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맛 (2) 데일리 캐치, 마스트, 타테 베이커리, L. A. 버딕
보스턴에 가면 어디서 먹을까?
Taste of Boston <2> The Daily Catch, MAST', Tatte Bakery, L.A. Burdick
보스턴의 노스엔드 레스토랑 데일리 캐치(The Daily Catch)'에서 파스타를 먹은 후.
#데일리 캐치 The Daily Catch
'보스턴의 리틀 이태리' 노스엔드의 명소
오랫동안 보스턴의 명물 중 하나는 다운타운(노스엔드) 시청 건너편 패늘홀(Faneuil Hall) 뒤의 퀸지 마켓(Quincy Market)이었다. 1826년 당시 보스턴 시장 조시아 퀸지(Josiah Quincy)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 마켓은 랍스터롤, 피자,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벤더가 이어진다. 2017년 여행에서 퀸지 마켓은 맨해튼 사우스스트릿 시포트처럼 관광객들의 명소로 보였다. 이번 여행에선 코로나 팬데믹이라서인지 저녁 6시 무렵 대부분이 문을 닫아 썰렁했다.
그러면, 로컬 주민들은 어디로 갈까? 바로 뒤의 하노버 스트릿에 이어지는 보스턴의 리틀 이태리(Little Italy), 노스엔드(The North End)다. '하노버 스트릿(Hanover Street)', 옛날 스카라 극장에서 봤던 전쟁 로맨스-해리슨 포드와 레슬리 앤 워렌이 출연했던 영화가 떠올랐다. 그 하노버 스트릿은 런던에 있다. 보스턴은 널리 알려진대로 아이리쉬 타운이다. 주민의 20%가 아이리쉬, 이탈리아 혈통은 15%에 달한다고 한다. 어느 대도시에나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리틀 이태리가 있듯이 보스턴도 노스엔드가 이탈리안 동네다.
미국의 모든 이민자들이 엘리스 아일랜드가 있는 뉴욕항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보스턴 항구를 통해서 수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됐으며, 제 1차 세계대전 후엔 특히 시칠리아, 나폴리, 아브루찌, 칼라브리아, 포텐짜 등 남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왔다. 덕분에 해산물을 이용한 시칠리아 등 남부 이탈리아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이 부지기수다.
집에서 종종 해먹는 해산물 파스타 Seafood Medley. 새우, 조개, 스캘럽에 때로는 랍스터를 추가한다. 파스타는 주로 링귀니.
해산물 파스타는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내 친구의 특기다. 조개, 새우, 스캘롭, 때론 랍스터까지 셸피시 파스타를 종종 해먹는다. 이름을 '씨푸드 메들리(Seafood Medley)라고 지어주었다. 이탈리아인들은 해산물 파스타를 '프루티 디 마레(Frutti di Mare, fruit of the sea)'라 부른다.
그런데, 친구가 씨푸드 메들리의 영감을 얻은 식당이 바로 하노버 스트릿의 데일리 캐치(The Daily Catch)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보스턴 여행에서 맛집 0순위에 올려 놓았다. 하노버스트릿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그중 데일리 캐치는 20인 남짓 수용할만한 소박한 식당이다. 오픈 키친에서 반다나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셰프(웨이터가 '마이크'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가 바쁘게 팬을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 위에 수십개의 후라이팬이 걸려있는데, 조리기구이자, 뚜껑이자, 서빙기구로 활용한다. 접시 대신 지글지글한 후라이팬에 파스타를 제공한다.
데일리 캐치(노스엔드)의 셰프
메뉴에 씨푸드 & 링귀니 섹션이 따로 있었고, 오징어/조개/홍합/스캘롭/새우/프루티 디 마레($43)/ 칼라마리 스터핑 등이 올라 있었다. 이와 함께 홈메이드 오징어 먹물 블랙 파스타(링귀니)가 눈길을 끌었다. 친구가 홍합과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아 잘 만들어주지 않으므로, 식당에서 나의 선택은 홍합 오징어 먹물 파스타였다. 친구는 '씨푸드 메들리' 사부의 솜씨를 재확인하기 위해 프루티 디 마레를 시켰다.
와인은 시칠리아 산 로제(Planeta)를 주문했는데, 플라스틱 컵이 나왔다. 다리가 약간 불편한듯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팔놀림은 곡예사같은 우리의 셰프가 오징어 먹물 파스타 한줌을 쥐는 것을 보니 군침이 넘어갔다.
데일리 캐치에서 당일 들어온 싱싱한 해산물로 조리한 '프루티 디 마레'(위)와 홍합 오징어먹물 파스타.
마침내 홍합+오징어먹물 파스타가 나왔다. 식당 이름 '데일리 캐치'인 만큼 당일 싱싱한 해산물로 조리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셰프, 그의 홍합은 싱싱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예전에 먹은 몬탁의 홍합만큼 달착지근했다. 오징어 먹물 파스타는 어느 정도의 오징어 지린내가 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보다는 약했다. 먹다 보니 팬을 완전히 비웠다.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오후 8시 30분에 문을 닫는다니, 마지막 손님들일 것이다. 셰프가 팬을 쿵당거리면서 마지막 테이블을 위해 요리했다. 먹음직스럽게 바삭해보이는 오징어튀김이 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계산하고 셰프에게 인사하고 나왔다. 보스턴의 리틀 이태리에서 행복한 저녁식사였다.
1973년 노스엔드에서 태어난 폴 프레두라(Paul Freddura)씨가 칼라마리 카페(Calamari Cafe)로 오픈, 아들 7명을 키우면서 식당으로 확장했다. 데일리 캐치는 보스턴에 4곳 운영하고 있으며, 노스엔드점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하노버 스트릿의 이탈리안 제과점 모던 페이스트리(Modern Pastry, 263 Hanover St.)에서 티라미수와 스포지아텔리, 치즈 케이크를 사다가 다음날 호텔에서 아침식사로 즐겼다.
The Daily Catch
323 Hanover St. Boston
https://thedailycatch.com
#마스트 레스토랑 Mast' Restaurant
아란치니, 미트볼, 에그플랜트 파미자노, 브릭 오븐 피자
마스트의 입구에는 브릭 오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묵은 킴튼 90 호텔에서 인근 레스토랑 두곳을 추천했다. 호텔 투숙객으로 15% 할인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 마스트(Mast')와 10% 할인해주는 카페 봉주르(Cafe Bonjour)였다. 호텔 바로 뒤의 한적한 프로빈스 스트릿에 자리한 마스트는 어느날 저녁 식당을 통째로 대여해서 손님을 받지 않았다.
그 다음날 보스턴을 떠나기 전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리아로 생각했는데, 규모도 크고, 입구엔 브릭오븐이 설치되어 있었다. 셰프는 마르코 카푸토(Marco Caputo)라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애용하는 브루클린 우리 옆동네 캐롤가든의 빵집은 카푸토 베이커리, 델리도 카푸토(Caputo's Fine Food)다. 카푸토는 또한 이탈리아산 밀가루 브랜드이기도 하다.
마스트의 애피타이저 주먹밥 고로케와 미트볼.
피자의 도시 뉴욕에서 온 만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뉴욕의 톱 피자리아가 변화 중이라 제대로 피자를 먹지 못한지도 오래 됐다. 브루클린 미드우드의 네모난 시칠리안 피자를 잘하시는 디 파라(Di Fara's)의 도메니코 드마르코(Domenico DeMarco)씨는 은퇴하셨고, 따님이 운영하는데 문신한 힙스터들이 피자를 만들고, 피자 메이킹 파티 등 이벤트를 한다. 도메니코씨의 손맛은 이제 영영 맛볼 수 없게 된 것 같다. 또한, 캐롤가든의 루칼리(Lucali's)는 주인장 마크 이아코노(Mark Iacono)씨는 마이애미점으로 바쁘고, 히스패닉 피자맨이 바뀐 다음부터 두번 갔는데, 제맛을 내지 못했다. 그의 손맛이 특별했던 것 같다.
*뉴욕 베스트 피자리아 10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552845
포치니 버섯 피자(왼쪽), 미트볼 피자와 브로콜리랍, 버섯 사이드
이번에 보스턴의 마스트에서 잃었던 피자의 입맛을 되찾았다. 애피타이저 시칠리안 주먹밥 아란치니(Arancine Siciliane)는 탁구공만한 뜨거운 크로켓이 바삭바삭하고, 미트볼 카사레체(Casarecce)는 쇠고기(angus)의 육즙이 감칠맛 있었다. 아란치니는 추가로 주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피자를 시킬 시간이다. 버섯의 흑내음이 그윽한 포치니 버섯 피자(Porcini)를 블루치즈 고르곤졸라를 빼고 시켰다.
브로콜리 랍과 버섯을 미트볼 피자 위에 올렸다. 훨씬 풍부하고, 영양가 있는 피자
블랙트러플 오일, 모짜렐라, 베이질)은 베이질을 함께 구웠다. 대부분 베이질은 구운 후 올려내오는데, 특이했다. 뉴욕 피자처럼 얇고, 고소해서 피자 한판을 더 시켰다. 이번에는 마스트에서 유명한 미트볼 피자 파이어볼스(Fireballs)에 브로콜리 랍과 버섯을 사이드로 시켜서 토핑을 얹었다. 사이드 디시의 맛도 일품이었다. 게다가 15% 할인을 해주어서 금상첨화의 저녁식사였다.
마스트는 1786년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따른다고 한다. 피자 메뉴는 무척 정교했다. 브릭 오븐과 함께 좋은 피자리아의 특징일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남대문 앞 새로나 백화점 지하에서 토마토 소스 없이 앤초비가 들어간 나폴리 피자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마스트의 메뉴에서 나폴리 피자는 앤초비, 블랙 올리브, 모짜렐라와 산마리자노 토마토 소스를 올린다. 어디선가 그때, 그맛의 하얀 나폴리 피자를 먹을 수 있으리...
Mast
45 Province St. Boston
https://mastboston.com
#타테 베이커리 Tatte Bakery
아랍식 샥슈카(Shakshuka)의 맛
타테 베이커리의 샥슈카
한때 뉴욕에만 16개의 지점을 운영하던 프랑스 제과점 메종 카이저(Maison Kayser)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해 7월 파산신청을 했다. 메종 카이저는 이후 벨기에 제과점 르 빵 쿼티디엥(Le Pain Quotidien)이 매입했다는 소식이다. 4년 전 보스턴 여행 때 찰스강변에 교도소를 개조한 리버티 호텔에 묵으면서 처음 가본 타테 베이커리(Tatte Bakery) 비컨힐점은 메종 카이저와 비슷한 느낌의 제과점인데, 특이한 메뉴 샥슈카(Shakshuka)에 반했다.
샥슈카는 미트볼 스파게티에서 파스타 대신, 토스트. 그리고 계란 반숙이 들어가며, 뜨거운 팬에 제공한다. 토마토 소스, 피망, 양파와 각종 허브를 넣고 조리한 소스에 달걀 반숙을 넣고, 때로는 미트볼을 넣는다. 단, 접시나 보울 대신 뜨거운 후라이팬 째로 나온다. 그리고 토스트한 식빵을 곁들인다. 말하자면, 이탈리안 토마토 소스에 국수(파스타) 대신 빵을 내놓는 격이다. 샥슈카는 한식이 그리운 외지 여행에 위장을 달래주는 위안식이었다. 처음엔 트래디셔널, 두번째는 미트볼과 그리스 요거트(labneh) 샥슈카를 시도했는데, 미트볼이 역시 든든했다.
퀸지 마켓의 샥슈카 설명
샥슈카(شكشوكة)는 아랍에서 유래된 요리라고 한다. 16세기 중반 북아프리카 오토만에 토마토가 유입된 후 토마토 소스, 올리브 오일, 피망, 양파, 마늘을 넣고, 코민, 파프리카, 마이옌 페퍼를 친다.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아, 알제리아, 모로코, 예멘, 터키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샥슈카는 아랍어로 '혼합/잡탕(a mixture)'을 의미한다. 멕시코 음식 우에보스 란체로스(huevos rancheros, rancher's eggs: 토르티야에 토마토 살사소스, 콩, 댤걀프라이를 얹은 요리)와도 유사하다.
카페 봉쥬르의 오센틱 샥슈카
이번 여행에서는 타테 베이커리를 곳곳에서 봤지만, 호텔 근처 카페 봉주르(Cafe Bonjour, 55 Temple Pl.)에서 샥슈카(Authentic Shakshuka)를 먹어봤다. 토요일 브런치 손님이 많아 30분 정도 기다려서 테이블이 났다. 카페 봉쥬르의 샥슈카는 페타 치즈에 코프타(kofta, 양고기 미트볼)이 올려졌는데, 계란 노른자가 숨어서 비주얼에 허브(smoky peppers, parsley)의 맛이 너무 강했다. 그래도 킴튼 호텔 투숙객으로 10% 할인받을 수 있었다.
뉴욕에서 샥슈카를 찾기 참 어렵다. 브루클린 아틀랜틱 애브뉴의 레바논 식당 메뉴에 샥슈카가 있다던데, 타테 베이커리가 뉴욕에 진출하기를 고대해 본다. http://tattebakery.com
#L.A. 버딕 L. A. Burdick Chocolates
하버드대 인근 고메 초콜릿 카페
핫 초콜릿과 초콜릿 케이크
2012년 페이스북(Facebook)의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프리실라 챈과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서 결혼식을 했을 때 하객들은 피로연에서 스시 식사 후 디저트로 L.A. 버딕(L.A. Burdick Chocolates)의 쥐 초콜릿(mice chocolate)을 선물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첫 데이트에서 먹었던 초콜릿이라고 한다. 하버드스퀘어에 카페가 있다.
L.A. 버딕 초콜릿을 처음 맛본 때는 약 20여년 전이다. 맨해튼 5애브뉴에 있던 일본 백화점 타카시마야(Takashimaya) 지하와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의 커피와 양념 숍 'Two for the Pot)'에서 근사한 나무 상자 속에 가지런히 각종 수제 초콜릿과 함께 꼬리가 길게 달린 미니 쥐 한두마리가 들어가 있었다. L. A. 버딕은 스위스 베른에서 초콜릿 제조 기술을 배워온 대표 래리 버딕(Larry Burdick)씨가 1984년 오픈했으며, 뉴햄프셔주의 월폴(Walpole)에 본점이 있다. 2010년 드디어 맨해튼에 입성, 플랫 아이언에 초콜릿숍 겸 카페가 운영됐다. 그러다가 몇년 전 소호의 프린스스트릿으로 이전했다는데 가보지는 못했다.
하버드스퀘어의 L.A. 버딕 카페
4년 전 보스턴에 갔을 때 초콜릿 숍 L.A. 버딕은 카페를 공사 중이었다. 이번 여행에선 바람 불어 추운 날 하버드미술관을 돌아본 후 뜨거운 코코아(hot chocolate)을 찾아 L. A. 버딕으로 갔다. 카페는 널찍해졌고, 공부벌레들이 커피와 코코아, 케이크를 즐기는 사이에 중년의 이방인들이 끼어들었다. 핫 코코아 한잔과 헤이즐넛 오렌지 케이크으로 추위를 달랬다. 그리고 초콜릿 한박스를 사갖고 나왔다.
*뉴욕 베스트 초콜릿 숍 가이드
L.A. Burdick
52 Brattle St. Boston
https://www.burdickchocol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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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면서 침을 여러번 삼켰답니다.^^ 보스턴 친구를 방문할 때 한바퀴 돌아야겠습니다. 샥슈카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덕분에 새 음식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