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김의 하늘 일기, 일요일 그림(The Sunday Paintings)@브루클린뮤지엄
Byron Kim The Sunday Paintings
추상회화의 문학성에 대하여. 바이런 김은 'The Sunday Paintings'에서 이야기를 응고시키고 있다. 브루클린뮤지엄 4층 갤러리. SP
그림에 이야기가 있다.
성서와 신화를 소재로 한 비잔틴과 르네상스 회화에서 주로 보아온 그림들이다.
이처럼 한때 미술에 스토리텔링, 문학성이 있었다.
근대에 추상이라는 이즘이 들어오면서 페인팅은 거대해졌지만, 느낌만 남고, 이야기는 실종됐다.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추상표현주의나 마크 로스코, 애드 라인하트, 아그네스 마틴의 색면화(color field)에서 스토리를 발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추상회화 캔버스 속 이미지는 미궁이다.
그러면, 추상화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바이런 김은 ‘Yes’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 같다.
브루클린뮤지엄에 전시 중인 바이런 김(Byron Kim)의 ‘일요일 그림(The Sunday Paintings, Byron Kim 2011/2012)’은 화가가 하늘에 쓴 일기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화가가 그림으로 일기를 쓴다면, 선과 컬러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은 무엇으로? 글이다. 마치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바이런 김이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Byron Kim: Sunday Paintings, acrylic, gouache, graphite, and ink on panel; 14 x 14 in
바이런 김은 2001년부터 일요일마다 그려왔다.
하늘과 구름과 글이 있는 ‘일요일 그림’은 시화전을 연상시킬지도 모른다.
그의 14x14인치 사이즈의 패널은 전체의 조각에 불과하다. 바이런 김은 어느 일요일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의 하늘에서도 특정한 순간,특정한 위치를 포착해서 캔버스에 옮겼을 뿐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시간의 추이에 따라 변하는 빛과 컬러에 매료됐듯이.
그가 패널의 하늘 위에 휘갈려 쓴 글은 어느 찰나의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과 글의 듀엣은 충분히 시적인 감흥을 준다.
바이런 김은 이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과 인간의 정서를 작은 패널에 사진처럼 응고시킴으로써, 과연 변치 않는 것이 있는가를 묻고 있는듯 하다.
‘일요일 그림’ 은 올 3월 8일 크리스티 뉴욕에 브루클린뮤지엄의 베너핏을 위해 경매에 나왔다. 그리고, 예상가 2000-3000달러를 8배 능가하는 1만6250달러에 낙찰됐다.
Byron Kim, Untitled (for J.B.), 2010, acrylic on canvas, 90 x 72 in, James Cohan Gallery
바이런 김은 일요일 낮의 하늘뿐 아니라 밤의 하늘에도 주목했다. 애드 라인하트의 ‘블랙 페인팅’을 연상시키는 회색, 검은색, 자주색이 응고된 대형(90x72인치) 캔버스… 별이 드문 뉴욕 밤 하늘의 색이다. 2011년 제임스 코한(James Cohan) 갤러리에서 ‘Night’을 타이틀로 9점이 전시됐다.
Byron Kim. Synecdoche. 1991-present, Oil and wax on panel. 265 panels, each: 10 x 8 in
(275 panels). Max Protetch Gallery, New York. 2008 Byron Kim.
바이런 김은 색깔에 집착해온듯 하다.
미묘한 컬러의 변주와 뉘앙스는 하나의 형용사로 부족한 이미지다.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전시된 미니멀리즘 회화는 ‘제유법(Synecdoche, 1991-현재)’은 8x10인치 패널에 사람들의 피부색을 칠한 것이다. 가족, 친구, 모델, 그리고 척 클로스와 키키 스미스 같은 화가 등 그가 만난 사람들의 특정 부위 피부색을 이름 알파벳 순으로 배열한 작품이다. 살색, 베이지, 갈색, 핑크 등 색면화는 마치 팔레트처럼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National Gallery of Art
바이런 김은 다인종의 용광로로 묘사되는 미국인의 피부색을 나열함으로써 정체성과 인종차별을 탐구한다. 그리고, 인종을 단순히 화이트, 블랙, 옐로우로 구분하는 것이 허위라는 것을 강변한다. ‘제유법’은 2008년 MoMA에서 열린 ‘컬러차트: 색채의 재발명, 1950-오늘(Color Chart: Reinventing Color, 1950-Today)’에 전시됐으며, 2009년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에 영구 소장됐다.
바이런 김은 1961년 캘리포니아 라호야에서 태어나 예일대학교를 거쳐 스코웨건 회화조각학교를 졸업했다.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에 초대됐으며,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