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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mpagne of Pickles Meets Wine

김치와 와인, 발효의 끝에서 랑데부, 길' 끝에서 랑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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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한 종지 놓고 와인을 골라보자. 럭셔리 레어 샴페인? 독일 리슬링? 캘리포니아 카버네 소비뇽? 이탈리안 로제?
키안티? 프렌치 보르도 아니면 버건디? 산토리니 가이야의 아씨어티코(왼쪽에서 세번째)가 가장 잘 어울릴듯 했다.
지난해 여름 그리스 산토리니의 가이야 와이너리에서 테이스팅을 했었는데, 2011년 산 아써티코 한 케이스가 드디어 왔다.


오래 전 50스트릿&7애브뉴 인근의 일본 라면집 사뽀로(Sapporo)에서 중국집 우동 국물맛이 나는 고모쿠 라면을 먹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미국인 남녀가 앉더니, 애피타이저로 기무치($5)와 맥주(아사히? 이치방?)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능숙하게 젓가락으로 김치를 입에 넣고 아삭아삭 씹으면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직 뉴욕에서 한식이 파고를 타기 이전이라서 그 광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속으로 ‘일본 라면집에서 파는 김치가 우리 입맛에는 오죽하겠나?’ 생각하면서도 너무 시지 않고, 너무 맵고 짜지 않다면, 김치는 서양식 밍밍한 샐러드보다는 훨씬 입맛을 돋구는 샐러드가 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치 비빔국수 위에 올려지는 새콤달콤한 양념 김치는 어떨까? 김치는 서양인들이 즐겨먹는 피클의 일종이 아닌가? 김치의 잠재성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매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김치와 깍두기가 타민족의 테이블에서는 애피타이저로 변신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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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해튼 한밭에서 소면을 시켰는데, 김치 겉저리와 신 김치도 나왔다. 김치가 애피타이저로 승격해도 좋을듯. 

그러면, 김치에 맞는 와인도 생각해볼 법하다.  김치와 와인의 궁합은 어색할 법하지만, 발효음식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지난 11월 28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장모김치(Mother in Law Kimchi)’의 대표 로린 전(Lauryn Chun, 전혜원)씨와 ‘와인&스피릿(Wine & Spirits)’ 잡지의 수석 편집자 타라 Q 토마스(Tara Q. Thomas)씨가 김치와 와인의 궁합(Pairing)에 대해 토론했다.

 

‘김치와 와인: 발효의 길이 만나는 곳(Kimchi & Wine: Where Fermentation RoadsMeet)’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와인&스피릿’에서 함께 일했던 와인 매니아들은 김치의 특성에 관한 깊은 이해와 와인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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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8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로린 전(오른쪽)과 타라 Q 토마스가 김치와 와인의 페어링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와인 잡지와 레스토랑 업계에서 일해온 로린 전은 LA 인근 가든 그로브에서 설렁탕 전문 식당 ‘장모집’을 운영해온 어머니의 길을 따라 2009년 뉴욕에서 김치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60가지 전통과 현대 김치 조리법이 담긴 ‘The Kimchi Cookbook’도  펴냈다. www.MILKim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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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집을 25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어머니 장영자씨와 딸 로린 전이 김치 만드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비디오 캡쳐. 

2009년 뉴욕타임스의 다이닝 섹션에 소개된 ‘마더 인 로 김치’를 처음 듣게 됐고, 딘&델루카(Dean & Deluca)와 홀푸드

(Whole Foods Market)에서 사다 먹었다. 배추를 겉저리처럼 길게 자른, 그러나 푹 익어서 신맛이 나는 김치가 마치 설렁탕집에서 테이크아웃해온 김치처럼 토속적이었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덜 맵고, 먹기 좋게 자른 김치가 아니라, 우리 것 그대로 당당하게 내놓은 ‘자긍심의 김치’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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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마케팅과 와인 잡지에서 일했던 로린 전 장모김치 대표와 최근 출간한 '김치 쿡북'.

2010년 플라자호텔 지하에 우리나라 백화점 지하 식당가처럼 들어선 푸드홀(Food Hall)에도 김치가 메뉴에 있었다. 스타 요리사 토드 잉글리쉬(Todd English)가 운영하는 푸드홀의 생선 카운터에서 메뉴를 보니 만두(dumpling)에 김치 사이드가 나오는 것. 생선(Red Snapper) 구이를 시켜놓고, 너무 궁금해서 매니저에게 ‘어디 김치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 친구가 하는 Mother-in-Law 김치”라고 했다. 

 

스타 요리사 장 조지 봉거리첸은 입양 한인 아내 마르자 봉거리첸과 한국 방방 곡곡을 돌며 한식을 탐험했고, 한식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를 다큐멘터리 ‘김치 크로니클(Kimchi Chronicle)’에 소개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버나단(Le Bernadin)의 셰프 오너 에릭 리퍼도 김치를 활용한 메뉴 광어 사시미(Fluke Sashimi; Crispy Kimchi in a chilled Citrus, Soy, Jalapeno Nage Sautéed Calamari filled with Sweet Prawns and Shiitake Mushrooms; Calamari Consommé)를 선보였고, 포시즌 호텔의 라운지엔 김치 타코가 메뉴에 있다. 또, 얼마 전 문을 연 브루클린 본드스트릿의 간소 라멘(Ganso Ramen)에는 데이빗 장 스타일의 포크번을 응용한 부타 김치 번(buta kimchi buns)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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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버나단의 김치를 가미한 '플루크 사시미'.                    다큐멘터리 '김치 크로니클'의 호스트 마르자 봉거리첸

 

'푸드&와인'지에선 시고 매운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의 다음과 같은 법칙으로 추천한다.

 

 

▶신맛(Acidity)과 톡쏘는 음식: 김치 같은 짜릿하고 톡쏘는(tangy) 음식은 와인 매치가 까다롭다. 식초가 들어간 샐러드 드레싱이나 소스엔 이와 같은 레벨의 신맛이 있는 와인을 선택해야 한다. 북부 이탈리아나 프랑스, 캘리포니아 해안 등 선선한 지역에서 생산된 화이트와인이 제격이다.

 

▶매운 음식과 스위트 와인: 매운 맛이 지배하는 음식엔 당도가 높고 알코올이 낮은 와인이 추천된다. 당도가 매운 요리의 열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Kimchi & Wine Tasting@The Korea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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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김치와 와인 페어링' 토론회 참석자들이 3종류의 김치와 와인을 시식(음)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미국인의 식문화에 깊이 파고들고 있는 김치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고를 시간이다.

 

와인에 조예가 깊은 로린 전과 타라 Q 토마스는 김치를 ‘피클의 샴페인(the champagne of pickles)’이라 불렀다.

로린 전은 내년 1월 11일 다운타운 아스토 와인(Astor Wine)에서 ‘장모 김치와 해피 아워(Kimchi Happy Hour with MILKimchi ’를 연다. 이 행사에서도 김치와 와인의 페어링을 소개한다. 

http://www.astorcenternyc.com/class-kimchi-happy-hour-with-milkimchi.ac

 

이들이 추천한 와인은 화이트와 스파클링이었으며, 레드와인은 없었다. 보르도, 캘리포니아와 롱아일랜드 와인 대신 저렴한 가격대의 덜 알려진 와인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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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배추김치(Vegan Napa Cabbage Kimchi): 새우젓 등 젓갈을 쓰지 않은 채식주의자용 김치.
 

 ♣오스트리아산 펀크트 게나우 구루너 벨트리너 스파클링 와인(Punkt Genau Sparkling Gruner Veltliner, Austria, $16)=

배, 복숭아, 사과향이 나는 스파클링 와인(프랑스에선 샴페인)으로 치즈로는 세인트 앙드레 같은 헤비 크림 치즈에 추천된다. 

로린 전씨는 신 김치를 즐긴다고 한다. 이날의 김치도 약간 쉬었는데, 그루너 벨트리너 포도의 배향이 라이트한 무게감 신맛을 상쇄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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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Signature “House Style” Kimchi): 젓갈이 들어간 전통 배추김치.
 

 프로세코 브루트(Scu Do Prosecco Brut, $9)=북부 이탈리아 베네토에서 생산되는 프로세코는 가벼우면서도 시트러스향이 짜릿한 이탈리아 샴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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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Muu Daikon Raddish)
 

 ♣남아프리카공화국 산 MAN 빈트너스 2011 코스탈 쿠베 V 셰닌 블랑(MAN Vintners 2011 Costal Cuvee V Chenin Blanc, 

South Africa, $20)=깍두기의 아삭아삭한 질감과 매운맛에 동반할 이 와인은 프랑스의 포도 품종으로 제조한 와인이다. 파파야, 파인애플, 키위 등 열대과일향의 프레쉬한 어필로 프랑스의 유명한 부브레이(Vouvray)를 연상시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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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산 리슬링 카비넷 피에스포터 골드트롭첸 스파터-바이트 2010(Riesling Kabinett Piesporter Goldtröpfchen, Später-Veit 2010, $20)=리슬링의 당도는 카비넷-스파틀레스(Spatlese)-아우슬레스(Auslese) 순으로 올라간다. 이 중 가장 드라이한 편인 카비넷은 복숭아, 배향에 라이트해 새콤달콤하고 매운 아시안 요리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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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김치(White Kimchi)
 

 프랑스 산 피에르 스파 2008 AOC 알사스 “알사스 원”( Pierre Sparr 2008 AOC Alsace “Alsace One” $13)=노랑끼에 앵두, 파인애플 등  이국 과일향, 드라이하고 프레쉬한 느낌으로 아시안 요리와 바비큐, 샐러드에 두루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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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CB Kimchi & Wine Pairing

▶덜 익은 김치 & 겉저리

 

♣2011 가이야 아씨어티코, 산토리니, 그리스(2011 Gaia 'Assyrtiko by Gaia' Wild Ferment, Santorini, Greece, $24)=집에서 주로 먹는 김치는 금강산 김치, 고센 김치, 그리고 이스트빌리지의 선라이즈 김치다.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김치와 와인 테이스팅을 한 후 의문이 들었다. 장모김치의 약간 신 배추김치는 스파클링 와인(샴페인)과 어울렸는데, 그러면 겉저리처럼 약간 덜 익은 김치는 어떨까?

 

다음 날 집에서 익기 직전의 선라이즈 김치와 그리스 산토리니의 가야 와이너리에서 온 아씨어티코 화이트와인을 매칭했는데, 풋풋한 과일향에 드라이해 잘 어울렸다.

 

 

*김치 담그는 법 배우세요: '마마 오 김치' 키딤 오의 특강 

*'우리는 김치광": 거버너스아일랜드 김치먹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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