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뉴욕 최고의 빠예야 '라 폰다 델 솔(La Fonda Del Sol)'
할레오(Jaleo)보다 맛있는 빠예야(paella) 찾기
라 폰다 델 솔의 빠예야 스타 요리사 프랭크 코트로네오, 일명 '링귀니'
2009년 여름 사우스스트릿 씨포트에서 열린 빠예야 페스티벌에서. 뉴욕 10여개 스페인 레스토랑이 참가했다.
쌀이 주식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내겐 밥이 보약이다.
야채와 고기가 가지런히 들어간 돌솥 비빔밥을 먹고나면, 스태미나가 솟는 것 같다.
우리와 입맛이 유사한 나라 스페인에서도 빠예야는 가장 곱돌 비빔밥과 유사한 영양과 에너지를 주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빠예야(paella)는 스페인에서도 벼농사를 짓는 발렌시아에서 유래한 요리로, '빠예야'는 양 손잡이가 달린 팬을 뜻한다.
육류•달팽이•콩•채소가 들어간 발렌시아 빠예야(paella valenciana), 새우•홍합•조개•오징어 등 해물이 들어간 해물 빠예야, 고기와 해산물을 섞은 믹스드 빠예야 등이 있다. 사프론으로 조리해 노란색을 낸다.
바르셀로나 카사 돌핀의 빠예야. 싱싱한 해산물로 조리해 달달한 맛이 났다.
2009년 겨울 친구와 스페인 여행 중 반찬 사이즈의 애피타이저 타파스(tapas)와 함께 빠예야 집을 찾아다녔었다.
그해 여름 사우스스트릿 씨포트에서 열렸던 빠예야 페스티벌에서 10여가지 빠예야를 맛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워싱턴 CD의 스페인 식당 '할레오(Jaleo)'에서 반한 왕새우 빠예야보다 더 맛있는 빠예야가 분명 본토에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평일 낮에도 1-2시간 기다려야하는 워싱턴 DC 할레오의 왕새우 빠예야. 감칠맛이 그만이다. Photo: Sukie Park
워싱턴의 할레오의 요리사/대표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의 '엘 불리(El Bulli)’출신 호세 안드레스(José Andrés) 출신이다. 안드레스는 2011년 미 최고 권위의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최우수 요리사상 수상자이다. 그가 미국에 타파스 열풍을 일으킨 인물.
바르셀로나 '타파스 24'의 오징어와 먹물로만 만든 빠예야. 오징어의 지릿한 맛이 그윽하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서너 곳에서 맛본 결과 바르셀로나의 '타파스24'에서 맛본 오징어 먹물 빠예야 '아로스 네그레(Arros Negre)'가 최고였다.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온 후 맨해튼의 스페인 식당을 찾아 나섰다. 먼저 가본 곳은 그랜드 센트럴역 메트라이프 빌딩의 '라 폰다 델 솔(La Fonda del Sol)'의 바였는데, 바칼라우(절인 대구) 크로켓과 이베리코 햄, 토마토 빵까지 타파스가 스페인의 그 맛이었다.
보커리아의 해물 빠예야(Paella de Mariscos)
소카랏의 오징어 먹물 빠예야 Arros Negre
플랫아이언 인근의 보케리아(Boqueria, 53 West 19th St.)는 조개를 껍질째 넣고, 브러쎌 스프라우트로 모양도 냈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첼시의 빠예야 전문 소카랏(Socarrat Paella Bar, 259 West 19th St.)에서 시도한 오징어 먹물 빠예야는 특히 누룽지가 감칠맛이 있었다. 보커리아와 소카랏은 소호 등 지점을 확장했다.
이스트빌리지에 '빠예야'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지만, 사프론 대신 노랑 물감을 쓴듯 깊은 맛이 나지 않았다. 런치 스페셜에 나오는 빠예야는 급조한 인상. 유니온스퀘어 인근 마리오 바탈리의 스페인 식당 카사 모노(Casa Mono)에서 시도한 빠예야도 기대만 못했다. 또한, 후니 김의 한식당 단지(Danji)에서 김치 빠예야(kimchi bacon chorizo paella)도 실망스러웠다.
단지의 김치 빠예야
가끔 뉴저지에서도 빠예야의 탐험을 할 수 있었다.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에 콘서트 보러갈 때 인근의 스페인 식당 돈 페페(Don Pepe)나 아이언바운드의 포르투갈 동네 아데가(Adega) 먹어본 빠예야도 양은 많지만, 할레오에는 못 미쳤다. 그래서 아예 아데가에선 갈릭 슈림프와 조개 크림소스, 사프론 라이스를 시켜 비벼 먹는 것으로 싸게 해결했다.
뉴왁 아이언바운드의 아데가에서 마늘이 듬뿍들어간 새우를 시켜 노란 사프론라이스와 비벼 먹으면 간단 빠예야.
빠예야를 한동안 포기하고 있었던듯 하다. 누가 빠예야를 집에서 만들어 먹겠는가?
그러다가 최근 그랜드 센트럴역의 '라 폰다 델 솔'에 다시 가봤다. 그리고, 마침내 뉴욕에서 최고의 빠예야를 발견했다.
La Fonda Del Sol
그랜드센트럴 메트라이프 빌딩에 자리한 '라 폰다 델 솔(La Fonda Del Sol)'은 록펠러센터의 씨그릴과 록센터 카페 등 대형 식당을 거느리고 있는 파티나 레스토랑 그룹이 운영한다. 그래서 독립된 웹사이트조차 없다. 라 폰다 델 솔은 스페인어로 '태양의 작은 식당'이라는 뜻. 하지만, 타파스 라운지와 다이닝 룸, 프라이빗 파티 룸으로 나누어진 이 레스토랑은 규모가 제법 크다.
*메뉴
http://www.patinagroup.com/restaurant.php?restaurants_id=19
-------------------------------------------------------------------------------------
PAELLA
Valenciana
Bomba rice, sofrito verde, suckling pig, chorizo, shrimp, clams
per person 34. add lobster 40.
Paella is priced per person, minimum order is two people
-------------------------------------------------------------------------------------
다이닝 룸에서 내려다본 바. 화요일엔 타파스 3개 $22. 세비체 타코도 있다.
빠예야는 한식당의 바비큐처럼 최소한 2인분을 시켜야한다. 그러나 양이 많아 기다리는 동안 애피타이저(타파스)를 먹다가는 배불러서 입맛을 버리기 쉽다. 빠예야 1인분이 $34에 랍스터 추가하면, $6이 추가된다. 빠예야가 비싼 편이었길래 경비를 아끼기 위해 애피타이저는 주문하지 않았다. 사실 문어 요리를 시키고 싶었지만... 와인 대신 맥주(스텔라 아르투아 & 기네스 라거)를 주문했다.
올리브빵과 재료를 알 수는 없었지만, 새콤한 주전부리 '아뮤즈 부쉬 (Amuse Bouche)'가 나왔다. 애피타이저를 시키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피타이저를 권유하기 위해 45분 걸릴 것이라는 웨이터 레이몬드의 경고/조언에도 불구하고, 15분쯤 지나니 빠예야가 등장했다. 추가로 시킨 랍스터 너클이 새우와 조화롭게 누워있었고, 조개살과 애저 고기 조각, 문어에 스트링빈과 고추까지 들어갔다. 초리조는 물론! 발렌시아 스타일 빠예야다.
스페인의 대표 요리가 모두 빠예야(팬)에 들어가는 것이다. 산해진미, 우리 돌솥 비빔밥처럼 무엇이든 환영한다.
애저고기에 고추, 문어까지 스페인 메뉴가 모두 들어갔으니, 애피타이저를 시키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랍스터는 $6씩 추가한 보람을 느낄 정도로 싱싱했다. 새우와 문어로는 조금 심심했을지도 모른다.
고추가 들어간 것이 늘 반찬을 필요로 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사프론의 향과 닭국물의 맛이 조화를 이룬 밥이 들어가니, 위장도 반가와하는듯 했다.
빠예야 피날레~ 누룽지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빠예야 팬을 긁어주고 있는 친구.
싹싹 긁어 먹은 팬을 치워가던 웨이터가 "빠예야, 어땠냐?"고 물었다.
-뉴욕에서 먹어본 빠예야 중 최고였어요!
-우리 셰프가 좋아할 꺼예요. 주문 들어오면 있는 재료에서 만들기 때문에 항상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더냐고 묻거든요!
애피타이저 생략, 디저트도 생략!
빌을 계산하는데, 키친에서 요리사 제복을 입고 안경을 쓴 남자가 걸어나와 우리 테이블 옆으로 지나갔다. 그날의 요리사였을까?
늘 주문들어오는 메뉴 말고, 요리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대표작이 있다면, 반응이 궁금할 법하다. 누구나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으니깐. 우리의 저녁식사를 행복하게 해준 요리사에게 행운의 날이 있기를!
빠예야 제 2탄 2014. 1. 24
꼭 2주일 후 '라 폰다 델 솔'로 다시 갔다. 빠예야의 맛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구석의 2인용이 아니라 널찍한 4인용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좋은 테이블을 차지하니, 맥주로는 안될 것 같아 친구가 와인 메뉴를 보았다. 두 가지 스페인 와인을 찍었는데, 두 병 다 동이 났다고 웨이트레스가 설명했다.
잠시 후 소멀리에가 3병의 와인을 갖고왔다. 우리의 예산을 알아챈 그가 지혜롭게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설명했다.
우리가 여행한 적이 있는 포르투갈 듀오로 지역의 화이트 와인 '이글'로 낙점했다.
지난 번엔 15분 쯤 후 빠예야가 나왔는데, 이번엔 나오는데, 40여분 걸렸다. 재료를 모아 만들기 시작했나 보다.
레몬으로 장식된 빠예야 철판이 컬러풀했다. 랍스터가 특히 싱싱했으나, 조개가 몇개 밖에 없어서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맛은 지난번과 유사하게 일관성이 있었다. 단연 뉴욕 최고의 빠예야일 것 같다. 적어도 먹어본 빠예야 중에는...
이번에도 빠예야 철판을 싹싹 긁어 먹었다. 남은 것은 레몬과 고추 줄기뿐이다. 싹싹~~
누룽지가 지난번보다 적어 아쉬웠지만...
잠시 후 청년이 우리 테이블 앞에 섰다.
Frank Cotroneo
빠예야를 깨끗하게 드신 분들이 누구신가 궁금해서...
라 폰다 델 솔의 빠예야 전문 요리사 프랭크 코트로네오라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로 자신의 별명은 '링귀니'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출신 청년이 파스타 이름을 별명으로 붙였다.
그날 저녁 주변에 빠예야 먹는 고객을 못봤다. 아마도 3코스 38달러 저녁 메뉴를 즐기는듯 했다. 이처럼 레스토랑위크가 아니라도 3코스 정식을 착한 가격에 제공하는 레스토랑들이 꽤 있다.
링귀니는 "하루에 적을 땐, 2-3개 많을 땐 19개까지 주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우리처럼 싹싹 긁어 먹는 이들은 별로 못봤다고 했다.
그래서 '감사'를 전하기 위해 나왔다며, 다음에 오면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말했다.
음~~ 요리사를 아는 것은 큰 빽이다^^
빠예야를 싹싹 긁어드시면, 링귀니가 인사하러 나올 가능성이 클 것같다.
빠예야 제 3탄 링귀니는 사라지고... 2014. 11. 22
오랜만에 큰 맘 먹고 링귀니의 빠예야를 먹으러 라 폰다 델 솔로 갔다.
빠예야는 주문해서 나오기까지 40-45분이 걸리기에 먼저 빠예야를 시켰다. 웨이트레스에게 '링귀니는 잘 있죠?"하고.
그런데, 링귀니가 2주 전쯤 그만 두었다고 했다. 하지만, 링귀니가 새 요리사에게 조리법을 전수해서 더 좋아졌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스페인 과일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동안 빠예야가 15-20분만에 테이블에 당도했다.
랍스터와 새우, 조개가 풍부하게 들어간 화려한 빠예야였지만, 팬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빠예야를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밥이 미지근했다. 마치 마이크로웨이브를 돌리다가 만 것처럼.
웨이트레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빠예야 어때요?"
"링귀니가 그리워요."
"오... 링귀니는 미드타운의 새 레스토랑에 수석 요리사로 발탁되어 갔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잠시 후 테이블로 온 웨이트레스는 "빠예야, 미안해요. 우리가 빠예야 값을 빼줄께요."
우리는 무려 80달러에 달하는 랍스터 빠예야를 공짜로 주겠다는 말에 오히려 미안해졌다.
그래서 디저트를 시키기로 했다. 와인을 벌써 다 마셨길래 포트 와인과 모듬 치즈를 주문했다.
잠시 후 매니저가 다가와서 "빠예야가 링귀니 만큼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합니다. 다음엔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더욱 미안해졌다.
링귀니가 없어서 영혼이 빠졌던 빠예야에 실망했지만, 고객을 대우할 줄 아는 라 폰다 델 솔의 매니저가 웨이트레스가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그래서 팁을 빠예야 값까지 포함해서 계산해 남기고 왔다.
아무리 가르쳐도 요리사의 손맛과 영혼까지 배우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링귀니 프랭크 코트로네오의 재능은 탁월했고, 뉴 아메리칸 레스토랑으로 스카웃됐다고 하니 찾아보는 수 밖에.
하지만, 다음에 라 폰다 델 솔에서는 타파스를 먹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링귀니를 찾아서...
La Fonda Del Sol
METLIFE BUILDING AT GRAND CENTRAL TERMINAL
212 867 6767
- 빠예야,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