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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강인한 여성(La Donna Forte) <1> Artemisia Gentileschi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 1851)'에서 만투아 공작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La donna è mobile)"라 노래했다. 여성을 변덕스럽고, 편협하다고 묘사한 "라 돈나 에 모빌레"는 오페라 사상 가장 여성 혐오적인 노래로 꼽힌다. 뉴욕컬처비트는 '강인한 여성(La Donna Forte)'을 시리즈로 시작한다. 그 첫번째는 17세기 그림으로 성폭행을 폭로한 #MeToo의 대모,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By Her Hand: Artemisia Gentileschi and Women Artists in Italy, 1500–1800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이탈리아 여성화가들, 1500-1800

 

February 6 –May 29, 2022

디트로이트뮤지엄 Detroit Institute of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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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misia Gentileschi, Judith and Her Maidservant with the Head of Holofernes, 1523-1525/ Self-portrait as the Allegory of Painting, c.1638-9  

 

이탈리아 바로크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3? 1656?) 특별전 '그녀의 손으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이탈리아 여성화가들, 1500-1800(By Her Hand: Artemisia Gentileschi and Women Artists in Italy, 1500–1800)'이 2월 6일부터 5월 29일까지 디트로이트뮤지엄(Detroit Institute of Arts)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의 워즈워스 아테니엄뮤지엄(Wadsworth Atheneum Museum of Art, 9/30/2021-1/9/2022)에서 이어지는 순회전이다. 

 

이 전시엔 젠틸레스키를 비롯 궁정화가 소포니스바 안귀쏠라(Sofonisba Anguissola, 1532-1625), 볼로냐의 초상화가 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 1552-1614), 밀라노의 정물화가 페데 갈리찌아(Fede Galizia, 1578-1630), 볼로냐 화가 엘리자베타 시라니(Elisabetta Sirani, 1638–1665), 미니어처 화가(miniaturist) 지오반나 가르쪼니(Giovanna Garzoni, 1600–1670), 베네치아 파스텔화가 로살바 카리에라(Rosalba Carriera, 1673–1757) 등의 작품 57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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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sabetta Sirani, Portia Wounding Her Thigh, 1664/ Caterina De Julianis, Penitent Magdalene, 1717. Detroit Institute of Art

 

1593년 로마에서 태어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12살 때 어머니가 사망한 후 화가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Orazio Gentileschi, 1563-1639)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피렌체미술아카데미의 첫 여성회원이었으며,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스트 화가로 불리운다. 

 

젠틸레스키는 19세에 아버지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화가 아고스티노 타씨(Agostino Tassi, 1578-1644)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아버지 오라치오는 딸과의 결혼을 거부하는 타씨를 재판까지 끌고 갔고, 타씨에겐 로마 추방명령이 내려졌다. 그녀는 성폭행을 토대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Slaying Holofernes, 1614–1620, 우피치미술관 소장)'을 그렸다. #MeToo 시대에 다시 조명되는 아르테미사 젠틸레스키는 자신의 성폭행 가해자를 그림으로 복수한  17세기의 히로인이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첫 고객은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의 조카가 운영하던 카사 부오나로티(Casa Buonaroti)였다. 카사 부오나로티의 위임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으며, 메디치 가문과 찰스1세의 후원을 받을 정도로 재능이 공인됐다. 피렌체 화가 피에란토니오 스티아테시와 결혼한 후 로마, 베니스를 거쳐 나폴리에서 활동했으며, 영국까지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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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misia Gentileschi, Self-Portrait as a Lute Player, 1615–1617/ Self- Portrait as Saint Catherine of Alexandria, 1619 

 

1626년 아버지 오라치오가 찰스 1세의 궁정화가로 임명되어 두 아들과 런던에 체류했다. 루벤스, 반 다이크를 후원했던 예술광 찰스 1세는 1638년 아르테미스를 여러차례 초청했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딸의 삶을 통제하고, 딸의 성공에 질투하는 아버지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찰스 1세는 아르테미스의 오빠를 나폴리로 보내 아르테미스를 영국에 데려왔다.

 

아르테미스가 3년간 영국 체류 시절 그린 작품 중 한점이 그녀의 자화상이다. 그녀는 모데나 공작에게 보낸 편지에 영국 왕실에서 우대해주었지만, 불만족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아르테미스는 1640년 나폴리로 돌아가 여생을 마쳤다. 그녀의 사망 시기는 1653년, 혹은 1656년경으로 설이 분분하다.  

 

아버지 친구였던 카라바지오(Caravaggio, 1573-1610)의 영향을 받았던 아르테미스는 수산나와 두 장로(Susanna and the Elders, 1610)' '유디트와 하녀(Judith and her Maidservant, 1613–14)', '세례 요한의 머리를 들고 있는 살로메(Salome with the Head of Saint John the Baptist, c.1610–1615)' 등 신화와 전설을 토대로한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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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misia Gentileschi, Jael and Sisera, c. 1620 

 

남아 전해지는 전체 작품 57점 중 94%(49점)에서 여성이 등장한다. 남성화가들의 그림이 묘사하는 소심하고 나약한 여성성과는 달리 젠틸레스키는 강인하며, 반항적인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탈리아 평론가 로베르토 롱기(Roberto Longhi)는 1916년 "아르테미시아는 회화, 색채, 드로잉 및 기본기를 마스터한 유일한 이탈리아 여성화가"라고 평했다. 또한, 유디트 회화에 대해서는 "누가 이처럼 잔혹하게 여인을 묘사할 수 있을까? 끔찍한 여자다. 여자가 이걸 그렸단 말인가? ...두 방울의 물감만으로 폭력으로 얼룩진 피와 불꽃의 열기를 깨닫게할 수 있는 것은 그녀 스스로 칼자루를 쥐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비평가 린다 노클린은 1971년  저서 '왜 위대한 여성화가가 없나?(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에서 "여성의 재능 부족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원인"이라면서 젠틸레스키의 예를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디트로이트뮤지엄의 특별전에 대해 "...2007년 이후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여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미국 전시"라고 평했다. 런던의 내셔널갤러리(The National Gallery)에선 '아르테미시아(Artemisia)'(10/3/2020-1/24/2021)를 열었으며, LA의 게티뮤지엄(The Getty Center)는 젠틸레스키의 새로 발굴된 회화 '루크레티아(Lucretia, 1627)'를 구입하고 지난해 11월 'Artemisia Gentileschi: New Perspectives'를 열었다. 

https://www.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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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2.08 20:54
    강인한 여성이란 통쾌한 타이틀로 시작하는 이 시리즈를 환영합니다. 17세기 거장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생애를 잘 읽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강인한 여성 첫번째 시리즈로 올려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녀의 초상화는 강인함보다는 오히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미가 풍깁니다. 그런데 번쩍든 오른손에 망치(?)가 쥐어져있고 옆으로 눞힌 남자를 망치로 내려치려는 자태가 침착하면서도 위협적이네요. 이 남자는 이미 그녀의 위풍당당함에 넋이 간 것같네요. 19살 꽃다운 나이에 성폭행을 당했지만 거기서 끝맺음을 않고 Me Too를 그림으로 폭로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강인한 정신에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