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뮤지엄의 비밀(?) 4층의 전망좋은 다이닝 룸(The Dining Room)
A Dining Room with a View at The Met
메트뮤지엄 다이닝 룸에서 늦은 오후 식사
The Dining Room, Met Museum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규모로는 파리 루브르 뮤지엄(78만 평방피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72만), 베이징의 국립박물관(70만)에 이어 4번째(63만)로 크다. 여행자들은 하루 이틀에 주마간산으로 보는 수 밖에 없지만, 뉴욕 거주자로 한달에 한두번꼴로 관람하더라도, 250개의 갤러리를 극히 일부만을 보게 된다. 수많은 유물과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는데는 스태미너가 필요하다. 우리말엔 "금강산도 식후경", 영어엔 "배엔 눈이 없다(The belly has no eyes.)" "칭찬 대신 푸딩(Pudding rather than praise.)"라는 말이 있다고.
Metropolitan Museum of Art
비대한 박물관이라서 인지 메트뮤지엄은 먹거리 개발이 한창 뒤쳐져 있었다. 이웃의 노이에 갈러리(Neue Galerie)엔 비엔나풍 카페 사바르스키(Cafe Sabarsky), 구겐하임 뮤지엄(Guggenheim Museum)엔 일찌기 레스토랑 라이트(Wright)를 운영했고,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는 매디슨애브뉴 시절에도 사라베스(Sarabeth)와 레스토랑 재벌 대니 메이어의 언타이틀(Untitled)을 운영했다. 미드타운의 뉴욕현대미술관(MoMA)도 일찌기 모던(Modern)을 운영하며, 뮤지엄 수입도 증대했다.
한편, 메트뮤지엄은 아메리칸 윙 카페(American Wing Café), 페트리 코트 카페(Petrie Court Café), 그레이트홀의 발코니 카페(Balcony Café), 그리고 지하에 대학 식당같은 카페테리아(Cafeteria)를 운영해왔다. 메뉴도 특별하지 않았고, 미슐랭 스타 셰프도, 옐프의 찬사도 없었다.
약 15년 전쯤 멤버 다이닝 룸에서의 식사. 크랩 샐러드(위), 모짜렐라, 레몬 타르트, 모두 미슐랭 1스타급은 되었다.
그런데, 메트뮤지엄에는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이 '숨어' 있다. 뮤지엄 4층에 자리한 다이닝 룸(The Dining Room)이다. 아주 오래 전 식사를 했는데, 전망도, 음식도, 서비스도 근사했다. 센트럴파크를 향해 경사진 유리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전망 좋은 식당'이다. 다이닝룸은 1991년 오픈했을 때 'Members Dining Room'으로 뮤지엄 회원과 후원자들에게만 개방했었다. 그러다가 2017년 여름부터 일반 뮤지엄 입장객들에게도 개방했다.
그리고, 올 2월엔 미슐랭 셰프 존 프레이저(John Fraser)를 스카웃했다. 뉴욕대 인근 채식당 닉스(Nix)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셰프 존 프레이저가 메트 다이닝 룸 메뉴 개발자로 조인해 기존 셰프 프레드 사보(Fred Sabo)의 메뉴를 보강했다는 것. 그 데뷔작으로 버섯 요리들을 메뉴에 올렸다. 먹어볼 기회는 없었다.
The Dining Room, Met Museum
오랫만에 메트 다이닝룸을 찾았다. 레스토랑 이름을 새로 지으면 어떨까? 찾아가는 길은 복잡하다. 그레이트홀(로비)에서 그리스-로마관을 지나 우회전해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갤러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서 내렸다.
참, 다이닝 룸은 뮤지엄 개방 시간대만 오픈하므로,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디너를 제공한다. 특이하게도 런치도, 디너도 아닌 늦은 오후 메뉴(Late Afternoon Menu, 월-금요일 오후 2시-4시)를 발견했다. 심플한 메뉴에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리고, 우리는 메트 멤버라서 10% 할인받을 수 있었다. 오후 3시경 창가의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중앙 테이블에서 센트럴파크의 고대 이집트 오벨리스크(Obelisk, 일명 '클레오파트라의 바늘')가 눈에 들어왔다. 메트의 루프가든에서도 여름에는 나무들에 가려져서 잘 안보였다.
The Dining Room, Met Museum
인테리어는 나무 패널 벽에 카페트와 조명이 마치 어느 호텔 컨벤션 센터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뉴욕 레스토랑처럼 다닥다닥 테이블이 붙어있지 않고, 여유로웠다. 놀라운 것은 미술품이 한점도 눈에 뜨이지 않은 점이다. 아마도 뮤지엄의 압도적인 미술품들에 취해버린 관람객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기 위한 의도인 것 같다. 웨이터들은 맨해튼의 빠릿빠릿한 서비스와는 달리 느릿느릿했다. 주문하는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음식 서비스는 빨랐다.
Late Afternoon Lunch at The Dining Room, Metropolitan Museum of Art
프레드 사보 셰프가 제공하는 늦은 오후 메뉴는 딱 8가지다. 스낵 한접시/ 치즈 한접시/ 당근 카모마일 수프/ 새우 리조토/아틀란틱 블루크랩 케이크/ 참치구이 니수아즈 샐러드/크릭스톤 팜 버거/비스코티&쿠키. 셰프가 씨푸드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크랩 케이크가 #1 선택이지만, 적을 것 같아서 새우 리조토도 주문했다. 친구는 버거를 시켰다.
먼저 비싼 샴페인 대신 저렴한 이탈리안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Prosecco)로 입맛을 돋구었다. 식전 빵과 버터가 나오지 않아 본 요리를 기다렸다.
# 아틀란틱 블루 크랩 케이크 Atlantic Blue Crab Cake
게살이 싱싱하고, 통통하며 맛도 좋았다. 걱정한대로 사이즈가 작아서 아쉬웠지만. 록펠러센터 씨그릴(Sea Grill)의 크랩 케이크는 겉이 바삭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안 그랜드 티어(Grand Tier)의 크랩 케이크도 일품인데, 그에 못지 않았다. 다만, 곁들여진 종려나무 순 슬로(hearts of palm slaw)는 양념이 입맛에 맛지 않았다. 무언가 거슬리는 맛인데, 아마도 페널(fennel)향인듯 하다. 차라리 평범한 양배추 콜슬로라면 좋았을 것 같다.
# 새우 리조토 Shrimp Risotto
일본 우동사발같은 그릇에 나와서 놀랐다. 사발은 컸으나, 양은 적었다. 하지만, 새우의 맛이 그윽하게 퍼진 리조토가 알단테(Al dente)로 리드미컬하게 꼬들꼬들 씹히며, 완두콩과 새싹이 살짝 레몬향을 내면서 향그로운 내음이 감미로웠다. 이탈리아 치즈 카스텔마뇨(Castelmagno)가 곁들여졌다는데, 파미자노 치즈도 훌륭했을 것 같다.
# 크릭스톤 팜스 버거 Creekstone Farms Burger
캔사스주 아칸소시티의 크릭스톤 농장에서 온 프리미엄 비프의 패디를 넣은버거로 육즙이 고소했다. 애디론댁 치즈와 카라멜라이즈드 양파가 감칠맛을 더했다. 훈제 베이컨과 프렌치 프라이가 곁들여졌는데, 프라이는 감자맛이 좋았지만 바삭하진 않았다. 베이컨은 밋밋하게 느껴졌다.
The Dining Room, Met Museum
주문하고 나서 창가의 테이블이 나서 탐이 났다. 하지만, 10여분 지나 여행자들로 보이는 두 여성이 앉아 센트럴파크의 전망과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애프터눈 티를 즐기고 있었다. 왼쪽의 여인은 와인 비평가 로버트 M. 파커와 어깨를 겨누는 잰시스 로빈슨씨와 닮아 있었다.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처럼 세상엔 닮은 사람들도 많다.
메트 다이닝룸에서는 1층의 페트리 카페나 아메리칸 윙 카페처럼 어수선하거나,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런치/ 레이트 애프터눈/디너/ 브런치/ 어린이 브런치 메뉴, 그리고 오후 2시-4시엔 샌드위치, 스콘, 타르트, 마카롱, 카토 등과 차를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30)도 제공한다. https://www.metmuseum.org/visit/food-and-drink
메트뮤지엄은 다이닝 룸과 별도로 회원과 후원자들에게 비즈니스 미팅, 칵테일 리셉션, 디너 등을 위한 공간(Patron Lounge, Terrace Room, Bass Room, Rose Room)을 제공하고 있다. https://www.metmuseum.org/join-and-give/host-an-event/private-celebrations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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