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성난 사람들(Beef)' 2023 최고 연기 톱 10 선정
뉴욕타임스가 2023년 연극, 영화, TV에서 감정의 한계를 초월하는 최고의 연기 톱 10(10 Performances That Pushed Emotional Limits)에 스티븐 연, 알리 왕 주연, 이성진 극본의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를 선정했다.
NYT는 "스토리텔링, 연기, 연출면에서 지극히 효과적이며, 매 에피소드가 충격적이다. 두 불행한 낯선 사람들의 삶을 갈라놓고 연결하는 방식을 다룬 드라마...파괴와 보복 행위가 확대된다. 캐릭터의 가장 가증스러운 행동을 용서하거나 일축하지 않고, 캐릭터의 분노 아래 붕괴된 부분까지 도달하면서 비애와 인간미를 제공한다. 알리 왕과 스티븐 연은 모든 장면에서 뛰어난 연기로 대본의 혼란스러운 전환을 아름답게 유영해나간다"고 평했다.
제 75회 에미상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성난 사람들은' 제 75회 에미상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한정 시리즈(Limited or Anthology Series) 부문 작품상, 각본상, 남녀 주연상(스티븐 연, 알리 왕), 남녀 조연(마리오 벨로, 영 마찌노), 캐스팅상, 연출상(이성진/제이크 슈라이어), 편집상, 사운드믹싱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2023 에미상 시상식은 배우 파업으로 2014년 1월 15일로 연기됐다. 시상식은 Fox-TV에서 중계된다.
NYT는 '분노한 사람들' 외에도 ‘Swing State’, ‘Purlie Victorious’, ‘Jaja’s African Hair Braiding’, ‘Stereophonic', ‘Flex’, ‘Bottoms’, ‘Primary Trust’, ‘Survival of the Thickest’, ‘Wednesday’를 2023 최고의 연기 톱10에 꼽았다. <2023. 12. 5. 업데이트>
넷플릭스 드라마 '비프(BEEF, 성난 사람들)'
우리 마음 속의 활화산: 대니와 에이미의 분노
BEEF, Netflix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폴링 다운(Falling Down, 1993)'에서 실직한 이혼남 마이클 더글라스는는 무더운 여름날 LA 인근 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으로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파리가 윙윙거리자 그는 자동차 밖으로 튀쳐나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며 경찰의 추적을 당하는 범죄 드라마다.
그로부터 30년 후인 2023년 4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10부작 드라마 '비프(Beef, 한국어 제목 '성난 사람들')'에선 LA 마트에서 제품 반환에 실패한 한인 도급업자(스티븐 연)이 벤츠 SUV 운전자(알리 웡)의 공격적인 운전에 대한 보복 행위(road rage)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다.
Falling Down, 1993/ BEEF, Netflix
'비프'는 북미 지역 시청률 1위를 달리며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Squid Game)'에 비견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작자이자 10화를 연출한 이성진(Lee Sung Jin)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로드 레이지가 증가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비프'를 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내용의 '폴링 다운'이 연상되는 이유다.
제작사는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Minari)'와 올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석권한 다니엘스 감독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엣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로 일약 아시아 영화의 전당이 된 A24다. '비프'는 이 두 영화처럼 아시안을 미국의 소수민족으로 설정하고,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아시안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성진 작가는 코리안아메리칸 도급업자 대니 조와 베트남계 사업가 에이미 왕의 불편한 만남으로 Boy Meets Girl 스토리를 시작한다. 그것은 사랑을 갈구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다. 해피 엔딩이 아니라 트래직 엔딩이다.
BEEF, Netflix
두 주인공은 화가 많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홧병처럼 보인다. 어느 운수 나쁜날 마트 주차장에서 대니와 에이미의 악연은 시작된다.
도급업자(컨트랙터) 대니는 동생 폴과 함께 모텔사업을 하다가 범죄에 연루되어 한국에 돌아간 부모를 위해 집을 장만해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한다.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늘 분노가 치밀고, 우울증에 빠져 자살까지 시도한 적이 있다. 전형적인 한국 장남의 모습이다.
BEEF, Netflix
베트남과 중국계 혼혈인 에이미는 일본계 아티스트와 딸을 낳고 성공한 사업가(고요하우스 운영)이지만, 마음은 늘 공허하다. 부모가 자신을 낳기를 원치 않았다는 것,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것,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망상으로 인해 모래성처럼 부서지기 쉬운 캐릭터이지만, 늘 남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왔기에 너무나 버겁다. 즉,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왔다.
BEEF, Netflix. Painting by David Choe
대니와 에이미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인다. 자신의 삶 자체보다 부모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책임감에 눌려있는 인물들이다. 그만큼 자아를 희생해온 캐릭터들로 어느 순간 분노가 폭발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들의 분노 커넥션은 연쇄적인 보복행위로 점화되어 간다. 마지막 수술대 위에 겹쳐 누운 대니와 에이미는 비로소 서로의 위안이된 것처럼 보인다.
'비프' 곳곳에서 다른 영화에 대한 오마쥬인듯한 장면들이 발견된다. 제 10화는 황무지에 가까운 산을 배경으로 대니와 에이미가 나온다. 대니는 프롤레타리아(빨간 트럭), 에이미는 부르주아(백색 SUV)다. 이탈리아 리나 베르트퀼러 감독의 '귀부인과 승무원(Swept Away, 1974)'에선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귀부인과 승무원의 역전된 관계를 통해 계급과 권력을 탐구했다. 대니와 에이미가 와이파이를 잡아 헤매는 모습은 '기생충(Parasite, 2019)'에서 박씨네 지하방 목욕탕에서 와이파이를 잡으려는 아들, 딸의 모습이 연상된다. 에이미가 대니 동생 폴과 바람을 피우면서 침대 위에서 깡총깡총 뛰는 모습은 프랑스 장 비고 감독의 '품행 제로(Zero for Conduct, 1933)'를 떠올린다.
BEEF, Netflix/ 귀부인과 승무원(Swept Away, 1974)
BEEF, Netflix/ 품행 제로(Zero for Conduct, 1933)
BEEF, Netflix/ '기생충(Parasite, 2019)'
원작자 이성진씨가 연출을 맡은 10화 "빛의 형상(Figures of Light)"은 황량한 산 속 두 주인공의 낮과 밤을 보여준다. 서로 불신하는 대니와 에이미, 에이미가 대니를 향해 겨누었던 총은 알고보니 나뭇가지에 불과했다. 이들의 과거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고, 지금이 현실일까? 아니면, 이들은 죽음의 세계에서 숨쉬고 있는 것일까? 대니와 에이미가 야생베리를 먹고 식중독에 걸린 후 서로의 타자가 되어서 독백을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대니와 에이미는 서로의 무겁고도 슬픈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에이미 남편 조지가 터널 속에서 나오며 대니를 향해 발사하고, 대니는 병상에 누워 있다. 에이미는 대니 위에 포개져 있다. 대니의 손이 에이미를 덮는다. 대니와 에이미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니라 동상동몽(同床同夢)의 연민, 조지가 극중에서 말했던 '성스러운 쌍둥이(Divine Twins)'처럼 보여진다.
우리 마음 속엔 활화산같은 분노를 품고 있는 대니와 에이미가 산다. 분노 조절이 필요한 것일까? 이제라도 깨어나 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할 것인가? 분노 보다는 연민이 필요한 세상, 나 자신의 목소리에 뒤를 기울여야할 시간인 것 같다.
*우리는 왜 넷플릭스 드라마 '글로리(The Glory)'에 열광할까
https://www.nyculturebeat.com/?mid=Zoom&document_srl=4091863
*넷플릭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명화 도난사건 다큐멘터리 공개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4037686
*넷플릭스 2021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 지출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4035604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