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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Food Obsession  <13> 원조 채식주의자 피타고라스의 딜레마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왜 콩을 두려워했을까?

 

콩을 거부했던 채식주의자, 윤회와 전생을 믿었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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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의 정리'(*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이 직각을 둘러싼 각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로 유명한 피타고라스((Pythagoras of Samos, Πυθαγόρας ο Σάμος, BC 570-BC 495)는 고대 그리스의 수퍼스타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음악이론가이자, 전문학자, 그리고 채식주의자였다. 피타고라스는 후대의 철학자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영향을 주었다. 

 

에게해 동부 사모스섬에서 태어난 피타고라스는 청년시절 이집트로 가서 22년간 유학했다.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배우고, 내세관을 믿었다. 마흔살 무렵 그리스 식민지였던 이탈리아 남부의 크로토네(Crotone, 지도에서 장화 바닥)으로 가서 학파를 설립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윤회와 전생을 믿었고, 공유재산과 공동생활을 영위하며, 육식과 살생을 금지하는 금욕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했던 공동체였다. 그들은 영혼이 이동하며, 동물에도 사람이 영혼이 들어있다고 믿었다. 친구나 친척을 먹는 것을 피하기 위해 채식주의를 신봉했다.

 

어느날 피타고라스는 한 남자가 개를 마구 때리는 것을 봤다. 개는 깨갱거리며 울부짖는 중이었다. 피타고라스는 개의 비명을 얼마 전 죽은 친구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그 남자의 폭행을 중단시켰다. 이로써 환생한 친구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콩을 먹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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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Augustus Knapp, Pythagoras, 1926/ Fava Beans

 

피타고라스는 고기 뿐만 아니라 콩도 절대 먹지 말라는 규율을 세웠다. 이유는 콩 알레르기, 콩으로 인한 사망, 콩을 숫자를 세는데 썼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피타고라스가 인간과 콩의 근본이 같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콩을 진흙 속에 묻어 몇주 동안 두었다가 회수하는 등 과학 실험도 수차례  시행했다고 한다. 그에게 콩은 인간의 태아와 닮았다. 

 

그가 지목한 콩은 파바콩(fava bean, broad bean, 지중해 원산의 납작 콩) 일명 누에콩(잠두콩)이다. 파바콩은 인간의 살(flesh)과 같아서 죽은 자의 영혼을 담고 있다고 믿었다. 파바콩을 먹으면 가스가 차고, 호흡을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콩을 먹는 것은 인간의 살을 먹는 것이라고 믿었다. 콩을 짓이기거나 더럽히는 것도 인간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바콩 속의 영혼

 

어느날 피타고라스는 이탈리아 남부 타렌텀의 목장에서 황소 한마리가 콩을 먹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놀란 피타고라스는 목동들에게 콩 사료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리곤, 진흙 투성이의 벌판을 활보해  황소에게 다가가더니 귀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목동들은 그저 웃고 말았다. 그런데, 목동들은 놀라게 된다. 황소가 더 이상 콩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가 황소를 설득시켰다는 것이다. 그후로 동네 사람들은 이 황소를 신성하게 여겼다. 그리고, 황소는 콩 없는 사료로 아주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피타고라스가 살던 당시 지중해 지역에서 생산되던 파바콩을 먹고 피 토하며 죽은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바콩은 몸 안에서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는데, 지중해인 중 유전자 결함으로 분해효소가 없어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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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 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파바콩은 유전질환 포도당6 인산탈수 효소 결핍증이 있는 사람들이 먹으면, 혈액질환인 용혈성 빈혈(hemolytic anemia)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비즘(Favism)은 파바 빈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유전성 질환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파바콩을 먹거나, 파바콩이 꽃 피우는 들판을 걷다가 용혈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콩을 재배해 먹기는 했지만, 콩에 죽은 자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콩을 '더럽다'고 믿었다. 때문에 상류층들은 콩을 먹지 않았으며, 평민들만 먹었다. 그리스의 성직자들 또한 콩을 먹는 것이 금지됐었다.  

 

 

#콩밭에서 최후를 마치다?

 

고대 문헌에 피타고라스의 죽음은 미스테리로 남았다. 그의 죽음에는 10가지 이상의 설이 전해진다. 그중 가장 신빙성있는 설은 콩밭 사망설이다. 크로토네가 시바리스의 식민지 지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후 귀족파와  민주파로 갈려졌다. 민주파는 귀족파였던 피타고라스의 모임 장소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피타고라스의 추종자들은 도망쳐나갔다. 

 

피타고라스도 탈출해서 뛰다가 갑자기 멈춰섰다. 평생 채식주의자로 고기도 콩도 먹지 않았으니 기력도 쇠했을 법하다. 게다가 그의 앞에는 광활한 콩밭이 펼쳐졌다. 그는 발 아래 콩 한톨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사가 위기일발인 순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콩 하나도 짓밟고 싶지 않았다. 피타고라스는 이상주의자였다. 콩 한톨이 신성하게 성숙할 것으로 상상했다. 그가 콩밭에서 망설이는 가운데, 추격자들이 따라 잡았다. 그들은 칼로 피타고라스를 내려치고, 피는 콩밭을 흥건하게 적셨다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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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hael(1483-1520), School of Athens, 1511. Vatican Museum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음악 이론가였던 피타고라스는 콩 하나에서 인간과 우주를 생각했고, 콩밭에서 최후를 마쳤던 것이다. 그래도 그의 나이 75세였으니 당시 평균연령 30-35세에  비하면 장수한 편이다.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계승하는 피타고라스 학파(Pythagoreans) 또는 피타고라스주의(Pythagoreanism)는 만물의 원리는 숫자이며, 윤회와 전생을 믿었고, 재산을 공유해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살생을 피하며 조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신조로 피타고라스의 생활철학을 이어갔다. 

 

피타고라스가 파바콩을 성스럽게 생각했던 두려워했던 간에 그것은 기우였던 것 같다. 파바콩은 영양도 우수하며, 파킨슨병 예방, 면역 강화, 골격 강화, 빈혈 개선, 고혈압 개선, 콜레스테롤 저하, 체중 감소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장수촌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섬 사람들은 파바콩을 즐겨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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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4.29 18:50

    저도 수학을 제일 싫어했어요.겨우 과락을 면했으니까요. 미분적분을 배울 때는 저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생각하기가 일수였습니다. 역사와 국어점수가 항상 90점 이상이어서 대수와 기하의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카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피타고라스가 수학자라는 거만 알았지 천문학자, 음악이론가, 철학자였다니 놀랍습니다. 콩을 싫어했다니 완벽한 채식주의자는 아닌듯 합니다. 올려주신 글을 자세히 읽었는데, 그는 다분히 괴짜임을 알겠습니다. 콩을 태아로 생각했고, 콩밭에서 최후를 맞은 것도, 정상인이 가지는 생각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고를 가졌음을 알았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콩에 대한 생각은 이해가 않됩니다.
    -Elaine-

  • 철학자 2023.08.15 01:41
    아앗. 아테네 학당 그림 속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표시가 서로 바뀌어 있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잘못 알 수 있으니 수정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sukie 2023.08.15 18:30
    철학자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