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스캔달 <3> 닥터 콩티, 루디 쿠니아완은 누구인가?
세기의 와인 사기범 루디 쿠니아완의 정체
Photo: LA Times
'닥터 콩티(Dr. Conti)'.
와인계를 뒤흔든 사기꾼 루디 쿠니아완(Rudy Kurniawan, 37)'은 전설적인 버건디(부르고뉴) 와인 '로마네 콩티 박사'로 통했다.
이름조차 가명인 사기꾼이 얼마나 정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밝힐까?
루디 쿠니아완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2006년 12월 LA 타임스와의 인터뷰, 와인스펙테이터 보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쿠니아완은 1976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맥주 배급업을 하는 화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쿠니아완’은 아버지가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준 성이라는 것.
(사기범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가명이 있다는 점이다. 억만장자 와인 콜렉터 빌 코크에게 토마스 제퍼슨 샤토 라피트 1787을 판매한
독일인 하디 로덴스탁도 가명이었고, 본명은 마인하트 고에키였다. 로덴스탁은 가명에 대해 '(앵커)래리 킹처럼!'이라고 응수했다.
루디 쿠니아완은 체포된 후 불법체류자였음이 드러났으며, 빌 코크 수사팀에 의해 본명이 밝혀졌다.)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지 피셔맨즈 와프와 중죄수 감옥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영화(알카트라즈 탈출, 'Escape from
Alcatraz, 1979)'f로도 유명한 알카트라즈 섬이 보인다. 와프에서 섬까지 관광 코스. 루디 쿠니아완이 와인에 눈을 뜨게 된 곳이 피셔맨즈 와프고, 지금은 와인 사기범으로 브루클린 교도소에 들어가 있으니, 아이러니다. Photo: Sukie Park(2004.9)
쿠니아완은 1998년 골프 장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스릿지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 다녔다.
그가 와인에 대해 눈을 뜬 것은 2001년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즈 와프에서 열린 아버지 생일에 캘리포니아 보르도 블렌드 오퍼스 원
1996(Opus One 1996)을 마신 후라고 밝혔다.
나파밸리의 컬트와인 오퍼스 원(Opus One) 와이너리. 오래전 소더비 뉴욕에서 연도별 테이스팅에 참가했었다. Photo: Sukie Park
쿠니아완은 럭셔리 세단 벤틀리, 페라리를 몰고, 에르메스 정장, 파텍 시계, 크롬하츠 안경, 악어가죽 부츠 차림으로 캘리포니아 상류층의 와인 시음회에 드나들며, 친구들을 만들었다. 산타 모니카의 한 레스토랑에서 어머니 생일 파티를 열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로 25만 달러를 긁었다.
경매장에서도 도드라졌다.
Chateau Cheval Blanc 루디 쿠니아완 Photo: Decanter
쿠니아완은 와인 콜렉터로 먼저 명성을 얻은 후 와인 셀러가 됐다.
그는 2006년까지 경매에서 월 최고 100만 달러어치 와인을 사들였고, 와인 콜렉터들을 모아 희귀 와인 시음회를 열며 교제했다.
세계 넘버 1 파워 비평가 로버트 파커도 쿠니아완을 “상냥하고 자애로운 사람”이라고 평했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2007년 쿠니아완을 ‘지구상 최고의 와인 창고’라 불렀다.
2000년 총 9200만 달러였던 와인 경매가 2011년엔 4억7800만 달러로 뛰었다. 와인업계는 여기에 가장 '공헌'한 구매자가 쿠니아완이라고 지목했다.
쿠니아완의 영향으로 오래된 와인의 가격은 치솟기 시작한다. 2002년 경매에서 2600달러에 팔렸던 1945 DRC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가 2011년 12만4000달러까지 올랐다. 쿠니아완의 와인창고는 나날이 희귀 고급 와인으로 채여졌다.
와인 경매에서 루디 쿠니아완은 V.I.P.가 된다. 2006년 LA 타임스는 미스터리에 쌓인 29세의 젊은 와인 컬렉터를 대서특필했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72스트릿의 와인숍 애커, 메럴 & 콘딧은 와인 경매도 한다. 리슬링 시음회도 열었으며, 가끔 가는 와인숍이다. 루디 쿠니아완 소장 와인을 뉴욕과 홍콩에서 경매해왔다. Photo: Sukie Park
2006년 쿠니아완은 자신의 소장 와인을 팔기 시작한다. 뉴욕의 와인 경매사 애커, 메럴&콘딧(Acker, Merral & Condit)을 루트로 1700 랏을 팔아 1060만 달러, 곧 바로 또 하나의 경매로 2470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이는 단일 와인 경매로서는 전 기록을 무려 1000만 달러 상회하는 수치, 사상 최고의 가격이다.
같은 해 쿠니아완은 애커 메럴&콘딧 판매 선약금으로 3500만 달러를 벌었다. 벤틀리와 페라리 자동차를 사고, 캘리포니아 벨 에어에 800만 달러짜리 집도 장만했다. 그리고, 흰색 가죽 코트 차림에 ‘클로에’라는 이름의 푸들을 안고 다녔다.
루디 쿠니아완(왼쪽)과 자신이 '형제'라고 부르는 앤디 수리얀토(다르마완 사푸트라).
그러나, 그가 LA 타임스, 와인스펙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히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루디 쿠니아완의 본명은 젠 왕 후왕(Zhen Wang Huang). 2003년 망명 신청이 거부되어 이민세관국으로부터 자발적 추방령이 내려졌지 만, 미국에 눌러 살면서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
하지만, 와인 컬렉터인 LA의 변호사 돈 콘웰에 따르면, 루디 쿠니아완의 생일은 두 가지로 1976년 10월 18일이나 1977년 2월 1일로 나타 났다. 또한, 1993년 캘리포니아에서 발행된 소셜시큐리티 넘버를 감안할 때 미국으로 이주한 시기가 자신의 주장대로 1998년이 아닌 1993년 이전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가하면, 루디 쿠니아완이 '형제(brother)'라고 부른 앤디 수리얀토는 다르마완 사푸트라라는 이름도 사용하며, 1976년 5월 15일 생이다. 따라서 이들은 형제 사이가 아니라 동업자, 친척 혹은 친구, 혹은 연인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말하자면, 의형제?
이들은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의 같은 주소에 살면서 함께 다니기도 했다. 루디 쿠니아완은 수리얀토와 사푸트라 명의로 애커, 메릴 & 콘딧 자신의 (위조) 와인을 입찰한 것이 들통났다. 말하자면, 공모자였던 셈이다.
배너티 페어(Vanity Fair)의 'A Vintage Crime'에 소개된 가짜와 진짜 보르도와 버건디. 사진 속은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 아카디아 쿠니아완 집에서 증거물을 옮기는 경찰. Photo: Vanity Fair
루디 쿠니아완의 위조 와인 사기극은 세기의 범죄가 됐다. 할리우드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와인 칼럼니스트 마이클 스타인버거(http://winediarist.com)는 지난해 7월 쿠니아완 이야기를 심층 취재한 '빈티지 크라임(A Vintage Crime)'을 배너티 페어(Vanity Fair)지에 기고했다.
http://www.vanityfair.com/culture/2012/07/wine-fraud-rudy-kurniawan-vintage-burgundies
그리고 스타인버거는 올 '미 요식업계 오스카'로 불리우는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와인 언론 부문상을 수상했다.
'빈티지 크라임'은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렸다. 악명 높은 와인 사기범 루디 쿠니아완의 이야기와 토마스 제퍼슨 와인 사기극 '억만장자의 식초'도 영화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속> 와인 스캔달 <4>루디 쿠니아완의 와인 사기 행적과 수법
*위조 와인 스캔달<1> 토마스 제퍼슨 샤토 라피트 1787는 가짜
- 닥터콩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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