피사레인지 에스테이트에서 생산한 2003년 피노누아를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즐긴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세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이씨는 웨스트체스터에서 성장했다. 명문 사립 필립스 엑스터아카데미 졸업 후 예일대학교 영문과를 거쳐 오리건대학교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를 받았다.
졸업 후 1년간 월스트릿에서 재정분석가로 일한 후 전업작가로 전향해 1995년 뉴욕의 한인사회를 배경으로 장편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로 데뷔했다. 이씨는 데뷔 소설로 PEN·헤밍웨이상을 수상하며 미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국 위안부를 소재로 한 ‘제스쳐 라이프’를 발표한 이씨는 2002년부터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올해 말 새 소설 ‘항복자들(The Surrendered)’을 출간할 예정이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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