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토리 토토(Yakitori Totto)의 일본식 국밥 오차즈케(Ochazuke)의 맛
카네기홀 갈 때 야키토리 토토(Yakitori Totto) 저녁식사
오즈 야스지로 감독 '오차즈케의 맛(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오차즈케와 꽁치를 제목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 사진은 '오차즈케의 맛'(1952) 포스터/ 야키토리 토토(Yakitori Totto)의 장어 오차즈케(Ochazuke Unagi).
친구와 브로드웨이 스타 헤더 헤들리(Heather Headley)와 뉴욕팝스 오케스트라(New York Pops Orchestra)의 콘서트를 보러갈 계획을 잡았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예전 컬빗에 카네기홀 인근의 식당을 저렴한 맛집, 우아한 맛집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며, 몇 식당(페트로시안 레스토랑과 카페, 멘쿠테이)는 문을 닫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이제 식대로 만만치 않다. 식당을 물색하다가 55스트릿의 야키토리 토토(Yakitori Totto, http://www.tottonyc.com)가 눈에 들어왔다.
야키토리(焼やき鳥とり) 토토는 오래 전 갔던 2층의 닭꼬치 전문집이다. 마치 도쿄 신주쿠의 술집에 앉아있는듯한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다. 뉴욕에 테이스팅 메뉴 전문(마사 Masa/ Bar Masa), 스시 레스토랑(스시 야스다/ Sushi Yasuda, 쿠루마 스시/Kuruma Zushi 등), 그리고 일본 라면집은 많지만, 야키토리 식당은 많지 않다.
필자는 닭 애호가가 아니기에 야키토리보다는 꼬치 이외의 메뉴에 관심이 있었다. 예전에 두부(Zaru Tofu), 핸드메이드 국수와 명란젓 오차즈케(お茶漬け)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났다. 한동안 이 식당을 잊고 있었는데, 메뉴에서 오차즈케를 다시 발견하고 기뻤다. 뉴욕에서 오차즈케를 제공하는 일식당을 못보았기 때문이다. yelp.com의 야키토리 토토 페이지에도 오차즈케 사진이 눈에 띄이지 않았다. 오차즈케는 뉴요커들에게 인기 없는 메뉴임에 틀림 없었다.
예전엔 일본인 요리사들이 구이 담당이었는데, 어느덧 라틴계 요리사들로 바뀌었다. Yakitori Totto, NYC
한국인이기에 물론 설렁탕, 갈비탕, 육개장, 해장국 등 국물 요리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종종 소고기무국, 오징어무국, 미역국을 만들어서 밤 따고, 국 따로 먹다가 2부에선 국밥으로 말아먹기도 한다. 때로 몸이 찌뿌둥할 땐 흰 쌀밥에 따끈한 물을 말아서 오이지 하나와 먹고싶을 때도 있다. 그런 입맛이라 밥에 차를 말아 먹는(Green Tea over Rice) 오차즈케도 별미다. 차즈케에서 오 (お)는 높임 접두사, 츠케는 '절이다' '담구다'는 뜻.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 安二郎, Yasujirō Ozu, 1903-1963)는 오차즈케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었다. 오즈는 구로사와 아키라(黒澤 明, Akira Kurosawa, 1910-1998), 미조구치 겐지(溝口 健二, Kenji Mizoguchi, 1898-1956) 감독과 함께 일본의 3대 거장으로 불리운다. 주로 가족 관계를 다룬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1952년 '오차즈케의 맛(お茶漬けの味,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을, 1962년엔 유작으로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An Autumn Afternoon, 1962)'을 연출했다.
오즈 감독은 카메라를 다다미에 앉아 생활하는 일본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독특한 로어앵글 숏 '다다미 숏(Tatami shot)'의 롱테이크로 즐겨 사용했다. 그래서 촬영감독이 엎드려서 작업해야 했다고 한다. 이란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대만의 허우 시아오셴, 미국의 짐 자무쉬, 그리고 이명세, 홍상수 감독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영화 '오차즈케의 맛'은 도쿄의 부부 이야기다. 무뚝뚝한 엔지니어링 회사 간부 모키치와 도도하고 변덕스러운 다에코는 중매로 결혼했고, 아이는 없다. 유흥을 좋아하는 다에코는 조카 세츠코가 아프다고 거짓말하며 남편 몰래 여자 친구들과 온천여행을 간다. 온천에서도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남편을 '바보'라며 못생긴 잉어에 비유한다.
다에코는 세츠코를 중매결혼시키려고 선을 주선하지만, 세츠코는 이를 거부하며 고모의 계획을 망가트린다. 세츠코는 선볼 가부키 극장에서 탈출해 고모부 모키치와 그의 직원 노보루(논짱)를 만나 파칭코(*가게 이름이 '인생수업')를 하고, 자전거 경주에 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세츠코와 노보루는 라멘처럼 싸고, 좋은 것을 찾는 신세대 실용파로 죽이 잘 맞는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오차즈케의 맛'(1952) https://www.criterion.com/films/28229-the-flavor-of-green-tea-over-rice
남편과 조카가 한편이 된 것에 분노가 치민 다에코는 어느날 가정부가 차려준 밥상에서 남편이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보며 분통을 터트린다. 밥에 국을 부어먹는 것을 개(dog)같다며 남편을 경멸한다. 실상 관객의 입장에선 그가 오차즈케를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더 안스럽다. 도쿄 출신으로 세련됐지만, 변덕스러운 다에코는 시골 나가노 출신의 무던한 일중독자인 남편에 늘 불만이다. 그녀에게 오차즈케는 야만적이며, 촌스러움의 상징일 뿐이다. 하지만, 남편은 싸구려 담배와 3등칸 기차 여행에도 만족하는 소박한 사람이다. 부부의 공간도 차이 난다. 남편의 방은 다다미의 전통적 구조, 부인의 방은 서양식 인테리어다. 결국 다에코는 가출해 기차여행을 떠나고, 남편은 긴급 우루과이 출장 지시를 받는다.
남편은 비행기를 타고, 부인은 빈 집에 돌아가 상념에 잠긴다. 그런데, 비행기가 엔진고장으로 회항하며 남편도 집으로 돌아온다. 그새 부인은 유순하게 변했다. 남편은 출출한 배를 달래고자 하고, 부부은 가정부를 깨우는 대신 함께 부엌에 들어간다. 부엌 일을 가정부에 맡겨놓았던 부인은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들은 이 낯설은 부엌에서 먹거리를 찾는다. 여기서 부엌은 결혼 생활에 대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부인은 빵, 햄을 권유하지만, 남편은 가정부가 먹는 단무지를 맛보고, '오차즈케' '오차즈케'를 반복한다. 부부는 남은 밥과 녹차, 짠지로 밥상을 차려 오차즈케로 식사를 한다.
"미안해요. 내가 나빴어요."
"이게 오차즈케의 맛이지. 결혼은 오차즈케의 맛이라구."
부인은 눈물을 흘리고, 부부는 화해한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오차즈케의 맛'(1952) https://www.criterion.com/films/28229-the-flavor-of-green-tea-over-rice
장면은 세츠코와 노보루가 거리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세츠코는 중매결혼 대신 자유연애를 택한 것이다. 카메라가 두 젊은 연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멀리 잡으며 영화는 끝난다.
국(차)과 밥의 하모니, 짠지의 액센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이런 소박한 밥상에서 행복의 비결을 찾은 것 같다. 오차즈케/국밥은 위안을 주는 음식이자, 긴장을 완화하는(데탕트) 화해의 방법, 삶의 지혜이기도 할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크라이테리온(Criterion) 채널에서 '오차즈케의 맛'을 비롯 '도쿄 스토리' '만추' '오하요오' 등 오즈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다.
야키토리 토토에서의 저녁식사 A Dinner at Yakitori Totto
오차즈케 우나기는 오차즈케와 장어덮밥을 1석 1조로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장어 토핑에 $5 추가.
일본에서 오차즈케는 밥 위에 짠지(츠케모노), 매실(우메보시), 명란젓(멘타이코), 연어나 김을 올린다. 나고야에선 장어덮밥(히츠마부시)을 먹다가 차를 부어 오차즈케로 먹는다고 한다. 남은 밥을 처리하기에도 좋 일본에선 간편하고 소박한 식사이면서도 진수성찬 뒤에 입가심 메뉴로도 즐긴다.
그날 야키토리 토토에선 오차즈케의 토핑으로 장어(eel)를 주문했다. 장어덮밥도 먹고 싶었고, 오차즈케는 먹어야겠고 해서 토핑으로 선택했는데, 짬짜면(짬뽕 반, 짜장면 반)처럼 둘다 즐길 수 있었다. 미니 장어 덮밥과 다시(우린 국물)와 차를 섞은 국물을 피처에 담아 내왔다. 옆에 와사비와 짠지(츠케모노)가 곁들여졌다.
등심 스테이크 덮밥 (Prime Roasted Beef Don)
친구는 매일 한정판으로만 메뉴에 올리는 프라임 로스트 비프 라이스(Prime Roasted Beef Don)을 시켰다. 붉은색의 진한 된장국과 함께 나왔다. 부드럽고, 고소한 등심 스테이크를 올린 밥은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 고기보다 만족스럽다.
야키토리 토토의 구운 주먹밥과 꼬치구이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일식 주먹밥(오니기리, Onigiri)은 매실, 연어, 명란젓이나 다시마절임이 들어간 편의점의 삼각형이 보통이다. 이날 된장소스로 구운 주먹밥(#1 Yaki Onigiri, 간장, 된장, 야키토리 소스 선택)를 주문했더니 핫도그처럼 코치에 말아 나왔다. 된장의 달착지근 구수한맛에 구운내가 감미롭다. 꼬치로는(#2 표고버섯/Shitake Mushroom, #3 닭가슴살/Sasami +와사비 , #4 닭 넙적다리살/ Momo, 돼지고기 목살/ Ton Toro)을 시켰다. 닭가슴살이 부드럽고, 촉촉했다. 돼지목살은 비계가 너무 많았지만, 곁들여 주어진 파는 진미였다.
메뉴에서 못봤는데, 바에 앉은 한 커플이 먹는 것을 보고 시킨 프라이드 치킨은 박정현씨의 1호 식당 아토보이(Atoboy)의 히트 메뉴 프라이드 치킨 못지 않게 살은 부드럽고, 촉촉하고, 껍질은 바삭했다. 아토보이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꼬치보다 만족스런 메뉴. 다음엔 꼬치를 생략하고, 프라이드 치킨으로 시작해도 좋을듯 하다. 음료는 아사히(Asahi) 생맥주를 마셨는데, 맥주 특유의 쌈사레한 홉(hop) 향미가 느껴지지 않고, 달달했다. 삿포로 병 맥주가 나았다.
야키토리 토토는 레지(resy.com)에서만 예약을 받는다.
https://resy.com/cities/ny/yakitori-totto
Yakitori Totto
251 West 55th St 2nd Floor
http://www.tottonyc.com
*카네기홀 인근 식당 가이드 <1> 저렴한 맛집: 버거 조인트, 페트로시안 카페, 밀로스 카페, 멘쿠테이, 벵갈 타이거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710241&mid=FoodDrink2
*카네기홀 인근 식당 가이드 <2> 우아한 맛집: 밀로스, 베누아, 마레아, 노부57, 페트로시안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711179&mid=FoodDri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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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제목괴 주제로 다룬 영화가 있었군요. 오차즈케와 꽁치-영화 제목 만봐도 군침이 도네요. 예전에 동양 그로서리에서 녹차와 김가루를 섞은 봉지에든 인스턴트 녹차를 자주 사먹었습니다. 머그에 한봉지를 따서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약간 식으면 찬밥을 넣어서 숟가락으로 휘저어서 먹었습니다. 짭짤한 게 맛이 있고 간편해서 찬밥처리에 안성마춤이 었습니다. 오차즈케와 비슷했습니다. 꽁치는 석쇠에 구워서 열 손가락으로 뜯어먹곤 했습니다. 오차즈케와 장어덮밥을 토토에서 먹을 날이 올것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나라도 음식을 다룬 드라마, 대장금이 있었습니다. 음식은 좋은 영화를 만들수 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