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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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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부활의 상자, 오브제로서의 서랍

테조 레미, 조숙진, 자나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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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jo Remy, Chest of Drawers  Photo: Robbard Theuwkens

 

서랍(drawer)은 뚜껑이 없는 상자로 틀 속에 들어가서 가구로 기능을 한다. 미술의 오브제로서의 서랍은 사물을 담는 상자로서 사적인 물건이다. 그 서랍 속엔 그 개인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사용자의 시간과 추억과 함께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랍은 판도라적인 상자일 수도 있다.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 1층에 네덜란드 작가 테조 레미의 서랍 설치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그에게 형형색색의 서랍과 그것을 묶는 벨트는 개인성과 사회성의 갈등을 상징하는듯 하다. 테조 레미(Tejo Remy)의 서랍 작품은 조숙진씨와 자나 나폴리의 서랍 작품을 떠올렸다. 

 

폐기물로 작업하는 한인작가 조숙진(Sook Jin Jo)씨의 서랍 작품은 기억과 함께 버려진 인간성을 부활시키는 열망처럼 보인다. 뉴올리언스 작가 자나 나폴리(Jana Napoli)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의 재해 속에서 발견한 서랍들을 배열한 작품은 인종적 다양성 속에서 강인한 생존의지를 강조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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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jo Remy(Dutch, born 1960), 'You can’t lay down your memory' Chest of Drawers, 1991, metal, wood, paper, plastic, burlap, contact paper, and paint, Museum of Modern Art Collection

 

테조 레미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그룹 드루그 디자인(Droog Design)의 초기 멤버로 중고 서랍을 모아 끈으로 묶은 작품으로 기억이 담긴 서랍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개인의 정체성과 전체로 통합하려는 사회적인 힘, 끈의 긴장관계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며, 동시에 구조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테조 레미는 유트레히트 미술대학교(Utrecht School of Art)에서 3D 미술을 전공한 후 동문 르네 빈후이젠(René Veenhuizen)과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http://www.remyveenhuizen.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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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 Jin Jo 조숙진(Korean-American, born 1960), Resurrection II, mixed media on wood, 46 drawers, 73x108 x21 1/2", 1996-97

 

뉴욕의 설치미술가 조숙진씨는 드럼통, 프레임, 의자, 묘비 등 폐기물로 삶과 죽음, 소멸과 부활, 물질과 정신, 공간과 형태를 탐구해왔다.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 대학원 졸업. 1988년 뉴욕으로 이주, 프랫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했다. 헌팅턴 미술관 등지에서 30여회 개인전을 했으며, 광주 비엔날레, 폴란드 우쯔(Lodz) 비엔날레, 워싱턴스미소니언뮤지엄 그룹전에 참가했다. 하종현미술상, 폴락크래스너 그랜트, KAFA(Korea Arts Foundation of America)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에리미술관, 마길리즈 웨어하우스, LA Metro Detention Center 등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브라질의 이타파리카섬에서 찍은 무덤사진의 십자가들을 모은 사진집 ‘엘레지’(눈빛출판사, 2010) 출간했다. http://www.sookjinj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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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a Napoli’s (American, b. 1946), Floodwall, 2007, discarded drawers after the Hurricane Katrina, dimensions variables

 

뉴올리언스 출신 작가 자나 나폴리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 일대를 휩쓸고 간 후 거리에 폐기된 서랍 750여개를 모은 설치작 '홍수의 벽(Floodwall)'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2007년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 처음 전시된 후 미 도시와 폴란드, 독일을 거친 순회 전시 후 2011년 12월 3일 뉴올리언스 강가에서 화장됐다. 

 

자나 나폴리는 덴버의 로레타하이츠대학교, 마드리드의 벨라아르테스 데 산 페르난도, 멕시코의 산미구엘 드 아옌데 등지에서 공부했으며, 1970년대 과테말라, 파리, 런던 등지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일하며 전시했다. 1980년대 뉴올리언스아트디스트릭트에 자신의 갤러리와 B&B(여인숙)을 열었으며, 1988년 미술학도를 위한 비영리 미술기구 'YA/YA(Young Aspirations/Young Artists)'를 창립했다. 2011년엔 프로 작가들을 위한 재단 'Ana & Adeline Foundation'를 설립했다. http://www.jknapo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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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a Napoli, Floodwall, National Museum, Wroclaw  Photo: Philip Oesch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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