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MET 마에스트로 제임스 리바인
카네기홀서 바그너, 베토벤, 슈베르트 지휘
돌아온 메트 마에스트로 제임스 리바인
척추 질환으로 2년간 MET 오페라 지휘를 중단했던 제임스 리바인 음악감독이 휠체어에 탄채 컴백했다. SP
비가 내리던 지난 19일 카네기홀 앞에는 티켓을 사려는 음악팬들이 유독 많았다. 근 2년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제임스 리바인 메트로폴리탄 음악감독의 극적인 콘서트를 보기위해서였다. 리바인의 컴백 무대에서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솔로이스트는 금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다. 피아니스트 출신 제임스 리바인은 성악가들과 연주자들을 배려하는 지휘자로 정평이 나있다.
카네기홀 아이작스턴 오디토리움 2800여석은 매진됐고, 무대는 이전과 달랐다. 지난 5월 3일 키신의 리사이틀에선 매진 후 200여석의 청중용 의자가 마련됐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척추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마에스트로 리바인을 위한 특별 ‘세트’였다. 지휘자의 연단 대신, 리바인이 휠체어에 앉아 지휘할 수 있도록 4각의 울타리가 설치됐다.
리바인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자 청중은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바그너의 ‘링 사이클’로 휘청거려온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는 마에스트로의 컴백 무대는 2012-2013 시즌이 끝난 지 8일 후에 카네기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늘 3800여석의 메트오페라하우스 피트에서 연주해오던 메트로폴리탄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카네기홀의 밝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앉아 마에스트로를 환영했다.
늘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해온 MET 오페라오케스트라는 1년에 세차례 카네기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SP
첫 곡은 바그너의 ‘로엔그린(Lohengrin)’ 제 1막 중 서곡이었다. 바그너 전문가인 리바인은 69세에 휠체어에 의지한 것을 무색하게 지휘봉을 휘저으며 정력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이어 예브게니 키신이 베토벤의 피아노 콘체르토 4번을 협연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도입부에 이어 감미롭고 영롱한 피아노 선율이 꿈결처럼 이어졌다.
이 곡은 지난 3월 13일 에버리피셔홀에 온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엘렌 그리모가 협연했으며, 3월 20일 카네기홀에서 샌프란시스코심포니와 유자 왕이 협연할 예정이었으나 오케스트라 파업으로 취소된 사연이 있다.
예브게니 키신이 베토벤 콘체르토 4번 연주 후 제임스 리바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SP
키신은 앙코르를 후하게 선사하는 피아니스트다. 몇 차례 커튼콜 이후 청중의 ‘앙코르’ 갈채에 제임스 리바인이 백스테이지에 있는 키신에게 손짓을 한다. 그리고, 키신은 베토벤의 ‘론도 아 카프리치오 G장조 op. 129’를 박력있게 연주했다. 이 곡의 부제는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노여움’이라고.
키신은 연주 후 휠체어에 의지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의 박스로 가서 슈베르트의 '그레이트'를 감상했다. Photo: Sukie Park
인터미션 후엔 슈베르트의 심포니 9번 ‘그레이트(Great) C장조 D. 944’로 이어졌다. 슈베르트의 유작인 ‘그레이트’는 50여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베토벤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작품이다.
휠체어 마에스트로가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열정적으로 이끄는 메트오케스트라는 웅장하고, 박력있는 연주를 선사했다.
그레이트 마에스트로의 드라마틱한 컴백 콘서트였다. 청중은 리바인의 성공적인 컴백에 열렬한 갈채를 보냈다.
리바인은 지난 2011년 5월 바그너의 ‘발퀴레’ 지휘 후 8월 낙상으로 척추 치료를 받아왔다.
컴백 마에스트로는 올 9월 시작될 2013-14 시즌에서 신작 ‘팔스타프(Falstaff)’와 리바이벌 ‘코지 판 투테(Così fan tutte)’ ‘보이첵(Wozzeck)’을 지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