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사교계의 마음과 지갑을 사로 잡은 사기녀

안나 소로킨/델비 악명 이용한 전시, 드라마, 도서 봇물

Julia Garner as Anna Sorokin (aka Anna Delvey) in Inventing Anna Photo by Aaron Epsein/Netflix 

"그녀는 구찌 샌달과 셀린 선글래스 차림으로 내 삶 속으로 들어와 호텔 생활, 르 쿠쿠(Le Coucou) 저녁식사, 고급 사우나, 모로코 휴가 등 호화로움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내돈 6만2천달러가 날아갔다." -배너티 페어(Vanity Fair)-

뉴욕에서 6천7백만 달러 독일계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를 휘젓고 다니다가 체포된 안나 소로킨(Anna Sorokin/Анна Сорокина, 31), 가명 안나 델비(Anna Delvey)가 강제추방되어 독일로 송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즈음 넷플릭스는 드라마로, 뉴욕의 갤러리는 전시회로, 그녀의 친구는 책 출판으로 안나 소로킨의 악명세를 이용한 돈벌기 작전에 나섰다. 

넷플릭스(Netflix)는 2월 11일 줄리아 가너(Julia Garner) 주연의 9부작 TV 드라마 '안나 발명하기(Inventing Anna)'를 출시했다. '소호 사깃꾼(Soho Scammer)'로 유명세를 탄 안나 소로킨의 스토리는 2018년 뉴욕매거진에서 특집(Maybe She Had So Much Money She Just Lost Track of It' by Jessica Pressler)으로 소개했으며, 드라마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소로킨은 넷플릭스로부터 32만 달러의 원작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뉴욕 검찰청은 2019년 'Son of Sam Law'(*범죄자들이 홍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뉴욕주 법)을 들어 이 돈이 판결에 따라 배상금과 벌금 지불에 사용해야 한다고 소로킨을 고소했다. 

Julia Garner portrays Anna Sorokin in Inventing Anna. Phto by Nicole Rivelli/Netflix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176 Delancey St.)에서는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팝업 전시 '안나 델비에게 자유를(Free Anna Delvey)'를 열고 있다. 줄리아 모리슨(Julia Morrison)과 함께 이 전시를 기획한 알프레도 마티네즈(Alfredo Martinez)는 2002년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드로잉을 위조해 18만5천 달러에 팔려다가 체포된 전과자다. 그 역시 감옥에서 가짜 총기 드로잉은 MoMA에 소장되어 있다. 이 전시에는 안나 소로킨이 감옥에서 만든 작품을 비롯, 리나 오(Rina Oh), 클라우디아(Claudia), 브리케일 잭슨(Brikeil Jackson), 켈리 루카스(Keli Lucas)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사기범인 안나 소로킨은 4월 뉴욕에서 개인전을 연다. 알프레도 마티네즈와 FAC(Founders Art Club)의 공동 창립자인 크리스 마틴(Christ Martine)은 ArtNews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스타일을 패션 스케치와 풍자만화의 크로스오버라 생각한다. 그녀는 흥미진진한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가져오는 무형의 자산, 사람들이 그녀에게 매혹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FAC가 주최하는 소로킨 개인전에는 20여점이 전시되며, 1점당 약 1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알려졌다. 소로킨 개인전은 FAC 웹사이트를 통해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https://www.foundersartclub.com/anna-delvey

Anna Sorokin, Send Bitcoin(left)/ Rina Oh, Her Royal Highness Princess Annoushka (Anna Delvey) Louise of Savoy, 2022

'헬리콥터를 탈 수 있는데 왜 엘리베이터를 타지요?"

"6만 달러를 빌리고 싶어요. 송금이 오는 중인데, 은행은 너무 귀찮아요."

-안나 만들기(Inventing Anna)-

안나 소로킨은 2013년 안나 델비(Anna Delvey)라는 가명과 6천만달러 자산의 독일의 부유한 상속녀로 위장, 뉴욕에 출현했다. 그녀는 명품 옷과 화술로 미술, 패션, 부동산, 금융, IT업계 인사들과 인맥을 만들면서, 안나델비재단을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서류를 위조해 2천200만 달러를 대출받으려다 실패했다. 뉴욕검찰은 2017년 타인 소유 전용기에 탑승하고, 고급호텔에 투숙하면서 27만5천 달러를 사키친 혐의로 소로킨을 체포했다.

Julia Garner as Anna Sorokin in Inventing Anna Photo by Aaron Epsein/Netflix

소로킨은 2019년 대규모 절도, 2급 절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최소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수사 과정에서 소로킨이 러시아 출신으로 독일에 이주한 트럭운전사의 딸로 패션스쿨 중퇴에 패션잡지 인턴이 전부라는 것이 드러났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소로킨은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외모를 가꾸기도 했다. 형을 선고한 다이앤 키셀(Diane Kiesel)판사는 "그녀의 깊은 속입수에 경악했다"고 밝혔으며, 소로킨은 "뉴욕의 화려함과 매력에 눈이 멀었었다"고 말했다. 유죄판결 후 소로킨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동기는 돈이 결코 아니었으며, 권력에 굶주렸었다"고 말했다. 소로킨은 2021년 2월 2년 복역 후 석방되어 인스태그램 팔로워들에게 뭔가 '특별한'것을 작업 중이라고 알렸다. 

진짜 안나 소로킨은 누구?

안나 소로킨은 1991년 모스크바 남쪽의 하류층 타운 도모데도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트럭운전수, 엄마는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했다. 2007년 안나가 16살 때 독일의 노스라인웨스트팔리아로 이주했으며, 아버지는 효율에너지 사업을 시작했다. 안나는 독일어 학습에 애를 먹으면서 '보그' 잡지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대에 입학했다가 곧 중퇴한 후 베를린의 홍보회사에서 잠깐 인턴으로 일했다. 

Rachel DeLoache Williams with Anna Soroin in Morocco

이후 파리의 패션잡지 '퍼플(Purple)'에서 인턴을 하면서 이름을 'Anna Delvey'로 개명했다. 그리고, 뉴욕에 상륙해 감쪽같이 사기행각을 벌여오다가 악명높은 사기꾼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으며, 넷플릭스 영화로 돈을 벌고, 더 유명해졌다. 소로킨은 감옥 생활을 담은 책의 집필과 팟캐스트 작업 중으로 알려졌다. 2019년 소로킨의 친구 레이첼 델로쉬 윌리엄스(Rachel DeLoache Williams)는 '내 친구 안나(My Friend Anna)'를 집필해 30만달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