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 최고 화가'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메트로폴리탄 뮤지엄
Winslow Homer: Crosscurrents
파도에 집착한 윈슬로 호머의 캔버스
April 11–July 31, 2022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YC
September 10-January 8, 2023 @The National Gallery, London
4월 4일 '윈슬로 호머: 교차류' 언론 시사회에서 맥스 홀레인(Max Hollein) 메트뮤지엄 관장이 호머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날 어쩌란 말이냐..."
경상남도 통영 바닷가 출신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은 '그리움'(1935)에서 파도를 원망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낭만적인 감성이다.
한편, 미국화가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 1936-1910)에게 파도는 대자연 앞 인간의 무력함과 죽음을 표현하는 이미지였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4월 11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리는 '윈슬로 호머: 교차류(Winslow Homer: Crosscurrents)'에는 호머의 파도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펼쳐지는 전시다.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뮤지엄의 전시는 #1 전쟁과 재건(War and Reconstruction) #2 물가(Waterside) #3 영국어촌 큘러코츠와 구조 장면(Cullercoats and Rescue Scenes) #4 걸프 스트림을 따라(Along the Gulf Stream) #5 걸프 스트림(The Gulf Stream) #6 말기의 해안풍경(Late Marines) #7 사망(Mortality) #8 Legacy 섹션으로 나뉘어 유화와 수채화 88점이 소개된다. 이 전시는 올 9월 10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런던 내셔널갤러리로 이어지며, 전시 타이틀은 '윈슬로 호머: 자연의 힘(Winslow Homer: Force of Nature)'으로 바뀐다.
Winslow Homer, The Gulf Stream, 1899,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바다에 관한 비극은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타이타닉호 침몰까지 우리에게 친숙하다. 윈슬로 호머는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 폭풍, 그리고 이와 맞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고, 미 역사상 최고의 해양 화가로 불리웠다.
'교차류' 전시의 센터피스는 메트뮤지엄이 소장한 '걸프 스트림(The Gulf Stream, 1899)'다. 뒤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 앞에는 세마리 상어에 마주친 흑인 청년이 사탕수수 몇 줄기에 운명이 달린 모습을 묘사했다. 호머는 1898년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 이 그림을 시작했다. 부러진 돛대, 왼편의 검은 십자가, 수의같은 찢어진 돛, 저 멀리 보이는 하얀 돛의 스쿠너 그리고 열린 해치(hatch, 입구)가 마치 곧 무덤으로 들어갈듯, 청년의 임박한 죽음을 상징한다. 오늘날 '걸프 스트림'은 죽음과 인간의 나약함뿐만 아니라 미 제국주의, 노예제도의 유산까지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Winslow Homer, Northeaster, 1895; reworked by 1901.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윈슬로 호머는 1836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철물점을 운영했고, 엄마는 아마추어 수채화가였다. 윈슬로는 캠브리지에서 자라던 그는 어머니로부터 미술을 배웠다. 19살 때 보스턴의 석판화가 J. H. 버포드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2년간 악보 표지와 상업미술 작업을 하며 다시는 직장에서 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21세부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 등 잡지에 도시 보스턴과 뉴잉글랜드의 시골 삽화를 기고했다.
Winslow Homer, The Gale, 1883–93.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859년 뉴욕으로 이주해 10스트릿에 작업실을 연 호머는 국립디자인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Design)에서 유화를 공부했다. 미국이 남북전쟁(1861-1865)으로 혼란에 빠졌을 때 하퍼스 위클리는 호머를 전선으로 보냈다. 호머는 전장에서 군인과 죄수들을 그리고 전시 중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Winslow Homer, Undertow, 1886(left)/ The Life Line, 1884 from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867년 그의 남북전쟁 회화 2점이 파리 세계 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에 전시되는 것을 계기로 호머는 10개월간 파리와 프랑스 시골에 체류하며, 유럽의 미술 경향을 흡수했다. 귀국한 호머는 매사추세츠, 뉴저지 등 해변 휴양지와 애디론댁을 찾아 어린 시절과 젊은 여성들을 주제로 향수어린 작품을 그리며, 노예해방 10년간 노예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Winslow Homer, The Cotton Pickers, 1876.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Winslow Homer, The Fog Warning (Halibut Fishing), 1885.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881년 고독을 갈망하던 호머는 새로운 영감을 찾아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 북부의 어촌 큘러코츠(Cullercoats)로 갔다. 호머는 바닷가에서 생선을 나르고, 청소하고, 그물을 깁고,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리며 19개월간 살았다.
Winslow Homer, Summer Night, 1890. Oil on canvas. Paris, Musée d’Orsay 메트뮤지엄 전시에는 빠진 회화.
귀국 후 호머의 예술은 전환기를 맞는다. 호머는 뉴욕을 떠나 메인주 프라우스넥(Prouts Neck)로 갔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형의 여름 별장 마차고(carriage house)를 개조해준 스튜디오 건물에 정착했다. 그리고, 1910년 사망할 때까지 바다에서 단 75피트 떨어진 작업실에서 밤낮으로 파도를 관찰하고, 자연의 압도적인 함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Winslow Homer, Cape Trinity, Saguenay River, Moonlight, 1904.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호머에겐 '자신만의 미술 섬에 갖힌 양키 로빈슨 크루소' '붓을 든 은둔자'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호머는 사람들이 자신을 방해하지 않도록 "뱀! 쥐!(Snakes! Mice!)"라고 쓴 간판을 집 앞에 설치할 정도로 괴퍅했다. 1884년 겨울 호머는 센추리 매거진의 위임을 받아 플로리다, 쿠바, 바하마, 버뮤다를 여행하며 가서 수채화 작업을 하고 바닷가 집으로 돌아갔다.
'걸프 스트림' 앞에서 윈슬로 호머, 1900
호머의 바다 그림은 인기가 없었다. 당대의 인물화가 존 싱거 사전트(John Singer Sargent, 1856-1925)처럼 높게 평가받거나, 작품을 팔지 못했다. 파도에 휩쓸린 백인 4명을 묘사한 회화 '언더토우(Undertow, 1886)'는 단 400달러에 팔았다.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 워싱턴 스퀘어, 귀부인의 초상)은 호머의 작품에 대해 "거의 야만적으로 단순하며, 상상력이 전혀 없는" "끔찍하게 추악할 수 있는 " "...그러나,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평했다.
Winslow Homer, Fox Hunt, 1893.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869년 뉴욕 내셔널아카데미오브디자인에서 열린 전시에서 혹평을 받은 후 호머는 자신의 바닷가 풍경화 'Beach Scene'(1869)를 잘라냈다. 이로써 Beach Scene은 두점이 되어 왼쪽은 뉴욕의 아켈뮤지엄(Arkell Museum), 오른쪽은 마드리드의 타이센-보르네미자 컬렉션(Thyssen-Bornemisza Collection)으로 들어가게 된다.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910년 호머는 프라우츠넥 스튜디오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캠브릿지의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프라우츠넥 작업실은 1964년 국립사적지구로 등재됐으며, 2006년 포틀랜드미술관(Portland Museum of Art)가 매입해 보수공사를 거쳤다. 스튜디오는 가이드 동반 투어를 제공한다. https://www.portlandmuseum.org/homer
Winslow Homer: Crosscurrent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개방시간: 일-목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금-토 오전 10시-오후 9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5월 첫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25), 65세 이상($17), 학생($12). *추천 기부금제(suggested donation). 1000 5th Ave. 82nd St. 212-535-7710, www.met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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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된 조그만 배, 흑인, 십자가, 상어 세마리, 이 생사의 급박한 상황이 문득 대학시절 읽었던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생각납니다. 파도를 주제로 Force of Nature를 묘사한 화가 윈슬로 호머를 알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파도야를 외치면서 "그리움"을 읊은 게 그분이 이영도(여자 시조시인)시인을 사랑해서 쓴게 아닌가 합니다. 서로 처자식이 있는 몸인데 사랑을 한 안타까움을 파도에 날려보내고 싶었지 않았나 사려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