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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희/수다만리
2020.06.06 00:49

(503) 한류 33 코드 #16 모자의 왕국 Kingdom of Hats

조회 수 892 댓글 0

수다만리 (45) Oh My Got!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16 모자의 왕국 Kingdom of H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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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쓴 이는 '킹덤'(Kingdom, 2019)에서 세자 이창 역의 주지훈.

 

 

# 킹덤 오브 햇 (Kingdom of Hats)

 

"오 마이 갓!(Oh My Gat!)"

"'킹덤'을 꼭 봐야해. 좀비와 정말 멋진 모자에 관한 드라마야. 이 조합은 최고!"

"'킹덤'은 무척 훌륭해. 이 쇼의 가장 좋은 점은 물론 모자들이야."

"모든 사람이 끝내주는 모자를 쓰고 있는 드라마."

 

지난해 1월 25일 조선시대(Joseon, 1392-1987)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킹덤(Kingdom, 김은희 극본, 김성훈 연출)'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에 의해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후 소셜미디어에는 '킹덤 열풍'이 불었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사극 스릴러다. 세계 네티즌에게 '킹덤'의 화제는 다름 아닌 등장인물들의 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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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Kingdom)은 2019년 1월 25일 27개 언어로 번역더빙되어 세계 1억4천만명의 넷플릭스 고객에게 공개됐다.

 

'킹덤'에는 다양한 모자들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외출시에 쓰던 검은 갓 흑립, 무관들의 전립과 주립, 선비들이 집안에서 쓰던 정자관, 왕이 집무볼 때 쓰는 상투관, 나라의 큰 제사나 즉위식에서 왕족이 쓰는 면류관, 큰 행사 즉위식에서 신하들의 양관, 궁궐에서 궁궐에서 대신들이 쓰는 사모, 장례식에서 상주가 쓰는 굴건, 천민들이 쓰던 패랭이(평랑갓) 등 장면 마다 풍부한 볼거리다. 

 

킹덤 햇(Kingdom Hats)이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쇼핑몰 아마존(Amazon)이베이(ebay)에는 갓을 비롯, 익선관, 정자관 등 한국 전통모자들이 올라 있다. 몇몇 리뷰어들은 갓을 할로윈 데이와 파티에서 착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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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판매중인 한국 모자.

 

아마존에는 흑립(Korean Drama Kingdom Hat Chosun Dynasty Traditional Hats(Large, Black/ Heuklib, $39.99-$54.99), 관모(Korean Drama Kingdom Hat Chosun Dynasty Traditional Hats(Large, Black/ Gwanmo, $36.99), 정자관(Korean History Drama Hat Chosun Dynasty Traditional Hats, $38.99), 포졸대장 모자(Korean Drama Kingdom Hat Chosun Dynasty Traditional Hats, $119.99) 등이 나왔다.  

 

 

#개화기 서양인들의 조선 모자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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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퍼시벌 로렌스 로웰과 미국을 투어한 조선수호통상사절단.

 

네티즌들이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킹덤'에 매료되기 130여년 전 이미 서양인들은 조선의 모자에 찬사를 보냈다. 개화기에 조선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드라마가 아닌 3차원의 현실에서 우리 민족의 모자에 매료됐다. 

 

1883년 고종의 조선수호통상사절단 수행 비서로 미국을 투어한 후 한국에 체류했던 천문학자 퍼시벌 로렌스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1855-1916)은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ö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 a Sketch of Korea. Ticknor. 1886)'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별도의 챕터에서 무려 17페이지(332p-347p )에 걸쳐 조선의 모자(On Hats)에 대해 사진, 삽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로웰은 "특히 '모자의 나라' 한국에서 모자는 명예로운 것이다. 실제로 먼저 그 모자 종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게 되며, 뜻밖의 발견이다"라고 썼다. 

 

로웰은 이 책에서 "집 안에서 신발은 벗어도 모자는 썼다. 밥을 먹을 때도 겉옷은 벗어도 모자는 쓰고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갓은 서양에서 유행하는 실크햇(Silk Hat/Top Hat)과 같은 등급을 매길 만한 훌륭한 발명품이다. 매우 잘게 쪼갠 대나무와 아주 가느다란 비단실이 재료로 쓰이는데 대나무가 비단실의 뼈대를 이룬다. 그러나, 너무나도 섬세하게 짜기 때문에 어느 것이 대나무이고 어느 것이 비단실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며 제작 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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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cival Lawrence Lowell, Chosö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a Sketch of Korea. Ticknor. 1886

 

1886년 육영공원(Yugeong Gongwon, Public Institute of Education, Royal English School) 교사로 왔던 뉴욕 유니온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 ) 학생 조지 W. 길모어(George W. Gilmore, 1857- )는 '서울풍물지'에서 조선을 '모자의 첨단을 걷는 나라'라고 기록했다. 1888년 제물포를 통해 조선에 왔던 프랑스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인 샤를 L. 바라(Charles Louis Varat, 1842-1893)는 '세계여행, 한국 여정(Voyage en Corée, Le Tour du monde,1892)'에서 '조선은 모자의 왕국' 이라 부르면서 "금빛 판지로 만든 신하들의 관에서부터 농민들의 보잘 것 없는 머리싸개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온갖 형태의 모자를 만들어 사용하는 나라를 지금껏 본 적이 없다"고 기록했다. 

 

1888년 조선에 의료 선교사로 와서 연세대 설립자가 될 선교사 호리스 그랜트 언더우드와 결혼한 릴리아스 언더우드(Lillias H. Underwood)는 명성황후의 의사가 됐다. 릴리아스 언더우드는 '상투의 나라(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 1904)'를 출간했다. 조선은 상투의 나라, 그 상투를 감싸기 위해 썼던 모자의 나라였던 것이다. *김태웅, 김대호,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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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조선을 방문했던 서양인들은 한민족의 모자를 주목했다.

 

1902년 고종의 공식 초상화를 그렸던 프랑스 화가 조세프 드 라 네지에르(Joseph de La Nézière, 1873–1944)는 '극동의 이미지(l'Extrême Orient en Image, 1903)'에서 "한국은 가장 독특한 모자 문화를 가진 나라다. 모자에 관한 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문을 해주어도 될 수준이다. 그들에게 모자는 이미 외관의 소품을 넘어서 자신을 나타내주는 상징물인 것이다." 프랑스 출신 기자이자 정치인 앙리 갈리(Henri Galli, 1854-1922)도 저서 '극동 전쟁(La Guerre en Extreme-Orient, 1905)'에서 "한국 모자의 모든 형태를 전부 나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 모자의 종류는 너무도 다양하여 약 4000종에 달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기록했다. *강준만, 한국 근대사 산책2: 개신교에서 을미사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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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촬영한 조선 사람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을 방문했던 신부와 화가도 조선인들의 모자에 주목했다.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총아빠스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 Archiabbas, 1870-1956) 신부는 1911년과 1925년 조선을 방문했다. 베버 신부는 조선인들의 모자와 짚신에 매료됐다. 

 

14년 후 두번째 방문 때 베버 신부는 영화 카메라를 가져와 5개월간 약 1만5천미터 분량의 35밀리 필름에 조선의 모습을 담았다.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아름다운 경치와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Im Lande der Morgenstille, 1915)'와 '금강산(In den Diamantenbergen Koreas, 1927)'을 출간했으며, 조선의 농업과 수공업, 풍습, 명절, 예식 등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Im Lande der Morgenstille, 1927)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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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파리 엑스포의 한국관을 담은 '르 프티 주르날'의 삽화.

 

 

고종황제는 1897년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꾼 후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Exposition de 1900)에 참가하며, 박람회 특사로 민영찬을 파견했다. 경복궁 근정전을 본뜬 대한제국관(Pavillion de la Coree)에는 농산물을 비롯, 상감 철모, 철제 병기, 도자기, 조각, 해금, 거문고, 장롱, 장신구 등이 전시됐다. 당시 프랑스 신문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ournal)은 엑스포 특집판에서 한국관을 삽화와 함께 소개했다. 모든 한국인들이 모자를 쓰고 있다. 그후 대한제국은 일제 강점으로 박람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 서양 화가들이 포착한 조선인과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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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조선 사람들.

 

1919년 3월 일제강점기 한국을 찾았던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는 동생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캇과 공저로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 1946'에서 "조선인은 대체로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모자만큼은 예외적으로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지위와 계층에 따라 모자의 형태가 다른 것은 물론, 재질도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그들은 모자만 보고도 어떤 사람인지 금방 식별할 수 있다."라고 쓰고, 모자 쓴 조선인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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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가게 The Hat Shop by Elizabeth Keith

 

"모자는 중요하다. 선비들은 말총으로 만든 특별한 모양의 모자를 쓴다. 약혼한 소년은 노란 밀짚의 원형 모자(초립)를 쓴다. 혼례식에서 신랑은 모자(사모)를 쓰며, 혼례 기러기를 들고 있다. 이런 관습들은 오늘날 변화 중이며, 한국 남자들은 다른 남자들처럼 추악한 현대의 펠트모자를 쓴다. 이 그림에서 모자 가게 바깥의 노란색 종이로 만든 원뿔 상자는 원거리 여행 때 소중한 모자를 넣어 갖고 다니기 위한 것이다. 나는 가게 주인들을 그리는 동안 종종 집에서 그들을 훔쳐보았다."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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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자쿨레의 조선 사람들.

 

한편, 프랑스 출신 화가 폴 자쿨레(Paul Jacoulet, 1896-1960)는 세살 때 아버지가 도쿄 외국어대에서 가르치며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 일본 풍속화의 우키요에(浮世繪)을 배워 목판화를 배웠다. 1929년 경성제국대의 일본인 교수와 재혼한 어머니를 찾아 한국을 종종 방문해 조선인들을 그렸다. 일본에서 작업하면서는 한인(나영환)을 조수로 두었고, 그의 딸을 양녀로 입양했다. 2019년 서울미술관에서 '폴 자쿨레: 다색조선'이 열렸다. 

 

 

#쇼킹 단발령과 상투의 실종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사람의 몸과 털과 살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니,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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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1758-1814), 유곽쟁웅’(遊廓爭雄), '혜원전신첩' 중. 국보 제135호. 간송미술관 소장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유교의 가르침인 이 '효경(孝經)'의 첫 구절을 지켰다. 남아들은 댕기를 드리우다가 성인이 되면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었고, 모자를 썼다. 

 

1895년(고종 32년) 12월 30일 김홍집 내각은 조선인에게 쇼킹한 단발령을 내리게 된다. 고종과 왕세자(순종), 신하들이 상투를 자르는 시범을 보였고, 내무대신 유길준은 칼과 가위로 백성들의 머리를 강제로 깎도록 감독했다. 이에 성리학자들과 민중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을미사변(명성황후 등 집단 살해 사건)과 단발령은 반일 감정으로 들끓게 했고,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1896년 고종과 왕세자가 일본군과 친일내각이 장악한 경복궁을 탈출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하며 친러시아 내각이 등장했고, 단발령은 철회된다. 고종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정병하는 참살됐고, 순종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내무대신 유길준은 일본으로 망명했다. 

 

198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1900년 근대화(광무개혁)의 일환으로 단발령이 부활된 후엔 거부감이 줄었다. 상투가 사라지게 됐지만, 1930년대까지도 단발을 여전히 거부하는 이들도 많았다.  

 

 

#왜 미국 남자들은 모자를 벗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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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1월 20일 제 3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JFK는 관례를 깨고 톱햇을 벗은 채(topless) 연설을 했다. 'Hatless Jack : The President, the Fedora and the Death of the Hat'(2004) by Neil Steinberg

 

할리우드 필름 누아(Film Noir)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정장에 롱코트, 페도라 모자(fedora hat) 차림에 담배를 쥐고 있다. 그런데, 60년대 이후의 미국 남자들은 좀체로 모자를 쓰지 않았다. 왜 그들은 갑자기 모자를 벗어 던졌을까?  

 

원래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식에서 톱햇/실크햇(top hat/silk hat)을 쓰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영국 신사로 대표되는 원통형 모자로 면류관, 왕관처럼 권위를  상징하는 패션이었다. 톱햇은 에이브라함 링컨이 애용했으며, 프랭클린 D. 루즈벨트, 해리 트루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썼다. 

 

하지만, 패셔니스타 존 F. 케네디는 톱햇을 거부했다. 1961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관례대로 실크 톱햇을 쓰고 취임식장에 나타났지만, 취임식 연설 때는 모자를 벗었다. JFK의 획기적인 무모자(hatless) 패션은 미국 남성들에게 새로운 유행을 선언한 셈이 되었다. 모자를 벗어라! 사실 JFK는 미남이라 모자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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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1934년 배우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은 영화 '어느날 밤에 생긴 일(It Happened One Night)'에서 속옷을 입지 않아 미국의 런닝셔츠 산업을 망하게 했다. JFK의 대통령 취임식날, 미국 남성 모자의 죽음이 선언됐고, 모자 사업가들의 JFK를 원망하게 된다.  

 

JFK가 재클린 케네디와 함께 당대의 유행 패션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자는 사라질 운명이었다. 대중교통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던 모자가 자동차 안에서는 골치 덩어리가 됐다. 차안에서는 모자가 망가지기 때문에 벗는 번거로움이 생긴 것. 그후로 험프리 보가트의 페도라 모자, 존 웨인의 카우보이 모자는 스크린 속에 머물렀고, 미국인들은 페도라 대신 야구 모자에 집착하게 된다.

 

 

#나폴레옹 황제 모자 240만 달러에 구매한 하림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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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Chabord (1786-1848)의 나폴레옹 황제 초상(1810), 2014 경매에서 하림기업 김홍국 회장이 240만 달러에 구입한 나폴레옹 모자.

 

2014년 11월 프랑스 퐁텐블로(Fontainebleau)의 오세나(Osenat) 경매에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1769-1821)가 썼던 이각(二角) 모자(two-cornered hats, bicorne)가 188만 4000 유로(약 240만 달러, 약 26억원)에 낙찰됐다. 모자 경매사상 최고가였던 그 모자를 구매한 이는 한국 식품업체 하림기업(Harim)의 김홍국 회장이었다. 블랙 펠트 비버의 털로 제작된 당초 예상가격이 30-40만 유로였으나, 그 5배에 달하는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나폴레옹은 평생 이각모자를 120개 썼으며, 그중 19개가 남아 있다. 경매된 모자는 모나코 왕실 컬렉션에서 나온 것. 

 

하림 측은 "김 회장은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은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가 있는 만큼, 이 모자를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도전과 개척정신을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림은 닭고기 생산, 가공 회사다. 

 

 

스타 모자 디자이너 유지니아 김(Eugeni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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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카메론 디아즈, 기네스 팰트로, 사라 제시카 파커, 린지 로한, 제니퍼 로페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패리스 힐튼에서 로린 힐 등 스타들이 즐겨 쓰는 모자로 유명해진 유지니아 김(Eugenia Kim). 펜실베니아에서 자란 그녀는 다트머스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의대를 지망했던 유지니아 김은 어느날 카페테리아의 쟁반을 사용해 골프코스에서 썰매를 타다가 한달간 입원하면서 병원의 실체를 보았다.

 

의대를 포기한 유지니아 김은 졸업 후 뉴욕으로 이주해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파트타임으로 모자제작을 배우면서 패션잡지 알루어(Allure)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Vera Wang)은 '보그'지,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는 마드모아젤 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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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김은 헤어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삭발한 후 깃털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칭찬을 받으며, 모자를 만들기 시작해 바니즈 뉴욕(Barneys New York) 백화점에서 주문을 받게 됐다. 1997년 이스트빌리지에 자그마한 부티크 '유지니아 김'를 오픈했다. 이후 버그도프굿맨, 삭스5애브뉴, 니만마커스 등 고급백화점에서 판매되고, 보그, W 매거진, 엘르, 하퍼즈 바자 등에서 소개됐다. 

 

2004년엔 구두 라인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미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액세서리디자인상을 수상했다. 2006년엔 모자 활용법에 관한 책 ‘토요일 밤의 모자(Saturday Night Hat: Quick, Easy Hatmaking for the Downtown Girl)’를 출간했다. 2009년엔 어번 아웃피터즈(Urban Outfitters), 2010년 타겟(Target)을 위해 한정판 모자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2011년 스웨덴의 마를렌 공주가 모나코 알버트 왕자 결혼식에 쓰고 나타난 모자도 유지니아 김의 작품이다.  유지니아 김의 모자는 블루밍데일, 삭스5애브뉴, 니만 마커스 등 유명 백화점을 비롯 세계 100여 부티크에서 팔리고 있다. http://www.eugeniakim.com

 

 

#캐롤리나 헤레라: "갓과 한복은 내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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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ina Herrera, Spring 2011 Ready-to-Wear, New York Fashion Week, September, 2010 VOGUE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는 2010년 9월 뉴욕패션위크에서 갓과 한복 라인을 도입한 2011 스프링 기성복 컬렉션(Spring 2011 Ready-to-Wear)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비대칭의 라인과 절제된 웅장함이 특징인 캐롤리나 헤레라는 "한국 전통 의상과 식물 도판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라고 밝혔다. 이브닝 드레스, 원피스, 셔츠 팬츠와 매치한 조선 선비의 갓, 한복의 깃과 고름 선을 응용한 이브닝 드레스, 그리고 플로랄 프린트가 하모니를 이룬 컬렉션이다.  

 

 

# 뉴욕 전시 '조선: 모자의 나라' Korea: A Land of H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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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나라 조선' 한국 전시(2010), 뉴욕 찰스왕센터 전시(2019) 포스터

 

2019년 '킹덤'의 '조선 모자'의 열풍은 2019년 가을 뉴욕으로 이어졌다. 

롱아일랜드의 SUNY 스토니브룩 찰스왕센터(Charles B. Wang Center, 디렉터 진진영)에서 '조선: 모자의 나라(Korea: A Land of Hats, 9/10-12/5)'가 열렸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조윤증), 한국의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관장 유상옥, 유승희)와 공동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조선시대의 모자가 단순한 장신구의 역할을 넘어 신분, 직업, 연령, 결혼여부를 상징하며 상황, 성별, 계절별  등을  모자가 갖는 역할과 기능, 의미를 조명하는 특별전이었다. 코리아나화장박물관(Coreana Cosmetic Museum)에서는 2010년 '모자의 나라 조선전'(2010.3/18-10/30)을 열었다.

 

이 전시에선 중요무형문화재 4호 갓일장 박창영이 재현한 흑립, 백립, 주립 등 남성용 모자 10점을 비롯,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50호 관모장 보유자 박성호가 재현한 남성용 모자 금관과 제관, 여성용 모자 화관과 족두리, 국가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 이수자 유선희의 여성용 모자 조바위, 남바위, 처네 등 총 30여종의 전통 모자가 선보였다. 이와 함께 스코틀랜드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와 프랑스 화가 폴 자쿨레의 판화, 구한말 조선의 모습을 소개한 고서적, 모자의 모습이 담긴 빈티지 엽서도 전시됐다. 전시 기간 중 박창영 갓일장이 FIT 재학생을 대상으로 현대 재료를 활용한 정자, 복건, 유건 만들기 워크숍을 열었다. 

 

 

#브루클린 뮤지엄 소장 조선 '용봉문두정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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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met, 19th century. Leather, lacquer, gilt-copper, wool, silk brocade, hemp-cloth(left)/ Hat Case, late 19th century. Papier mache, lacquer, bamboo, silk, lacquer & Official's Top Hat (Gat), 19th century. Lacquered horsehair mesh, silk, Brim. Brooklyn Museum Collection

 

조선시대 모자의 백미는 소박한 선비의 갓과 화려한 임금의 모자일 것이다. 

브루클린 뮤지엄(Brooklyn Museum)엔 조선시대 임금이 의전 때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용봉문두정투구(龍鳳紋豆釘甲) 2점과 용문두정갑옷(龍鳳紋豆釘胄) 2점이 소장되어 있다. 투구는 황동에 금을 입혔으며, 표면에 검게 옻을 칠했다. 용, 봉황, 꽃 모양이 부속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옆드림과 뒷드림이 달려 있다.

 

고대복식 연구가 권준희 박사는 "용 문양도 중요하지만 용의 발톱 수로 신분을 구별한다. 발톱이 5개인 것으로보아 왕의 것으로 보인다. 고종이 황제가 된 이후에는 황색을 착용했으므로 (붉은색은) 고종의 황제 즉위 이전이나 이전 시기의 철종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루클린뮤지엄의 아시아미술 큐레이터 조안 커민스(Joan Cummins)는 "1913년 경 뮤지엄의 첫 아시아 큐레이터였던 스튜어트 컬린이 미술품 수집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구입했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 뮤지엄으로 들어왔는지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유물번호 앞에 X가 붙은 것도 연도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브루클린뮤지엄은 달항아리, 백남준, 조선시대 갓, 갓집 등 한국 미술품 6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https://www.brooklynmuseum.org  <계속>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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