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큐레이터의 메트뮤지엄 한국미술 감상 (5) 전통에서 현대로
이소영 큐레이터의 메트뮤지엄 한국미술 감상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구입한 초상화 두 점은 메트뮤지엄 한국 회화 소장품 중 걸작이며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이다. 한국 미술 컬렉션이 일반 회화, 특히 인물화가 부족한 점을 염두에 두고 구입을 추진한 것이다.
윤동섬 초상은 조선 후기 문관이자 서예가로도 잘 알려졌던 인물의 관복 초상이다. 윤동섬의 야복차림 초상화 한 점이 리움삼성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관복 초상 초본 (밑그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 미술 속의 사대부 초상화란 조상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의식에 쓰였기에 유교사회 조선시대에 특별히 중요했다. 메트 소장 윤동섬 초상은 얼굴의 섬세한 표현 (날카로운 눈매와 콧대, 눈가의 주름과 기미), 옷 주름의 윤곽, 명암 등의 사실적인 표현이 조선 후기 초상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윤동섬(1710–1795) 초상(왼쪽), ca. 1790–1805, Hanging scroll; ink and color on silk, 53 × 31 in., Friends of Korean Art, Locks Foundation, Hyun Jun M. Kim, and Tchah Sup and Myong Hi Kim Gifts, 2014/ 석지 채용신 (1850-1941), 학자 초상(오른쪽), 1924, Hanging scroll; ink and color on silk, 38 1/8 × 21 1/8 in., Friends of Asian Art Gifts, 2012, Photo: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조선 후기~20세기 초기 초상화의 대가인 채용신 (1850~1941)이 1924년에 그린 초상화는 조선시대 전통 (특히 야복 초상)을 계승하며 현대 사진에 나타나는 기법을 반영한 작품이다. 채용신은 인물의 사진을 보며 초상화를 그린 화가로 잘 알려졌고, 이 그림에도 보이듯이 사진 스튜디오 세팅을 (예를 들어 인물 뒤에 놓인 병풍) 재현한 경우가 많다. 이 그림 속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채용신은 1899~1900년에 걸쳐 태조를 비롯 6조 어진(왕의 초상)을 그렸고, 고종의 어진도 제작하는 등 왕의 신뢰를 받는 명성 높은 화가였다.
윤광조 Yoon Kwang-Cho (b. 1946), 혼돈 Chaos, 2007, Stoneware with white slip and ash glaze, H. 13 1/8 in. Friends of Korean Art Gifts and Parnassus Foundation/Jane and Raphael Bernstein Gift, 2011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의미에서 최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아시아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미술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윤광조 작가의 2007년 작품 Chaos는 새로운 삶의 탄생 직전에 보이는 혼란을 묘사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전통을 살리며 또 한편으로는 잭슨 폴록의 추상미술과도 통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1년 메트에서 개최된 <Poetry in Clay>분청사기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주 외곽의 윤광조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 구입한 것이다.
메트뮤지엄의 한국 컬렉션은 20세기 이전의 전통 미술이 주를 이루지만, 전통이 현대에서 숨 쉬고 변화해가는 모습도 포착, 전시해나갈 계획이다. <끝>
*이 칼럼은 2006년 뉴욕중앙일보에 연재된 칼럼을 보완한 것입니다.
메트뮤지엄 한국실(Arts of Korea Gallery, #233)은 아시아미술부 설립 100주년을 맞아 2월 7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메트 소장 한국미술품 특별전(Korea: 100 Years of Collecting at the Met)을 2부로 나누어 연다. 이 기간 중 9월 21일부터 25일까지는 전시 작품을 교체를 위해 문을 닫고, 9월 26일부터 제 2부를 선보인다.
*이소영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5월 8일(금) 오전 11시, 6월 9일(화) 오전 10시 30분 이 특별전을 설명하는 Gallery Talk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