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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박숙희: 한류 33 코드 #7 빨리빨리 문화 Culture of Haste
수다만리 (36) 8282 공화국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7 빨리빨리 문화 Culture of Haste
Corona Busters? Corona Avengers?
*Korea, Wonderland? 참 이상한 나라,해외문화홍보원 <YouTube>
#코로나19, 'K-방역'의 부상
3월 17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세계 각국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율 비교. https://covidtracking.com
2월 9일 제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Parasite)'으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의 4개 부문을 휩쓸자 세계 한인들의 자부심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그런데, 그즈음 한국은 대구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며 감염자수가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인들의 불타던 긍지는 땅으로 추락하는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3월이 되자 외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의 코로나19(COVID-19) 대응에 찬사를 보냈다. 이주혁 성형외과 의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처럼 "환자가 빠르게 늘어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있는 것"임을 입증했다. 한국은 빨리 검사하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으며, 신속한 재난 문자 시스템을 가동했다. 저렴한 검사 비용에 혁신적인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진료소, 24시간 검사기관, 그리고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시행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며 한국은 방역 선진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누가 '기생충'의 영광이 '코로나 방역'의 영광으로 이어질줄 예상했겠는가?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동안 한국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빛의 속도'로 끄고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줄 아는 한국인들, 그 뒤에는 '빨리빨리' 정신이 있다.
3월 11일 미국 하원의 코로나19 청문회
3월 1일 AFP 통신은 "한국은 선진 보건체계와 자유 언론이 있는 국가로 통계수치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일 월스트릿저널(Wall Street Journal)은 "한국 정부는 신기술을 활용해 신용카드 사용 기록과 CCTV, 휴대전화 위치 추적, 교통카드, 출입국 기록 등을 토대로 확진자와 접촉자의 동선을 추적해 공개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야심찬 동선 추적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3월 2일자에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항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하루 1만5천건에 이르는 검사 규모를 신속하게 확대한 조치를 꼽았다. 3월 10일 현재,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3천692명, 이탈리아는 826명, 일본은 66명, 미국은 단 5명을 검사했다. 미국은 늑장 대응으로 코로나19의 폐해가 통제불능의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코로나19을 '세계적 유행병(Pandemic)'으로 선언한다. 이후 세계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 방역에 일제히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영국의 BBC 뉴스는 3월 12일 "한국의 COVID-19 테스트의 정확성은 98%이며, 많은 이들을 검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전하는 다른 나라의 '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bali bali)' 유전자로 대규모 검사가 이루어졌으며, WHO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전세계 평균인 3.4%에 훨씬 못미치는 0.7%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처: 미국 언론이 한국을 극찬하는 4가지 이유(ABC-TV, 3/24) <YouTube>
3월 11일 미국 하원에서 긴급으로 열린 코로나19 청문회(House Oversight and Reform Committee Hearing on Coronavirus Response)는 '코리아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한국의 검사 속도를 치하했다. 한국에선 1월 20일, 미국에선 1월 21일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했다. 3월 10일까지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4천명을 검사했지만, 미국은 단 15명"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은 12일 '세계가 한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만큼 코로나 전염병에 잘 대비하는 나라가 없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가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검사가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도 13일과 14일 연달아 한국의 대규모 코로나19 검사에 대해 분석하면서 "산업계 동원과 대규모 사회적 투자로 훌륭한 시스템이 구축된 결과 감염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모든 이에게 무료 검사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정치 전문지 더 네이션(The Nation)은 20일 '어떻게 한국은 세계적 전염병에 승리했으며, 미국은 혼란에 빠졌나'라는 제목에서 한국이 검사, 국가 보건체계와 투명성으로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코로나19 대처의 비결: 강경화 장관 BBC 인터뷰(3/15)
Kang Kyung-Wha in The Andrew Marr Show BBC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23일자 '한국은 어떻게 (코로나19) 곡선을 평평하게 했나(How South Korea Flattened the Curv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중국과 함께 대규모 발병에서 감염 곡선을 완화한 두 나라다. 한국은 중국의 연설의 자유와 이동의 엄격한 제한이나 유럽이나 미국처럼 경제적 피해를 주는 봉쇄 없이 진정시켰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배워야할 교훈으로 #1 위기 전 정부의 발빠른 대응, #2 조기 대규모의 안전한 검사, #3 확진환자 추적, 격리 및 감시 #4 국민의 신뢰와 협조를 꼽았다.
BBC 뉴스는 3월 26일 '코비드-19: 위기에 무엇이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나?(Covid-19: What makes a good leader during a crisis?)'라는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쉽을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 영국 전 총리에 비유했다. BBC는 "한국의 신속한 대응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발병 전부터 검사도구를 비축, 발병 후 하루에 1만명씩 테스트를 하고, 상황을 시민들에게 긴급문자로 전송해 알렸다. 한국민은 발병 초기부터 전시 사태로 받아들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투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로 신뢰감을 보였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공황상태를 보이지 않았으며, 사재기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3월 26일 G20 화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포스트 기사.
3월 26일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화상 정상회의(Video Conference)가 긴급으로 열렸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 미국의 ABC뉴스, 폭스 뉴스 등은 AP의 기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세계정상들의 화상을 보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롤 모델'로 부상한 것을 공인하는 보도였다. 4월 2일 현재 한국은 세계 121개국으로부터 코로나19 검진 도움을 요청받은 상태다.
코로나19 창궐은 한국으로 하여금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해준 재해였다. 반전의 극적인 시나리오에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재난 영화라고나 할까.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을 K-방역(K-quarantine)을 3T(Test/검사, Trace/추적, Treat/치료)로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은 국제사회의 모델이 되어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는 한국 주도로 감염병 대응 국제표준화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빨리빨리' 민족으로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의 '코리아: 은자의 나라'(1882)/ 삽화 '고을의 원님과 하인'.
19세기 말 조선은 서양인에게 '은자의 나라(Hermit Nation)',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 보였다. 그 첫 서양인은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남북전쟁에 참가했던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William Elliot Griffis,1843-1928). 그리피스는 뉴저지 럿거스대 졸업 후 유럽을 거쳐 일본에 4년간 체류하면서 동경대학의 물리학 교수를 지냈다.
그리피스는 일본의 옆 나라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한국이 일본에 끼친 영향에 매혹되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자료를 모아 1882년 '코리아: 은자의 나라(Corea: the Hermit Nation)'를 출간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교한 책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서양에 조선을 처음 소개한 책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리피스는 이 책 서문에서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 표현했다. 나라 이름 '조선(朝鮮)'에서 아침 '조(朝)'와 신선하다 '선(鮮)'을 의미했을 가능성도 높다.
퍼시벌 로렌스 로웰의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와 사절단이 아서 대통령에게 큰절하는 모습.
보스턴 출신으로 하버드대를 졸업한 천문학자 퍼시벌 로렌스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1855-1916)은 1883년 8월부터 11월까지 고종이 파견한 조선수호통상사절단(보빙사, 報聘使)의 외교 수행 비서(Foreign Secretary)를 맡았던 인물이다. 청나라에서 독립적으로 자주외교를 상징했던 조선수호통상사절단은 제물포항을 떠나 요코하마에서 로웰을 만나 배로 샌프란시스코 도착해 환대를 받았으며, 대륙을 횡단해 시카고, 워싱턴 D.C.를 거쳐 뉴욕에서 사절단은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체스터 A. 아서 대통령을 만나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로웰의 고향 보스턴 만국박람회까지 구경하고 돌아왔다.
최초의 미국 사절단에는 유길준, 홍영식, 민영익, 서광범 등 개화파 인사 10인이 참가했다. 이중 유길준(서유견문)은 남아 보스턴대에 입학하며 조선 최초의 미 유학생이 됐다. 로웰은 고종의 초빙을 받아 그해 12월 조선을 처음 방문해 3개월 체류한 후 1886년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ö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를 출간했다. 한국 체류 시 그의 별명은 '노월(魯越)'이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과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캇 글로 엮은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1946)와 삽화 'Woman Sewing'.
한편,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1887-1956)는 일제 강점기 한국에 체류하며 풍속도를 그렸다. 키스는 1915년 28세에 도쿄의 출판사장 J. W. 로버트슨(J.W. Robertson Scott)과 결혼한 여동생 엘스펫(Elspet Keith Roberton Scott)의 초청으로 일본에 갔다. 단기 체류 예정이었던 키스는 아시아의 색채에 매료되어 영국행 배표를 팔아 버린 후 눌러 앉았다. 그리고, 호카이도 등지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목판화도 배웠다.
1919년 3월 말 3.1 운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즈음 키스는 동생 엘스펫과 한국을 방문했다. 키스는 30여년간 한국에 머물렀던 제임스 게일(James Gale) 목사 등 선교사들의 소개로 왕실의 공주, 자작 김윤식 등 귀족에서 대금 연주자, 농사꾼, 주막의 풍경, 아낙네, 연날리는 아이들 등 서민까지 두루 화폭에 담았다. 엘스펫은 3개월 후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한국에 매료된 키스는 서울의 풍물에서 원산, 함흥, 평양, 금강산 등지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렸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한국 체류 중 일본 군국주의의 야만성을 목격했다. 나라를 빼앗긴 한국인들에게 연민을 느꼈으며, 한국문화와 사람들에 흠뻑 빠졌다. 키스는 1921년과 1934년 두차례 한국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중국과 필리핀 등지도 여행하며 판화와 수채화 작업을 했다.
1946년 키스는 자신의 그림과 여동생 엘스펫의 글로 엮은 책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을 출간했다. 키스가 그림과 설명을 하고, 엘스펫이 3.1 운동에서 혼례식, 무당춤, 선비들, 한옥 구조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이 책은 2006년 한국에서 송영달 교수의 번역본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으로 출간됐다. 키스 자매는 아웃사이더로서, 한국과 일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을 터이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송영달 역, 책과 함께)/ Korean Domestic Interior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한국은 그저 '고요한 은자의 나라'였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느려터졌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한국인들에 붙여진 별명은 '코리안 타임(Korean Time)'. 한국전쟁 때 주한 미군이 한국인과 약속을 했는데,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한국인을 생각해 대해 붙여준 별명이다. 사실 코리안 타임은 하루를 서양식의 24시간이 아니라 2시간 단위의 12간지(자시, 축시...해시)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하튼 서양인들의 눈에 한국인들은 게으른 민족으로 비추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코리안 타임'의 한국인들은 눈코 뜰 새 없는 민족이 됐다. 아다지오(Adagio, 침착하게 느리게)의 리듬에서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프레스토(Presto, 빠르게), 비바체(Vivace, 발랄하게 빨리) 리듬으로 질주하게 된다.
#잘 살아 보세 & 새마을 운동
앨빈 토플러의 저서 '부의 미래'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 '빨리빨리'는 한국의 경쟁력이다."
-앨빈 토플러-
'제 3의 물결'을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 How it will be created and how it will change our lives, 2006)'에서 한국의 고속성장 비결을 '속도(Speed)', 즉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았다. 이 책의 제 10부 '지각변동'편에서 '중국은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인가?'/ '일본이 넘어야 할 고비'/ '한국의 시간과의 충돌(Korea's Collision with Time)'을 제목으로 한중일 세 나라의 상황을 진단했다.
토플러는 한국이 서양에서 100-230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농업혁명-제 1의 물결/ 산업혁명-제 2의 물결/ 지식혁명-제 3의 물결)를 30년만에 압축한 것을 '한국인들이 변화에 따라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국민성'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토플러는 이에 비해 남북관계의 진전이 느린 점을 시간의 충돌로 진단했다.
1960년대 농촌에 붙여졌던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표어. 사진: 농촌진흥청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금수나 강산 어여쁜 나라 한 마음으로 가꾸어 가면
알뜰한 살림 재미도 절로 부귀 영화는 우리 것이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일을 해 보세 일을 해보세 우리도 한번 일을 해 보세
대양 넘어에 잘 사는 나라 하루아침에 이루어 졌나
티끌을 모아 태산이라면 우리의 피땀 아낄까 보냐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뛰어 가보세 뛰어 가보세 우리도 한번 뛰어 가보세
굳게 닫혔던 나라의 창문 세계를 향해 활짝 열어
좋은일 일랑 모조리 배워 뒤질까 보냐 뛰어가 보세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한운사 작사, 김희조 작곡, 1962) <YouTube>-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의 기쁨도 잠깐, 6.25 전쟁으로 한국인들은 봇짐을 싸서 피난 다녔고, 한반도는 폐허가 됐다. 한국전쟁의 영웅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이 나라를 복구하는데 최소 100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미군정, 휴전으로 나라는 반 동강이 났고, 좁은 영토에서 4.19, 5.16 군사정변으로 이어지며 한국은 가난하고, 혼란스러운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외국 원조에 의지하던 한국은 1962년 맨 땅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 20년만에 초고속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다.
맥아더 장군의 예측은 빗나간 것이다. 한국은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에서 1979년엔 1693달러로 20배, 국내총생산(GDP)은 23억달러에서 640억 달러로 28배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 2017년 3만 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에 진입했다.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12위, 1인당 국민 총소득(GNI)는 30위에 랭크됐다. 한강의 기적 저변에는 우리 민족의 근면성과 '빨리빨리' 정신이 깔려 있었다.
사실 경제개발 계획 이전부터 이미 빨리빨리 사고는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박고 있었다. 4계절이 뚜렷한 농경사회에서는 못자리-모내기-제초-추수를 제때 해야 한다. 시기를 놓칠 수 없기에 1년을 4계절과 24절기로 나누어 '빨리빨리' 부지런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었던 것이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새마을 운동은 '농촌도 잘살아 보자'는 근대화 정책이었다. 비록 쿠테타와 유신독재의 암흑기였지만, 농촌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느긋했던 '코리안 타임'의 국민성을 근면, 자조, 협동으로 무장한 역동적인 국민으로 바꾸어놓았다.
새마을 운동은 이후 중국의 덩샤오핑,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페루, 콩고, 가나,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벤치마킹하며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선 2013년 새마을세계화재단을 설립해 개도국에 새마을운동을 확산시켜왔다. 잿더미에서 시작한 한국은 타국의 롤 모델이 된 것이다.
#8282 공화국 ppalli-ppalli culture
한국에선 맥도날드 배달도 인기다.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구역에 자리한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 회담이 열렸다. '평화, 새로운 시작'을 슬로건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이 역사적인 만남 후 네티즌들은 통일이 되면 '평양냉면을 배달해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김칫국을 마셨다.
한국은 배달 서비스의 천국이다.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프라이드 치킨을 배달 서비스로 소풍할 정도다.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중개 어플이 나왔고, 한국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신속한 배달을 받고 있다. 택배(宅配) 서비스도 발달했다. 물품을 픽업해서 쾌속 배달해주는 한국의 택배는 아마존(Amazon)의 프라임 서비스가 부러ㅓㅂ지 않은 저렴한 특급 서비스다. 한국인들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택배 서비스와 정부에 대한 신뢰 덕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7월 영국의 BBC는 '한국의 멈출 수 없는 서두르는 취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서두르는 문화(Culture of Haste) '빨리빨리'(ppalli-ppalli) 문화를 소개했다. 한국은 1960년대만 해도 인구의 72%가 농촌에 살던 느린 국가였다. "어떻게 쌀을 심던 나라가 몇십년만에 급류를 다운로드하는 나라가 되었는지 경이롭다"고 평가했다. BBC는 1961년 박정희의 군사 독재정권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해 삼성, 현대, LG로 대표되는 대기업들과 더불어 1987년까지 1년에 30-40%로 경제성장률로 '한강의 기적(Miracles on the Han River)'을 이루었다고 전했다.
BBC는 식당에서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음식 서비스를 비롯, 초고속 인터넷, 번개팅, 1시간씩 릴레이로 이어지는 결혼식, 즉석라면(컵라면), 24시간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McDelivery), 택배 서비스 등을 진풍경으로 언급했다. 올림픽에서도 한인들이 속도가 관건인 양궁과 사격에 강한 것도 우연은 아니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short-track speed skating)에서 메달을 무려 48개를 석권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0년 뉴욕에서 열렸던 LG 모바일 월드컵(LG Mobile World Cup) 문자 경쟁대회(text-messaging competition)에서 한국의 10대 엄지족(배영호, 하목민)이 1위를 차지한 것도 '빨리빨리 문화'의 한 예로 들었다.
*외국인들을 미치게 만든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YouTube>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처음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성미가 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한국인의 습관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볼까? 인터넷에 돌고 있는 '외국인들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베스트 10'을 보자.
외국인들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베스트 10
1위, 자판기 커피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린 적이 있다.
2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와 추격전을 벌이곤 한다.
3위,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지퍼를 내린 적이 있다.
4위, 삼겹살이 익기 전에 먹은 적이 있다.
5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을 누른다.
6위, 3분 컵라면이 익기 전에 뚜껑을 열고 먹는다.
7위, 영화관에서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에 나간 적이 있다.
8위, 볼일을 보는 동시에 양치질을 한 적이 있다.
9위, 3초 이상 열리지 않는 웹사이트는 닫아버린다.
10위, 상점에서 먹을 것을 살 때 계산하기 전에 다 먹어버린 적이 있다.
2011년 리서치회사 (주)지노스알앤씨는 '한국인의 급한 성질 베스트 10'을 조사했다.
한국인의 급한 성질 베스트 10
1위, 상대방이 통화 중인데 전화 안받는다고 3번 이상 계속 전화하는 사람
2위, (현금인출기/마트/패스트푸드) 짧은 줄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사람
3위, 컵라면 물 붓고 3분을 못 참아 계속 젓가락으로 뒤척이는 사람
4위, 커피 자판기 동작완료 불이 꺼지기도 전에 컵 꺼내는 사람
5위, 노래방에서 남의 노래 중간에 꺼버리는 사람
6위, 지하철 환승역, 빠른 이동경로 줄줄 외는 사람
7위, 수업종 울리기도 전에 가방부터 챙기는 학생
8위, 사탕을 처음에만 빨아먹고 살짝 녹았다 싶으면 씹어 먹는 사람
9위, 전자레인지 동작버튼 누르고, 돌아가는 접시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
10위, 고기 다 익었는지 쉴 새 없이 뒤집어 확인해보는 사람.
#한국의 속담과 줄임말: 효율성과 유머
김홍도(1745- ), 논갈이(왼쪽), 벼타작, <단원풍속도 화첩(風俗圖 畵帖)>, 보물 제527호, 국립중앙박물관
스페인 언어권에서는 "마냐나, 마냐나(Mañana, mañana!)"라는 말을 즐겨 쓴다. "내일로, 나중에(Later!)"라는 뜻의 마냐나는 항상 느긋해 하며, 할일을 뒤로 미루는 남미인들의 게으르면서 낙천적인 기질을 보여주는 말이다. '빨리빨리'와는 정반대의 태도다. 우리는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는 일에 쾌감을 느끼는 민족이다. 한국에선 지상파 TV에서 스포츠, 예술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중간광고가 거의 없는 세계에서 드문 나라다. 미국 TV는 프로그램 방영 도중에 CF가 속속 삽입되며, 흐름을 끊는다. 한국 시청자들은 이런 끊김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비단 1960년대 경제개발 계획으로 성격이 급해졌거나, 빨리빨리가 지상의 목표가 된 것만은 아닌듯 하다. 그 뿌리는 더 깊을지도 모른다. 한인들의 '빨리빨리' 성향과 조급한 성격을 보여주는 속담도 많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쇠뿔은 단 김에 빼라" "칼을 꺼냈으니 무라도 잘라라" "우물에 가 숭늉 찾기" "게눈 감추듯 한다" "내 코가 석 자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 얻어 먹는다"....
빨리빨리 해야하는 이유는 시간을 놓치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4계절이 뚜렷한 농경문화의 산실인듯 하다. Timing is Everything.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가까운 길 마다하고, 먼 길로 간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같은 속담에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다. Just Do It!
줄임말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언어의 효율성을 즐기고, 소통하기를 좋아하며, 유머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에 와서 특히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채팅, 텍스트(문자 메시지), SNS, 온라인 게임 등을 사용하면서 신조어, 특히 줄임말이 쏟아졌다. TV 프로그램 제목이 길면 줄이며, 단어의 초성만 떼어서 쓰는 줄임말도 인터넷에서 많이 쓰인다. 신조어 줄임말을 따라잡으려면, 보통 사람들은 숨가쁘게 가속도를 내야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한국어도 시시각각 진화하고 있다.
-여친, 남친(여자 친구, 남자 친구)/ 엄빠(엄마아빠)/ 쌤(선생님)/ 셤니(시어머니)/ 샵쥐(시아버지, #G)/ 즤집(저희집)/ 베프(베스트프렌드)/ 몸짱(몸매가 멋진 사람)/ 얼짱(얼굴이 멋진 사람)/ 엄친딸(엄마친구 딸, 예쁘고, 공부, 운동 잘하고, 성격도 좋아 흠잡을 데가 없어서 자신과 비교 대상이 되는 여자)/ 우유남(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 기레기(기자+쓰레기, 사실과 무관한 왜곡된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 돌싱(돌아온 싱글)/ 절친(절친한 친구, best friend)/ 품절남, 품절녀(인기가 많지만, 이미 결혼한 사람)/ 여사친, 남사친(사귀는 감정 없이 단순한 친구)/ 차도남,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남자, 여자)...
-걍(그냥)/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안구(안구에 습기가 차다, 안타깝고 불쌍해서 눈물이 날 지경)/ 열폭(열등감 폭발)/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정모(정기 모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 존버(끈질기게 버티기)/ 사바사(사람 by 사람, 사람에 따라 다르다)/ 법블레스유(법+bless you, 화가 많이 났지만, 법 때문에 참는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에 가는 것)/ 인싸-아싸(인사이더-아웃사이더)/ 킬코노미(1인 가구 맞춤형 상품)/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발연기(연기를 아주 못한다)/ 불금(불타는 금요일, 신나게 놀자)/ 아만보(아는 만큼 보인다)/ 안물, 안궁(묻지 않았고, 궁금하지 않다)/ 출첵(출석 체크)/ 물냉, 비냉, 평냉(물냉면, 비빔냉면, 평양냉면)/ 치맥(치킨과 맥주)/ 법카(법인카드)/ 스벅(스타벅스)/ 개콘(개그 콘서트)...
-강추(강력하게 추천하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개취(개인 취향)/ 깜놀(깜짝 놀라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냉무(내용 없음)/ 당근(당연하다)/ 멘붕(멘탈 붕괴)/ 비추(추천하지 않음)/ 알바(아르바이트)/ 초딩(초등학생)/ 중딩(중학생)/ 고딩(고등학생)/ 자소서(자기 소개서)/ 익게(익명 게시판)/ 엘베(엘리베이터)/ 게이(게시판 이용자)/ 배사(배경사진)/ 프사(프로필 사진)/ 밀당(연인관계에서 밀고, 당기는 심리전)/ 바반무, 바반무마니(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 양념치킨 반 마리, 무 많이)/ 인강, 동강(인터넷 강의, 동영상 강의)/ 친추(친구 추천)/ 영고(영원한 고통)/ 마상(마음의 상처)/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것)/ 취존(취향 존중)/ 먹부심(먹는 것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
-생얼(맨 얼굴)/ 아라(아이라인)/ 쌍수(쌍커풀 수술)/ 뿌염(뿌리염색)/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공구(공동 구매)/ 디카(디지털 카메라)/ 문상(문화상품권)/ 생파(생일파티)/ 비번(비밀번호)/ 셀카(스스로 찍는 사진)/ 폰카(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 맥날(맥도날드)/ 미드(미국 드라마)/ 신상(신상 정보, 신 상품)...
-무민세대(무+Mean+세대, 무의미한 것에 눈을 돌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세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중잣대)/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 나이가 많아질수록 우대를 바라는 사람)/ 고답(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함)/ 귀차니즘(귀찮게 느끼는 상황)/ 눈팅(눈으로 채팅하기)/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대답만 하면 돼)/ 뽀샵(포토샵)/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득템(아이템을 얻다)/ 어그로( 도발하다, aggravation)/ 무뇌충(뇌가없는 벌레같은 사람)/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ㄳ(감사하다)/ ㅇㅋ(오케이)/ ㅇㅇ(응)/ ㅊㅋ(축하하다)/ ㅋㅋ(키키, 쿡쿡 등 웃음소리)/ ㅎㅎ(하하, 히히 등 웃음 소리)...
한편, TV 프로그램 제목도 줄임말이 쏟아졌다. '먹방(먹으면서 하는 방송, 아프리카 TV)'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TVN)' '미우새(미운 우리 새끼, SBS)' 불청(불타는 청춘)' '슈스케(슈퍼스타K, TVN)'... 하지만, '가싶남(가지고 싶은 남자, KBS-2TV)', '개밥남(개밥 주는 남자, 채널 A)' 등 방송사에서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위해 줄임말로 홍보하는 것은 한글파괴와 소통부재로 비판을 받아왔다.
#브라질 출신 한인 세자매 성공의 비결: 빨리빨리! 정신
2012년 웨스트빌리지에서 주사라 리(왼쪽부터), 이아라 리, 주피라 리 자매.
"가장 큰 한인 DNA라면 효율성이다. ‘빨리, 빨리!’ 빠른 시간 내에 최대의 효과를 이루는 성향이다. 그것이 이민자들 성공의 비결이다. 난 지난 20년간 패션 사업을 했고, 주피라도 15년, 이아라는 20년 이상 영화계에 있었다. 한인들은 포커스를 잘 하며, 더 잘 하는 방법을 안다.
-주사라 리(Jussara Lee, 2012)-
브라질 사웅파울로에서 태어난 한인 세자매 이아라 리(Iara Lee, 영화감독), 주사라 리(Jussara Lee, 패션디자이너), 주피라 리(Jupira Lee, 레스토랑 'Casa' 대표)는 1980년대 후반 뉴욕으로 왔다. 장녀 이아라 리는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영화감독이자 인권운동가로 문화로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네트워크 '저항의 문화(Cultures of Resistance)'를 설립한 후 아프리카, 중동 등지를 돌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차녀 주사라 리는 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후 자신의 브랜드 'Jussara Lee'를 이끌고 있다. 막내 주피라 리는 파슨스 스쿨과 FIT에서 패션을 전공한 후 그리니치빌리지에 브라질 레스토랑 카사(Casa)를 운영한다.
1965년 한국에서 브라질로 이민한 이 세자매의 부모는 사웅파울로에서 식당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세딸을 키웠다. 이들은 한국어는 못해도 한국인의 DNA 중 하나인 '빨리빨리!' 정신으로 성공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뉴욕의 브라질 출신 한인 세자매 이아라, 주사라, 주피라 리: "롤 모델은 엄마, '빨리빨리' 정신 배웠지요"
*카메라를 든 아마조네스: 이아라 리(Iara Lee) 감독
#빨리빨리 정신: 힘(Power)인가, 독(Poison)인가?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비유하자면, 한국인은 마치 거북이에서 토끼로 돌연변이한 것 같다.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서 한국인들은 토끼가 되어야 했고, 속도는 질보다도 중요했다. 총알 택시, 번개팅, 음식 배달 서비스('배달의 민족', 로켓배송, 샛별배송), 폭탄주, 믹스 커피, 패스트 패션 등 한국인들은 속도(Speed) 지상주의를 달려왔다.
한국은 8282 공화국이다. 빨리빨리(8282) 정신은 한국을 경제 선진국, IT 강국, 코로나19 창궐 속에 의료 강국으로 올라서게 만들어준 원동력이다. 한국의 국가 번호가 82인 것도 필연같다.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IT 강국에 등극한 한국은 실리콘밸리보다 더 빠른 초고속 인터넷을 자부하고 있다. 효율성, 근면성, 빠른 의사결정, 빠른 실행으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지칠줄 모르는 빨리빨리 성향은 한국인에게 '힘(power)'이자 '독(poison)'일 수도 있다. 과정보다 결과와 실적에 치중하고, 정확성보다 적당주의와 조급함 때문에 사고도 겪어야 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 등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은 교훈을 남긴다. <계속>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