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동화 (1)브루클린브리지파크
Brooklyn Bridge Park
2013. 10. 17
뉴욕은 봄과 가을이 눈 깜짝할 새, 책장 넘기듯이 지나간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올 가을 9월에서 10월 중순까지 뉴욕 날씨는 가히 환상적이다.
곧 시작될 기나긴 겨울을 앞두고, 나뭇잎마다 화장을 시작할 이즈음 공원으로 나갔다.
다리 옆(가까이)에 사는 것이 참 좋다.
브루클린브리지 파크는 5분 안에 갈 수 있는 집 앞 공원쯤으로 착각하고 싶어진다.
산보하며 내려가다가 벤치에 앉으니 갈매기 한 마리가 꽥 꽥 소리를 내며 날개를 파닥거리다가 사뿐히 앉았다.
그 소리를 들으니, 성격도 괴퍅할 것 같다. 거울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로어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사진 촬영에 완벽한 병풍이다. 옛날 옛적, 사진사 아저씨가 대문짝만한 그림을 구루마에 싣고
동네에 다니며 사진을 찍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결혼식을 앞둔 선남선녀가 맨해튼을 병풍삼아 달콤한 연약의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브라이드 메이드도 아마추어 사진사(아마도 친구들) 앞에서 나 홀로 촬영을 했다. 강 건너 피어 17은 지난해 10월말
허리케인 샌디로 풍지박산이 났었다. 이제 새로 개발된다는 소식.
벤치가 편한 남자들. 가을 햇빛 아래 누워서 시에스타를 즐기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눕고 싶지만...
브루클린브리지파크의 피어1엔 물 위의 노란 택시, 워터택시가 독점적으로 다녔다. 이제 뉴저지에서 더 크고 (아마도 더
싼) 페리가 전설적인 양키즈 선수 '요기 베라' 이름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물 위의 무혈 전쟁이다. 그런데, 배 이름은 원래
여성이 아니던가?
뉴욕에서 가장 로맨틱한 레스토랑으로 불리우던 브루클린브리지 아래 리버카페는 허리케인 샌디에 무방비로 있다가
재난을 당했다. 2년 전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권을 써야 하는데, 8월 다시 오픈한다더니, 10월로 연기했고, 언제 진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