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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 & 비엔나필 뉴욕 오다

 

 

 

봄을 앞두고 유럽 정상의 오케스트라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Berlin Philharmonic Orchestra)와 비엔나필하모닉 오케스트라(Vienna Philharmonic Orchestra)가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다.

 

 1887년 창단된 베를린필과 1842년부터 내려온 비엔나필은 유럽의 쌍두마차 관현악단이다. 이들이 2월 말과 3월 초 연이어 뉴욕의 클래식팬들에게 사흘간씩의 클래식 여정을 선사했다.

 

 

 

사이먼 래틀과 비엔나필                                                                                                                

 

질풍과 노도의 변주곡, 드뷔시-드보르작-숀베르크-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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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1954-89)과 아바도(89-2002)에 이어 2002년부터  베를린필을 이끌고 있는 사이먼 래틀 경.
2007년 래틀과 베를린필하모닉은 UNICEF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Photo: Sukie Park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프로그램은 18세기 바흐에서 21세기 존 아담스까지 최대 300여년을 넘나들기 쉽다. 지난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카네기홀에서 열린 사이먼 래틀 경과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는 색달랐다.

 

 첫날 23일 콘서트 프로그램은 드뷔시(1862-1918), 드보르작(1841-1904), 숀베르크(1874-1951), 그리고 엘가(1857-1934)의 곡으로 꾸몄다. 프랑스, 체코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그리고 영국 등 이들이 태어난 나라는 각기 달랐지만, 동 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이다. 마에스트로 래틀 경은 음악의 질풍과 노도의 시대였던 19세기 말  5년 사이에 4인의 거장들이 발표한 곡을 모았다.  2800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타임머신 타고 유럽 낭만주의 시대 네 거장들의 음악으로 여행을 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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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필과 비엔나필의 콘서트는 카네기홀의 콘서트 시리즈 중 가장 티켓값이 비싸며, 일찌감치 매진된다.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발코니석도 괜찮다. 카네기홀의 음향이 워낙 완벽하기 때문이다. SP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 1894)’는 베를린필의 '스타 플루티스트' 에마누엘 파후드의 감미로운 솔로로 시작되어 하프로 이어졌다. 선율 따라  청중은 꿈결같은 음악 속에 빠져들었다. 이어 드보르작의 다이나믹한 ‘Golden Spinning -Wheel, Op. 109’, 1896)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2부에선 1899년에 나온 두 곡을 연주했다. 숀베르크가 원래 체임버곡으로 썼다가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한  ‘정화된 밤(Verklarte Nacht)’은 달밤에 숲 길을 헤매는듯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미스테리어스한 연주곡이었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 Op. 36, 1899)’는 엘가의 아내부터 배우, 오르간주자, 첼리스트, 불독 등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인물이 다채롭게 그려졌다.

 

 

 

로린 마젤과 베를린필                                                                                                                                  

 

스트라우스 & 스트라우스, 왈츠와 폴카 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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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의 오케스트라임에도 불구하고, 비엔나필은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비엔나필이 여성 정식 단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 왼쪽 끝은 최초의 여성 콘서트마스터 알베나 다나일로바. 가운데는 마젤.  SP 

 

 


 뉴욕필하모닉의 음악감독(2002-09)으로 2006년 역사적인 평양 콘서트를 지휘했던 로린 마젤 감독이 링컨센터가 아니라 카네기홀을 찾았다. 이번엔 비엔나 필하모닉(Vienna Philharmonic Orchestra)을 이끌고 2일부터 사흘간 콘서트를 선사했다.

 

 비엔나필은 1939년부터 매년 1월 1일 왈츠곡으로 꾸민 신년 음악회를 세계 70개국에 중계해왔다. 그러나, 비엔나필은 오랫동안 ‘보이즈 클럽(Boys’ Club)’이었다. 여성 정식단원을 받아들인 것은 1997년, 하프주자 안나 릴케가 처음이었으니, 성차별의 원조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비엔나필은 이제 콘서트마스터 알베나 다나일로바를 비롯 6명의 여성 정식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로린 마젤은 한국, 중국계 등 20여명이 넘는 아시안 단원이 연주하는 ‘뉴욕필하모닉’을 이끌었던 명장이 아닌가? 그런데, 유럽의 오케스트라는 아직도 아시안이 손꼽을 정도다.

 

 유럽 클래식 음악의 수도 비엔나에서 170년 역사의 비엔나필에 대해 바그너는 ‘세상 최고의 오케스트라’, 브루크너는 ‘가장 우세한 음악단체’라고 칭송했다. 브람스는 자신이 비엔나필의 ‘친구이자 찬미자’, 상임지위자였던 구스타프 말러는 ‘음악예술의 유대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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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었던 로린 마젤이 비엔나필과 보너스 앙콜로  '헝가리 폴카'를 연주하고 있다. Photo: Sukie Park

 

 

 4일 일요일 낮에 열린 콘서트는 스트라우스와 스트라우스의 곡으로 꾸며졌다. 어릴 적 리하르트 스트라우스(1864-1949)와 요한 스트라우스 2세(1825-1899)가 부자지간으로 알고 있었다. 뒤늦게야 혈연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리하르트는 독일 출신, 요한 부자는 오스트리아 태생이다. 아버지 요한은 ‘왈츠의 아버지’, 아들 요한은 ‘왈츠의 황제’로 불리운다.

 

 비엔나필 콘서트의 막은 리하르트 스트라우스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쓴 비장한 ‘죽음과 변용(Tod und Verklarung Op. 24)’이 올렸다. 이어 오페라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 모음곡을 연주했다.
 

 

 2부는 왈츠와 폴카를 위한 시간이었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의 서곡과 차르다스(헝가리 무곡), ‘카이저의 왈츠(Kaiser Waltz)’ ‘트리치-트래치 폴카(Tritsch-Tratsch)’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등 폴카와 왈츠의 메들리로 2800여 청중의 귀뿐만 아니라 어깨, 손가락, 발까지 흥분시켰다. 현악 파트가 포르테인 비엔나필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무곡들이었다.

 


 82세가 된 마에스트로 마젤은 앙코르에 인색하지 않았다. 비엔나필은 청중의 환호에 스트라우스 2세의 ‘Perpetuum Mobile’과 ‘헝가리 폴카, 마그야 만세(Eljen a Magya)’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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