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세계 식료품 마켓 (5) '리틀 폴란드' 그린포인트의 폴카 닷(Polka Dot)
'리틀 폴란드'에서 '뉴 윌리엄스버그'로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맛(Taste of Greenpoint, Brooklyn)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맨해튼 & 베드포드 애브뉴. 2019년 11월.
폴란드(Poland)는 뭐니뭐니해도 '피아노의 시인'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의 나라다. 이탈리아 작곡가 로씨니(Gioachino Rossini)는 트러플이 올라간 스테이크 '투르네도스 로시니'(Tournedos Rossini)라고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유명한 식도락광이었다. 그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한 쇼팽은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찾아보니 쇼팽은 고기야채 말이 즈라지(Zrazy), 양배추와 소고기 커틀렛같은 폴란드 전통음식을 좋아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폴란드 출신이다. 그의 바티칸 키친에선 폴란드 출신 수녀들이 요리를 했으며, 교황은 특히 점심식사로 폴란드 고기와 와인을 즐겨 드셨다고 한다.
쇼팽과 요한 바오로 2세 외에도 폴란드는 영화로도 친숙하다. '테스'와 '차이나타운'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비롯, '철의 사나이'의 안제이 바이다, 소피 마르소와 결혼했던 안드레이 줄랍스키, 그리고 '10계' 시리즈,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3색 시리즈 '블루' '레드' '화이트'의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잘 알려져 있다.
영화광이자 식도락가였던 전 뉴욕시장 에드 카치(Ed Koch, 1924-2013)는 브롱스의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생각해 보니, 1990년 즈음 한국의 영화진흥공사에서 실험영화워크숍을 할 때 교수님이 폴란드 출신 크리스토프 야네츠코 감독이었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분이었다.
쇼팽이 즐겨 먹었다는 즈라지와 매쉬드 포테이토. 그린포인트의 폴란드 레스토랑 카르츠마(Karczma, 136 Greenpoint Ave.)
놀랍게도 폴란드는 노벨상 물리학/화학상 수상자 퀴리 부인(2회 수상, 1903, 1911)을 비롯 노벨상 수상자가 18명이나 배출된 나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는 6명이나 나왔다. 헨리크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 1905),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Władysław Reymont, 1924), 아이작 싱거(Isaac Singer, 1978), 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1980), 여성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 1996)과 여성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 2018) 등 여성 문인이 2명이나 수상했다. 이중 오래 전 한국에서 읽었으며, 폴 마주르스키 감독의 영화로도 보았던 '적 그리고 사랑 이야기'(Enermies, A Love Story, 1989)'의 아이작 싱거를 제외한 문인들의 이름이 낯설으니 부끄러워진다.
비엔나, 프라하와 함께 컬빗의 버킷 리스트에 있는 곳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가 아니라 고도 크라카우(Krakow, 크라쿠프)다. 17세기 초 수도를 옮기기 전 600여년간 폴란드의 수도였다는 크라카우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된 바르샤바와는 달리 온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크라카우국립미술관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여성 초상화 4점 중 하나인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Lady with an Ermin)'을 소장하고 있다.
브루클린 하이츠 테레사 레스토랑의 폴리쉬 플래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이 '그림의 떡'이 된 지금 그나마 위안은 뉴욕에서 세계 각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엔 상당히 근사한 폴란드 식당 테레사(Teresa's Restaurant)가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갈비탕이나 설렁탕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맨해튼 한식당까지 가야하므로 테레사에서 폴란드 소시지(키엘바사, 화이트 보르쉬(borscht) 수프와 버섯보리 수프(mushroom barley soup)를 사다 먹곤했다. 또, 토요일이나 일요일 폴리쉬 플래터(Polish Platter)를 시키면, 양배추롤, 피에로기(폴란드 만두), 사워크라우트와 키엘바사가 맛좋고, 양도 많아 든든했다. 안타깝게도 테레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에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1월 21년만에 폐업했다.
그린포인트의 카르츠마(Karczma, 136 Greenpoint Ave.) 화이트 보르쉬트 수프를 빵으로 만든 그릇에 제공(White Borscht served in bread $7.50)한다.
이제 폴란드 음식을 먹으려면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리틀 폴란드(Little Poland)'로 가야 한다. 냉전 이후 폴란드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일자리가 많았던 그린포인트에 정착했으며, 한때 이동네의 80%까지 차지했다. 2018년 현재 약 20%인 1만여명의 폴란드계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이 미국으로 확산되기 전 컬빗은 그린포인트에 몇번 가서 폴란드 음식을 맛보았다. 우리 동네 브루클린아이스크림팩토리가 문을 닫고, 그린포인트 본점만 운영했기 때문에 하프갤론 아이스크림을 사러 여러번 지하철 타고 그린포인트 맨해튼 애브뉴를 누볐다. 거닐면서 그린포인트가 10년 전 윌리엄스버그의 쿨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별명도 'New Williamsburg'라고 한다. 맨해튼 애브뉴엔 오래된 가게와 식당들 사이로 세련된 카페와 숍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린포인트의 만두 전문 레스토랑 피에로첵(Pierozek, 592 manhattan Ave.). 고기, 감자, 치즈, 사워크라우트, 버섯, 시금치, 블루베리, 딸기 피에로기도 있다. 피에로첵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첫데이트하기 좋은 식당같은 느낌이다.
그린포인트에서는 전통 폴란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카르츠마(Karczma, 136 Greenpoint Ave.)와 모던한 피에로기(만두) 전문 식당 피에로첵(Pierozek, 592 manhattan Ave.), 그리고 피자 레스토랑 포르니노(Fornino, 849 Manhattan Ave,)에 가보았다. 하지만, 맛있는 폴란드 음식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카페 폴카 닷(Polka Dot, 726 Manhattan Ave.)야말로 그린포인트의 보석인 것 같다.
그린포인트 수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폴란드 식품
홈메이드 폴란드 음식을 원하신다면...
폴카 닷 POLKA DOT
Red Borscht , Polka Dot, Greenpoint, Brooklyn
'물방울' '땡땡이' 무늬라는 이름을 간판에 건 폴카 닷(POLKA DOT)은 우선 가게 깜찍하고 귀엽다. 사실 폴카 닷은 레스토랑이라기엔 테이블 수가 서너개로 너무 작고, 테이크아웃하기에 좋은 델리같다.
폴카 닷은 1990년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관광차 뉴욕에 왔던 마리우스와 마르제나 파리스(Mariuz and Marzena Parys) 부부가 브루클린에 정착, 정육점(Polski Meat Market)을 열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2003년 남편 마리우스가 사망하자,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부인 마르제나는 비지니스 모델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린포인트에 젊은층이 유입되고 있는데, 그들은 요리할 시간이 없을 것이며, 베지테리언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마르제나는 정육점을 델리 겸 카페로 바꾸면서 야채를 더 요리하기 시작했다.
Home Made Polish Food-Polka Dot, Greenpoint, Brooklyn
그리고, 2017년 마르제나 파리스는 오래된 델리를 폴란드 루블린에 있는 할머니의 부엌을 본따 아늑한 카페로 개조했다. '홈메이드 폴란드 음식(Home Made Polish Food)'을 내걸고 오픈한 후 한동안 카페 이름도 없었다. 어느날 한 고객이 "왜 새 이름이 없냐?"고 묻더니 폴카 닷(Polka Dot)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폴란드와 폴카닷...유사한 닮은듯한 이쁜 이름이다. 그래서 폴카 닷이 카페 이름으로 정했다. 마르제나가 키친을 지휘하며 9명의 폴란드계 여성들이 매일 30여가지의 음식을 만들어낸다. 지금은 딸 가비, 아들 아담과 안토니까지 폴카닷을 이끌고 있다.
Ukrainian Borscht, Polka Dot, Greenpoint, Brooklyn
수프 종류만도 레드 보르쉬트(Red Borscht, $4.90), 우크라이나 스타일 보르쉬트(Ukrainian Borscht, $6.25), 17세기 왕이 즐겨먹었다는 양 수프(Beef Tripe Soup/Flaki, $7.50)까지 20여종에 달한다. 폴란드 스타일 레드 보르쉬트는 비트에 양파, 마늘, 당근, 샐러리 등을 넣어 빨갛다. 한편, 우크라이나 보쉬트는 고기, 감자, 버섯, 양배추, 토마토, 콩류를 넣은 하얀 수프다. 샐러드도 비트, 당근, 감자, 오이, 셀러리, 사워크라우트, 적양배추 절임(Czerwona Kapusta/ Blaukraut) 등 10종이 넘는다.
Polka Dot, Greenpoint, Brooklyn
소시지 키엘바사는 포드바벨스카(Kielbasa Podwawelska, 훈제 돼지고기 소시지, 입자가 굵다), 키엘바사 스보스카(Kielbasa Swojska, 홈스타일 소시지), 카바노시(Kabanosy, 캐러웨이 씨앗으로 맛을 낸 돼지고기 소시지 등이 있다. 교자, 라비올리, 피에로기, 펠메니(러시아) 등 세계 최고의 만두는 오묘한 김치만두가 아닐까? 폴란드 만두 피에로기는 고기, 감자, 치즈 등으로 심플한 맛이기에 우리 입맛에는 밋밋할 수도 있다. 폴카 닷엔 고기, 감자&치즈 피에로기 외에도 렌틸(lentil), 블루베리(blueberry), 스위트 치즈(sweet cheese) 피에로기도 구비하고 있다.
폴란드 도넛(paczki)과 애플 팬케이크 Polka Dot, Greenpoint, Brooklyn
그외에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양배추롤(stuffed cabbage), 돈까스(포크 커틀릿)을 발견해서 반가왔다. 고기도 비계 별로 없이 얄팍하게 맛있었고, 냉장고에 며칠 두고 먹을 수 있었다. 오렌지 블라썸 잼이 들어간 도넛(paczki)과 애플 팬케이크가 인기 있다는 것은 뒤늦게 알게됐다. 다음에 꼭 주문해야할 메뉴다.
Polka Dot
726 Manhattan Ave, Brooklyn, NY 11222
(718) 349-2884
https://www.polkadot.nyc
폴란드 주요 음식
폴란드 스페셜 플레이트(Plate of Polish Specialties). 피에로기, 감자 팬케이크, 키엘바사, 비고스(사냥꾼 수프), 양배추롤과 사워크림/ 모듬 샐러드/ 즈라지. 그린포인트의 카르츠마(Karczma, 136 Greenpoint Ave.)
-주렉 (zurek): 폴란드인들이 국보로 여기는 발효호밀 수프. 삶은 계란과 함께 제공한다.
-보르쉬트(barszcz): 비트(beet), 양파, 마늘, 당근, 셀러리를 넣은 레드 수프와 비트 대신 소시지를 넣은 크리미한 화이트 수프가 있다.
-플라키(flaki): 쇠고기 양(羘, tripe) 수프, 14세기부터 인기를 얻었으며, 폴란드 왕 요가이아(Jogalia)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으로 알려졌다.
-체르니나(czenina): 오리 피(duck blood), 설탕, 식초로 만든 새콤달콤 수프. 폴란드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애인의 손을 잡고 청혼할 때 신부의 가족에게 체르니나 수프를 제공하는데, 체르니나 수프의 색깔이 황금색이면 "yes", 검은 색 수프는 "no"를 의미한다고.
-비고스(bigos): 사워크라우트, 고기, 야채를 혼합한 스튜. 사냥꾼들이 즐겨먹었다고 한다.
-키엘바사(kielbasa, 코바사): 폴란드 소시지. 돼지고기, 소고기, 칠면조, 양고기, 닭고기, 송아지 고기 등이 있다.
-피에로기(pierogi): 폴란드 만두. 고기, 사워크라우트, 치즈, 감자, 야채, 과일, 초콜릿 등의 속을 넣고 빚는다. 사워크림이나 버터와 함께 먹는다.
-골럼키(gołąbki): 간고기와 양파, 쌀이나 보리를 넣고 양배추로 말아 토마토 소스에 조리한 캐비지롤.
-즈라지(Zrazy): 다진 고기, 야채, 버섯, 계란을 섞어 말은 요리. 쇼팽이 좋아했다고.
-코틀렛 스하보비(kotlet schabowy): 폴란드 돈까스. 오스트리아에 송아지 커틀렛(비에니즈 슈니첼, Viennese schnitzel)이 있다면, 폴란드엔 코틀렛 슈니첼이 있다.
-실리안 클러스키(silesian kluski): 도넛형 감자만두
-카잔카(kaszanka): 블랙 소시지. 돼지 피, 돼지 내장, 메밀을 넣어 만든다.
-플라키 짐니악잔(Placki ziemniaczane): 감자 팬케이크. 고기 소스, 사워크림이나 굴라쉬(goulash)를 얹어 먹는다.
-오시펙(oscypek): 타트라산 양의 밀크를 소금에 절여 만든 훈제 치즈로 구워서 크랜베리잼과 함께 먹는다.
-세인트 마틴 크롸쌍(St. Martin's croissant/ Rogal świętomarciński): 양귀비씨와 아몬드를 넣은 크롸쌍으로 1891년 11월 11일 세인트 마틴 데이에 포즈난(Poznan)에서 시작되어 널리 퍼졌다. 포즈난엔 크롸쌍 뮤지엄이 있다.
-시아스토 오보코베(ciasto owocowe): 폴란드의 여름 프룻 케이크
-라쿠치(racuchy): 폴란드 디저트로 사과 무스에 발라 먹는다.
-마코비에츠(makowiec): 양귀비씨 롤 케이크.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에 즐긴다.
#피터 팬 도넛 & 페이스트리 숍 Peter Pan Donut & Pastry Shop
폴카 닷 건너편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넛 숍. 레드 벨벳(Red Velvet), 애플 크럼(Apple Crumn), 보스턴 크림(Boston Cream), 블루베리 버터밀크(Blueberry Buttermilk), 사워크림 글레이즈드(Sour Cream Glazed), 초콜릿 케이크(Chocolate Cake) 등 특이한 도넛을 구비하고 있다. 아침식사용으로 구입하면 그린포인트 나들이에서 금상첨화. https://www.peterpandonuts.com
*뉴욕의 비밀 <19> 브루클린 선샤인 빨래방, 핀볼머신과 술집
*20 Destination Restaurants in Greenpoint
https://ny.eater.com/maps/best-restaurants-greenpoint-nyc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폴랜드계 여성 9명이 매일 30여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니 놀랍네요. 고작 테이불 서너개정도가 놓여있는 작은 식당인데 내실은 대형 식당 수준이네요. 김치만두를 사다놨는데 아무래도 폴리쉬 만두를 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서 이근처에 폴랜드 식당이 있나 찾아바야 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