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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의 메카' 덤보 트로이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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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피자의 메카'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에 그리말디, 줄리아나, L&B 스푸모니 가든의 피자 전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덤보(DUMBO)는 2010년 브루클린브리지파크를 조성하면서 먹거리도 풍부해졌다. 특히 뉴욕 피자의 전쟁은 주목할만 하다. 2012년 그리말디(Grimaldi's Pizzeria)와 줄리아나(Juliana)의 쌍두마차가 이제 L&B 스푸모니 가든 (L&B Spumoni Gardens)의 가세로 3파전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단층(19 Fulton St.)에서 석탄오븐에 구워내는 피자와 주크박스로 누렸던 그리말디의 독야청청에 2012년 오리지널 그리말디 주인 팻치 그리말디가 컴백하면서 무혈 토마토소스 전쟁은 시작됐다. 

 

그 피자전쟁의 역사를 요약하면, 1905년 맨해튼 리틀이태리에 오픈한 뉴욕 최초의 피자리아 롬바르디(Lombardi's) 출신 종업원 파스콸레 ‘팻치’ 란세리(Pasquale ‘Patsy’ Lancieri)가 1933년 부인 카르멜라와 맨해튼 이스트할렘에 자신의 이름을 딴 팻치 피자리아(Patsy’s Pizzeria)를 시작, 뉴욕에서 최초로 슬라이스(slice)를 팔았다. 1944년엔 그의 친척 중 하나가 미드타운에 이탈리아 식당 ‘팻치 레스토랑(Patsy’s Restaurant)’을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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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그리말디 피자리아. 프랭크 시나트라의 사진으로 장식되었고, 주크박스에선 시나트라 노래가 흘러나왔다. 

 

1941년 10살짜리 소년 팻치 그리말디는 삼촌 란시에리의 ‘팻치’에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웨이터로 일하기 시작한다. 1990년  팻치 그리말디는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석탄오븐에 구워내는 피자집을 열었다. 이듬해 이모 카르멜라는 ‘팻치’와 상표권을 I.O.B. 리얼티에 팔았다. I.O.B.는 맨해튼에 4곳의 팻치 체인을 열면서, 그리말디가 소유한 ‘팻치 피자리아’를 트레이드마크 침해로 고소한다.  이에 따라 1996년 그리말디는 팻치를 버리고 그리말디로 피자집 이름을 바꾸게 된다.   

 

팻치 그리말디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사진으로 도배된 벽에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시나트라의 노래를 틀며 피자를 팔았다. 1998년 그리말디는 피자집과 이름을 프랭크 치올리에게 팔게된다. 그런데, 식도락가들의 성경으로 불리우는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 서베이’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그리말디를 뉴욕 최고의 피자리아로 선정한다. 그리말디는 최고 1천200도로 가열해 스모키한 맛에 얇은 크러스트,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와 '비밀 레시피'의 토마토 소스가 비결이다. 그러면서 그리말디의 인기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반면, 그리말디를 팔아치운 팻치의 속은 석탄처럼 타고 있었다. 

 

단층짜리 허름한 건물에서 석탄오븐에 구워낸 맛있는 피자 뒤는 그다지 조용하지 않았다. 치올리는 건물주 도로시 왁스만과 렌트 분쟁을 벌여온 것. 건물주는 치올리가 렌트를 5만7500달러 밀려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치올리는 6000달러뿐이라고 대응했다. 이에 왁스만 일가는 그리말디를 고소했으며, 판사는 2011년 11월 렌트 계약이 종료되는대로 건물에서 나갈 것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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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말디 피자를 도로 차지한 팻치 그리말디의 줄리아나 피자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위)/ 줄리아나에서 테이크아웃해온 페페로니 피자. 

 

2011년 11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치올리는 옆의 근사한 백색 건물로 이사할 것을 공표한다. 1869년 윌리엄 먼델이 캐스트아이언을 사용 르네상스 궁정 양식으로 지은 이 건물은 원래 은행(롱아일랜드 세이프티 디포짓 컴퍼니)이었다. 왁스만의 아들은 재빠르게 팻치 그리말디에게 전화했다. “옛 자리로 돌아오겠어요?” 1998년 그리말디를 치올리에게 넘긴 후 후회의 눈물을 흘려온 팻치의 대답은 물론 “Yes!”였다. 자신이 설치했던 석탄 오븐도 되찾았다. 새 이름은 팻치도 그리말디도 아니다. 성도 이름도 잃어버린 것. 이에 팻치는 작고한 어머니(Juliana Lancieri Grimaldi)의 이름을 딴 줄리아나로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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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말디는 2012년 화이트 팔라쪼 건물로 이주했다. 그리고, 2022년 7월 현재 미국 내 41개의 프랜차이즈를 두었다. / 최근 그리말디 밖 주차장 공간 테이블에서 시킨 페페로니/소시지 피자와 버섯/로스트 페퍼 토핑 피자. 

 

한편, 코너의 르네상스 팔라조 빌딩에 새로 문을 연 그리말디는 2층 125석으로 넓어졌으며, 바(Bar)를 마련해 음료도 업그레이드했다. 지금은 프랭크의 아들 조 치올리(Joe Ciolli)가 미국 내 43개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가을 서부여행 중 라스베가스 팔라쪼 호텔의 그리말디에 가보았는데, 훨씬 쾌적한 분위기였다. 그리말디 프랜차이즈 계약금은 5만달러, 로열티는 총판매 수입의 6%라고 한다. https://www.grimaldispizzeria.com/franchising/dome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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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말디 건너편에 오픈할 L&B 스푸모니 가든. 

 

바로 그리말디의 건너편(46 Old Fulton St.)엔 L&B 스푸모니 가든 덤보지점이 간판을 달고 오프닝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시에 석탄오븐 허가도 제출했다. 원래 브루클린의 이탈리안 동네 벤슨허스트에 본점을 둔 L&B 스푸모니는 바닥엔 치즈, 톱엔 토마토 소스의 네모난 시칠리안 스타일 피자로 명성을 얻어왔다.덤보 지점은  2019년 가을 오픈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그해 6월경 NY1 채널을 비롯, eater.com 등지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캄캄 무소식이다. 아직도 간판과 벽화는 이들이 언제든지 오픈할 것을 예고한다.  

 

Grimaldi's Pizzeria (1 Front St. Brooklyn)

https://www.grimaldispizzeria.com

 

Juliana's Pizza (19 Old Fulton St., Brooklyn)

https://julianaspizza.com

 

L&B Spumoni Gardens, Dumbo (46 Old Fulton St.) 

https://spumonigardens.com

 

 

오리지널 L&B 스푸모니 가든 테이스팅 L&B Spumoni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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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다이닝 공간이 널직한 L&B 스푸모니 가든은 피자와 아이스크림(스푸모니) 테이크아웃 코너, 다이닝 인 레스토랑 공간도 제법 크다.

 

얼마 전 친구들과 오리지널 L&B 스푸모니 가든에 가보았다. 벤슨허스트에 자리한 스푸모니 가든은 브루클린하이츠에서 지하철(N, 86스트릿)로 가기에도 머나 먼 여정이었다. 스태튼아일랜드의 한 동네처럼 한적했다. 중국어 식당 간판과 식료품점으로 보아 이탈리아계보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많은가 싶은 동네였다. 

 

스푸모니 가든이 '피자의 메카' 덤보까지 진출하게된 것은 eater.com의 로버트 시에트세마가 극찬했고, 트래블 채널 TV 앤드류 짐먼의 리스트(The Zimmern List)에도 선정된 덕을 보았기 때문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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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소시지 토핑 시칠리안 피자

 

L&B 스푸모니 가든은 1917년 이탈리아 롬바르디에서 이민온 루도비코 바르바티(Ludovico Barbati)가 1938년 마차에서 이탈리안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시작했다. L&B는 루도비코 바르바티의 이름을 땄다. 이듬해 브루클린 86스트릿 부지를 구입해 스푸모니(Spumoni, 컬러풀한 젤라토)를 만들어 팔았다. 1950년대에는 확장해 스푸모니 공장, 피자리아와 식당을 겸한 L&B 스푸모니 가든으로 알려진다. 

 

스푸모니 가든 또한 피자를 둘러싼 소송전에 휘말린바 있다. 2011년 마피아 프랭크 구에라가 스태튼 아일랜드의 마피아 아지트인 더 스퀘어(The Square on Annandale,  http://www.thesquarepizza.com) 피자리아의 유진 롬바르도를 공격했다. 이유는 더 스퀘어의 피자맛이  스푸모니 가든의 맛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롬바르도의 아들들은 스푸모니 가든에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비밀 레시피를 훔쳐갔다고 의심했다.

 

프랭크 구에라는 스푸모니 가문 출신과 결혼했기 때문에 충성심에 불타올랐다. 그런데 2016년 스푸모니 가든의 공동 대표인 루이스 바르바티가 다이커하이츠의 자택 앞에서 살해된다. 경찰은 이것이 두 피자리아의 불화 때문이고 마피아 연루 여부를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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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튀김, 호박 튀김, 베이크드 클램

 

스푸모니 가든은 레스토랑 앞에 야외 테이블이 즐비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그때만 해도 스푸모니가 레스토랑 주인 이름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L&B 스푸모니 가든은 아이스크림으로 시작했고, 스푸모니는 이탈리아의 컬러풀한 아이스크림의 일종이었다. 바닐라, 초콜릿, 피스타치오, 체리 등의 맛으로 크림, 브라운, 그린, 핑크색을 낸다. 스푸모니 칵테일은 그레이프프룻 주스, 토닉 워터에 캄파리를 블렌딩한다고. 

 

그래서였는지, 그날 스푸모니 가든에서의 저녁식사는 데카당트한 스페셜 스푸모니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뉴욕에서 처음 밀짚병에 싸인 키안티(Chianti)를 맛보았다. 영화 '철도원(Il Ferroviere, 1956)'에서 주인공 꼬마가 들고 뛰어가던 그 피아스코 와인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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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TV 명화극장에서 종종 방영됐던 피에르토 제르미 감독의 영화 '철도원'엔 밀짚병에 싸인 키안티 와인이 등장한다.  

 

피자를 먹기 전 애피타이저로 시킨 Baked Clams는 조개즙이 흐르며 고소한 감칠맛이 있었다. 오징어 튀김(Fried Calamari)과 호박 튀김(Fried Zucchini)은 호박 무난했다. 호박채가 가느달했다면 보기에도 맛도 더 좋았을 것 같다. 

 

주연으로 시칠리안 스타일 사각 피자는 버섯과 소시지 토핑으로 주문했다. 크러스트는 푹신하고, 토마토 소스는 달착지근했다. 버섯은 업소용 통조림에서 나온듯 촉감도, 식감도 좋지 않았으며, 소시지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향미가 없었다. L&B 스푸모니 가든이 얼마나 과대평가됐는지를 알려주는 피자였다. 그러나, 밀짚병이 싸인 키안티가 불쾌감을 덜어주었다. 옆엔 20여명의 그룹이 생일 파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소음 때문이었는지 피자 맛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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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 스푸모니 가든의 타르투포 디저트와 키안티 와인. 

 

디저트로는 몇가지 주문을 잊어서 미안해하던 웨이터가 스페셜이라면서 타르투포(Tartufo, 아이스크림 믹스 + 과일 시럽)가져왔다. 이탈리안 파스텔조 컬러 아이스크림이 종이 콘과 레인보우 스프링클이 뿌려져 나왔다. 칼로리 폭탄급의 스푸모니 타르투포. "불량식품"이 머리에 떠올랐다.  

 

L&B 스푸모니 가든은 애피타이저, 파스타, 피자, 씨푸드, 치킨, 샌드위치, 그리고 아이스크림까지 풀 메뉴를 제공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굳이 덤보까지 진출해서 피자 전쟁 3파전을 벌이면, 3등에 머무를 피자로 보인다. 스푸모니 가든이 떠들썩하게 오픈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충성스럽게 그리말디의 쫄깃쫄깃한 피자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L&B Spumoni Gardens, Bensonhurst (2725 86th St., Brooklyn) 

https://spumonigard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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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8.06 09:59
    브루클린 덤보 피자 3파전을 잘읽었습니다. 흥미진진함을 느꼈습니다. 우선 이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올려주신 컬빗에 감사를 드립니다.
    피자 3파전이 피자 맛대결 시합장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응원을 한다면 그리말디를 하겠습니다. 비디오로 올려주셔서 봤는데 피자만드는 과정이 정성과 성실로 채워져서 맛을 냄을 알았습니다. 석탄에 굽는 게 맛을 더 하나 싶습니다. 그리말디 피자를 먹으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진이 그리말디 피자가 얼마나 맛있는가를 증명하네요.
    Pizza Tour of Brooklyn을 보고 피자 하나를 가지고도 관광을 운영 할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전라도 순창 고추장마을이 떠올랐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