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카필름센터에서 '매혹당한 사람들' by 정정욱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독립영화관
안젤리카필름센터(Agelica Film Center)
정정욱/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http://www.angelikafilmcenter.com
최근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독립영화관 건립 및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독립·예술영화인들을 위로하고자 한 것이다. 독립영화관, 예술영화전용관에 굶주리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다.
한국과 달리 뉴욕은 저예산 독립(인디)영화, 외국 영화, 다큐멘터리 등 비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관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필름 포럼(Film Forum), 안젤리카필름센터(Angelica Film Center), ,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Walter Reade Thater), 링컨플라자(Lincoln Plaza), IFC 센터, 랜드마크선샤인시네마(Landmark Sunshine Cinema) 그리고 최근 오픈한 메트로그라프(Metrograph) 등이 버티고 있는 뉴욕은 영화광들의 시네마 천국이다.
1989년 소호에 오픈한 안젤리카 필름 센터는 빌딩 자체가 예술적이다. 1963년 철거된 펜스테이션, 브루클린 뮤지엄을 설계한 맥킴, 미드 & 화이트의 스탠포드 화이트가 1894년 보자르(Beaux-Arts)양식으로 건축한 일명 '케이블 빌딩(The Cable Building)' 안에 자리해 있다. 안젤리카는 뉴욕 본점 외에 텍사스, 워싱턴 D.C.,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까지 총 6개의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하우스턴 스트릿과 머서 스트릿 코너의 극장 입구 계단을 오르면, 매표소와 상영 중인 영화 5편의 포스터가 눈에 띈다. 표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예매가 가능하다.
1층은 온전히 카페로 이루어져 있다. 일찍 도착했거나 출출했다면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커피, 빵, 쿠키와 다른 음료들도 팔고 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카페는 매우 조용하고, 널널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주로 노트북을 하고, 책 읽고 있었다. 영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단순히 카페를 목적으로 온 것 같았다. 영화가 상영하기까지 1시간정도 여유가 있어 애플 파이와 아이스 커피를 시켰다. 애플파이는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고, 차가운 과일과 빵의 조화는 나에겐 거북했다. 결국 윗부분 빵만 먹고 말았다.
영화 시작을 30분 앞두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6개의 상영관과 팝콘, 음료를 파는 공간이 나왔다. 평일 낮 영화관객으로는 노인 분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안젤리카필름센터에는 두 가지가 없다.
영화관마다 티켓을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도 없고, 자리도 정해져 있지 않다. 상영시간 간격이 길어 영화관 문들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게 활짝 열려 있고, 좌석은 A부터 Y까지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지정석이 없기에 좌석 이름은 무의미하다. 영화 상영 시간이 다가오자 커플, 젊은 사람들도 조금씩 들어왔다. 영화관에 근처를 지나는 지하철(N, R, Q) 요란하게 다니는 소리가 종종 들리는데, 설렘을 증폭시키고,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2관에서 상영되는 오늘의 영화는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 2017)’이다.
‘매혹 당한 사람들’은 토마스 P. 칼리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다.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본래 1971년에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으로 제작됐다. 소피아 코폴라는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으로서는 역사상 두 번째('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로 감독상까지 받게 되었다.
The Beguiled
영화는 남북전쟁 당시 버지니아 주에 있는 여학교에 부상당한 적군 남자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과 은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 콜린 파렐 등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보고 필자는 제목 그대로 ‘매혹 당한 사람’이 되었다. 작은 여학교 안에서만 벌어지는 장면들로 거의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소피아 코폴라는 소설 ‘매혹 당한 사람들’을 여성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안에서 적군 남자인 콜린 파렐보다 여자들에게 더 시선이 갔다. 한 남자를 향한 여자들의 은밀한 눈빛과 행동, 아름다운 옷차림들은 관객들까지도 유혹한다. 영화가 끝나서도 필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고 홀린 것처럼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영어로 보는 영화는 답답하기보다 색달랐다. 그들이 하는 말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렇기에 귀보다는 눈이 더 바빴다. 그들의 눈빛, 행동 하나하나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을 먼저 보는 재미도 있었다. 폭력과 코미디가 범람하는 여름철 안젤리카 필름 센터에서 색다른 독립영화 한 편에 매혹당해보는 것은 어떨까?
18 West Houston St.@Mercer St.
티켓: 성인($15), 3-11세($12), 62세이상($12), 3D는 $3.75 추가지불.
hrrp://www.angelikafilmcenter.com
정정욱/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