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들 (5) 하종현(Ha Chong-Hyun, 1935-): 접합, 물감과 마포의 랑데부
단색화(Dansaekhwa) 거장들
<5> 하종현(Ha Chong-Hyun 河鐘賢, B. 1935)
접합: 물감과 마포의 랑데부
Ha Chong-Hyun, Work 74-06, 1975, Oil on hemp canvas/ Work 74-05, 1975, Oil on hemp canvas
"캔버스도, 물감도, 붓까지도 서양의 화풍을 닮았다는 이야기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찾은 재료가 마대 였습니다. 엉뚱한 재료를 쓰면서 물감부터 붓까지 직접 만들어 사용한 것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것 같다."
Marisol, Diptych(1971)/ John Outterbridge, Broken Dance(1978-82)/ 하종현(Ha Chong-Hyun), Conjunction 74-26(1974). #420, Museum of Modern Art
지난해 10월 21일 확장 공사 후 재개관한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하종현 화백의 1974년작 '접합(Conjunction 74-26)'을 데이빗 게펜 갤러리(The David Geffen Gallery #420)에 전시했다. 한인 작가로는 백남준(Nam June Paik)의 'Zen for TV(1963/1981)'이 소개됐다.
이 회화는 MoMA가 연대별 설치 방식을 버리고 주제별 전시로 전환하면서 'War Within, War Without'을 타이틀로 한 4층 갤러리(#402)에 필립 거스톤(Philip Guston), 낸시 그로스만(Nancy Grossman), 마리솔(Marisol) 등의 작품과 함께 설치됐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칠레와 수단의 정치적 폭력 등 세계의 분쟁을 테마로 한 소장품을 모았다.
Ha Chong-hyun, installation view, Blum & Poe, Los Angeles, 2016
경상남도 산청에서 9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하종현 화백은 일본에서 자랐다. 부친이 사망하고 홀로된 모친은 1945년 광복을 맞아 부산행 배를 탔다가 배가 난파됐지만, 살아남았다. 자갈치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사범대를 권유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리고 홍익대 미대로 진학했다.
1962년 서양화 동인 신상회(新象會)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해 신문지, 각목, 로프, 밀가루, 신문, 철조망 등을 소재로 전위적인 실험을 하며, 군사정권에 침묵으로 저항했다.
Ha Chong-Hyun, Conjunction 79-79, 1979, Oil on hemp canvas
하종현 화백은 청년 시절 어느날 캔버스 살 돈이 없어서 남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미군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마포)를 발견했다. 올이 굵고, 거칠고, 질긴 마대를 사용한 '접합(Conjunction)'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 그림은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다는 관습을 깨고, 마대 뒷면에 물감을 두껍게 바른 후 뒤에서 물감을 밀어냈다. 이른바 '배압법(背押法)'이 탄생하게 된다.
마대를 비집고 나온 물감에 붓, 나이프, 나무 주걱 등을 이용해 밀면서 의도치 않은 질감과 형태와 색이 나온다. 이 우연성이 그의 힘이다. 평면과 입체, 그림과 조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권력의 드러남과 감춤의 긴장과 그 결과가 담겨있다.
1970년대는 한국적인 색을 찾아 된장, 한지, 백자 등을 연상시키는 모노톤에 집중했다. 평론가들은 '접합' 시리즈가 진흙과 거친 지푸라기로 바른 시골집의 흙벽, 한약재를 짤 때 삼베 사이로 나오는 진액 등에 비유했다.
Ha Chong-Hyun, Cardi Gallery, Milan, Sep. 18-Dec. 20, 2019
이후 35년간 단색화에 몰두하던 하종현 화백은 2010년부터 '이후 접합'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리고, 단청과 국악기의 오방색에서 영감을 얻은 원색의 이미지로 작업하고 있다. 홍익대 미대 교수와 서울시립미술관장을 역임한 하종현 화백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6/15-8/12)을 열었다.
Ha Chong-Hyun, Conjunction 19-36, 2019, Oil on hemp cloth
2014년 블룸 & 포(Blum and Poe)의 도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첼시의 티나 김 갤러리(Tina Kim Gallery)에서 '접합(Conjunction)'을 타이틀로 2015년(11/6-12/12)과 2018년(5/4-6/16) 두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https://www.blumandpoe.com/artists/ha_chong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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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곳 도서관에서 폐품을 활용한 작품 공모전이 해마다 봄에 열리고 있습니다. 마대를 구해다가 무얼하나 멋지게 만들어서 응모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