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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의 날개를 펴다

조각가 김정숙(Kim Chung Sook, 1916-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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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비상, 대리석, 1983/ 수필집 '반달처럼 살다 날개되어 날아간 예술가, 조각가 김정숙의 삶과 예술'(열화당, 2001)  


일제 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결혼과 함께 이화여대 가사과 중퇴 후 전업주부였던 그는 33세에 홍익대 미대생으로 제 2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두 차례 미국 유학을 거친 후 홍익대 조각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작가로서 진화했다. 김정숙, 그 이름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최초의 여성 조각가로 새겨졌다. 



1953.jpg 1953


김정숙 조각가는 1916년 서울 을지로의 6마당집에서 네자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약국 '조선약업상회'를 운영했다. 교복이 예쁜(세일러복) 숙명여고보를 거쳐 1935년 이화여전 가사과에 입학했다. 가사과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의 모친 이원숙씨와 함께 공부했으며, 성악과의 소프라노 김자경과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화여전 3학년 때 연희전문학교 출신 김은우(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1999년 작고)씨와 결혼했다. 결혼식 웨딩마치는 김메리('학교종이 땡땡땡' 작곡가) 이화여전 교수가 연주했다. 결혼 후 3남매를 기른 후 아티스트의 꿈을 안고 1949년 홍익대 미술학부에 입학했다. 만학도였던 대학 시절 그의 별명은 '마담 조각'.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부산 피난시절엔 김환기 교수에게 배웠다. 부산에서 화가 천경자씨와 만나 사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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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고개를 든 여인상 B, 동합금, 1990


미 공보원 도서관, 코리안 리퍼블릭(Korea Herald 전신), 숙명여고 교사로 일하다가 1955년 미국으로 유학한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씨시피 주립대(Mississippi State University)에서 공부한 후 미시건주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로 옮겨 추상조각, 금속공예, 용접을 배웠다. 


이후 귀국했다가 다시 클리블랜드인스티튜트오브아트(Cleveland Institute of Art)에서 산업디자인과 에나멜링을 전공했다. 1957년 홍익대에서 강의하면서 한국 내 최초로 용접 조각실과 철사 조각실을 개설했으며, 1983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제자로 박종배, 박석원, 박영희, 주문자, 김영원, 김성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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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애인들, 석고, 1972(왼쪽)/ 엄마와 아이들, 석고, 1965


1962년 첫 개인전 후 인간, 가족, 모성애를 주제로 인체 조각 작업에 집중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인간의 형상을 단순화한 추상으로 옮겨갔으며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했다. 1970년대 전반기엔 '토템'을 주제로 구성적이며 기하학적 조형미를 추구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는 '비상'을 주제로 한 날개 형태의 추상조각이 주를 이루었다.


김정숙 작가는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세자르 발다치니(César Baldaccini), 로버트 잉만(Robert Engman) 등 해외 작가들과도 교류했다. 


1989년 현대화랑에서 9번째 개인전 '비상'을 열었다. 1991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정숙, 해변에서의 만남, 대리석, 1974.jpg

김정숙, 해변에서의 만남, 대리석, 1974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해 나가는 일은 

자기에게 가장 확실한 죽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는 일이다." 

-김정숙, 1990-



kimchungsook.jpg 김정숙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1주기 회고전(1992), 모란갤러리 5주기 회고전(1996), 덕수궁 현대미술관 10주기전(2001, 모란미술관 20주기 기증자료전(2011))이 열렸다. 2001년 10주기엔 유족이 그의 에세이집 '반달처럼 살다 날개되어 날아간 예술가, 조각가 김정숙의 삶과 예술'(열화당) 출간했다. 


2002년엔 유가족이 고인의 작품 7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으며, 런던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는 '비상 2'(1983)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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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비상, 청동, 1989  http://www.kimchungs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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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08.24 19:25

    코로나 사태가 오래 가니까 답답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창공을 날고싶은 마음이 생겨요. 마침 컬빗을 열었더니 김정숙 조각가의 두 날개를 쫙 편 새가 나왔습니다. 이심전심일까요? 나의 두팔을 힘껏 펴봤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즈음 컬빗은 반세기를 훌쩍 넘는 그 시절의 화가들을 많이 소개하네요.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때의 회상에 빠져들어서 웃다가 울다가 합니다. 이것이 지금 이런 환경(stay at home)에서 얼마 나 필요한 것인지 컬빗이 만들어줘서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숙 조각가는 여고시절과 대학시절 캠퍼스에서 몇 번 봤습니다. 그 시절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거기에 걸맞게 양장을 하고 이대 대강당쪽으로 올라가던 모습이 멋졌습니다 . 남편인 김은우 교수님의 외조는 유명했지요.남편의 외조와 본인의 재능이 이렇게 훌륭한 조각가를 탄생시켰다고 봅니다. 김정숙 교수님은 우리나라에서 현모양처에게 주는 신사임당상까지 받았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