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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Dansaekhwa) 거장들 

<1> 윤형근(尹亨根, Yun Hyong-Keun, 1928-2007)

'천지문(天地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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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 oil on linen. Christie's New York, 2015

 

 

"이 땅 위의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시간의 문제이다. 나와 나의 그림도 그와 같이 될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된다." 

-윤형근, 1990-

 
 

윤형근(Yun Hyong-Keun 尹亨根, 1928-2007) 화백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Kim Whan-ki 金煥基, 1913-1974) 화백의 사위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윤 화백은 서예와  사군자를 즐긴 아버지 영향을 받았다. 상과에 진학해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화가가 되기 위해 1947년 서울대 미대 입학했다. 재학 중 동맹휴학 등 반정부 운동에 가담했다가 제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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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 David Zwirner, NY, 2020

 

6.25 전쟁 발발 직후엔 대학시절 시위 전력으로 보도연맹에 끌려갔다. 1956년엔 전쟁 중 피난가지 않고 서울에서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했다. 박수근처럼 10여년간 미군부대에서 초상화 그려주며 돈을 벌었다. 장인이 될 김환기 교수의 도움으로 홍익대 서양학과에 입학 후 서른살에야 대학을 졸업했다. 

 

1973년 유신체제 하에서 숙명여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엔 중앙정보부장의 힘으로 부정입학한 재법가의 딸 비리를 문제시했다가 체포된다. '레닌 베레모'를 착용해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명분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때는 1973년 만 45세였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중 시민 학살에 충격을 받은 윤화백은 가족과 함께 파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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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Detail). David Zwirner, NY, 2020

 

윤형근 화백의 트레이드 마크는 수묵화의 농담에서 물감의 번지는 기능에서 착안한 모노크롬 회화. 면포나 마포 표면 위에 하늘을 상징하는 진청색(ultramarine)과 땅의 색 암갈색(burnt umber)을 혼합한 색 청다색(靑茶色)을 큰 붓으로 찍어내려 그은 것이다. 그러면, 문(door)과 같은 간극이 생긴다. 윤 화백은 '청다색'(Burnt Umber & Ultramarine) 시리즈를 '천지문(天地門)'이라 명명했다. "잔소리를 싹 빼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심연의 색이 여백과 음양의 대조를 이루며, 명상의 화폭으로 승화한다. 한국 전통 가옥의 서까래, 고목, 흙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속에서 오랜 세월 억압당했던 그의 한과 울분이 스며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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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Detail). David Zwirner, NY, 2020

 

'침묵의 화가'로 불리우는 윤형근 화백은  1974년 장인 김환기가 사는 뉴욕을 방문해 마크 로스코 등의 작품을 접했다. 1974년 한국을 방문한 미술평론가 조셉 러브(Joseph Love)에 의해 "한국 시골의 김칫독처럼 단순하고 흙냄새가 풍긴다"는 찬사를 받아 1976년 일본 도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97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가했다. 

 

1991년 5월 뉴욕의 미니멀리스트 도날드 저드(Donald Judd)가 윤 화백의 개인전을 보러 한국을 방문, 그림 3점을 구입해갔다. 1993년 도날드 저드의 초청으로 '저드 파운데이션(Judd Foundation)'에서 첫 뉴욕 개인전을 열었다. 1995년엔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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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Hyong-Keun(left) and Donald Judd(right) at the Judd Foundation in New York, 1993

 

2015년 10월 뉴욕 크리스티(Christie's New York)에서는 단색화 거장 그룹전 '자연을 이루다: 한국 모던 추상화와 단색화(Forming Nature: Dansaekhwa Korean Abstract Art)'(10/8-23)를 열었다. 이 전시에는 김환기(Kim Whan-ki 金煥基, 1913-1974), 이성자(Rhee Seundja 李聖子, 1918-2009), 정창섭(Chung Chang Sup 丁昌燮, 1927-2011), 윤형근(Yun Hyong-Keun 尹亨根, 1928-2007) 등 4인의 작고한 작가와 박서보(Park Seo-Bo 朴栖甫, B. 1931), 정상화(Chung Sang-Hwa 鄭相和, B. 1932), 하종현(Ha Chong-Hyun 河鐘賢, B. 1935), 그리고 이우환(Lee Ufan 李禹煥 (B. 1936) 등 4인의 건재한 거장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2015년 뉴욕의 블룸&포우(Blum & Poe)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렸다. 2016년 데이빗 즈워너(David Zwirner)는 윤형근을 전속작가로 영입했다. 2017년과 2020년 데이빗 즈워너에서 두차례 윤형근 개인전이 열렸다.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는 맨해튼에 3개 화랑을 비롯, 런던, 홍콩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 페이스 갤러리(The Pace Gallery),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와 함께 파워 갤러리로 꼽힌다. 야요이 쿠사마, 제프 쿤스, 조지오 모란디 등을 대표한다. 윤형근 화백이 유일한 한인 전속작가다. 

 

2018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MMCA,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에서 윤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8/4-2/6, 2019)에서 회화와 드로잉 80여점이 소개됐다. 김인혜(Kim Inhye)큐레이터가 기획한 이 전시는 2019년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Palazzo Fortuny, 5/11-11/24)에서 순회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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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Hyong-keun, Burnt Umber & Ultramarine. David Zwirner, NY, 2020

 

Yun Hyong-keun

Born 1928 in Seoul. Died 2007 in Seoul.

 

EDUCATION

1957 Hongik University, Seoul

 

SOLO EXHIBITIONS

2020 Yun Hyong-keun, David Zwirner, New York

        Yun Hyong-keun 1989–1999, PKM Gallery, Seoul

2018 Yun Hyong-keun,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itinerary: Palazzo Fortuny, Venice] [catalogue]

2017 Yun Hyong-keun, David Zwirner, New York

2016 Yun Hyong-keun: Burnt Umber and Ultramarine Blue 1990-1993, Simon Lee Gallery, London

        Yun Hyong-keun: Passage of Time, Axel Vervoordt Gallery Antwerp

2015 Yun Hyong-keun, Blum & Poe, New York

        Yun Hyong-keun, Gallery Yamaguchi kunst-bau, Osaka

        Yun Hyong-keun: Works 1972-1990, PKM Gallery, Seoul

2009 Two Dialogues: Yun Hyong-keun and Donald Judd, Johyun Gallery, Seoul [two-person exhibition]

2007 Yun Hyong-keun: Silent Poetry, Wellside Gallery, Seoul [catalogue]

        Yun Hyong-keun, Johyun Gallery, Busan, Korea

2006 Yun Hyong-keun, Galerie Jean Brolly, Paris

2003 Yun Hyong-keun, Park Ryu Sook Gallery, Seoul [catalogue]

        Yun Hyong-keun, Gallery Shilla, Daegu, Korea

2002 Yun Hyong-keun, Galerie Jean Brolly, Paris [catalogue]

        Yun Hyong-keun, Johyun Gallery, Busan, Korea

        Yun Hyong-keun, 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Strasbourg, France

2001 Yun Hyong-keun, Sim MoonSup, Art Sonje Museum, Gyeongju, Korea [catalogue]

1999 Yun Hyong-keun, Gallery Shilla, Daegu, Korea

        Yun Hyong-keun, Johyun Gallery, Busan, Korea [catalogue]

        Yun Hyong-keun, Rho Gallery, Seoul

1997 Yun Hyong-Keun: Umber Blue, Stiftung für konkrete Kunst, Reutlingen, Germany [catalogue]

1996 Yun Hyong-kuen, Gallery Hyundai,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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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07.21 18:17
    윤형근 화백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단색~화라는 분야를 알게해주고 자세하게 설명을 깃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가들이 돈이 없어서 물감을 못 사니까 단색을 사용하는 걸로 알았는데 단색화라는 장르가 있었군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