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진센터(ICP) '매그넘 매니페스토'전 by 류원혜
카메라가 포착한 실존과 사회문제
ICP '매그넘 매니페스토'전의 주목할만한 사진 15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필자는 이 말을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며 하루하루 일상을 담는다. 특히나 뉴욕에 와서 인턴기자로 생활하게 되면서 셔터 누르는 횟수가 3-5배로 늘어났다.
인간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기존의 것들을 잊어가기에 아름다운 자연경관, 맛있는 음식,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간적인 모습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사진 그 자체를 좋아하는 필자는 평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국제사진센터(ICP, International Center for Photography)로 향했다.
지난 5월 26일 시작된 특별전 '매그넘 매니페스토(Magnum Manifesto)'는 창립 70주년을 맞은 사진가 그룹 매그넘의 사진 선언서다. 전시는 1947년부터 2017년까지 70년의 시간을 총 3개의 시기로 분류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들, 여성, 노인, 흑인, 죄수, 환자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사회문제를 있는 그대로 다룬 인권관련 사진들이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회에서 인상적이었던 15점을 소개한다.
1. 터키의 갈라타 부두에서의 작별인사 / Ara Guler, 1955
여성과 남성의 손을 자세히 보면 하얀 종이를 건네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마 애틋한 내용의 편지가 아닐까.
2. 국가해방을 의미하는 깃발을 들어올린 젊은 시위대, Algeria / Nicolas Tikhomiroff, 1960
초록색과 하얀색의 깃발을 알제리 거리에서 공식적으로 흔든 것은 사진 속 순간이 처음이라 한다. 하지만 군대가 곧 도착하여 시위대를 무력으로 해산시켰다.
3. 자유의 날, Selma / Danny Lyon, 1964
학생 비폭력 조정위원회의 시위자가 앨라바마주 셀마 연방건물 앞에 서서 흑인 시민들의 투표 등록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4. 팔에 나치를 뜻하는 SS타투를 보이는젊은 신나치주의자, Wincousin / Leonard Freed, 1989
5. 축제, East Flanders, Belgium / Harry Gruyaert, 1975
흑백사진이라서 인지, 개와 고양이 가면이 차가운 느낌이라서인지 축제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것 같다.
6. 하미디아 병원의 법의학자 Dr. Sathpathy, Bhopal, India / Raghu Rai, 2002
2002년 Sathpathy박사는 2만 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했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 발생한 끔찍한 가스 누출의 희생자의 친척들은 그의 증명없이 사망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7. 소냐판고 마을의 정신병원, El Salvador / Jean Gaumy, 1985
당국은 수백만 명의 살바도르 인들이 내란 동안 견뎌온 스트레스로 심리적문제를 겪으며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8. 은퇴한 사람들의 모임, Palais des Sports, Paris, France / Martine Franck, 1975
9. T.J., San Francisco, California / Jim Goldberg, 1977
수잔 마이셀라스(Susan Meiselas)와 마찬가지로 사진작가 짐 골드버그(Jim Goldberg)는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 이야기 할 기회를 주었다. 그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매그넘 회원이 되기 전에 1977년과 1985년 사이에 전개되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과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촬영하고 자신의 초상화에 그들의 개인적 의견을 달라고 하였다. 이렇게 수집된 의견들은 1985년 '부자와 빈자(Rich and Poor)'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 출판되었다.
골드버그가 만난 사람 중에는 매춘부로 일하는 마약 중독자 T.J.가 있다. 그녀는 다른 매춘부와 싸우다가 오른손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밤에 일하고 알버트 호텔방에서 오후를 보냈다. 그 곳에서 골드버그는 T.J.를 촬영했다. 그는 이 사진들을 선택하고 그녀를 초청하여 논평을 쓰게하기도 했다. T.J.는 그제서야 호텔을 떠나 골드버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그녀의 수호자가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T.J.는 머지않아 곧 죽었다.
10. 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인 프레드 해리스(Fred Harri)s가 지하철역에서 사람들과 악수하고있다. Boston, Massachusetts / Richard Kalver, 1976
프레드 해리스 상원의원은 미국 대통령 예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자 중 한사람이었다. 그는 후보 지명에서 이길 수는 없었지만, 집행 기간 동안 그는 유권자들을 대면하여 인기를 얻으려고 애썼다. 그는 지하철 입구에서 승객들과 악수했다. 민주당 선거운동을 찍고 있던 사진작가 리처드 칼바(Richard Kalvar)는 지하철 이용자들의 목록과 그 반응을 종합하여 이러한 악수를 촬영했다. 사진 작가의 목표는 어떠한 장면 뒤에서 일어난 일을 비관습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사진들은 지하철 승객들의 모습과 표정은 사진마다 다양하지만 정치인의 모습은 한결같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1. 수천 마리의 흰 나비에 둘러싸인 추락 한 우주선에서 부품을 수집하는 마을 주민들, Altai Territory, Russia / Jonas Bendiksen, 2000
유독물질인 로켓 연료의 유출로 인해 환경보호 운동가들이 지역의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12. 동독과 서독사이의 베를린 장벽 위에 앉아있는 젊은이, Germany / Raymond Depardon, November 11, 1989
독일학도로서 자연스레 시선이 머물렀던 사진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그 위에 올라타서 울부짖는 듯한 청년의 표정이 인상깊었고 마음아프면서도 멋있게 느껴진 사진이다.
13. 9/11/2001, New York / Larry Towell
망연자실한 표정의 한 남성이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 테러공격을 당한 뒤에 빌딩 밖으로 날아온 종이를 들고 읽기 시작한 모습이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거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가슴 아픈 사진이다.
14. 코카콜라 로고로 장식된 아파트의 발코니, Berlin, East Germany / Thomas Hoepker, 1990
이 사진은 전시회에 함께 갔던 친구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진이다. 하지만 독일 전공인 필자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독일 통일이 이루어진 후에 동독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아파트에 그려진 코카콜라 로고를 보여주고 있다. 통일 이후 서베를린에 거주하던 코카콜라 직원들이 동베를린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를 건네면서 동독에도 코카콜라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잘 담은 것 같다. 동베를린 주민들은 "코카콜라는 자유의 상징"이라고 할 정도로 통일 이전의 동독은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팽배했던 곳이였다.
15. USA, 2008 ©Alec Soth / Magnum Photos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발가벗은 남성의 무표정과 팔뚝의 나치문신이 기억에 남는다.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ICP Museum)
250 Bowery St.
개관시간: 월요일 휴관. 화-수요일, 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성인($14), 노인($12), 학생($10), 회원/14세 미만은 무료. 목요일 오후6시-9시 기부금 입장
http://www.icp.org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