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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리아 로드리게즈에서 마리짜까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파두(FADO)에 대하여

 

000Fado, painting by José Malhoa-1910.jpg

 José Malhoa, Fado(painting), 1910/ Amália Rodrigues(left)/ Mariza(right) 

 

한국엔 트로트(뽕짝)가 있고, 포르투갈엔 파두(fado)가 있다. 한 맺힌듯 애절함이 절절히 담긴 노래, 트로트와 파두는 두 나라의 역사와 민족성, 혹은 DNA에서 무언가 공통점이 있을 법 하다. 

 

한때 식민제국이었던 포르투갈이지만, 어느날 고기 잡으러 배 타고 바다로 나간 남편이 숨을 거두었고, 그가 탔던 배는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돛을 달고 있었다. 남편을 잃은 여인의 슬픔이 담긴 노래가 아말리아 로드리게즈의 히트곡 '검은 돛배(Barco Negro)'다. 식민치하에 있었던 한국인들은 한(恨)이 많은 민족이다. 트로트에는 고향을 떠난 나그네의 서러움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까지 슬픔이 아려있다. '목포의 눈물' '눈물 젖은 두만강', '돌아와요 부산항'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까지 바다(항구)와 강이 종종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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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ália Rodrigues - Barco Negro "Les Amants du Tage" (1955) OST 한글자막 <YouTube> 

https://youtu.be/hST-GiLz37k

 

2007년 포르투갈 종단 여행을 할 때 리스본의 오래된 동네 바이로 알토(Bairro Alto)를 기웃거리면서 파도 음악을 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파두의 여왕(Rainha do Fado/Queen of Fado)' 아말리아 로드리게즈(Amália Rodrigues, 1920-1999)로 대표됐던 파두를 처음 접한 것은 1980년대 KBS-2FM 오전 11시 김자영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세계의 유행음악'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과 영국의 팝음악 중심이던 라디오 편성에서 가장 독특한 방송이었다. 샹송, 칸초네, 파도, 그리고 홍콩 가수들의 노래까지 다양한 세계 음악을 틀었다. 아말리아 로드리게즈의 '검은 돛배'도 처음 들었고, 뉴욕에 와서는 브루노 드 알메이다(Bruno de Almeida)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말리아의 예술(The Art of Amália, 2000)'을 보았다.

 

얼마나 고마운가? 김자영 아나운서는 내게 세계음악으로 귀를 열어준 선생이다. 그 김자영 아나운서가 20여년 전 뉴욕에 체류할 때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는데, 뉴욕중앙일보 시절 매일 파김치 신세라 만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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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za–The 20th Anniversary Tour, NJPAC, January 23, 2022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MARIZA - Quem Me Dera <Official Music Video>

https://youtu.be/-sze5rpbklM

 

지난 23일 뉴왁의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NJPAC)으로 포르투갈 파두 가수 마리짜(Mariza) 콘서트를 보러 갔다. 마리짜 콘서트는 두번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뒤로 연기됐던 공연이다. 뉴왁은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아이언바운드(Ironbound)가 있기에 마리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잠비크계 엄마와 포르투갈계 아버지를 둔 마리짜(1973- )는 '포르투갈의 이미자'급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즈와 달리 폐부를 찢는듯한, 판소리 창법처럼 폐부를 찢는듯한 노래가 특색이다.

 

NJPAC에선 영어 자막을 제공하지 않아 그저 상상하는 수 밖에 없었다. 노랫말은 몰라도 그녀의 파두를 들으면, 가슴 속의 응어리가 시원하게 풀어지는 것같았다. 앙코르로 아말리아 로드리게즈의 '검은 돛배(Barco Negro)'를 들려주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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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는 2011년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파두는 어떻게 포르투갈의 국가대표 음악이 됐을까? 

 

파두는 라틴어로 '운명(destiny, fate)'이라는 뜻의 파텀(fatum)에서 왔다.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뱃사람들이 리스본에서 쉬는 동안 술에 취해 합창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820-1930년대 수도 리스본에서 번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망망대해를 떠도는 뱃사람과 그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부두의 아내. 그 갈망, 그리움, 슬픔의 감정이 담긴 노래다. 초기엔 매춘부들이 술집에서 파두를 불러 '악마의 노래'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판소리에 서편제/동편제가 있듯이 파두는 리스본(리스보아)과 코임브라(Coimbra) 두가지 스타일의 파도로 나뉜다. 리스본 파두는 선원들과 매춘부들이 몰린 술집에서 퍼졌다. 리스본 파도가 아웃사이더들의 엘레지였다면, (1290년 설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임브라대학가에서 시작된  파두는 남자들이 주로 부르는 구애가, 사랑타령이다. 코임브라에서 파두 콘서트 중에는 절대로 손뼉을 치면 안된다고 한다. 대신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내는 것이 전통이라는 것. 반면, 리스본의 청중은 박수를 줄기차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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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mbra students playing fado in a serenade at the front door of the Old Cathedral of Coimbra.jpg

코임브라 대학교(2007)/ 코임브라 대성당 앞에서 파도를 부르는 대학생들

 

1840년대 이후 파두 가수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었다. 리스본의 아랍 동네 모라리아(Mouraria)는 파두 가수들이 몰려살던 지역으로 파두 가수 벽화가 이어진다. 마리짜도 모라리아에서 자랐다. 

 

파두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55년 프랑스 앙리 베르누이(Henri Verneuil) 감독의 영화 '리스본의 연인들(일명 타구스강의 연인들/ 한국어 제목 '과거를 가진 애정'/ Les amants du Tage,)' 에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즈가 부른 '검은 돛배(Barco Negro)'를 부르는 장면 덕분이다. 이후 로드리게즈는 일본, 중국까지 세계에서 콘서트를 열면서 포르투갈 국민 가요 파두를 세계에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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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의 반주는 12현의 포르투갈 기타, 통기타, 베이스와 퍼커션(타악기)로 구성된다. 마리짜와 그의 밴드.  포르투갈 기타는 스페인 기타처럼 강철(steel) 현으로 소리를 내서 나일론 현보다 떨림을 잘 구사할 수 있다.  

 

*MARIZA - Barco Negro <Official Live Video>

https://youtu.be/wQ-2BrKoKiw

 

1999년 아말리아 로드리게즈 사망 후 파도는 세대교체가 됐다. 그중 최고 스타는 마리짜다. 마리짜는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 중 한국 대 포르투갈 경기(한국 1:0 승리)에서 국가를 불렀으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땐 스팅(Sting)과 듀엣으로 주제곡 "A Thousand Years"을 녹음했다. 마리짜는 파두에 재즈, 플라멩코, 아프리카 음악을 혼합한다.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은 "마리짜는 파두의 고대 슬픔을 장엄한 모던 사운드로 리메이크한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마리짜에게 문화예술공헌 훈장(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Lettres)을 수여했다. 그녀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리스본엔 파도뮤지엄(Museu do Fado)가 있다. 파두 음악의 역사, 포르투갈 기타의 진화과정, 그리고 파도 가수와 작곡가들(Alfredo Duarte, Amália Rodrigues, Ercília Costa, Berta Cardoso, Raul Ferrão, Frederico Valério, Alberto Janes, Alain Oulman 등)의 초상화를 전시한다. https://www.museudofado.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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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do Music from Portugal 
https://youtu.be/RY66q43G63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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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2.02 12:33
    빵이 포르투갈어라고 중학교때 국어 선생이 말씀하셔서 포르투갈에 조금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곤 잊었든 나라입니다. 컬빗이 제 3세계 음악을 알게됐다면서 포르투갈의 파두를 올려주셨네요. 저도 한때는 제 3세계 음악이리고 할까? 그리스와 스페인 음악에 심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스의 Zorba the Greek을 듣고서 너무 좋아서 계속 들었습니다. 작곡가인 미키스 데오도라키스가 직접 지휘를하는 영상을 놓고 흉내를 내보곤 했습니다. 내가 속한 로렌스시니어센터에 건의해서 라인댄스로도 추었습니다. 스페인 음악은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의 추억에 빠져서 스페인 음악을 들었었지요.
    그런데 파두를 들으니까 왜 이 음악을 몰랐었나하고 나를 탓했습니다. 컬빗이 아니었다면 영영 모를번했던 포루투갈의 파두를 지금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마리짜가 부르는 검은 돛배가 심금을 울립니다. 판소리보다는 에디트 피아프가 부르는 샹송 장미빛 인생이 더 파두와 가까운 느낌입니다. 마리짜가 부르는 검은 돛배를 눈쌓인 베란디를 보면서 듣고있습니다. 브라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