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스의 케이프 코드': 시티 아일랜드의 블랙 웨일(Black Whale) 레스토랑
Cape Cod in the Bronx
시티 아일랜드의 아늑한 레스토랑 블랙 웨일(Black Whale)
Black Whale, City Island Ave, Bronx, NY
파리의 시티아일랜드(Île de la Cité, 일 드라 시테, 시테섬)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세느강 퐁뇌프 다리로 이어지는 시티아일랜드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해 스테인레스 창문이 화려한 생트 샤펠(Sainte-Chapelle), 마리앙투아네트의 감옥 콩시에르저리(Conciergerie)까지 볼 거리가 많다.
반면, 뉴욕의 시티아일랜드(City Island)는 뉴요커들에게조차 낯설다. 브롱스의 옆구리에 떨어져 있는 시티아일랜드는 1.5마일 길이, 0.5마일 너비에 인구도 5천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이름은 '시티'지만, '시골'같은 섬이다.
Map
시티 아일랜드 배경 영화
하지만, 이 섬은 영화 촬영지로 꽤 인기를 누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버팔로 8', 캐서린 헵번이 나온 '밤으로의 긴 여정',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어웨이크닝'과 '브롱스 이야기',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솔리터리맨', 니콜 키드만의 '결혼식의 마고', 기네스 팰트로가 출연한 '로열 타넨바움', 그리고 앤디 가르시아가 주연한 '시티 아일랜드'(2009)은 이곳이 무대였다.
사실 시티아일랜드는 1800년대 조선업으로 번성했으며 요트 경주대회인 아메리카컵에서 우승한 7척의 요트를 제조했다. 공립학교(P.S.17)을 개조한 시티아일랜드 해양박물관(City Island Nautical Museum)이 이 섬의 역사와 자부심을 보여준다. 또한, 굴양식업으로 한때 풍미했으며, 주민 대부분이 어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시티아일랜드에 씨푸드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
예전에 신문사 다닐 때 동료들과 가보았던 시티아일랜드는 레스토랑은 요트들이 둥둥 떠있는 유원지의 풍경으로 데이트족이 많았다. 음식은 마치 맨해튼 '리틀 이태리'처럼 평준화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티아일랜드 로컬 주민들이 좋아하는 식당을 친구가 발견해서 셋이 가게 되었다. 이름은 검은 고래(Black Whale). 알고보니 2012년 뉴욕타임스에 '관광객들의 시티아일랜드에 로컬들을 위한 오아시스(An Oasis for the Locals on Touristy City Island)'라는 제목으로 리뷰가 실린 식당이었다.
City island Marina, Photo: Jim Henderson/ Wikipedia
평일 저녁 록펠러센터에서 우버를 불러 타고 45분 정도 걸려 도착한 시티아일랜드의 바다, 해협 구경은 못했지만, 레스토랑 '블랙 웨일'은 바깥도 안도 아기자기하게 장식해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자갓 서베이에서는 "브롱스의 케이프 카드(Cape Cod in the Bronx)'라고 평한 식당이다.
레스토랑의 인상과 음식 맛은 비례할 때가 많다. 10월 초순, 할러데이 시즌도 아닌데 영화 세트같은 아담한 건물 앞에 꽃수레와 장식용 의자가 설치됐고 초록과 핑크색 조명을 받고 있는 상냥하고, 달콤하고, 로맨틱한 느낌을 주었다. 음식에도 정성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
Black Whale, City Island Ave, Bronx, NY
식당 이름 '검은 고래'를 모티프로 한 장식품들, 티파니 풍의 램프들, 그리고 이발소 표시등까지 숨은 그림 찾기하듯 보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먼 길을 왔으니 분위기보다, 서비스보다 무엇보다 음식 맛이 좋아야할 것이다. 알고보니 블랙 웨일은 주말 브런치가 인기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일 터이다.
Black Whale, City Island Ave, Bronx, NY
원래 이 자리는 1961년 골동품숍이었고, 커피도 팔았다고 한다. 이후 디저트를 추가로 팔다가, 시낭송이나 해롤드 핀터 연극 행사도 열리는 동네의 아지터였다. 1998년 골동품숍은 문을 닫았고, 그로부터 15년 후 블랙 웨일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덕분에 골동품숍에서 건진 소품으로 블랙 웨일의 인테리어를 꾸민 것 같다. 화장실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다. 그동안 시티 아일랜드에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이주했다. 갤러리도 하나둘씩 오픈했다.
블랙 웨일은 시티아일랜드의 전형적인 해산물 식당이 아니다. 이탈리아, 지중해, 남미, 미국 등 포괄적인 메뉴를 제공한다.
A Dinner At Black Whale, City Island
#스타빙 아티스트 파스타 The Starving Artist
블랙 웨일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굶주린 미술가의 파스타'. 작은 귀(ear) 모양의 오레케테(Orechiette) 파스타는 집에서 주로 브로콜리 랍과 소시지 파스타에 해먹는다. 블랙 웨일은 흰콩, 토마토, 시금치, 모짜렐라에 마늘과 오일로 조리하는데, 주문할 때 새우나 치킨 혹은 비프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요리는 기대보다 평범했다. 아마도 굶주린 화가들의 영양 보충용 파스타인듯. 이름은 이웃의 스타빙 아티스트 갤러리(Starving Artist Gallery, 249 City Island Avenue, City Island)에서 따왔다고 웨이트레스가 설명해주었다.
#새우 펜네 파스타 w. 보드카 소스 Penne a la Vodka with Shrimps
보드카 소스는 토마토, 양파, 그리고 보드카를 넣고 푹 조리한다. 전에 9애브뉴의 이탈리아 식당 만자나로(Manganaro)에서는 보드카 대신 한국 소주를 써서 놀랐던 적이 있다. 블랙 웨일의 보드카 소스는 우마미, 감칠맛이 느껴졌다. 펜네 파스타는 일품이었다.
#미트로프 Meatloaf
간 쇠고기를 달걀, 양파, 빵가루 등과 버무려 식빵처럼 구워내는 미트로프를 보면 이탈리아 미트볼이 얼마나 영리하고 맛있는 음식인가를 깨닫게 된다. 블랙 웨일의 미트볼은 매쉬드 포테이토와 함께 나왔는데, 고기맛이 그저 담백했다. 레드와인 소스가 터키의 크랜베리 소스처럼 맛을 돋군다.
#슈림프 스캠피 구이 Broiled Shrimp Scampi
scampi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새우라고 한다. 슈림프 스캠피 요리는 마늘, 레몬, 버터 소스에 조리한다. 새우는 싱싱했고, 고소했다.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 Pan Seared Maryland Crab Cakes
크랩 케이크는 처량하고, 절망스러웠다. 팬에 태워서 말랐고 통통 게살의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크랩 케이크는 록펠러센터의 씨그릴, 메트오페라하우스의 그랜드 티어, 그리고 링컨센터 앞의 클락스(Clark's)가 맛있다. 그래서 빨간 고추 소스와 베이질 레물라드(마요네즈) 소스까지 곁들여야 했는지도.
#와인은 2개의 화이트(상세레, 피노 그리지오)와 피노 누아를 곁들였다.
#애플 크리습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Apple Crisp with Vanilla Ice Cream
브런치로 인기 있는 식당이라는 블랙 웨일은 디저트가 저렴하고, 맛과 멋은 스펙터클했다. 애플 크리습/크럼블은 미국 시골 장터의 맛을 연상시킨다. 대충 썰어서 만든 파이가 애플 스트룰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바삭하고 달착지근하며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니 밤에 먼길을 온 보람이 느껴졌다.
#피치 벨바 선대 Peach Melba Sundae
블랙 웨일은 아이스크림 선대 메뉴가 다양했다. 선대(sundae)는 달랑 아이스크림을 내오는 대신 위에 초콜릿 등 시럽과 소스를 끼얹고 휩드 크림, 머쉬맬로ㅡ 체리 등 토핑을 얹고, 스프링클도 뿌려 단장해서 제공한다. 눈도 입도 즐거워지는 디저트다. 피치 멜바(Peach Melba)는 1892년 런던 사보이 호텔의 프랑스 요리사 오귀스테 에스코피에르가 호주 소프라노 넬리 멜바(Nellie Melba)를 위해 개발한 디저트라고 한다. 복숭아 조각에 라스베리 소스가 새콤달콤 잘 어우러진다.
Black Whale
279 City Island Ave, Bronx, NY
(718) 885-3657 http://theblackwhalefb.wixsite.com/theblackwhale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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